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연옥 작 '손님들' 인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 공연, 프로젝트 내친김에,차범석 연극상,동아연극상, 올해의 연극 베스트 3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모든 사람들을 존중한다는데 있다
쉬고 있는 일요일 아침,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 보도자료 하나가 들어온다. 띵똥. 유 갓 어 메일. 읽어보니 고연옥 작가의 ‘손님들’이란 작품이다. 내용을 읽어보니 또 기가 차다. ‘아들이 부모를 살해한다’는 천인공노할 내용이다. “뜨악~” 했다가 금방 생각이 바뀐다. “왜 살해했을까? 자신이 벼랑 끝으로 몰린다는 것”과 “이 세상 모든 사랑하는 것과의 작별일텐데” ... ‘무슨 이유에서 자신을 낳고 길러주신 부모님을 살해하게 되었을까?“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혹은 우리가 모르는 어떤 다른 것‘ "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모든 사람들을 존중한다는데 있다"
1. 고연옥 작가 고연옥 작가는 사건을 전담하는 기자출신이다. 그래서 남들이 다 하는 연애, 사랑이야기에는 관심이 없다고 했다. 그럼 무엇에 관심이 있었을까? 고연옥 작가의 말을 들어보자.
고연옥 작가의 -희곡적 글쓰기-. 20대 시절에 줄곧 기자생활을 했는데, 주로 취재를 했던 것이 거대권력과 개인사에서 빚어지는 문제였지요.예를 들어 조작 간첩사건, 군 의문사 문제, 국가 기관의 비리, 그린벨트 등과 같은 문제들을 쫓아다니며 권력 앞에 무너지는 인간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취재원들을 만나고 취재를 하다 보면 언제나 느끼는 건데요. 우리 소시민들은 지금 서 있는 곳에서 단 한 걸음만 더 가면 벽에 부딪혔습니다. 그게 바로 권력이라는 것이겠죠.권력을 잡고 있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인간들인데,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것은 기득권, 자본, 그런 권력…그런 것들이 철옹성처럼 둘러싸고 있어요.
그런데 안전망 하나 없는 우리 같은 약자들은 그들과의 싸움에서 절대 이길 수가 없습니다. 권력이라는 것은 아무리 큰 죄를 지어도 양심에 거리낌조차 없는데,약자들은 조금만 발을 잘못 디디면 삶이 완전히 파괴되고,범죄자가 되기도 하는 게 지금 세상의 구조적 모순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사람에게 잘못이 있다기 보다는 어제는 그가 되고,오늘은 내가 될 수 있는 수많은 위험들이 도처에 있는 것입니다. 그런 사건들을 많이 경험하다 보니, 사랑이야기나 가족 간의 이야기는 도무지 관심이 가지 않았습니다.
사건, 사고 전문작가(?)의 길로 가게 된 것이죠.제가 그런 사건들에 더욱 매력을 느끼는 것은 새롭게 일어나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어떤 사건들은 주기적으로 매우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예를 들어, 영아 유기, 근친살해, 치정살해, 연쇄살인 등등 , 매우 잔혹하고 끔찍한 사건들은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제 충격을 덜 받는 이유도 그래서 일겁니다.
저는 그 사건들이 계속 일어나는 이유는 인간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어떤 본성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요. 그리고 그 사건들의 면면이 신화 속 이야기와 닮은꼴이라는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신화’라고 하면 영원불멸의 신들의 이야기라고 말하지만,저는 신화란 인간 본성의 어떤 부분이 극대화된 존재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스 신화만 해도 그렇지요. 자식 죽이고, 아버지 죽이고, 근친상간은 너무 흔한 이야기지요. 질투심 때문에 인간을 죽이고, 전쟁을 일으키고, 어찌 보면 신들의 막장 드라마입니다.
