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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 유치환

추동 | 기사입력 2020/10/17 [08:09]

행복 - 유치환

추동 | 입력 : 2020/10/17 [08:09]

▲ 행복, 유치환  © 문화예술의전당

 

 

행복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훤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 더 의지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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