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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땀 흘리기, 이강백 작, 채윤일 연출, 경종 , 희빈 장씨, 소론,노론, 반드시 사실과 일치하지 않다

오늘이 그날? 주상전하의… 헉헉… 생모 희빈 장씨가 헉… 강제로 사약 먹고 죽은 날……

권종민 기자 | 기사입력 2019/12/10 [19:28]

진땀 흘리기, 이강백 작, 채윤일 연출, 경종 , 희빈 장씨, 소론,노론, 반드시 사실과 일치하지 않다

오늘이 그날? 주상전하의… 헉헉… 생모 희빈 장씨가 헉… 강제로 사약 먹고 죽은 날……
권종민 기자 | 입력 : 2019/12/10 [19:28]

작품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나중에.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훗날에. 대본은 이강백 희곡전집에서 찾아서 읽어보시면 작가도 좋고 연출도 좋고 배우도 좋고, 우리 모두 좋으시겠다.

 

▲ 진땀 흘리기, 이강백 작, 채윤일 연출, 경종 , 희빈 장씨, 소론,노론, 반드시 사실과 일치하지 않다     © 문화예술의전당

 (약방내시들이 탕약을 끓인다. 숯불 피운 화로 위에 탕기를 올려놓고, 부채질을 한다.)

 

약방내시 박씨  야 멍청아! 중전마마 시킨다고 아무 데나 마구 쑤셔?

약방내시 최씨  왜? 안 좋든?

약방내시 박씨  아이구, 엉덩이만 얼얼하게 아프다!

약방내시 최씨  좋으면서… 솔직히 말해봐, 좋았지? 

약방내시 박씨  (노랫가락을 붙여 능청스럽게 읊는다.) 

저 건너 숲속 딱따구리는

없는 구멍도 잘 쑤시는데

우리 집 멍텅구리는 

있는 구멍도 못 쑤시네

약방내시 최씨  어, 이게 진짜 색골이네?

 

(어의, 등장. 약방내시들을 꾸짖는다.)

 

어 의   약 넘친다, 약이 넘쳐!

약방내시들  아이구……!

▲ 진땀 흘리기, 이강백 작, 채윤일 연출, 경종 , 희빈 장씨, 소론,노론, 반드시 사실과 일치하지 않다     © 문화예술의전당

 

▲ 진땀 흘리기, 이강백 작, 채윤일 연출, 경종 , 희빈 장씨, 소론,노론, 반드시 사실과 일치하지 않다     © 문화예술의전당

 

 

중 전   어떠십니까, 전하? 속았음을 아시겠지요?

경 종   원래 그렇지가 않았소.

중 전   그렇지… 않다니요?

경 종   연잉군이 변한 것은 나 때문이오. 내가 그에게 판단하는 일을 맡겼소. 

중 전   전하, 이제는 연잉군에게 기대하실 것이 없으십니다. 전하께서 원하신다면, 제가 연잉군보다 백 배, 천 배, 훌륭한 자식을 낳아드리지요.

 

(중전, 서탁에서 춘화도첩을 들고 와서 경종 앞에 놓고 앉는다.)

 

중 전   전하, 저는 이 책을 보고 공부 많이 했습니다. 인간 근본이 무엇인지, 공자 맹자 가르침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이 세상에 믿을 건 오직 친자식 뿐이지요. 아비가 자식에게 모든 것을 물려줌은, 그 자식이 아비의 피와 살을 나눈 분신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전하, 왕위를 어머니가 다른 이복 동생에게 주지 마십시오. 그는 결코 전하께 순종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중전, 경종의 손을 끌어당겨 앉힌다.)

 

중 전   이 책을 보십시오, 전하. 

경 종   (중전이 한 장씩 넘기는 춘화도첩을 바라본다.) 

중 전   참으로 유익한 내용입니다. 자식 낳는 방법이 얼마나 재미있는지요!

 

▲ 진땀 흘리기, 이강백 작, 채윤일 연출, 경종 , 희빈 장씨, 소론,노론, 반드시 사실과 일치하지 않다     © 문화예술의전당

 

김일경  찾으셨소? 

조승우  아니오.

