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공연/문화 > 미술

장은선갤러리, 임만혁 초대전, 장미의 가시 같은 깔깔한 매력과 시대의 아픔을 힐링하는 그림

장은선 갤러리, 2014년 2월 5일(수) ~ 2월 22일(토) 임만혁 초대전

경영희 기자 | 기사입력 2017/11/27 [03:34]

장은선갤러리, 임만혁 초대전, 장미의 가시 같은 깔깔한 매력과 시대의 아픔을 힐링하는 그림

장은선 갤러리, 2014년 2월 5일(수) ~ 2월 22일(토) 임만혁 초대전
경영희 기자 | 입력 : 2017/11/27 [03:34]
▲     © 장은선갤러리 임만혁 초대전에서 자신의 작품 '나와 나타샤와 당나귀' 를 소개하는 임만혁 작가
  사진 촬영 제공: 장은선갤러리 큐레이터  엄효정

 
서양화에서 한국화로 넘어간 그의 이력 탓에 임만혁 작가의 작업에 대한 담론은 상당부분 장르적 특성이라는 틀 안에서 맴돈다. 그러나 한국화과와 서양화과의 구분은 이미 시의성을 잃은 지 오래다. 때문에 그의 작업을 그저 ‘회화’ 혹은 ‘임만혁 작가 식의 그림’ 이란 지점에서 시작하는 것이 보다 담백하고 적절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또 그도 그럴 것이 그의 그림은 한국화도 서양화도 아닌, 두 가지가 마구 버무려져서 원형이 거의 남지 않은 제 3의 것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의 주요한 관심은 가족과 고향의 자연, 사람 사는 이야기이며, 이를 가장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이 현재의 기법이라고 한다면 그것으로 의미는 충분해 보인다.
 

▲장은선 갤러리, 임만혁 초대전,새와 소년 13-1 53x45cm 한지에 목탄 채색

 즉문즉답이 가능한 경우는 두 가지다. 법률스님처럼 민생을 이끌 만큼 깊은 도를 깨달은 경우, 다른 하나는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 솔직한 경우이다.
 
 “한국화로 굳이 넘어간 이유는?” “난 인물그림이 좋은데, 주변에서 대상을 찾고 표현하다 보니 한국화적 기법이 여러 면에서 더 적합하다고 여겼다.”
“목탄을 선택한 이유는?” “전과를 했지만 붓을 잡는 건 단시일에 되는 일이 아니고 붓을 대신할 도구와 새로운 방식도 필요해서 목탄을 사용했다.”
“말 그림이 많은 이유는?” “말의 해니까 이번 전시에 말 그림을 모아서 그렇다.”

그의 답은 부풀림도 없고 감춤도 없다. 흡사 아이처럼. 그는 답변을 통해, 단순하지만 빠르고 단단하게 작업의 맥을 짚어갔다.

▲장은선 갤러리, 임만혁 초대전,꽃밭에서 13-1 93x63cm 한지에 목탄 채색

 그의 그림 역시 꼬이거나 정체된 곳 없이 단순 간결하다. 그리고 언뜻 쉬워 보인다. 사실, 쉬워 보이는 특성은 작가로서 무척 세심하게 다루어야 할 이슈 중 하나다.
 
대중들이 단번에 의미를 알아채고 이해하기 쉬운 그림들, 대중과 시장의 호응도가 높은 그림들은 그만큼 고급하지 못하고 상업적이라는 암묵적 평가가 있기 때문이다. 단순하고 친근한 그의 그림체는 만화나 일러스트와 가장 많이 비견되며, 산업예술의 매력적인 대상으로도 적잖이 오르내린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건 작가 자신이 그 점을 되려 사랑한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자신의 그림을 보고 행복감을 느꼈으면 하는 것이 그의 소박한 바램이다. 조금 더 욕심을 내본다면 김홍도나 신윤복의 풍속화와 같이 세월이 흘러서도 후대에 시대상을 알리는 역할을 하기 바라는 것. 그렇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그걸 솔직하게 표현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그는 믿는다.

▲ 장은선 갤러리, 임만혁 초대전,말과 소년 14-1 53x45cm 한지에 목탄 채색

 그의 그림은 장미의 가시 같은 깔깔한 매력을 적절히 지니고 있다. 날개는 달렸지만 가족들을 태운 무게로 날지 못하는 아버지, 온 가족을 말에 태웠지만 정작 자신은 걸어서 그들을 이끄는 아버지, 쓸쓸한 뒷모습의 소녀와 그녀를 위로하는 착한 동물들, 아내 몰래 딴짓하는 바람둥이 남자 등 내용상 우리시대를 풍자하는 골계미를 담고 있다.

▲ 장은선 갤러리, 임만혁 초대전,바다풍경 12-1 50x19cm 한지에 목 탄 채색

 기법적인 면을 보자면, 그의 그림에 개성을 부여해 준 주인공인 목탄을 빼놓을 수 없다.  직선적이면서 강하고 단단한 목탄의 선들과 목판화를 연상케 하는 면적표현들은 귀여운 이미지의 인물과 동물들로 이뤄진 그의 그림이 가벼운 팬시처럼 보이지 않도록 힘의 균형을 준다. 무엇보다, 동양화에선 밑그림의 도구로 쓰이는 보조수단인 목탄을 핵심적이고 유효한 주도구로 탈바꿈 시킨 발상의 전환이 흥미로운 지점이다. 
 

▲ 장은선갤러리 ,임만혁 초대전,  말과 아이들 53*45cm, 한지에 목탄 채색    

 숨겨진 또 다른 깔깔한 매력은 이번 전시의 대표작인 ‘나와 나타샤와 당나귀’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작품은 여러가지 면에서 다른 작품들과 큰 차이를 보인다. 소품위주의 이번 전시에서 길이 2미터가 넘는 대형작품이자 홀로 무채색 작품이며, 특별히 시인 백석선생의 시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작품 옆에는다음과 같은 백석의 시가 붙어있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 중략 …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 장은선 갤러리, 임만혁 초대전, 나와 나타샤와 당나귀 12-1 211x1  목탄

 한치 앞도 가늠하기 어려운 예측불허의 시대를 살고 있지만,  대작의 그림으로 표현한 이런 아름다운 시 한편에 마음이 녹고 행복해지는 것이 절대 변할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이다.
 
다양한 매체들 속에서 점점 위기론이 증폭되는 회화작업에 대한 그의 변 또한 이와 상통한다. 그리는 작업은 원초적인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회화는 현대에 오히려 더 필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그렇다. 손맛과 인간적인 것이 더 요구되는 변증법은 거스를 수 없는 것이다. 그림 같은 그림, 사람냄새 물씬 나는 그의 작품은 고단하고 팍팍한 삶에 달달한 잠을 주는 소주 한잔 같은 위로가 될 것이다.
 
전시는 인사동에 위치한 장은선갤러리에서 2014년 2월 5일(수) ~  2월 22일(토) 까지 계속된다.
문의: 장은선갤러리 Tel. 02) 730-3533  
   

▲  장은선 갤러리, 임만혁 초대전,말과 아이들, 한지에 목탄 채색

 

  • 도배방지 이미지

관련기사목록
포토뉴스
"범죄자들이 선동의 깃발을 들고 나라를 흔드는데 한숨만 쉬고 있는 건 보수정치의 직무유기"- 윤희숙 전 의원
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