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그림 작가 임만혁 전시, 장은선갤러리에서 열린다.
장은선 갤러리, 2014년 2월 5일(수) ~ 2월 22일(토) 임만혁 초대전(회화)
경영희 기자 | 입력 : 2017/11/27 [03:36]
▲ 임만혁 말과 소녀 14-1 72*60cm, 한지에 목탄 채색 © 강새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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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그림 작가 임만혁 선생님의 말 작품은 특별하다. 작품속에 나타나는 말은 동물이라기보다 사람을 의인화한것 같다. 멀리 응시하는말 , 의젓한 말, 가장처럼 가족을 등에 태우고 함께가는 말... 서양화를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동양화도 전공한 임만혁 선생은 특별한 그의 경력으로 작품에 흥미롭게 반영하여 작업하고 있다. 화선지를 여러겹 배접하여 사용하는 동양화의 범주를 이용하여 목탄으로 대상을 구현하고 일정한 채색을 하여 작품을 완성한다. 작가의 작품은 우리들의 삶의 풍경이 반영되어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오며 부담 없이 느껴진다.
주로 작가는 자신과 자기 자신의 주변 인물이나 모습을 대상으로 작업하는데 순간적으로 스쳐가는 미묘한 표정과 제스처 등을 놓치지 않고 세심하게 잡아내어 그들 사이의 드라마를 작가의 화폭 위에 기록한다. 일상적인 오브제들로 그들은 작가의 가족의 일원이고 이웃이다. 동 서양화를 아우르는 그의 자유로운 회화가 그를 더욱 돋보이게 해주고, 이 시대의 하나의 모델이 되기에 충분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 임만혁 말과 아이들 53*45cm, 한지에 목탄 채색 © 강새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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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시민의 생활일기- 임만혁의 근작에 대한 기술 오광수(미술평론가) 임만혁은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가 다시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다소 이채로운 수업과정을 지녔다. 동양화를 전공했다가 서양화로 전향하는 경우는 가끔 있는 일이지만 서양화에서 동양화로 전향하는 예는 좀처럼 만날 수 없다. 이 특이한 경력은 그의 작품에 흥미롭게 반영되고 있다. 예컨대 화선지를 여러 겹 배접해서 사용하는 바탕(지지체)은 그 재료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동양화의 범주에 속하지만 목탄으로 대상을 구현하고 여기에 일정한 채색을 시술하여 작품을 완성시키는 방법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서양화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공간설정이나 대상의 묘출은 서양화의 구도와 표현방법을 연상시키지만 목탄에 의한 예리한 각도의 필획은 마치 부벽준(도끼로 찍어 내린 것 같은 필선)을 연상시킬 뿐 아니라 이 같은 필선에 뒤덮인 전체의 화면은 부벽준이 구사된 거대한 암벽의 고원산수를 앞에 하고 있는 인상이다. 그러니까 그의 작품은 편의적인 분류개념으로 동양화로 지칭되지만 동양화나 서양화 어느 영역에도 꼭 들어맞는다고 할 수는 없다. 그저 회화라고 부르는 것이 어울린다. 동서양화를 다 포괄하면서 동시에 그 어디에도 경사되지 않은 영역으로서 말이다. 그가 구사하는 예리한 선조의 구성은 때로 엣칭을 연상케 하기도 한다. 메카닉한 표현의 특징은 그의 방법의 풍부한 잠재성을 감추고 있는 느낌이다. 임만혁의 작가로서의 활동은 극히 최근에 집중되고 있다. 시카고, 쾰른, 바젤, 베이징, 키아프, 멜버른 등 국제 아트 페어와 동아미술제, 기운생동전, 시대의 초상 일상의 울림전, 일기전, 지독한 그리기전, 힘 있는 강원전 등의 그룹전 그리고 두 번에 걸친 개인전이 최근 몇 년 사이의 전시경력이다. 이 같은 활동내역은 그가 근래에 주목받고 있는 신예 작가 가운데 한 사람임을 시사해준다. 근래에 적지 않은 신인들이 등장하였고 국내외를 통해 각광을 받고 있는 터이다. 임만혁의 전시 경력을 보아도 국내보다는 해외에서의 전시가 훨씬 많은 편이고 국내에서 보다는 해외 미술계에 더욱 관심을 끌고 있는 작가임을 엿보게 한다. 그가 다른 신예 작가들보다 두드러진 특징은 분명한 자기 방법에 의한 조형세계를 펼쳐 보이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임만혁의 작품은 보편성과 특수성이란 두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 우선 보편성은 누구나 쉽게 간취할 수 있는 이미지 선택과 누구에게나 부담 없이 다가가게 하는 내용성이다. 미술에 대한 예비적 지식이 없이도 그의 그림은 쉽게 읽힌다.