유봉휘  노론들도 여러 패로 나눠 찾아다닙디다. 우린 더 신속하게, 각자 흩어져서 대궐 안을 샅샅이 살펴봄이 좋겠소!

 

(소론 신하들, 각자 흩어져 분주히 찾아다닌다. 조태구와 김창집, 다시 만난다. 그들은 마주보고 멈춰 선다.)

 

조태구헉헉… 우리 또 만났구려…

김창집술래잡기인지, 숨바꼭질인지, 날 저물겠소!

조태구어떠시오, 대감? 오늘이 헉… 그날 같지 않소?

김창집  오늘이 그날……?

조태구  (주위를 조심스럽게 살피더니 말한다.) 주상전하의… 헉헉… 생모 희빈 장씨가 헉… 강제로 사약 먹고 죽은 날……

김창집  모르겠소, 나는!

조태구울컥 울컥 피를 토하면서, 헉헉… 내 아들을 내놓아라… 동궁을, 헉… 데려오라… 어찌나 헉헉… 고함고함 지르던지… 

김창집잊으시오! 그런 끔찍한 소린 잊어야 하는 거요!

조태구헉, 전하께선… 그 때 겨우 열 네 살… 어린 동궁은, 헉… 생모 고함에 진땀을 흘리시더니… 어디론가 숨어버리셨소. 헉… 우리는 그날 온종일 찾아다녔고… 헉헉, 오늘이… 바로 그날 같소.

김창집대감, 노망 드셨소? 

조태구이십 년 전 일을, 헉… 생생히 기억하는데… 어찌 나더러 노망이라 하오?

김창집쓸데없는 기억에 집착하는 것, 그걸 노망이라 하는 거요!

 

(연잉군, 지나가다가 걸음을 멈춘다.)

 

연잉군두 분 대감께선 무슨 재미있는 말씀을 하고 계십니까?

김창집아, 아무 것도 아닙니다!

조태구그날이 헉헉… 꼭 오늘 같은데… 아무 것도 아니라니요?

김창집내가 다시 경고하겠소! 소론이 주상 전하의 생모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건 옳지 못한 짓이오!

조태구헉헉… 완전히 잊어야 한다는 노론의 주장이야말로, 헉… 잘못 된 것이오!

연잉군아, 두 분이 다투고 계셨군요. 그럼 저는 물러갑니다. 

 

(연잉군, 김창집과 조태구 곁을 떠나간다.)

 

조태구잠깐만, 연잉군… 헉!

연잉군(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본다.) 어찌 저를 부르십니까?

조태구그날… 숨은 동궁을 연잉군이 찾으셨소! 오늘은 헉, 어디 계시오?

연잉군(웃으며) 모두들 저에게 묻는군요. 어의가 묻더니만, 대전 상궁이 물었고, 지금은 대감께서 물으시니……. (조태구에게 다가온다.) 좋습니다, 제가 가르쳐드리지요. (손가락으로 허공을 가리킨다.) 저기, 허공을 보십시오!

 

(김창집과 조태구, 허공을 바라본다.)

 

연잉군전하께선 저 허공 속에 숨어 계십니다!

김창집설마, 그럴 리가……?

연잉군후원에 가셔서 허공을 올려다 보십시오. 삼층 누각 지붕 위, 전하 모습을 보실 것입니다.

조태구고맙소, 헉…! 어서 소론 신료들에게… 알려 줘야겠소!

김창집나는 노론 신료들에게!

연잉군제가 가르쳐 줬다고 하진 마십시오. 두 분 대감께서 직접 찾아내신 것입니다.

 

(김창집과 조태구, 각기 다른 방향으로 흩어진다.)

 

 

제 2 장

 

(해질 무렵, 하늘 가득 번져있는 진붉은 황혼. 삼층 누각 지붕 위에 경종이 웅크린 채 앉아있다. 희빈 장씨, 사약이 담긴 사발을 들고 경종에게 다가온다.)

 

희빈 장씨  주상, 내 아들, 이 에미가 왔소!

경 종   (흠칫 놀란다.) 

희빈 장씨  여기 숨어 계시면 못 찾을 줄 아셨소?

