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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왕 - 터키 아스펜도스 야외극장 공연 소식

문예당 | 기사입력 2003/07/09 [01:00]

우루왕 - 터키 아스펜도스 야외극장 공연 소식

문예당 | 입력 : 2003/07/09 [01:00]




도올 김용옥기자의 현장속으로>土耳其紀行(터키기행-3)`현대`로 부활한 고대로마 원형극장



녹취(綠翠)빛의 지중해는 환상이다.

지중해바다는 우리가 경험하는 태평양의 바다와 너무도 다르다.

우선 파도가 없다. 그리고 간만의 차이가 없다. 그리고 난류래서 항상 따스하다.

염분의 농 도가 높아 몸이 잘 뜬다.

뻘이 없어 비린내가 나질 않는다. 그리고 고요하고 맑다.

달빛에도 갑판밑 바다바닥이 투명하게 빛난다 .

그것은 바다라기보다는 하나의 거대한 호수다.

율리시즈(Ulyss es)의 항해는 광개토대왕이나 백제인들의 항해에 비하면 누워 떡 먹기처럼 쉬운,

낭만적인 여정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아름다운 배들과 환상적 신화의 이야기들이 그토록 많이 지어졌을지도 모 르겠다.

나의 터키기행의 종착역은 까뮈의 저 이글이글 타오르는 태양아래 빛나는 지중해 해변도시

아스펜도스(Aspendos), 안탈리 아(Antalya)였다.

6월 5일 오후 6시 지중해연안에서도 매우 환상적인 휴양지로 손 꼽히는

안탈리아공항에 도착했을 때, 그곳은 일년중에서도 가장 쾌적한 시기라 했다.

만년설로 휘덮인 토로스산맥(Mts. Toros)의 영험스럽고 웅장한 병풍을 따라 비치는

뉘엿뉘엿 석양의 빛조차 따갑기 그지없었다.

안탈리아주변으로 미라(Myra), 올림포스(Olympos), 키매라(Chima era),

파셀리스(Phaselis), 테르메소스(Termessos), 페르게(Perg e),

시데(Side), 아스펜도스(Aspendos) 등의 고대도시들이 즐비 하게 널려져 있다.

이 고대도시들은 알렉산더 원정루트나 사도바 울의 전도여행루트와 관련이 있다.

그리고 이런 도시들은 일정한 희랍·로마의 누적된 도시플랜의 설계구조를 가지고 있고

대개 원형극장이나 경기장(스타디움)을 내포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 특별히 아스펜도스를 거론하는 이유는 가장 완벽한 모습을 보지하고 있는

원형극장이 바로 이 도시에 보존되어 있기 때문 이다.

그것은 유적이 아닌 현실이요, 고적이 아닌 공연장이다.



이 고대유적을 오늘날의 살아있는 공연예술 스페이스로 전환시킨 사람이 바로 터키의 아버지

아타튀르크였다. 그가 1930년 이곳 에 우연히 들렀다가 그 완정(完整)한 모습을 보고 외쳤다:

“왜 이런 훌륭한 유적을 유적으로만 방치할 것인가?

이것을 복원하여 공연장으로 써라” 우리는 아직도 병산서원이나 도산서원을

그 냥 유적으로만 방치하고 있다. 그곳을 학위프로그램이 있는 한국 학대학원이나

연구소로 활용하는 발상을 하는 우리민족의 지도자 는 아무도 없는 것이다.


하여튼 아타튀르크는 20세기를 앞지른 선구자였다.

아스펜도스 원형극장은 세계적으로 이름이 드높은

‘아스펜도스 오페라 앤 발레 페스티발’(Aspendos Opera & Ball et Festival, 매년 6·7월에 열림)의

번화한 마당이 되고 있는 것 이다.


아스펜도스극장!

세계의 공연예술가들에게는 그 이름을 듣기만 해도, 가슴이 울렁거리는 동경의 대상이다.

그런데 꼬레의 자랑 스러운 아들딸들이 펼치는 장충동 국립극장의 4개단체,

국립극단 ·국립무용단·국립창극단·국립관현악단의 합동공연,

‘우루왕 ’(King Uru)이 6월 7일 밤 9시 30분에 역사적인 막을 올리기로 되어있는 것이다.

희랍의 아에스킬루스(Aeschylus)나 소포클레스(S ophocles), 유리피데스(Euripides)의

연극은 실제로 어떻게 상연 되었는가?


바로 우리가 타임머신을 타고 그 공연장에 앉아있을 수 있다면?

