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문화계에 만연한 '공모'(公募)라는 이름의 공모(共謀), 매일신문 - 비단 '대구'에서만 그럴까? 아마도 거진...

대구 문화계에 '공모(公募)'를 내걸고 실체는 '공모(共謀)'를 해버리는 현상이 만연해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문화기관에서 개방형 직위나 용역업체 선정에서 특정 인사나 특정 업체를 뽑기 위해 '자격요건'을 제한하는 등의 정황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 lullu by wesley in 체코.     ©문화예술의전당

특히 인사의 경우 의사결정권자 입맛에 맞는 '내정자'를 지원자에 넣기 위해 자격요건을 '설계'하거나 이미 내정자를 정해놓고 공모를 진행해 공모는 내정자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는 수단으로 전락해버리기도 한다.

◆ 이미 내정자 정해놓고 공모 진행

최근 대구 한 지자체 문화재단은 경영지원본부장 공모를 내면서 자격요건에 '공무원 5급 이상 또는 이에 상당하는 경력'을 1번 요건으로 내세웠다. 보통 문화재단 경영지원본부장의 경우 주요업무 관련 직무분야 경력이나 문화예술관련 기관·단체 경력을 자격요건으로 앞세운다. 다소 생소한 자격요건을 두고 재단 이사장인 지자체장이 '퇴직공무원을 앉히려고 한다'는 말이 나왔다. 서류합격자 3명 중 최종 선발자는 퇴직공무원이었다.

또 다른 지자체 문화재단의 경우 대표이사 공모 공고가 떴지만, 결정권을 가진 재단 이사장인 지자체장이 현 대표이사의 연임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소문대로 현 대표이사가 최종 낙점돼 사실상 연임된 바 있다.

지난 8월 한 지자체 문화재단이 주최하는 'OOO예술제' 행사운영용역 입찰 공고가 나왔는데, '단일업체로서 2억원 이상 실적…'이라는 자격 요건이 문제가 됐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해당 요건을 만족하는 지역 업체는 딱 정해져있다"고 성토했다. 얼마 후 해당 문화재단은 요건을 수정해 재공고를 올렸다.

문화계에는 연중 다양한 공모(公募)가 이뤄진다. 대표적으로 대표이사, 예술감독, 본부장급 개방형 직위에 대한 공모나 문화 행사 등 사업 수행을 위한 용역업체를 선정하는 공모도 빈번하다.

임명제 등의 폐단을 극복하기 위해 도입된 공모제는 자격이 되는 모든 지원자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며, 심사를 통해 선발하는 등 절차적 민주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로 비교적 공정한 선발 방법이라는 합의 하에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기관이 공모를 통한 선발 절차에서 특정인이나 특정 업체에 자격 요건 등을 통해 특혜를 주는 등 공모(共謀)하는 사례가 적잖이 발생하며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모에서 결국 의사결정권자의 의중에 최종 결정이 달려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심사에서 점수가 책정되더라도 최종 후보군(보통 2~3배수) 중 점수에 상관없이 의사결정권자의 선택으로 최종 선발자가 결정돼 '내정' 의혹을 키우기도 한다.

◆ 선발 절차 더욱 양성화해야

공모제가 소위 말해 '이미 승자가 정해진 싸움'이 되면서 그 피해는 결국 해당 공모에 지원한 지원자(업체)에 돌아가고 있다. 이런 탓에 문화계에서는 공모가 뜨면 "어차피 낙점자가 있을텐데 뭐하러 지원하겠느냐"며 지레 포기하는 사람도 생긴다.

더 큰 문제는 공모(共謀)를 하더라도 물적 증거나 실체는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문화계에 '카더라'라는 소문과 함께 심증과 의혹만 무성하게 퍼질 뿐이다.

한 문화계 관계자는 "공모와 관련해 의혹이 제기되더라도 기관 입장에서는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라는 말 한마디로 둘러대면 끝이다. 사실상 공모제도가 방패로 전락한 셈"이라며 "절차상 하자가 없는 이상 문제 삼을 방법이 없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만연해있는 편"이라고 밝혔다.

© 문화예술의전당

매일신문

대구 문화계에 만연한 '공모'(公募)라는 이름의 공모(共謀)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88&aid=00006671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