경 종   어머니…

희빈 장씨  오늘은 대답해 주오. 주상의 어미가 사약 먹고 죽은 것이 옳소? 아니면 그르오?

경 종   (침묵. 땀을 흘린다.) 

희빈 장씨  이 에미가 죽어서도 찾아오는 건 결코 복수를 바라서가 아니오. 다만 나는 내 죽음이 옳은지, 그른지를 알고싶소. 세상 사람들은 말하기를, 내가 국왕의 왕비를 시해코자 앙심품고 저주하였으니, 이는 국법으로 보면 죽임을 당해야 옳다 하였소. 그러나 또 세상 사람들이 말하기를, 내가 세자를 낳은 어미인데, 그 아비인 국왕이 세자 아직 어림에도 어미를 죽임은 인륜에 어긋나는 짓이니 그르다 하였소. 이렇듯 옳음과 그름이 분명하지 않으므로, 죽어서도 내 혼백이 혼란하여 안정을 취할 수가 없구려. 어린 세자 장성하여 주상이 되셨으니, 이제는 주상께서 이 에미 죽음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 주시오!

경 종   (침묵. 온몸에서 흐른 땀이 옷을 흥건히 적신다.)

희빈 장씨  어찌 대답 못하고 진땀만 흘리시오?

 

연극클럽 '무서운관객들' 정회원 동영상

 

등장인물

 

왕과 근친들

경종

중전

희빈 장씨

연잉군

 

궁인들

엄상궁

어의

약방내시 최씨

약방내시 박씨

 

노론 신하들

김창집

윤지술

조성복

묵효룡

서중섭

 

소론 신하들

조태구

김일경

이이명

조승우

유봉휘

 

 

장소 

창덕궁

 

시간

1720년 ― 1724년

 

― 일러두기

 

  경종(景宗), 조선 왕조 제 20대 임금. 재위기간은 1720년 9월부터 1724년 8월까지 4년간. 경종의 부친은 숙종(肅宗)이며, 모친은 희빈(禧嬪) 장씨(張氏)이다. 희빈 장씨는 경종이 아직 어린 14살 때 숙종으로부터 사약을 받아 죽었고, 이 충격으로 경종은 심화병(心火病)이 걸려 평생동안 허약 체질에 말이 없는 성격이 되었다. 경종의 첫 왕비 심씨(沈氏)는 일찍 죽고, 다음 왕비는 어씨(魚氏)로서 15살에 32살의 경종과 혼례를 치뤘으나, 자식을 출산한 바 없다. 연잉군(延仍君)은 경종의 이복동생. 숙종과 궁궐 부엌데기 무수리 사이에서 태어났다. 병약한 경종이 그에게 대리청정을 맡겼고, 자식 없으므로 그를 세자에 책봉하였다. 연잉군은 경종이 34살에 죽은 후 즉위하여 영조(英祖)가 되었다. 

  경종의 재위기간에 노론(老論)과 소론(少論) 두 당파의 정쟁이 가장 격심하여 수많은 신하들이 끔찍하게 죽임을 당하는 신임당화(辛壬黨禍)가 발생하였다. 

 

  이 희곡 「진땀 흘리기」는 경종실록을 참조하여 극화하였으나 반드시 사실과 일치하지는 않다. 왕과 신하들이 사용하는 대사는 궁중어체(宮中語體)가 아니다. 왕이 스스로를 칭할 때, ‘과인(寡人)’이라고 했던 것을 현대 일상어인 ‘나’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의상, 소품, 음악 등도 반드시 옛 것을 재현할 필요는 없다.

  무대는 고정 장치가 없는, 비어있는 무대이다. 장면에 따라서 불가피한 경우, 간략한 이동식 장치를 사용한다. 

 

 

 

제 1 장

 

(노론 신하들과 소론 신하들이 자취를 감춘 경종을 찾아다닌다. 가끔씩 그들은 자기들끼리 모인다. 소론 신하들, 의논한다.)

 

김일경  대조전에는 아니 계시오. 

이이명  희정당에도 아니 계십니다. 

조승우  우린 상량정으로 가서 찾아보겠소! 

