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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란 개인전 ‘영원을 외치며 사라지는 것들을 사랑합니다.’, 갤러리 도스

이혜경 기자 | 기사입력 2024/10/03 [20:18]

보란 개인전 ‘영원을 외치며 사라지는 것들을 사랑합니다.’, 갤러리 도스

이혜경 기자 | 입력 : 2024/10/03 [20:18]

 

 

1. 전시개요 

 

■ 전 시 명: 갤러리 도스 기획 보란 ‘영원을 외치며 사라지는 것들을 사랑합니다.’

 

■ 전시장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7길 37 갤러리 도스 제1전시관(B1) ,Tel. 02-737-4678 

 

■ 전시기간: 2024. 10. 09 (수) ~ 2024. 10. 15 (화) 

 

▲ 보란, 사랑은 소멸중, Oil on canvas, 53.0×40.9cm, 2024     ©문화예술의전당

 

2. 전시서문

 

영원의 재해석

 

   최서원 /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목숨이 붙어있는 생명이라면 생의 종착지에서 자유로울 존재는 없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삶이 시작되고 때가 되면 그 여정은 결국 끝을 맺는다.

 

인간은 이러한 절대적 정의가 결코 변하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영원을 염원하며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기적을 갈망하곤 한다.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유한한 현실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은 그중 가장 빈번한 착각을 일으킨다. 사랑, 증오, 믿음, 그리움 등의 마음은 언젠가 움직이기 마련이며 늘 변화한다.

 

보란 작가는 변하지 않고 시공간을 초월하는 영원에 대해 느껴왔던 본인의 서사를 예술로 구현한다. 삶을 살아가며 감정 또한 소모품과 같이 불변의 법칙을 따르지 않는 점을 깨달은 후에도 여전히 영원을 원하는 모순적이고 멈출 수 없는 심리를 경험에서 기인한 주체적 세계관으로 표현한다.

 

작가는 관람자로 하여금 터무니없는 이야기로 들릴지언정 누구나 마음 한구석 사랑하는 존재를 반드시 지키고 싶고 오래도록 가까이하고 싶은 간절함이 있기에 계속해서 영원을 바라고 기대하는 것은 아닐지 돌아보게 한다.

 

 

 생이라는 한정된 흐름에서 앞을 예견하여 운을 점치기란 불가능하다. 운은 때때로 우리를 벼랑 끝에 내모는가 하면 길한 방향으로 인도하기도 한다. 행운과 불운은 모두 사람이 개입할 수 없는 운수이지만 작가는 불운을 앞서 언급한 감정과 죽음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더욱 자극적이고 강렬한 것이라고 본다.

 

부정적인 기운을 느낄 때 민감해지는 감각은 예술적 재료를 거쳐 점차 확장하고 부풀어 오른다. 고통을 수반하는 힘겨운 심리는 창작의 대상으로 전환되고 관람자가 한눈에 해석할 수 있는 구상의 형태로 나타난다. ‘내가 나로 태어나서 2’ 작품은 작가가 고민한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작업 중 하나이다.

 

수차례 불운을 겪을 때마다 나는 왜 나인지, 내 영혼이 왜 나의 육신으로 비롯되었는지 회의하지만 그럼에도 운명이 주어져 지금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점에 소중함을 느끼는, 후회와 감사에 대한 교차 지점을 유리잔 안의 태아로 제시한다.

 

태아를 감싸는 거대한 잔과 잔 속의 눈은 언제까지나 아이를 지켜줄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보호막도 결국 안전성을 잃고 끝내 소멸할 것을 암시하는 듯하다. 작가는 그림 속 소재로 사랑하는 것들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소망과 존재의 한정적 현상을 받아들이면서도 스쳐 지나가는 순간이 찬란하게 빛나기를 희망하는 심리를 투영한다.

