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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를 기다리며

문예당 | 기사입력 2005/03/03 [17:21]

고도를 기다리며

문예당 | 입력 : 2005/03/03 [17:21]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방황하는 인간을 발가벗겨서 무대 위에 올려놓고 구경(?)하는,

그래서 인간을, 산다는 것을 생각하게 하는 연극」, 이것이 「고도」에 대한 내 해석의 출발점이다.

이런 연출의 기본 입장은 공연을 거듭하면서도 변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도」무대는 세월과 함께 달라진다.

연출자의 인간관, 인생관, 세계관이 변화하면서 연극에 스며들고,

또 무대에 서서 연기하는 배우들도 36년 동안 여러 번 바뀌어 가기 때문이다.


소극장 산울림 개관 20주년 기념공연 시리즈 Ι

                  -극단 산울림 제 111 회 정기공연-

          
  
산울림의「고도」는 세계의「고도」!

아비뇽 ․ 더블린 ․ 그단스크 ․ 도쿄 ...

세계에서 격찬 받은 빛나는 무대!!


1969년, 한국 초연에서 36년!

임영웅의 열여섯 번째 연출!

한국초연 이래 21번째의 공연!

산울림의「고도」는 한국 현대 연극의 역사를 새롭게 써가고 있습니다!!


  소극장 산울림의 개관20주년 기념공연의 첫 번째 작품!!

소극장 산울림은 1985년 3월 개관하여 올 해로 20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한국 연극의

소극장 역사에 기념비적인 이름으로 남을 2005년에, 극단 산울림은 소극장 산울림 개관

20주년 공연들을 기획하고 있으며 임영웅 연출의「고도를 기다리며」로 그 서막을 올립니다.


한국 현대 연극의 살아 있는 역사!!

「고도를 기다리며」를 처음 우리나라에 소개한 극단 산울림은

1969년에 이 작품과 함께 창립되었으며, 1985년 이 작품으로 전용극장 소극장 산울림의

문을 열었습니다.


  임영웅 연출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1969년부터 36년 간 두 세기에 걸쳐 정기공연 14회,

해외초청공연 5회 및 특별공연 등 20여 회나 무대에 올려졌으며,

1970년 ‘한국 연극영화 예술상’에서 대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각종 예술상을

14차례나 수상하였습니다.  


임영웅의 열여섯 번째 연출로 만들어지는 이번 공연은 깊이 있는 작품해석과

절정의 앙상블을 통해 역대 산울림「고도」의 결정판이라는 평가와 함께

벌써부터 연령층을 초월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평가받은 명 무대!


1989년 세계 최대 최고의 연극제인 불란서 아비뇽 연극제에 참가하였으며 그 성과로

1990년 원작자 베케트의 고향인 아일랜드의 수도에서 개최된 더블린 연극제에 초청되어

더블린 최대일간지 ‘THE IRISH TIMES’에 대서특필되면서 산울림의 「고도」가

불러일으킨 반응은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이어 1994년, 현대연극의 두 거장 그로토프스키와 칸토르를 낳은 폴란드의 무대에서,

1999년 동경과 2001년 제8회 베세토 연극제를 개최한 시즈오까에서 공연되면서

산울림의 「고도」는 한국 연극의 위상을 높여 왔습니다.

      
1. 공연 개요

▶ 일  시 : 2005년 3월 11일(금) ~2005년  5월 8일(일)

                    화․ 수․ 목․ 금 : 7시 30분

                    토․ 공휴일: 4시/ 7시 30분

                    일요일 :  3시  
  
                    (월요일 공연 없음)

▶ 장  소 : 소극장 산울림

▶ 요  금 : 일 반 30,000원 / 학생 15,000 원(만 60세 이상 경노우대 50%할인)

▶ 전화예약 및 문의 : 334-5915/5925 (FAX:323-0292)