유봉휘  존덕정에는 우리가 가겠습니다! 

 

(소론 신하들이 두 패로 나뉜다. 노론 신하들, 의논한다.)

 

조성복  어찌 하리이까? 인정전을 샅샅이 살폈건만 허사였으니…….

묵호룡  찾아야지요! 반드시 주상 전하 계신 곳을 찾아내야 합니다!

윤지술  어서 서둘러 선정전으로 갑시다! 

 

(소론 신하들 한 패가 지나가는 노론 신하들을 바라보며 비웃는다.)

 

유봉휘  저길 보시오. 노론들이 우르르 몰려가고 있소.

김일경  허허, 떼지어 다니는 꼴이 꼭 우둔한 멧돼지들 같구려.

 

(노론 신하들, 소론 신하들의 동향을 살펴본다.)

 

윤지술  저런 여우새끼 같은 것들! 우리는 모두 함께 다니며 찾는데, 저쪽 소론들은 약삭빠르게 두패로 나뉘어 다니오.

조성복  그럼 우리도 여러 패로 나눕시다!

서중섭  그럽시다! 한 패는 의풍각, 또 한 패는 승화루, 또 한 패는 몽답정, 다른 한 패는 선향재로 가서 찾아봅시다!

 

(노론 신하들, 여러 패로 나뉘어 흩어진다. 사이. 소론의 조태구와 노론의 김창집이 마주친다.)

 

김창집조태구 대감! 

조태구헉헉… 김창집 대감…

김창집노론의 우두머리이신 대감께서 어찌 홀로 떨어져 계시오?

조태구나는 헉… 허파가 약해 숨이 가쁘오. 그런데 헉헉… 소론의 영수이신 대감께선… 어쩌다가 낙오 되셨소?

김창집난 관절염 때문에 잘 걷지 못하오. 

조태구그래도 헉헉… 가만히 있는 건 신하의 도리가 아니오. 

김창집 물론이오. 숨이 막히고 다리가 부러져도, 주상전하를 찾으러 다닙시다! 난 저 쪽으로 가겠소!

조태구 헉헉… 나는 이쪽으로!

 

(김창집과 조태구, 각기 헤어진다. 어의<御醫>와 약방내시들이 경종을 찾으러 다닌다. 약방내시 최씨는 약사발을 들었고, 약방내시 박씨는 소반을 들고 있다. 그들은 연잉군과 마주친다.)

 

연잉군  이런, 이런! 부딪칠 뻔 하였구려!

어  의  전하께선 어디 계십니까?

연잉군  전하와 숨바꼭질이오?

어  의  큰일입니다! 찾을 수가 없습니다!

연잉군조정 신료들이 너무 어려운 질문을 한 것인가. 그래서 대답 못하시고 진땀을 흘리시다가, 슬몃 어디론가 숨어버리신 모양이오.

어  의전하께선 반드시 약을 드셔야 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아침, 낮, 두 번이나 거르셨습니다!

연잉군  귀한 약 쏟아지겠소. 조심해서 천천히 다니시오.

 

(연잉군, 어의를 비켜간다. 어의와 약방내시들, 서둘러 달려간다. 중전과 엄상궁, 등장한다.)

 

▲ 진땀 흘리기, 이강백 작, 채윤일 연출, 경종 , 희빈 장씨, 소론,노론, 반드시 사실과 일치하지 않다     © 문화예술의전당

 (깊은 밤, 궁내 감옥. 파직 당한 어의가 목에 큰칼을 쓰고 앉아있다. 경종, 들어온다. 어의는 반색하며 일어섰다가 큰칼의 무게에 짓눌려 주저앉는다.)

 

어 의   전하…….

경 종   그대는 오랫동안 날 위해 수고하였소.

어 의   황공하옵니다, 전하…….

경 종   열 네 살 어린 시절, 어머니 죽임 당해 기겁하여 진땀 흘리는 나를, 그대는 정성껏 보살펴 주었고… 지금까지 그랬건만… 난 보답 못한 채, 그대를 떠나보내오. 

어 의   저의 재주가 모자랐습니다. 이제 저는 전하 곁을 떠나 멀리 유배 갑니다. 부디 옥체 건녕하옵소서.