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가게 하는 요인은 내용이 바로 우리들 서민들의 삶의 풍정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부담 없이 다가갈 뿐 아니라 쉽게 친숙감을 느끼게도 한다. 특수성은 대상의 독특한 묘출과 공간설정의 이채로움에서 찾을 수 있다. 목탄에 의한 예각진 대상의 묘출은 탄력과 건기를 동반하면서 화면 전체에 미묘한 긴장감을 증폭시킨다. 이 긴장감은 대상과 대상과의 관계상황에서 뿐 아니라 그려진 대상과 이를 보는 관자와의 관계상황에서도 유지된다. 그가 주로 다루는 대상은 인간이다. 자신을 에워싼 주변의 인물들이다. 특별할 것 없는 범속한 소시민의 일상의 모습이 담담하게 걷잡힌다. 남자와 여자, 어른과 아이, 여자와 여자, 노인과 아이 등이 적절히 배치된다. 그들은 작가의 가족의 일원이고 이웃이다. 가끔 이들 인물 주위로 개가 등장한다든가 먹다 버린 과일이나 생선이 등장한다든가 캔이나 잔이 등장하는 극히 일상적인 오브제들이 등장할 뿐이다. 무대는 실내에 머물 때도 있고 바다를 배경으로 한 밖으로 옮겨지기도 한다. 그의 화면에 유독 바다가 많이 나오는 것은 주문진과 강릉에서 나서 자랐기 때문이다. 그가 일상으로 만나는 자연이란 바다다. 배경의 산 보다는 앞으로 열린 바다로 향한 시선이 지배적임은 바닷가 사람들의 모태의식이랄 수있다. 해안을 끼고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과 바다를 가로 막는 긴 방파제 그리고 방파제 끝에 세워진 등대는 그가 언제나 만나는 자연의 원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같은 자연 속에 그의 주변의 생활풍경이 점경된다. 방파제는 밀려오는 파도를 막아주는 시멘트로 된 견고한 구조물이지만 그의 화면에 등장되었을 때는 면 분할의 기제로 작용한다. 화면을 세로로 가로 지른다든가 가로로 가로 지르면서 화면을 적절히 분절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방파제는 대개 바깥 공간에서의 무대로 대체된다. 장난치는 아이가 있고 으레 옆에는 개가 앉아 있다. 여인네들이 서로 실 꾸러미를 고르고 있는가 하면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 낚시를 드리운 허리 구부정한 노인네의 모습이 점경된다. 그들은 스스로에 연민에 차 있고 소외감에 자신을 떨고 있다. 불안감에 눈을 똥그랗게 뜨고 어떤 기대에 차 먼대로 시점을 돌린다. 그런가 하면 자포자기한 상태로 넋을 놓고 있는가 하면 등을 돌린 채 완강한 거부의 몸짓을 보이기도 한다. 작가는 자신의 화면에 등장하는 인간군상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내가 그리고자 하는 인간들은 시간 앞에서 풍화되고 무기력해지며 삶 속에서 허약해지고 손상되기 쉬운 인간들이다. 그들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깊은 생각에 잠겨서 무엇인가를 헛되이 기다리며 앉아 있거나 삶에 저항하기 보다는 그것을 숙명처럼 받아들이기에 길들여진 인간들이다" 이들 인간들은 보이지 않는 인력에 의해 조정되는 피에로처럼 동작과 동작 사이의 가파른 순간에 자신의 전체를 가누고 있다.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팽팽한 긴장감이 화면을 가로지른다. 이 긴장감이야말로 그의 작품을 지지하는 요체에 다름 아니기도 하다. 근작 가운데는 가족들의 단란한 한 때가 자주 포착된다. 개별로 존재했던 바닷가의 풍경과는 달리 어른과 아이들은 서로 뒤엉켜 있다. 가족들이 나누는 끈끈한 정감이 화면을 비집고 나온다. 가족들이 벌이는 단란한 생활공간이란 그러나 의외로 심플하다. 소시민들의 삶의 풍정이란 단출하기 그지없다. 그들이 입고 있는 의상의 색깔이 다양함으로 해서 단조로움을 지우고 있다. 여인의 점 밖이 문양(땡땡이)이 주는 생활의 리듬이 어느 면 활기를 더해주면서 화면을 한결 희화적인 국면으로 몰아붙인다. 시니컬한 표정들이 많이 가시고 따스한 인간의 이야기가 생활 속에 스며든다. 그의 화면이 보다 다양한 내용으로 채워질 것이란 것을 예감케 한다. 임만혁은 전통이나 외래 사조에 주눅 들지 않은 자유로운 사유로 인해 더욱 우리의 관심을 끌게 한다. 전 세대의 작가들이 전통이나 외래 사조에 짓눌려 제대로 자신의 조형세계를 펴 보이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그의 동 서양화를 아우르는 조형의 진폭은 이 시대의 하나의 모델이 되기에 충분하다. 그의 회화의 독자성 못지않게 사실은 이 사유의 자유로움이 그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요인에 다름 아니기도 하다.
▲ 임만혁 말과 소녀 14-2 72*60cm, 한지에 목탄 채색 © 강새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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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새별 기자] green@sisakorea.kr , green@lull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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