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고양이를 부탁해>로 데뷔한 이래,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를 넘나들며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정재은 감독은 특히 <말하는 건축가>(2012), <말하는 건축 시티: 홀>(2014), <아파트 생태계>(2017) 건축 3부작 다큐멘터리를 통해 도시와 공간 속 삶을 꾸준히 다뤄왔다.
<고양이들의 아파트>는 사려 깊은 촬영과 섬세한 연출을 통해 고양이를 인간과 동등한 동반자로 위치시킴으로써 도시생태 문제에 대한 다른 시선, 다른 질문, 다른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는 작품이다.
살던 공간을 쉽게 바꾸지 않는 ‘정주성’을 지닌 고양이들을 안전하게 이주하려는 과정은 삶의 터전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우리 사회의 모든 존재들을 섬세하게 위로한다. 또한 동물과 인간의 공존과 공생의 화두가 이제 선택이 아닌 당위이며, 한발 더 나아가 함께 길을 가야하는 ‘동반(同伴)’의 관계임을 일깨워준다.
이번에 공개된 메인 포스터는 재건축을 앞둔 아파트 단지 흙더미에 앉아있는 고양이 한 마리의 옆모습이 단박에 눈길을 끈다.고양이 친구들을 보는 걸까? 아니면 아파트를 이사 가는 사람 이웃들을 바라보는 모습일까? 어딘가를, 혹은 누군가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듯한 고양이의 옆얼굴은 오히려 많은 이야기를 내포하며 보는 이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고양이들에게 이곳 아파트가 계속 살아갈 수 있는 삶의 터전이 아니라 곧 떠나야 하는 곳이라는 사실을 암시하는 듯 애틋하다. 이런 고양이의 마음을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10년 넘게 이들을 돌봐 온 아파트 주민들 또한 마찬가지다. 그리하여 ‘고양이들의 행복한 이주’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재건축 아파트 단지 고양이들에 묻고 싶은 단 하나의 말이 메인 포스터의 카피가 되었다.
‘물어보고 싶어요. 여기 계속 살고 싶냐고’라는. 메인 포스터에 활용된 사진은 <족구왕>(2014)의 포스터 촬영으로 유명한 표기식 작가의 카메라에서 탄생했다. 표기식 작가는 나무와 꽃 그리고 빛 등 자연의 움직임을 담아낸 필름사진부터 패션화보 사진까지 두루 섭렵한 포토그래퍼다. <고양이들의 아파트>가 제작되던 시기 표기식 작가는 함께 수 차례 현장 촬영을 진행했고, 앞서 공개된 홈커밍 포스터와 메인 포스터에 활용된 사진은 그 중에서 선별된 컷이라는 후문. 메인 포스터는 “온전히 동일한 순간이란 절대 없다”며 변화하는 자연과 공간 속에서 특별함을 찾아내는 표기식 작가의 카메라가 머문 <고양이들의 아파트>에 기대감을 높인다.
고양이들과 사람들의 행복한 작별을 위한 ‘고양이 이주 프로젝트’ <고양이들의 아파트>는 3월 극장 개봉해, 관객들과 더 많은 도시 생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