▶ 원 작 / 사뮈엘 베케트
  
▶ 번 역 / 오 증 자

▶ 연 출 / 임 영 웅

▶ 출 연 / 에스트라공 : 박 용 수

            에스트라공 :  박 상 종  

            블라디미르 :  한 명 구

            포조       :  전 국 환

            럭키       :  정 재 진

            소년       :  박 규 남

          
▶ 미 술 / 박 동 우 ,  조 명 / 김 종 호

   의 상 / 이 규 태 ,  음악(작곡) / 이 건 용


  
2. 연출자의 말

- 고도는 아직 오지 않았다 -

임  영  웅

1969년 12월에 처음 연출한 「고도를 기다리며」를 36년 동안 연출해 오면서 제일 많이

받은 질문은 ꡐ고도는 무엇(누구)인가?ꡑ라는 것이었다.

그 때마다 나는 원작자 베케트가 미국 초연의 연출가 앨런 슈나이더에게 한 답변을 소개한다.

ꡒ내가 알고 있었다면 작품 속에서 그것을 밝혔을 것이다.

ꡓ근년에는 고도에 대한 물음보다는

ꡐ초연 때와는, 또는 전번 공연하고는 어떻게 달라졌는가?ꡑ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고도를 기다리며」 초연 때 프로그램 중 연출자의 말에 이런 구절이 있다.

「고도의 말을 전하는 소년처럼 나는 베케트의 말을 전하는 사람이다」

원작에 충실하겠다는 뜻이었다.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방황하는 인간을 발가벗겨서 무대 위에 올려놓고 구경(?)하는,

그래서 인간을, 산다는 것을 생각하게 하는 연극」,

이것이 「고도」에 대한 내 해석의 출발점이다.

이런 연출의 기본 입장은 공연을 거듭하면서도 변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도」무대는 세월과 함께 달라진다.

연출자의 인간관, 인생관, 세계관이 변화하면서 연극에 스며들고,

또 무대에 서서 연기하는 배우들도 36년 동안 여러 번 바뀌어 가기 때문이다.


1985년 네 번째 「고도」를 본 평론가 김문환 교수는 ꡒ초연 때

고도가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의 2중주 같은 무대였다면,

이번의 고도는 남성 4중주 같다.ꡓ는 소감을 말한 바 있다.

그 뒤 나는 교향악적 합주의 느낌을 주는 무대로 만들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거듭 연출을 해왔다.

그러나 베케트식 표현을 빌리자면 연출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무대의 변화를 찾아내는 것은

역시 관객의 몫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연극은 그것이 어떤 형태의 것이든 인간을 그리는 예술이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20세기에서 가장 탁월하게 인간의 여러 문제를 탐구한 희곡이다.

그래서 시대의 변화와는 상관없이 생명력을 갖고 여전히 나를,

우리를 긴장시키고 감동하게 만든다.

  고도는 아직 오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우리는 고도를 기다려야 한다.

여러 가지 어려움을 무릅쓰고 기다려야 한다.

고도가 반드시 오리라는 확신을 갖고서….


3. 작가 소개

  사뮈엘 베케트는 1906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출생했고 파리에 체류하면서

잠시 교편을 잡기도 하고 프랑스어로 작품 활동을 전개했다.

제2차 세계 대전 중엔 레지스탕스에 가담했는데 독일이 점령하지 않은 곳에

수년간 숨어 지내다 파리로 돌아온다.

이 때 베케트는 주요한 산문소설 「몰로이」(1951),「말론 죽다」(1951),

「이름붙이기 어려운 것」(1953)과 간행되지 않은 3막극「에뢰테리아」,

희곡「고도를 기다리며」등 많은 작품을 저술했다.

그러나 베케트가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한 것은 1953년 1월 파리에 있는

소극장 '테아트르 드 바빌론'에서 「고도를 기다리며」가 놀랄 만한 성공을 거두면서부터였다.


  「고도를 기다리며」를 본 당시 관객 대다수는 고도를 신(god)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베케트는 자기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친절을 베풀지 않았고 대신에 이렇게 충고했다.

