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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지조 (共命之鳥) 올해의 사자성어

경영희 기자 | 기사입력 2019/12/15 [15:19]

공명지조 (共命之鳥) 올해의 사자성어

경영희 기자 | 입력 : 2019/12/15 [15:19]

 공명지조'(共命之鳥)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혔다.

 

15일 교수신문은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9일까지 전국 대학교수 104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33%(347명)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공명지조'를 꼽았다고 밝혔다.

 

'공명지조'는 '아미타경' 등 불교경전에 자주 등장하는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다. 글자 그대로 '목숨을 함께하는 새'다. 서로가 어느 한 쪽이 없어지면 자기만 살 것 같이 생각하지만 실상은 공멸하게 되는 '운명공동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들은 '공명지조'를 꼽은 이유에 대해 최근 한국 사회가 좌우 대립으로 나뉘어 있다는 점을 꼽았다.

 

 

공명지조를 추천한 최재목 영남대 교수(철학과)는 최근 나는 이 시대에 필요한 말이 ‘공명지조’(줄여서 공명조)라 생각하고 수시로 입에 담고 있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가 지금 좌우라는 진영 논리로 쫙 갈려져 살벌하기 때문이다. 도처에 죽기 아니면 살기로 서로를 쳐다보며, 독이 오를 대로 올라 있다. 갈기갈기 찢어진 사유와 이념의 영토. 그곳이 바로 전쟁터이고 지옥 아닌가. 남(타자)은 상처이고 고통이고 절망이다. 희망은 타자를 철저하게 죽임으로써 획득된다고 ‘믿는다!’ 그런 믿음이 지배하는, 인간의 마음을 다스릴 법이 없는 ‘말법(末法)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진리[道]보다도 독선과 교만과 시비가 난무하는 시대이다.

 

이 대목에서 나는 불교의 『아미타경(阿彌陀經)』, 『잡보장경(雜寶藏經)』등 여러 경전에 등장하는, 산스트리트어 jīvajīvaka[기파기파가耆婆耆婆迦로 음역함]를 의역한 새의 이름, ‘공명지조’(共命之鳥)를 문득 떠올렸다. ‘목숨[命]을 함께=공동유지[共] 하는 새[鳥]’. 히말라야 기슭이나 극락에 사는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새이다. 줄여서 공명조(共命鳥) 또는 동명조(同命鳥)라고도 한다.

 

▲ ‘공명지조’(共命之鳥)     ©문화예술의전당

 

두 생명(生命)이 서로 붙어 있어 상생조(相生鳥), 공생조(共生鳥), 생생조(生生鳥), 명명조(命命鳥) 라고도 한다. 음역으로 기파조(耆婆鳥)라고도. 이 불교 설화는 인도의 서북부 지역에서 불교경전에 흡수된 다음 차츰 경전의 번역과 석굴의 벽화를 매개로 동아시아로 전파되었다. 공명조는 머리는 2개인데 몸통은 하나이다. 한 머리는 낮에 일어나고 다른 머리는 밤에 일어난다. 몸은 하나인데 마음이 둘인 셈이다. 한 나라의 백성인데 두 가지 마음으로 쫙 갈라진 우리 현실과 흡사하다. 두 마음이기 때문에 화합이 쉽지 않다. 시기・질투하며 으르렁대던 어느 날, 한 머리가 맛좋은 과일을 저 혼자 먹는 걸 다른 머리가 알고 화가 치밀었다. 그래서 다른 머리는 한 머리에게 복수하기 위해 독 있는 과일을 먹는다. 결국 독이 온 몸에 퍼져 둘 다 죽고 만다.

 

공명조의 이런 슬픈 전설이 상징하는 것은, 에셔의 그림 <악마와 천사>에서처럼, 모든 생명은 자타가 상의상존하는 연기적(緣起的) 관계라는 점이다. “이것이 생하므로 저것이 생하고, 이것이 멸하므로 저것이 멸한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없으므로 저것이 없다”(此生故彼生, 此滅故彼滅, 此有故彼有, 此無故彼無)는 상호의존성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대단히 심각한 이념의 분열증세를 겪고 있다. 양 극단의 진영을 만들어 서로 적대시하며 끝장 낼 듯 혈전 중이다. 그러는 동안 모두 위험한 이분법적 원리주의자가 되어가고 있다. 각 진영의 정의와 도덕성이 독선적으로 폭주하고자 한다. 아무 생각 없는 맹목적 이념기계가 도로 위를 질주하고자 한다. 공공세계와 단절된, 한 집단만의 독단론, 자폐적 행동이 전체화 하려한다. 자기검열과 자아비판의 건강한 힘을 상실하여, 반전가능성(反轉可能性, reversibility)도 반증가능성(反證可能性, falsifiability)도 보이지 않는다.

 

정치라는 물건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누구를 위하여 존재하는가? 우리 사회가 제발 상생의 비전을 찾아갔으면 한다. 이념이 아니라 삶이다. 그 지혜는 결코 밖에서 오지 않는다. 우리 안에서 만들어내야 한다. 추악하고 짜증나는, 지옥 같은 현실 속에서 향기로운 꽃이 만발하는 극락을 이뤄가야 한다."고 말한다.

 

 

설문조사에서 공명지조를 선택한 교수들은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좌우 대립이며 진정한 보수와 진보를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정치가 좌우로 나뉜 것은 그렇다고 치고 왜 국민들까지 이들과 함께 나뉘어서 편싸움에 동조하고 있는지 안타깝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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