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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 100년, 한센병 그리고 사람, 백년의 성찰』발간, 한하운 시인 보리피리

병원이 아닌 사람(한센인) 입장에서 서술, 자찬 일색인 기관사 탈피

이혜용 기자 | 기사입력 2018/01/17 [03:00]

『소록도 100년, 한센병 그리고 사람, 백년의 성찰』발간, 한하운 시인 보리피리

병원이 아닌 사람(한센인) 입장에서 서술, 자찬 일색인 기관사 탈피
이혜용 기자 | 입력 : 2018/01/17 [03:00]

국립소록도병원(원장 박형철)은 개원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추진한 소록도 100년사 집필․편찬 사업이 마무리되어 『소록도 100년, 한센병 그리고 사람, 백년의 성찰』을 발간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간된 소록도 100년사(이하 100년사)는 소록도병원의 성과와 발전상을 홍보하는, 일반적인 기관사와 달리 과거에 대한 성찰과 미래에 대한 다짐이 담겨 있다. 특히, 한센병 치료와 한센인 삶의 질 향상이라는 병원 본연의 역할을 저버리고 오히려 그들을 탄압하는데 앞장섰던 불행한 과거도 객관적인 시각으로 기술되어 있다.  이를 통해 과거의 잘못과 한계를 직시하는 한편, 성찰을 통해 미래에 나아가야 할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100년사는 역사편과 의료편 두 권으로 구성하였고, 사진집을 별도로 발간하여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역사편은 기존에 발간된 소록도 80년사(1996, 국립소록도병원)를 토대로 하되 한센인의 시각에서 과거를 재조명하려는 시도가 돋보인다.  예를 들어 1945년 광복과 함께 발생한 한센인 84명 학살사건의 경우,  100년사는 우발적 사건이 아니라 「병원 직원들에 의한 집단학살」이라는 점을 분명히 기술하고 있다.

 

의료편은 국제 한센병 정책의 흐름, 병원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주체와 제도의 변화, 치료약의 발전 과정 등을 서술하고 있다.  의료사를 일반사에서 독립하여 기술한 점이 눈에 띄는 특징으로, 소록도병원이 한센인 집단 격리 시설에서 의료기관으로 그 성격이 전환되었음을 상징한다.

 

사진집은 한센인들이 병고와 가난 속에서도 교육과 종교, 자치활동을 통해 소록도에 생계의 터전을 만들고 삶의 주체로서 살아낸 모습을 담았다. 100년사는 한센병 치료를 위해 헌신한 한센인들의 역할을 재조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소록도병원은 만성적인 의료인력 부족에 시달렸는데 그 공백을 비교적 건강하고 학식 있는 환자들을 선발해 메웠던 것이다. 한센병 치료법의 발전과 한센병의 종결은 단순히 국가 보건시스템이나 의료진의 헌신뿐만 아니라 한센인들의 희생과 참여가 기여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집필진으로는 정근식 교수(서울대 사회학과)를 중심으로 그동안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실태조사, 일제하 강제격리 피해 소송, 한센인 피해사건 조사 보고, 국립소록도병원 구술사료집 및 역사자료집 발간에 참여한 한센병사(史) 연구 전문가들이 참여하였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출판 기념사를 통해 그동안 한센인이 당한 고통에 대하여 사과와 위로를 전하고, “소록도 100년사가 역사적 교훈의 거울로 활용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박형철 소록도병원장은 100년사 발간과 더불어 앞으로도 어려움을 이기고 삶을 꽃피웠던 소록도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기록하는 노력을 통해 소록도의 가치를 보존하고 다음 세대가 인권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이혜용 기자] blue@lullu.net 

 

 이하 참고사진

 

“죽어도 놓고” 바위, 한하운의 “보리피리” 시를 새기다

 - 환자를 동원해 확장사업을 벌인 제4대 원장 스오는 중앙공원을 조성했다. 공원 조성에 사용된 돌들은 많은 희생자를 내며 환자들에 의해 운반되었다. 운반되던 돌 위에 일본인 간호장이 서서 채찍질로 작업을 독려했다. 환자들은 허락 없이는 쉴 수가 없었고, 견디다 못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죽어도 놓고”라고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목도채를 놓았으리만치 가혹한 노동에 혹사당했다. 

 

- 소록도에는 한하운의 “보리피리” 시를 새겨 환자들의 애한을 전하는 바위가 남아 있다.

 

전     라     도     길

            - 소록도로  가는길-

    가도 가도 붉은 황토 길

     숨막히는 더위뿐이더라 

            

     낯선 친구 만나면 

     우리들 문둥이 끼리 반갑다

            

     천안 삼거리를 지나도

     수세미 같은 해는 서산에 남는데

 

     가도 가도 붉은 황토길

     숨막히는 더위 속으로 쩔룸거리며 

     가는 길

 

     신을 벗으면 

     버드나무 밑에서 지까다비를 벗으면

     발가락이 또 한 개 없다

         

     앞으로 남은 두 개의 발가락이 잘릴 때까지

     가도 가도 천리 먼 전라도 길 

 

 

보    리    피   리

 

               보리 피리 불며

               봄 언덕

               고향 그리워

               피ㅡㄹ 닐니리

 

               보리 피리 불며

               꽃 청산

               어린때 그리워

               피ㅡㄹ 닐니리

 

               보리 피리 불며

               인환의 거리

               인간사 그리워

               피ㅡㄹ 닐니리

 

               보리 피리 불며

               방랑의 기산하

               눈물의 언덕을 지나

               피ㅡㄹ 닐니리

 

▲     © 문화예술의전당

 

사진은 1940년 소록도갱생원 환자들이 무거운 돌을 목도로 나르며 작업하는 모습으로 가운데는 작업을 감시, 통제하는 직원이 서있는 모습이다.  

 

한센병 환자들은 교육을 통해 사회복귀의 밑거름을 다졌다.

▲     © 문화예술의전당

녹산중학교 제11회 졸업기념(1959. 3. 4)

정복에 모자를 착용한 중학생들이 활보하고 다니는 병사지대의 분위기는 한결 신선해 보였고, 활기에 넘치는 이들의 모습에서 암담했던 미래가 여명으로 다가오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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