  
  “이 작품에서 철학이나 사상을 찾을 생각은 아예 마시오.

보는 동안 즐겁게 웃으면 그만이오. 그러나 극장에서 실컷 웃고 난 뒤,

집에 돌아가서 심각하게 인생을 생각하는 것은 여러분의 자유입니다.”


  베케트는 「고도를 기다리며」외에도 「행복한 나날들」,「크라프의 마지막 테이프」,

「승부의 끝」등의 희곡을 잇따라 발표하면서 실존주의 시대의 부조리극을 이끈 공로로

1969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대중과 언론의 접촉을 기피했고, 노벨 문학상 시상식에도 불참했다.

1989년 일생의 반려자였던 아내 수잔이 7월17일 세상을 뜨자 실의에 잠겼던

베케트는 12월22일 그 뒤를 따랐다.





4. 배우 소개


▶ 에스트라공 역의 박용수

이미 1990년 더블린 연극제에서‘포조’역으로 격찬을 받았으며,

2002년과 2003년에 이어 세 번째로 ‘에스트라공’ 역을 맡은 박용수는

다양한 인물을 무대위에 창조하는 변신 능력뿐 아니라 인간미가 물씬 풍기는

연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연극의 진수를 맛보게 해주는 배우다.

「가시고기」에서는 아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는 아버지의 모습으로,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에서는 날카롭고 지적인 정신과

상담의의 모습으로, 이번 작품「고도를 기다리며」에서는 앙증맞고 귀엽지만

예민한 성격의 에스트라공 역을 자신만의 내면연기로 훌륭하게 소화해내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한씨 연대기」,「흉가에 볕들어라」,「교황청의 지하도」,「산소」,

뮤지컬 「레미제라블」등의 작품을 통해 정확한 화술, 맑은 음색, 유연성, 순발력까지

갖춘 배우로 평가받고 있다.


▶ 블라디미르 역의 한명구

1987년「부자유친」으로 서울연극제 신인 연기상, 1992년「백구야 껑충 날지 마라」,

1997년「돌아서서 떠나라」로 동아연극상 남자연기상을 두 차례나 수상하고

제1회 김동훈 연극상을 수상한 그의 이력은 무대위에서 보여주는 감동과 에너지가

얼마만한 깊이를 가진 것인지 증명해준다.

그것은 인물의 사소한 디테일뿐 아니라 소품, 의상, 무대의 세부적인 조건까지

면밀하게 준비하는 철저함, 매 연습에 임하는 진지한 자세와 집중력,

관객을 만났을 때 보여주는 배우 한명구의 신명나는 모습이 종합된 결과다.


관객들은 「흉가에 볕들어라」,「광해유감」,「피의 결혼」등의 작품을 통해

「고도를 기다리며」와는 일곱 번째 만나는 배우 한명구의 이러한 모습을 확인했을 것이다.

그가  형상화하는 ‘블라디미르’ 역할은 정말 기대해 볼만하다.
  



▶ 포조 역의 전국환

  2002년에 이어 2003년에도 ‘포조’역을 맡았던 배우 전국환은

이제 원숙한 경지에 이른 듯 하다. 오랫동안 국립극단 단원으로 활약하며

「말괄량이 길들이기」,「십이야」,「아큐정전」등 50여 편이 넘는 굵직한 작품에 출연해 온

베테랑 연기자 전국환은 1980년 백상예술대상 신인상과

1999년 연극협회 선정 `좋은 연극 만들기'에서 남자 연기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세 자매」,「불꽃의 여자 - 나혜석」,「쉬-쉬-쉬-잇」,「가시고기」를 거쳐

「카페 신파」에서 보여준 그의 색깔 있는 연기는 「고도를 기다리며」의

‘포조’역을 형상화하면서 정점에 이르고 있다.