이런 꿈만 같은 이야기가 현실로서 우리에게 다가오 는 것이다.


아스펜도스는 우리의 가슴을 울린다.

무대에 서는 자나 객석에 앉아있는 자나!

이러한 원형극장이 완벽하게 보존되어 공연장으 로 활용되고 있는 유례는

그리스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런 데 이 극장건물은 실제로 그 유명한

‘명상록’의 저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황제(Marcus Aurelius, 161∼180)의 시대에

이곳의 부유시민, 쿠르티우스 크리스피누스(Curtius Crispinus)와

쿠르티 우스 아우스피카투스(Curtius Auspicatus) 형제의 희사로 지어진 것이다.


그 설계자는 제노(Zeno)라는 탁월한 건축가였다.

그러 니까 아스펜도스극장은 로마시대의 건축이다.


그러나 카베아(Cavea)라고 불리는 부채꼴반원형의 객석과 오케스 트라라고 불리는 무대를

구분짓는 펜스가 그다지 높지 않고 연속 적인 형태로 연결되어 있어

희랍시대 공연장의 원형을 잘 보존하 고 있는 설계로 보여진다.


로마황금시대의 극장들은 글라디에이 터나 맹수들과의 싸움을 관람했기 때문에

무대와 객석사이에 확 실한 단절이 있어야 했던 것이다.

카베아 객석은 중간에 디아조마 (diazoma)라고 하는 분리 복도가 있는데,

이 복도 위쪽으로 20단 (tiers)이 있고 아래쪽으로 21단이 있는데

약 2만명의 관중이 무 난히 엉덩이를 마주대고 앉을 수 있다.

자리는 다리가 내려지는 부분보다 엉덩이가 붙는 부분이 5mm정도 높게 되어있어 구획이 된다.

그리고 객석(auditorium) 최상단 위로는 59개의 아치로 된 콜로 네이드(colonnade)가 있는데

이것은 음향의 보강을 위하여 후대 에 첨가된 것이다.

그리고 반원형객석의 전면에는 이중으로 된 판판한 무대벽이 있는데

그것은 높이 10m에 폭이 62.5m나 된다.


그것은 2층으로 되어있는데 각 층마다 18개의 벽감(niche)이 있 고감실에는

신들의 석상이 놓여져 있었다.

그리고 각 층은 20개의 돌기둥이 나열되어 있었는데 아래층은 이오니아양식으로

위층은 고린도양식으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그리고 2층 정중앙 꼭대기 지붕처마밑 감실(pediment:박공) 속에는

술과 노래와 춤 의 신 박카스(Bacchus)의 얼굴이 새겨져있다.

그리고 무대로 나 오는 문은 5개가 있다.

백문이불여일견이라, 불행하게도 독자들은 내 언어적 설명만으로 는

별다른 감동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극장의 놀라 운 사실은 이러한 형태의 화려함이나

완정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기능적 측면에 있다.


다시 말해서 이 극장의 위대함은 형 태학(morphology)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생리학(physiology)에 있 는 것이다.

아스펜도스는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야외극장으로서는 가장 완벽한 음향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터키국립극장 극장장 이 한국에 왔다가 우연히 ‘우루왕’테이프를 보고

아스펜도스 페스티발에 이 작품을 초대했을 때,

김명곤 극장장이 음향시설에 관하여 난색을 표명하자

전혀 앰플리파이어의 음향시설이 필요 없다고 단언했다.



해변가의 하늘이 보이는 야외극장에서 앰프가 필요없다니,

2만명 앞에서 그냥 육성으로 하란 말인가? 예스!

모든 세계적 공연이 이곳에서 앰프시설없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허긴 희랍·로마시 대에 확성기나 마이크가 있었을리 만무하다.

그래도…… 나는 아 스펜도스에 가자마자 음향을 체크해보았다.

햇빛이 쨍쨍쬐는 대 낮이었다.

무대에서 동전 하나 떨어지는 소리가 객석 전체에 균 일하게 울려퍼지는 놀라운 사실을 확인했다.

사실 우리 ‘우루왕 ’도 확성기 없이 공연했어야 했다.

그러나 원일교수가 작곡한 음악이 신디(synthesizer)를 썼기 때문에

모든 것이 그에 따라 편성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야외공연장 아스펜도스의 음향이 서초동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의 음향보다

더 정교하고 더 잘 들린다는 이 엄연한 사실의 비밀은 무엇일까?


