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게시판 > 자유게시판

인사동의 어느 아저씨 - 나쁜 아저씨

문예당 | 기사입력 2004/11/11 [13:52]

인사동의 어느 아저씨 - 나쁜 아저씨

문예당 | 입력 : 2004/11/11 [13:52]



인사동의 어느 아저씨 - 나쁜 아저씨


사무실에서 집에 갈 때 자주 들리는 곳이  두 군데다.

일전에 [관악산]님께서 ‘아직도 수집할 곳이 남아 있느냐? 거기가 어디뇨?’

하셨을 때

“다, 아시면서~ ” 하여,

‘바람 따라 구름 따라 떠가는 나그네나 할까 요~’ 라고  적었던 곳을

지금 밝히고자 한다. (비밀 아님)


한군데는 누구나 다 아시는 혜현동 지하상가 이고, 다른 한군데는 또 너무도 잘

알고 계시는 인사동이다.

두 군데 모두 사무실이 있는 대학로에서 집인 청와대 근처까지 가자면 중간 기착지이다.

그런 편리한 교통 덕분에 , 취미로 하는 화폐수집 때문에 늘 집으로 갈 때

주머니에 약간의 돈이 남아 있을 땐 미련 없이  그중 한군데를 택해

버스를 탄다. 아니 혜현 지하상가를 갈 땐 지하철을 이용한다.


며칠 전 인사동을 나갔다.

리어카 아주머니한테 멕시코 은화 랑 몇 가지를 사고 길을 따라 쭉 올라갔다.

어느 가게 앞에서 발을 멈춘 채 물건들을 바라봤다.

옛날물건들... 골동품들....누군가 중요하게 사용했을 낡은 추억의 물건들...


그 사이로  동전들이 무더기로 앉아 이화 배 막걸리를 마시며

장기와 바둑을 두고 있었다.

나는 바둑은 모르지만 ( 워낙 집에서 잡기하는 것을 막았기에) 군대가서

병장이 되어서야 오목과 장기를 배웠음으로 , 장기 두는 녀석에게 다가가

그들의 장기 두는 모습을 지켜보다

훈수를 두기 시작했다.


포를 옮기시지요.

   그러자 상대편이 나를 째려봤다

그래서 다른 상대편에게도 말했다

   포엔 신경 쓰지 마시고 상을 움직여 차를 먹으면서 장 부르세요.

이번엔 포를 옮기는 쪽이

또 째려봤다.


그래서

이래도  뭐랬고 저래도 뭐라 하니 아무래도 뉘들은 내가 접수해야겠다.

하며

그 녀석들의 판을 뒤집으면서 녀석들을 구입했다.

바로 이 녀석들인데

가격이 1,000원이다.


소화11년이니 서력으로 1936년이며 1전이다.

그런데 한 녀석은 아직도 처음의 자기 색을 갖고 있고 다른 한 녀석은

‘굴러먹은 녀석’ 같다.


며칠 전에 산 것이었는데…….지금 사무실에서 라이터를 꺼내려 하는데 함께

나오는 것을 보니

그날 구입한 것이 여러 개 이었는데 아마도 멕시코 은화 때문에 녀석들의 존재를

몰랐거나 아니면 그 날 너무 피곤해서 그랬는지…….지금 다시 보니

녀석들이 귀엽거나    그렇거나 하지 않고…….

그 때 그 집 주인 아저씨의  그 모습이 생각난다.


한 무더기의 동전을 보면서 하나하나 년도를 찾아 (특년도를 찾아 기억해내려

가물거리는 머리를 뽀사가며 , 한탄하며) 찾고 있다가

무리 중에 툭하고 떨어지는 녀석이 있어

‘얼마네요?’ 했더니.... (그건 같은 1전 이었다)

‘2000’원 이라 했다.

그래서  ‘2000원은 조금 비싸다..’라고 뒤돌아 나오다가

장기 두는 녀석들을 보게 되어 그 녀석들을 구입하게 되었는데

그건 3개에 1,000원 이었다.

저렇게 홀더에 들어 있고 그 앞에 1,000원이라 적혀 있으니

주인도 ‘1,000원이요..’ 하며

조금 전 같은 1전  동전을 한 개에 ‘2,000원’ 했던 것이 무안했는지..

그렇게 말하곤 내게 1,000원을 받자마자 그 동전 무더기 통을 들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그냥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그 행동이 나쁘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그렇다는 이야기이고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만난 그 녀석들을 보면서

다른 생각이 나야 했는데 ( 그 장기 훈수에 대한 생각이 이어져야 했는데)

그 생각은 나지 않고 그 아저씨의 ‘2,000원’ , ‘1,000원’이 생각난다.


그냥 그렇다는 이야기이고 .......그게 세상 살아가는 모습이고…….

나이 들면서 더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일 것이고 …….

그냥 그렇다는 것이다.


[반전홍]선배님이  오늘 쓰신 글에서  ‘낙엽이…….자연이란다...’ 란

글을 읽으니

세월만 저 혼자 갔다고    하시는 것 같다.

세월만 저 혼자 갔겠습니까?

오 냥 은도금 주석 시주화도 저 혼자 갔겠지요!

조금 있다

또 사무실에서     이화 배 막걸리 한 잔 해야겠다.

[반전홍] 선배님 ~~~~~~~~~







메룽~

  • 도배방지 이미지

관련기사목록
포토뉴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 논란과 노매드 크리틱(Nomad Critic)의 폭로, "없던 일로 하기엔 이미 늦었습니다"
1/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