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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뭐 선생님도 바라시던 일 아네요? , 0.917

추동 | 기사입력 2019/03/25 [19:06]

사실 뭐 선생님도 바라시던 일 아네요? , 0.917

추동 | 입력 : 2019/03/25 [19:06]

▲     © 박시연, 얼리 브랜드 ‘엠주(MZUU)’의 2019 SS 컬렉션 'FLOW'의 일부 화보,문화예술의전당

 

▲     © 박시연, 얼리 브랜드 ‘엠주(MZUU)’의 2019 SS 컬렉션 'FLOW'의 일부 화보, 문화예술의전당

 

▲     © 박시연, 얼리 브랜드 ‘엠주(MZUU)’의 2019 SS 컬렉션 'FLOW'의 일부 화보, 문화예술의전당

 

▲     © 박시연, 얼리 브랜드 ‘엠주(MZUU)’의 2019 SS 컬렉션 'FLOW'의 일부 화보, 문화예술의전당

 

이현화 희곡의 ‘0.917’

 

지문

습기찬 바람이 들이쳐진다.

비켜서는 남자.

따라서 그 앞에 드러나는 소녀.

물론 키가 작을 수밖에.

일곱 살쯤 되었을까?

 

대사

소녀 ...... (새물새물 웃는다)

남자 ...... ?

소녀 들어오라고 말씀하셔도 돼요.

남자 ...... ?

소녀 물론 그러실 테죠? (낯설지 않게 들어와 거울 앞에 선다)

남자 ...... 너 누구지?

소녀 (거울을 통해 남자를 보며) 옷 좀 벗겨 주시겠어요?

남자 ...... 너 뉘집 애냐?

소녀 비에 흠뻑 젖었지 뭐에요.

남자 ...... 너희 집은 어딘데 이렇게 늦었냐?

소녀 인정머리도 없으셔라. 할 수 없군, 안 벗겨 주시면 그냥 말릴 수 밖에.(익숙하게 캐비닛 쪽으로 가 열고 수건을 꺼내 머리를 턴다)

남자 애, , 주인 허락도 안 받고 함부로 꺼내면 어떡하니?

소녀 제가 가련하게 느껴지지도 않으세요? 이렇게 흠뻑 젖었는데.

남자 그래, 그래, 그러니 어서 엄마한테 돌아가야지. 옷도 갈아입고, 목욕도 시켜달래요. 감기 들면 큰일나요.

 

소녀 여기도 목욕탕이 있잖아요?

남자 뭐?

소녀 옷이야 뭐 선생님 파자마 좀 빌려 입고 말리면 될 테고.

남자 내 파자마?

소녀 냄샌 안 나겠죠?

남자 .... 너 몇 살이냐?

소녀 숙녀 나일 묻는 건 실레란 걸 잘 아시면서.

남자 뭐 숙녀?

소녀 허지만 어차피 오늘 하룻밤 신세를 져야 할 테니 용서해드리죠.

남자 오늘 하룻밤....., 신세......?

소녀 사실 뭐 선생님도 바라시던 일 아네요?

남자......(뽠히 바라본다)

소녀 남자가 혼자 숙직이란 걸 할 때면 으레 한 번쯤 여자 생각을 하게 마련 아네요?

남자 너, 정말 어린애냐?

소녀 어른같은 어린애란 말씀이죠?

남자 아니, 애같은 어른이다.

소녀 당신같단 말씀이군요.

남자 뭐? 당신?

소녀 마실 것 좀 주세요.

남자 너 학굔 다니냐?

소녀 일곱 살이면 학교 다니기에 충분하잖아요?

남자 7년 전에 대학 졸업했대도 충분히 믿겠다.

 

손가락이 아파서 중략

 

한국 최고의 극작가 이현화가 쓴 0.917 중 일부 내용이다.

감각적인 프랑스풍 영화로 만들어졌으면 반응이 어떻게 나왔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채윤일 연출로 연극무대로 공연되어졌을 땐 무척 반응이 잔혹하게 나왔다고 채윤일 선생님에게 직접 들었었다. 들었을 당시에는 극작가 이현화 작품이 갖는 마그리트 같은 난해함으로 한국관객들에게는 받아들여지기 무척 어렵겠다는 생각을 해서 반응이 잔혹하게 나왔어하실 때 특별한 반론이 없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감각적인 프랑스풍 영화로 만들어졌으면 한국관객들에게 또 어떤 반응으로 다가 올련지..’궁금해진다.

 

한국 최고의 극작가 이현화 희곡집, 시나리오 전집을 오늘 읽어보세요.

 

그럼 룰루와 산보가야 해서 저는 이만 총총.

2019,03,25

 

 

▲  이현화 희곡·시나리오 전집   © 문화예술의전당



이현화 희곡·시나리오 전집 (5) 

서연호, 임준서 공편 /

8,000/

연극과인간 /

신국판 /

2007215일 발행

1252/ 2248/ 3316/ 4344/ 5280 

* 책 소개  

희곡은 단순히 공연의 대본이기에 앞서 고도의 언어공학을 바탕으로 한 문학작품이어야 한다. 문학성이 담보된 작품이어야만 공연의 성공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너무도 상식적인 사실을 우리 공연계는 그간 망각 내지는 외면해온 것은 아닌가. 이현화의 희곡은 이 자명한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다. 그의 작품은 문학성이 뛰어나면서도 동시에 대중의 큰 호응 속에 성공적으로 공연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극작가들과 공연 관계자들에게 이 전집의 필독을 권하고 싶다.  

* 목차  

1  

요한을 찾습니다

라마 사박다니

누구세요?

---

 

작품 해설: 극적 새로움과 정체성의 탐색(서연호)

작품 연보

 

2  

우리들끼리만의 한번

카덴자

오스트라키스모스

0.917

산씻김

 

작품 해설: 폭력과 성스러움(이상우)

    

3 

불가불가

넋씨

키리에

협종망치(脅從罔治)

 

작품 해설: 역사의 악순환에 응전하는 역설의 화법(임준서)

    

4 

내일은 뭐 할꺼니?

어우동

 

작품 해설: 이현화 시나리오의 문법과 의미(김남석)

    

5 

장산 특전대(長山 特戰隊)

다카포(DA CAPO)

 

작품 해설: 따뜻한 피가 흐르는 차가운 기계(장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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