그리스에 남아있는 신전들은 단순히 신들을 존경하는 의미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우리의 본성을 잘 알고 살아가라는 의미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것 아닐까요. 그런 면에서 볼 때 잘 알려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엘렉트라 콤플렉스 등등은 인간의 본성 속에 어머니와 성교하고 싶은 아들, 어머니를 경쟁자로 의식하는 딸의 본성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하여 우리의 죄의식을 가볍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리하면 신화는 그들의 얘기 같지만 우리 본성의 이야기라는 것이죠. 신화학자 조셉 캠벨Joseph Campbell은 “뉴욕 거리의 신호등 앞에는 현대판 오이디푸스가 서 있고, 그 맞은편에는 <미녀와 야수 속편>이 방영되고 있다.”라고 얘기합니다. 즉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인간의 본성은 계속 되고 있다는 것이죠. 동, 서양을 막론하고 잘 알려진 신화뿐 아니라, 옛 이야기, 전설, 설화 이런 것들 역시 다소 허무맹랑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인간 본성에 대해 말하는 교과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중략) 많은 연극들이 사회적 사건을 소재로 다루고 시대성을 담는 것이 굉장히 반갑습니다. 그런데, 사건을 재현 차원에서 작가의 해석 없이 그대로 보여주는 작품들을 보면 아쉽기도 합니다. 단순한 소재주의 극으로 머무를 때, 그 이야기는 더욱 허망합니다. 그런 이야기를 다룰 때는 더욱 치열하고 집요한 고민이 앞서고, 또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인간이란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습니다. 아무리 나이가 어린 사람이라 할지라도, 혹은 배움이 짧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밑바닥 인생이라 해도, 인생의 깊이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만약 인간을 단순하게 표현하고, 드라마에만 치중하다 보면 결국은 인물의 행동에 동의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맙니다. 단순하고 표피적으로 인간을 그리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입니다. 희곡을 쓸 때 가장 좋은 도구는 바로 ‘나 자신’입니다.평범한 인간이자, 일정한 크기의 시간을 지니고 있는 나, 그리고 수많은 공간을 거쳐 온 한 인생으로서의 나를 매 순간 이용해야 합니다. 희곡을 쓰시는 여러분들이 드라마를 극적으로 만들어 가기에 앞서서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어떤 행동, 어떤 말을 할 것인가를 항상 되물으며 쓰시면 어떨까 합니다. 예를 들어, 살인사건을 소재로 하는 작품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살인의 이유가 다소 단순하게 그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학대의 경험, 혹은 원한, 치정 등등의 이유로 살인을 저지른다는 건데, 그렇다면 그 사건을 보도하는 신문기사와 다르지 않습니다.
과연 인간이 그럴까? 나라면 그럴까?
제가 인간에 대해 너무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건지 모르지만, 아무리 싸이코패스, 연쇄살인범이라도 아무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는 괴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느 한쪽만의 일방적 원인 또한 있을 수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절대적 악자도 절대적 선인도 없는 것입니다. 어떤 인물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를 집요하게 찾아가는 것이 바로 인간에 대해 공부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하생략)
2. 인천문화예술회관 소극장에서 만나는 고연옥 작 ‘손님들’
스테이지 149 - 연극선집Ⅱ
연극 <손님들>
차범석 희곡상, 동아연극상, 올해의 연극 베스트3을 휩쓴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소년의 이야기 <손님들> "차라리 당신들이 손님들이었다면 보내버리면 될 텐데."
차범석 희곡상, 동아연극상, 올해의 연극 베스트3 등 내로라하는 주요 연극 상을 휩쓸며 평단의 주목을 받았던 ‘프로젝트 내친김에’의 연극 <손님들>이 인천 무대에 오른다.
연극 <손님들>은 무력감과 분노로 가득한 부모와 그 슬하에서 학대받는 아이의 불행한 초상을 그리고 있다. 세상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 부모를 위해 소년은 자신의 유일한 친구들이자 위안의 존재인 손님들을 집으로 초대한다. 그들과 잘 소통할 수 있다면 부모와도 관계를 회복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갖고 정성껏 대접한다. 버려진 길고양이, 초등학교 앞의 동상, 무너진 무덤의 주인 등 일반적이지 않은 손님들은 마음을 붙이지 못하고 외톨이로 사는 소년의 삶을 대변한다. 하지만 소년을 무시하는 부모는 손님들 역시 무시하고, 무너져버린 아이의 서툰 화해의 손짓은 비극적 결말을 불러온다.
실제 살인사건을 모티프로 한 ‘손님들’은 한 가족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자신의 욕망을 자식들에게 투사하였다가 실패를 경험한 한국 기성세대에 대한 은유를 담고 있다. 연극은 지탄받아 마땅한 주인공의 행동을 심판하는 대신 소년의 고통스러운 현실과 외로움에 집중한다. 자신의 인격을 희생하면서까지 지켜내고 싶었던 ‘가족’이 악연의 굴레가 되어버리는 상황을 통해 작품은 인간 존재의 본질과 관계의 의미에 대해 조명한다.
이번 작품은 ‘처의 감각’, ‘칼집 속의 아버지’ 등 인간 내면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극작가 고연옥의 희곡을 젊은 연출가 김정의 신선하고 재기발랄한 시선으로 풀어낸다. 특유의 익살스러운 연출과 한 편의 부조리극을 보는 듯한 과장된 장면들로 인간을 보는 따뜻한 시선을 잘 그려내었다. 소년 역의 김하람 비롯해 미성숙한 부모 역의 임영준, 이진경 등이 호흡을 맞춘다.
이미 부서져 버린 소년이 ‘행복’을 되찾기 위해 죽음 위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통해 새로 태어난 ‘행복’이란 단어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문의) 032-420-2735
‘인간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기 자신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극은 소년이 부모를 죽이고 난 후, 여전히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시간을 배경으로 한다.
소년은 부모가 세상과 불화하며 고립되어 살아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고, 길에서 만난 손님들을 집으로 초대한다. 그들을 정성껏 대접하며 잘 지낼 수 있다면, 소년도 부모와 화해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것이다. 소년의 유일한 친구이자 위안의 존재인 그들은 버려진 길고양이, 초등학교 앞의 동상, 무너진 무덤의 주인이다. 부서진 삶을 살아온 소년에게 그들은 길 위에서 만난 신(神)과 같은 존재들이다.