 

무한함을 추구하면서 부딪히는 심적 부담감을 헤치고 불굴의 의지와 정신력으로 끊임없이 그 가치와 무게를 지향한다. 그렇게 아직 미지의 세계로 남아있던 자신조차 미처 알지 못한 자아를 발견하고 본인을 이해하는 데 한 걸음 더 가까워진다.

 

 

 삶에서 특정한 대상 또는 시간이 끝없이 이어지기 원하는 꿈은 달콤하지만 잔인한 양날의 검이다. 우리 모두는 영원이 주는 메시지의 유혹에 넘어가 속고 또 속게 될 테지만 그럼에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살아가는 순수한 존재일지 모른다.

 

어쩌면 현실성이 없기에 영원이라는 단어가 더 빛나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 보게 된다. 객관성을 초월한 이상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하염없이 자유롭게 한다.

 

작품에는 작가가 개인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시간의 한계에 두려움과 아쉬움을 느끼는 본질적 감정을 순순히 인정하는 자세가 묻어난다.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인 것을 알면서도 외면할 수 없는 무언가를 아끼고 애지중지하는 마음을 캔버스 구석구석 첨예하게 묘사된 부분과 전체로 아울러 느낄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가 뜻하는 영원의 철학적 고찰과 작품이 인도하는 모순적이고도 아름다운 욕망의 세계를 되뇌어 보기 바란다. 

 

 

3. 작가 노트 

 

영원을 외치며 사라지는 것들을 사랑합니다.

 

 

사라지는 것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영원하지 않은 것들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영원을 외치며 사라지는 것들을 사랑합니다.

 

 

 ‘영원’이라는 단어를 좋아합니다. 어릴 적에는 영원이라는 단어가 실존하는 줄 알았던 저는, 시간이 지나며 ‘영원’이란 실존하지 않고, 모순적인 개념임을 깨달았습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는데, 어떻게 영원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졌는지까지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여전히 영원을 믿고 싶지만, 사람도 생물도 죽고, 인간의 어떠한 감정 또한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압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소모품처럼 언젠가 사라지길 마련입니다. 우리의 어딘가를 향한 사랑조차도 영원할 수는 없습니다. 

 

 제 주변을 떠나가는, 사라지는 것을 사랑하지 않고, 영원하지 않은 것들 또한 사랑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영원을 외치며 사라지는 것들을 사랑합니다.’ 영원을 믿고 싶어하는 것들을 사랑합니다.

 

4. 작가 약력 

 

보란 │ BORAEUN

 

E-mail. SOPHIA020306@gmail.com

 

Instagram. @art_boraeun

 

 

2024 이화여자대학교 도자예술전공 학사 재학

 

2020 서울예술고등학교 서양화과 졸업

 

2017 예원학교 미술과 졸업

 

 

개인전

 

2024 영원을 외치며 사라지는 것들을 사랑합니다., 갤러리 도스, 서울

 

2022 깊어지자, 가라앉자

 

2015 KASF 2015

 

 

그룹전

 

2024 모든 아이들은 예술가다 part 2, 갤러리 사이

 

2024 조형아트페어, 코엑스

 

2023 봄양기획전, 유갤러리

 

▲ 보란,01010101, Oil on canvas, 190×300cm, 2024  © 문화예술의전당

 

▲ 보란, 사랑은 소멸중, Oil on canvas, 53.0×40.9cm, 2024  © 문화예술의전당

 

▲ 보란, 영원을 다루는 법, Oil on canvas, 193.9×130.3cm, 2024  © 문화예술의전당

 

▲ 보란, 영원을 외치며 사라지는 것들을 사랑합니다, Oil on canvas, 116.8×72.7cm, 2024  © 문화예술의전당

 

▲ 보란, 영원의 무게, Oil on canvas, 130×30cm, 2024  © 문화예술의전당

 

▲ 보란, 자책, Oil on canvas, 53.0×40.9cm, 2024  © 문화예술의전당

 

▲ 보란 개인전 ‘영원을 외치며 사라지는 것들을 사랑합니다.’, 갤러리 도스  © 문화예술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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