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도 - 일제 강점기 하시마 섬에서 한국인들에게 가해진 일본의 만행을 기억한다 -호사카 유지 교수
김혜경 기자 | 입력 : 2020/06/28 [17:09]
일본이 지난 15일 일반에 공개한 ‘산업유산정보센터’는 2015년 7월 한일 간 합의를 어긴 부당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일본은 2015년 7월 나가사키(長崎) 군함도 등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 유산 23군데’를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록하는 데 성공했다. 23군데 중 7군데가 일제강점기에 조선인들이 일제에 의해 강제연행 되어 강제노동에 시달린 시설이었기 때문에 한국 정부는 이 시설들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는데 반대했다. 일본 정부가 조선인 강제징용의 사실을 적절하게 전시하겠다고 약속해 한국 측은 일본 측 시설들의 세계문화유산 등록에 동의했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2년 이내에 조선인 강제징용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전시하겠다는 약속을 어겼을 뿐만 아니라 거의 5년이 지난 2020년 6월 15일 도쿄 신주쿠(新宿)구에 자리한 ‘산업유산정보센터’를 일반에 공개했다. 이 센터는 일본 정부가 지원하는 재단법인 ‘산업유산국민회의’가 운영한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나가사키시 소재 하시마 섬(端島=군함도) 탄광에서 한반도 출신자에 대한 차별이 없었다는 전 주민들의 증언 등이 전시・소개된 사실이다. 이 전시물의 의도에는 일제강점기에 조선인 노동자들을 징용했지만 그것은 합법이었다는 논리가 깔려 있다. 전쟁 시 같은 비상사태에서는 국민들을 강제동원하는 것은 국제법에서도 인정된다는 논리를 일본 측이 내세우고 있다. 그리고 당시 조선인도 일본국적자였으니 일본법에 따르는 것은 당연했다고 강변한다.
▲ 많은 관광객들로 붐비는 군함도 투어 유람선 내 모습,"日 '군함도' 전시관은 역사왜곡".. 서경덕, 유네스코에 알리다 ©문화예술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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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에 조선인들은 일본 국적을 가졌을 뿐, 일본인과 같은 법적 대우를 받지 못했다. 당시 조선과 중국, 대만 그리고 일본은 서로 다른 법역(법적 구역)이었다. 법역의 차이에서 오는 여러 가지 차별이 조선과 중국, 대만 등 일본의 식민지에서는 따라다녔다. 그 한 사례는 조선인 등 외지인(外地人)들에게는 보통선거권이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1945년 4월 외지인에도 일본 내지의 국정선거 참정권이 주어진다고 결정됐지만 결국 시행되지 않았다. 조선인이나 중국인, 대만인들에는 일본국민으로서의 의무만을 요구했고 권리는 주지 않았다는 것이 일제 차별정책의 핵심이었다.
일제는 탄광노동이라는 가장 힘든 일에 조선인, 중국인, 대만인, 전쟁포로들을 동원했다. 미국인 포로로 일본의 탄광노동에 투입된 사람들은 탄광 갱도로 들어가서 일을 하면 죽는다는 생각에 계속 자해를 해 갱도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려 했다는 생생한 증언을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힘든 탄광노동을 하려는 일본인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일본에서 탄광노동은 죄수노동으로 시작된 역사가 있다. 규슈의 미이케(三池) 탄광 등 큰 탄광에서는 초기에 무기징역 이상의 판결이 확정된 죄수들을 탄광 노동에 투입했다. 비인간적인 대우에 항의해 죄수들이 수차례 탄광에서 폭동을 일으켰기 때문에 관리자들이 죄수들을 폭행, 살해하는 등 상당한 인권침해가 일어났다. 그러자 탄광 죄수노동이 대부분 중지되었다. 이후 탄광회사들은 일본의 극빈층을 모집했으나 그것도 여의치 않자 조선인 등 식민지 사람들과 전쟁포로들을 탄광에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처음부터 일본인을 대신해 조선인, 중국인, 대만인, 전쟁포로들 등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 전쟁시 강제 징용의 실태인 것이다.
힘든 노동 때문에 탄광으로 연행된 조선인들의 약 70%는 도주했다는 통계가 있다. 조선인들이 도주할 경우 이들의 강제저축은 모두 회사가 가로챘다. 일본인들은 저축통장과 도장을 본인이 갖고 있었으나 조선인 노동자들의 통장과 도장은 감독관이 갖고 있어 도주나 중도퇴직 시에는 모두 회사의 돈으로 회수되었다.
하시마 섬 상황은 더욱 비참했다. 하시마 섬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바다를 18km 이상 헤엄쳐야 했다. 이 때문에 도주하다가 익사한 사람들이 많았다. 도주하지 못한 사람들은 심한 강제노역에 시달렸다. 군함도에서 감독관을 지낸 고사코 마사유키(小迫正行)씨는 1973년 10월 25일 아사히신문 나가사키(長崎)판 인터뷰를 통해 군함도에서 조선인들을 차별했다고 증언했다. “나도 조선에 모집하러 갔고 강제적으로 조선인들을 연행했다. (중간 생략) 우리는 중국인, 대만인이나 조선인들을 평소 차별했다. (중간 생략) 전쟁 시 탄광에서는 군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힘든 노동을 시켰다. 도주하다 바다에서 익사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조선인들의 보복을 두려워해서 패전했을 때 먼저 비밀리에 중국인, 대만인과 조선인을 감독한 사람들을 섬에서 피신시켰다.”
이번에 일반에 공개된 정보센터에는 조선인 차별이 없었다는 증언만이 전시됐다. 아버지가 하시마 섬 탄광에서 일했다고 하는 재일 조선인 2세는 “괴롭힘을 당했다든가 손가락질로 ‘저건 조선인이야’라는 말은 들은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그의 아버지는 감독관이었다고 한다. 감독관 지위가 주어지는 조선인은 당시 일본으로 본적을 옮긴 사람이었고 본적이 일본이면 일본인 대우를 받았다. 법역으로 대우를 결정한 것이 당시 일본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일본인이라도 조선에 본적이 있다면 그는 조선인의 법적 지위를 가졌다. 그러므로 조선인이라고 해도 일본인 대우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의 후손 증언만을 전시하는 것 자체가 역사왜곡행위다. 일본은 하시마 섬에서 심하게 차별을 받았다는 수 많은 조선인들의 증언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일본 정부가 도쿄에 정보센터를 연 이유에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원래는 2020년 7월 개최될 예정이었던 도쿄올림픽 때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해서 도쿄에 문을 연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 현재 한일 간 대립되고 있는 강제징용 판결 문제를 일본 측에 유리하게 만들 목적으로 이번 정보센터를 개관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아무리 왜곡해도 역사적 진실은 밝혀지기 마련이다. 일본은 역사 왜곡으로 국가적 위상을 계속 떨어뜨리고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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