더구나 아스펜도스의 소재는 모든 것이 돌이다.

본시 아쿠스틱이란 과학적 계산으로 다 들어맞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쿠스틱에는 마(魔)의 손이 따라다닌다.


아?뵈役돕봉?무대 전면은 붉은 색조의 사암(sandstone)을 썼고

부 채꼴의 객석은 석회암(limestone)을 썼다.

그리고 구석구석의 프 레임에는 대리석(marble)을 썼다.

그리고 곳곳에 불규칙적으로 옴폭 파인 니치들이 있다.

이 모든 것이 음향과 관련이 있을 것 이다.

그런데 객석의자에 해당되는 부분의 구조가 매우 중요하다

.무릎이 꺾어진 다리 안쪽에 해당되는 부분이 긴 튜브형으로 움푹 들어가 있다.

그리고 그 부분의 내부가 비어있다는 것이다.

음 향은 음을 다 흡수해도 나쁘다. 그리고 무조건 반사시켜도 나쁘 다.

적당한 공명의 앰비언스(ambience)가 원음을 손상치 않는 범 위내에서 증폭시켜 주어야 하는 것이다.


객석위의 59아치의 콜로 네이드도 그러한 공명의 효과를 위하여 설계된 것이 분명하다.

그 리고 타 도시의 극장객석과 비교하면 아스펜도스의 객석은 월등 히 높다.

완전히 공명체로 옴팍 둘러싸인 소우주인 것이다.

아스 펜도스의 매력은 영원히 우리의 가슴을 울렁거리게 만든다.

아스 펜도스라는 소우주의 음향 속에서는 두 밀레니엄의 시간이 무화( 無化)되어 버리고 마는 것이다.


“무대에 섰을 때, 처음 광대들의 소리가 잦고 칠흑같은 암흑이 찾아왔을 때,

아~ 아~ 하늘이 보였어요. 그 찬란한 별들과 은하 수 사이로 낯익은 북두칠성이 보이더군요.

전율을 느꼈지요. 나 도 모르게 눈물과 함께 판소리 가락이 울려퍼진 거예요.

태고의 하늘을 향해 목놓아 외쳤지요. 황홀했어요.”



바리의 엄마, 길대부인역을 맡은 김소희선생의 제자 유수정의 말 이다.

“연극에 평생을 바친 제가 그리스·로마극장 그 모습대로의 무 대에 선다는 그 감동,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스 신화의 한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눈물을 글썽이는 우리나라 연극계 원로 장민호선생의 말씀이다.

80세의 고령으로 고흘승지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다.

우리나 라 연극사의 영원한 청춘이다.


“태워라! 태워라! 내 온몸을 태워버려라! 뜨거운 불길 속에도 나의 소원은 변함없으니.

태워라! 태워라! 내 온몸을 태워버려라 ! 천지수를 구하기 전에는 물러서지 않으리라!”


바리의 노래다. 바리역을 맡은 박애리는 말한다.

“우리 단원들은 정말 이 공연이 인생의 마지막 순간인 것처럼 최선을 다했어요.

열흘이나 먼저 와서 매일밤 연습을 했는데 연 습기간에는 항상 가슴이 콩닥콩닥 뛰더군요.

그런데 막상 본공연 의 막이 오르니까 두려움이 사라지더군요.

아버님의 병환을 구하 겠다는 일념으로 천산 약수골 낭떠러지로 떨어질 때,

정말 저는 천길 만길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기분이었어요.

그런데 아무 두려 움이 없이 마음을 비우고 떨어질 수 있었어요.”


‘우루왕’은 셰익스피어의 4대비극 중의 하나인 ‘리어왕’을 우리나라 전통 무가인

바리공주설화를 빌려 번안한 작품이다.

국 립극장장 김명곤이 대본을 직접 쓰고 또 직접 연출한 작품이다.

김명곤에 관해서는 ‘서편제’의 자기딸 눈을 멀게 한 소리꾼 아버지역할을 한

배우였다는 것을 연상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 친근하게 다가올 것이다.


그는 국립극장장이 된 후, 세계의 국립 극장들과 정보를 교환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리고 2000년 10 월 경주 반월성터 야외무대에서 경주세계문화엑스포의 일환으로

초연한 이 작품을 세계시장에 내어놓았다.


그런데 2002년 3월에 남미 콜럼비아에서 열리는 이베로 아메리카노 테아트르 페스티발 의

개막공연작품으로 초청되는 영예를 안은 것이다.