그 만큼 ‘포조’라는 역할은 연기의 폭이 넓고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번 공연에서도 관객을 웃음과 당혹의 올가미로 옭아맬 그의 강한 카리스마를 기대해 본다.


▶ 럭 키 역의 정재진

  ‘럭키’역을 맡은 배우는 논리적인 연결을 찾기 힘든 7~8분의 대사를 외워야 하고,

목에 걸린 줄에 끌려 다니며 결코 가볍지 않은 가방과 바구니를 1시간 이상 들고 있어야한다.

이 역할을 1990년 더블린 연극제 때부터 맡아 열한 번째 해오고 있는 배우가 정재진이다.

이미 부조리극의 권위자 마틴 에슬린 박사로부터 ‘단조롭고 기계적으로 처리된 그의 대사는

외국무대에 비해 한층 더 효과적이었다’는 평을 받은 그의 연기는 매년 화제 거리가 되고 있다.

「관객모독」,「엘리펀트맨」,「기국서의 햄릿」,「불 좀 꺼주세요」,

「아름다운 거리」,「돼지와 오토바이」,「레퀴엠」,「세 자매」등의 작품 공연을 통해

가식 없는 연기와 진솔한 언어로 우리 시대 삶을 표현해온 개성파 연기자 정재진 만이

해낼 수 있는 역할이 아닐까?

이 시대의 배우가 가져야하는 미덕을 몸소 실현해온 배우 정재진의 모습을

직접 무대 위에서 확인하시라.



▶ 에스트라공 역의 박상종

극단 산울림과 「카페 신파」로 처음 인연을 맺은 배우 박상종은 실의에 빠진 작가겸

연출가의 역을 맡아 냉소적이지만 따뜻한 가슴의 인물을 창조해 내 호평 받았고,

최근 공연 「부부 사이의 범죄들」에서는 기억상실증에 걸려 자신의 존재에 대한

물음을 계속하다가 차츰 아내와 미스테리한 심리전을 벌이는 극 중 남편의 역할로

강렬한 카리스마 보여 주었다.

그가 이번에는 자신의 부드러운 미소와 풍부한 감성을 충분히 발휘 할 수 있는

‘에스트라공’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그의 다채로운 변신이 과연 이번에는 어떤 모습을 빚어낼지 관심을 모으고 있고

배우 한명구와의 새로운 앙상블 또한 화제가 되고 있다.


▶ 소 년      역의 박규남

‘소년’ 역할을 맡은 박규남군은 이미 극단 산울림의 공연 「가시고기」에서

정다움 역을 맡아 백혈병으로 죽어가는 아이의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무대에 그려내서

수 많은 관객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여린 외모와 조용한 성격과는 다르게 무대에서는

매서운 에너지를 뿜어내는 박규남군이 매일 연습에서 열의를 불태우고 있다.

평소 자신이 너무 좋아하던 작품의 극중인물이 되어 무대에 오른 다는 사실 때문이다.

뜨거운 여름날의 한 줄기 미풍과도 같은 ‘소년’의 등장을 지켜보시라.


5. 작품해설

20세기가 남긴 현대연극의 고전

―부조리극의 효시―

  1953년 S.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가 파리의 소극장 바빌론에서 초연된 것은

현대연극사에 중요한 사건이다. 이제까지의 전통주의 연극에 길들여져 있던 관객들은

이 황당한 연극무대에 아연했던 것이다. 그 의아함은 지금도 계속된다고 볼 수 있다.

  「고도를 기다리며」의 미국 초연 때, 연출자 알랭 슈나이더가 베케트에게 고도가 누구이며

무엇을 의미하느냐고 물었더니 베케트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내가 그걸 알았더라면 작품 속에 썼을 것이다”하고 ―.

  1953년 1월 바빌론 소극장의 초연이래 20여 개 국어로 번역되어 무수히 무대에 올려지면서

관객들 사이에 그 물음은 끊이지 않았고, 그 해답 역시 물음만큼이나 많이 쏟아져 나왔다.

