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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출판사, 일본 근대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 ‘인간 실격’ 세계문학선으로 출간

김미숙 기자 | 기사입력 2022/10/06 [07:37]

문예출판사, 일본 근대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 ‘인간 실격’ 세계문학선으로 출간

김미숙 기자 | 입력 : 2022/10/06 [07:37]

문예출판사가 일본 근대 문학을 대표하는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을 문예세계문학선으로 출간했다.

 

저명한 문예평론가이자 다자이 오사무 연구의 권위자인 오쿠노 다케오의 작품 해설과 전문 번역가 오유리의 매끄럽고 정확한 번역이 작품의 이해를 돕는다.

 

‘인간 실격’은 출간 후 7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꾸준히 읽히며 회자되는 다자이 오사무의 유작이다. 1948년 잡지 텐보展望에 3부작으로 연재가 됐고, 다자이는 연재가 끝난 지 한 달 후 다마강 상류에 몸을 던져 사망했다. 방황과 혼란 속에 파멸의 수렁으로 점차 빠져들어 가는 주인공 요조처럼 ‘자기 부정’과 ‘자기 파괴’를 시도한 것이다. 이 때문에 작가의 실제 삶과 작품을 일치해 인공의 극치를 구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 다자이 오사무 대표작 ‘인간 실격’이 문예세계문학선으로 출간됐다  © 문화예술의전당


인간 실격은 지금까지 천만 부 이상 판매된 명실상부한 베스트셀러다. 그럼에도 다자이 연구의 권위자 오쿠노 다케오는 우리가 “아직 인간 실격의 매력을 모른다”고 말한다. 수수께끼 같은 작가의 생은 그의 문학을 더욱 신비스럽게 만들었고, 작품과 작가의 실제 삶의 유사성이 독자들을 더 열광케 했다. 그렇다 보니, 정작 작가와 작품의 문학성에 대한 논의와 평가는 상대적으로 덜 이루어진 면이 있다. 그러나 구성과 표현, 문학성 면에서도 인간 실격을 비롯한 다자이 문학을 살펴볼 여지가 많다.

 

약 20년 만에 인간 실격을 다시 번역한 오유리 번역가는 독자에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초장문(마침표 없이 대여섯 문장이 이어짐)에는 인물이 처한 혼란스럽고 불안한 상황, 관계에 대한 몰이해를 간접적으로 강조하려는 작가 의도가 담겨 있다고 설명한다. 또 문장 장단을 기막히게 구사하며 독자들의 숨통을 조였다 풀었다 하는 작가의 전략은 독자가 작품과 인물의 정서에 완전히 몰입하게 하는 천재적인 표현법이라며 이 소설의 탁월함을 높이 평가한다.

 

작가는 일인칭 화자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담긴 ‘수기’ 형식을 빌려 인간과 세계에 대한 주인공의 사무치는 소외감과 고독, 두려움, 절망까지 적나라하게 해부한다. 또한 사랑과 진정성, 우정과 신뢰, 자유에 대한 작가의 갈망을 극한까지 끌어올려 소설 속 인물에 투사해 선연히 펼쳐 보인다. 작가의 이러한 문학적 의도와 노력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읽는다면 ‘인간 실격’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 실격이 발표된 지 7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간 사회 상황과 우리의 일상생활 양식, 미디어 환경, 독자들의 감수성도 놀라울 만큼 많이 변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 세계 수많은 독자에게 공감을 일으키고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상 범주에서 벗어난 삶은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방황하는 개인, 여린 감수성으로 인간의 실존과 관계를 성찰하고, 폭력적인 현실에 좌절하는 청년의 모습은 비단 이 소설 속 특수한 상황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인간 실격은 지금까지도 수많은 독자와 공명하며, 여전히 깊은 울림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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