경 종   그대 또한 몸 조심하오. 내가 곧 다시 부를 것이오.

어 의   아니옵니다. 전하를 뵙고싶어도 다시는 뵙지 못할 것입니다. 전하, 마지막 드릴 말씀이 있사옵니다. 저의 후임으로, 두 명의 약방내시가 천거될 것입니다. 이미 노론에서는 최 내시를 내정하였고, 소론은 박 내시를 내정했다 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둘 다 침술이며 탕약에 뛰어난 재주가 있습니다. 다만 걱정은… 노론과 소론이 어느 누구를 양보 않고 사생결판으로 밀어붙이면…….

경 종   걱정 마오. 둘 다 그대 후임으로 쓰겠소. 

어 의   전하, 그것이 바로 제 걱정입니다. 최 내시나 박 내시는 서로 다른 약을 지어 올릴 것입니다. 그들이 스스로 자랑하기를, 전하의 땀 흘리시는 증세를 낫게 할 비법을 안다고 했습니다. 최 내시는 약재 중에 우황<牛黃>을 넣으면 된다 하였고, 박 내시는 용골<龍骨>을 넣어야 된다고 하였는데, 우황과 용골은 상극입니다. 서로 상극인 것을 합치면 큰일 납니다. 치명적 독이 되어 반드시 죽습니다! 

 

(어의, 감추고 있던 두 손을 무의식적으로 큰칼 위에 얹는다. 손가락들이 잘려있다

 

▲ 진땀 흘리기, 이강백 작, 채윤일 연출, 경종 , 희빈 장씨, 소론,노론, 반드시 사실과 일치하지 않다     © 문화예술의전당

 

(대전. 노론 신하들과 소론 신하들이 등장한다. 살아있는 신하들은 물론 얼굴에 회칠을 한 죽은 신하들이 함께 들어온다. 인사말, 잔기침, 몸 동작 등이 잦아들고 분위기가 숙연해진다. 연잉군이 경종을 모시고 들어온다. 경종, 옥좌에 앉는다. 연잉군은 일부러 겸손하게 경종 옆에 시립한다.)

 

연잉군  전하, 오늘 조회는 특별합니다. 문무백관들이 모두 모였습니다. 그리고 저기 대전 앞 뜰을 보십시오. 성균관 유생들입니다. 전하의 옥음을 직접 듣고자 가득 몰려와 있습니다. 

경 종   (경종, 대전 안팎을 둘러본다.)

연잉군  말씀하옵소서, 전하.

경 종   (침묵.)

연잉군  전하…….

경 종   (침묵.)

연잉군  저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경 종   지금 내 눈에는 산 신하들과 죽은 신하들이 함께 보이네.  

연잉군  죽은 신하들이라니요? 

경 종   저기 있지 않는가. 김창집, 조승우, 서중섭, 윤지술, 조성복…

연잉군  제가 새로 등용시킨 인물들입니다. 죽어나간 자리에 들어올 자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저 대전 밖의 성균관 유생들도, 결국엔 이 안으로 들어올 자들이지요.

경 종   그런데 어찌하여 똑같은가…?

연잉군  전하께선 병환이 위독하십니다. 더욱 정신 혼미하기 전에, 해명의 말씀을 하십시오. 

신하들  전하, 어서 말씀 하옵소서!

경 종   연잉군의 대리청정과 세자책봉은 내 뜻이었소. 궐 내 신료들은 이를 분명히 알고 있으나, 궐 밖에서는 미처 알지 못해 오해가 생긴 듯 하오. 이제 성균관 유생들은 권당을 풀고 학문에 전념하기를 바라오.

연잉군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전하! 무능한 어의를 좀 더 유능한 어의로 바꿨더라면 전하의 병환이 이토록 위독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 진땀 흘리기, 이강백 작, 채윤일 연출, 경종 , 희빈 장씨, 소론,노론, 반드시 사실과 일치하지 않다     © 문화예술의전당

▲ 오늘이 그날? 주상전하의… 헉헉… 생모 희빈 장씨가 헉… 강제로 사약 먹고 죽은 날……     © 문화예술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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