그 뒤로 이 스라엘의 예루살렘 페스티발의 개막공연으로 초청되어 극찬을 얻 었다.

올해는 네덜란드 하멜표류 350주년기념공연으로 초청된 후 ,

드디어 아스펜도스의 무대에 서게 된 것이다.


“아무래도 야외가 되다 보니까 동선이 달라지고 발성이 달라지 고 제스처가 달라져야 했어요.

사실주의 연극을 추구해온 저의 극단원들에게 새로운 체험이었지요.”


우루왕의 큰딸 가화역을 맡은 조은경의 말이다.

이 말은 무엇인 가? 희랍의 연극은 주로 가면을 썼으며 표현이나 발성이 양식적 이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판소리나 중국의 경극에도 그러한 요 소가 있듯이 코러스가 장면들을

상징적으로 유도해나간다.


그래 서 희랍연극은 사실적인 내면감정의 유출보다는 양식적인 시어( 詩語)의 낭송이 중요했다.

그러니까 수렴적인 표현보다는 발산적인 표현이 더 주종을 이룬다.

따라서 원형극장은 희랍연극에 맞게 설계된 무대였다.

그리고 관객이 프로세니움 실내무대와는 달리 높게 둘러앉어 있으므로

배우는 시선을 높게 들 수밖에 없다.

따 라서 밀도있는 내면적 연기가 어렵다.

그리고 무대가 고정되어 있어 전환장치가 없다는 것도 하나의 특징일 것이다.

우리 단원들 에게는 새로운 체험이었을 것이 분명하다.

내가 그곳에 취재차 찾아온 터키의 기자그룹에게 이 작품에서 무 엇이 가장 인상적이었냐고 물으니까

이구동성으로 “음악과 안무 ”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그들에게는 사실주의적인 스토리텔링보 다는 어떤 양식적 표현이

더 강렬하게 전달되었던 것이다.

우리 국악의 가능성은 지금부터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은 남성적인 광기와 폭력과 야만과 배신 을 주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우루왕’은 여성적인 모성과 희 생과 탄생과 치유를 주제로 하고 있다.

바리는 인간의 욕정이 빚 어내는 모든 폭력을 정화시키는 시킴굿의 상징이다.

‘우루왕’ 의 클라이막스를 장식하는 안무도 해원상생(解寃相生)의 상징이 다.

우루왕은 불을, 바리공주는 물을 상징한다.

그래서 우루왕의 의상은 붉은 톤을, 바리의 의상은 흰색과 블루톤을 썼다.


리어왕은 철학의 운명에 곧잘 비유된다.

딸들에게 자신의 영토를 모두 나눠주고 떠도는 비극적 영혼,

우리 철학자들은 철학이라 는 고유의 영역을 모든 분과과학에게 다 빼앗겼다.

그리고 하염 없는 방랑의 길을 떠나고 있다.

나 도올의 운명도 이 우루왕의 신세가 아닐까?

아스펜도스의 초생달이 터키 바이락처럼 내 머리 위에 걸렸을 때

문득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了)




국립극장의 총체극 「우루왕」(대본.연출 김명곤)이 네덜란드와 터키에서 초청공연을 갖는다.

극단과 무용단, 창극단, 국악관현악단 등 국립극장 산하 4개 단체가 역량을 총결집해 만든

「우루왕」은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에 고대설화 '바리데기'를 접목한 서사구조에 판소리.

한국춤.국악 등 한국적 공연양식의 옷을 입혀 만든 작품.


먼저 23-25일에는 네덜란드 헤이그시의 루슨트 단스 테아터(1천석 규모)에서,

6월 7일에는 터키 안탈랴의 로마시대 원형극장인 아스펜도스 야외극장(1만석 규모)에서

각각 현지 관객과 만난다.


네덜란드 공연은 특히 하멜 표착 350주년을 기념하는 '하멜의 해' 기념공연인 한편

거스 히딩크 전 월드컵 국가대표 감독의 고국에서 갖는 포스트 월드컵 행사의 일환이기도 하다.

또 아스펜도스 극장은 2세기경 건축가 제논이 지은 고대 유물로 음향설계가 뛰어나

마이크 없이 공연할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장민호 왕기석 우상전 박애리 이영호 유수정 윤석안 서희승 등 모두 42명이 출연한다.


2000년 경주 세계문화엑스포 기념공연으로 초연된 「우루왕」은 그간 콜롬비아,

이스라엘, 일본 등지에서 공연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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