고도는 신이다, 자유다, 꿈이다….

  그러나 세월이 아무리 흘러가도 고도는 우리 앞에 나타나지 않는다.

그는 영원히 미지의 인물로서 존재한다.

또한 무대에는 그 부재(不在)의 현존(現存)을 입증하는 줄거리조차 없다.

거기에는 그들의 말대로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고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길가에 누군지도

모르고 언제 올지도 모를 고도를 기다리는 기다림의 상황만이 존재한다.

  지루함과 초조와 낭패감을 극복하기 위해 끝없이 지껄이는 그들이 광대놀음과 그들 앞을

스쳐 지나가는 또 다른 미지의 두 사람, 막이 끝날 때마다 나타나서 고도의 전갈을 알리는 소년.

따라서 그들의 존재 의미를 찾아내려고 하는 관객들에게는 놀라움과 곤혹만이 따를 뿐이다.

  그 기다림의 집요한 추적, 끝내 실현되지 않는 것의 추구, 지리멸렬의 방황 속에서 질서를

잃은 의식의 편린은 세계의 혼돈과 삶의 부조리를 반사하고 있다.

한마디로 그것은 합리적인 구성과 논리의 전개가 일체 무시된 채 논리와 설명을 뛰어넘어

투사되는 하나의 세계, 이른바 부조리(不條理)의 현상 그 자체이다.

  이 낯선 무대, 연결 없는 대사로 엮어진 기다림의 상황을 그린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는

20세기 초반부터 움직이기 시작한 새로운 연극에 극적인 전환점을 가져왔으며,

그래서 비평가들은 이 연극을 부조리극(不條理劇) 또는 반연극(反演劇)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고도를 기다리며」가 난해한 부조리극으로 관객에게 외면만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1957년, 등장인물 속에 여성이 없다는 이유 때문에 샌프란시스코 액터즈 워크숍 극단이

샌퀜틴 형무소에서 공연했을 때 1천 400명의 죄수들의 반응은 뜻밖에도 적극적이고

열광적이었다고 한다. 그들은 ‘고도’를 ‘바깥세상이다!’ ‘빵이다!’ ‘자유다!’라고

외치며 이 작품의 철학적 명제를 발견하려는 노력없이 그들 나름대로 직감적인 이해와

감동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1969년 베케트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해 겨울,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이 작품이 상연되었을 때에도 우리나라 관객들은 새로운 충격에 열광했다.

  이제 「고도를 기다리며」는 현대의 고전으로 셰익스피어의 햄릿만큼이나 세계 여러 나라에서

공연되고 있다. 그것은 구원과 희망을 잃을 수 없는 인간의 영원한 물음과 기다림이

그 속에 있기 때문이다.


6. 줄거리

― 웃음 속에 드러나는 인간의  나상(裸像) ―

무대는 시골길.

  앙상한 나무가 한 그루 서있을 뿐 아무것도 없다. 이 나무 아래서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라는 두 떠돌이 사나이가 실없는 수작과 부질없는 행위를 하면서

‘고도’라는 인물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거기에 포조와 럭키라는 기이한

두 사나이가 나타나서 한데 어울리다가 사라진다.

잠시 후 한 소년이 나타나서 “고도씨가 오늘밤에는 못 오고 내일은 꼭 온다”는 말을 전하고

가 버린다.

  제2막은 그 다음날이지만 제1막과 거의 같은 패턴으로 되풀이되고, 마지막에 또 소년이

나타나서 같은 말을 전한다. 다른 점은 포조가 장님이 됐고 럭키가 벙어리가 된 점

결국 ‘고도’는 오지 않는다. 이들이 기다리는 ‘고도’란 무엇인가.

신(神)인가 죽음인가 행복인가. ‘고도’는 그 무엇도 아니면서 동시에 모든 것일 수도 있다.

  시간과 공간이 단절된 상황 속에서 이 연극은 언제나 시작되고 끝나면서

또 어디서나 생길 수 있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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