소년은 자신이 버텨온 고통의 시간을 견디게 해준 그들의 모습을 통해 부모가 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부모를 죽이기까지 소년은 실패한 관계를 복원할 수 있는 방법들을 수없이 고민했을 것이다. 그리고 범행 후에도 여전히 집안에 존재하는 부모와 화해할 수 있는 길을 찾았을 것이다. 즉.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삶을 꿈꾸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을 때, 소년은 오늘도 다시 부모를 죽인다. 내일은 꼭 성공할 것이라고 다짐하면서.
병든 사회가 병든 아이를 만들어 낸다. 차가운 사회 속에서 소외된 인간이 소통이 불가능한 가정을 만들고 그 안에서 책임지지 못할 생명을 낳는다. 생명을 귀하게 다룰 줄 모르는 미성숙한 어른은 생명을 다시 시궁창으로 처박는다.
“아이를 사랑하고 귀여워하며 더 없이 소중한 존재로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부모가 아니면 아이는 생명에 대한 존엄이나 타인에 대한 애정의 싹을 키울 수 없다. 아이는 사랑 받음으로써 비로소 사랑하기를 배운다. 반대로 어렸을 때 자신의 가장 소중한 대상인 부모나 양육자로부터 학대받거나 공격당하면, 아이는 사랑하는 대신 분노하고 증오하는 것을, 타인을 배려하는 대신 공격하는 것을, 약자의 입장이 되어 동정하고 공감하는 대신 자기보다 약한 자를 지배하고 착취하는 것을 배운다.” - <청소년 비행과 범죄 연구> 이성식 저
어른이 되지 못한 어른들이 아이를 만든다. 그렇게 온전치 못한 사랑 속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사랑이 무언지 모른 채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다.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인간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의무로 인해 부모의 지위를 얻게 되고, 그 결과로 아이가 태어난다. 사랑하는 법을 알지 못하는 부모는 자신이 경험한 유년의 체험을 그대로 아이에게 돌려준다. 아이는 한 인간으로서 존재하는 방법을 알지 못하고, 집 안에서도 집 밖에서도 고립 된 채 점점 더 외로워져 간다. 아이는 결국 두 가지 양립할 수 없는 선택에 의해 고립된다.
이 지옥 같은 집안에서 갇혀 살아야 한다는 것. 막상 바깥세상에서 살아갈 자신이 없다는 것. 자신을 멸시하는 부모라는 존재로부터 벗어나고자 하지만 집을 박차고 세상 속으로 뛰쳐나갈 힘조차 기르지 못한 아이는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만다.
이 이야기의 모티브가 된 일련의 사건들은 우리 사회와 현대 문명의 치부를 한꺼번에 터뜨린 사건이었다. 이 사건을 한 청년의 용서할 수 없는 패륜, 반사회적 행동, 비뚤어진 성격으로 귀인하고 이 사건을 서둘러 망각하려 한다면 우리는 큰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다. 섬뜩한 이야기지만 이러한 사건은 앞으로 계속 발생 할 수도 있다.
이것은 개인적인 사건임과 동시에 사회적인 사건이다. 매일 반복해서 부모와의 관계, 세상과의 관계를 회복하고자 아이는 애쓴다. 친구도, 자신을 도와줄 어른도 아닌 길고양이, 조각상, 무덤의 주인을 손님으로 데려와 서툰 화해, 필사적인 이해를 해보려 하지만 무너진 관계를 다시 일으켜 세울 힘이 아이에겐 없다. 어쩌면 부모를 살해하는 잔혹한 행위는 아이의 머릿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필사적 거부의 몸부림 일지도 모른다. 이 것은 아이의 소박하지만 너무나도 절박했던 목마름에 대한 이야기이다.
극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소년이 희망했던 모습이자 고독한 소년이 그려낸 그림자일 뿐이다. 고독한 한 인간을 구원하는 것은 객석에 앉아있는 또 다른 한 인간의 따뜻한 시선에서부터 출발한다. 사람이 사람을 바라보는 것, 인간이 인간을 들여다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에 대한 질문을 관객과 함께 하고 싶다.
[프로젝트 내친김에]는 2014년 결성된 젊은 연극인 집단입니다.
[프로젝트 내친김에]는 지금, 우리의 이야기를 하고자 모인 배우, 연출, 작가, 스텝들로 구성되어있습니다.
[프로젝트 내친김에]는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무대언어를 찾고자 합니다.
[프로젝트 내친김에]는 진실하고 집요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보고 싶은 모든 작업자들과 함께 합니다.
[프로젝트 내친김에]는 연극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강렬한 체험의 순간을 찾아내고자 합니다.
단체 연혁 2016. 7 <광장의 왕> 연우소극장 – 권리장전 검열각하 2016. 3 <꿈> 예술공간 오르다 – 화학작용2 2015. 9 <이 아이> 대학로예술극장 씨어터까페 – 팝업씨어터 2014. 2 <유령> 예술공간 서울
[권종민 기자] lullu@lullu.net <저작권자 ⓒ 문화예술의전당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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