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 < 돈키호테 >는 소설과는 달리 매력적인 선술집 딸 ‘키트리’와 가난한 이발사 ‘바질’이 주인공이다. 낭만적인 노년의 돈키호테가 모험을 나선 도중 젊은 연인 키트리와 바질을 만나 펼쳐지는 에피소드와 그들의 사랑에 관한 스토리가 펼쳐진다. 이처럼 발레< 돈키호테 >는 연극적인 요소가 많아 키트리와 바질의 흥미진진한 연기를 보는 것도 이 작품의 묘미이다.
작품의 하이라이트인 키트리와 바질의 3막 그랑 파드되(Grand Pas de Deux)는 클래식 발레의 파드되 중 ‘가장 화려하고 아름답다’는 평을 받으며, 각종 갈라와 콩쿠르에서 독립적인 춤으로 사랑받는다.
원작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아베드라 Miquel de Servantes Saavedra
음악 루드비히 밍쿠스 Ludwig Minkus
안무 마리우스 프티파 Marius Petipa
재안무 알렉산드르 고르스키 Alexandr Gorsky (1900년 볼쇼이발레단. 볼쇼이극장),
발레 < 돈키호테 >는 재치와 유머가 넘치는 작품으로 시대를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플라멩고를 비롯한 정열적인 스페인 춤을 보여 주는 이 작품은 이국적인 매력을 느끼게 해줄 뿐만 아니라 고전발레가 추구했던 고난이도 테크닉과 장대한 기교가 결합되어 이상적인 발레의 상을 보여준다.
<돈키호테>는 17세기 스페인 작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아베드라의 원작, '재기 발랄한 향사 돈 키호테 데 라 만차'를 토대로 만들어 졌다. 2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는 원작은 좌충우돌형 몽상가인 돈키호테와 그를 따르는 조금 모자란 농부 산초 판자, 그리고 늙고 둔한 말 로시난데의 모험담을 다루면서 당시 문학의 유행이 되어 왔던 기사도 소설에 대한 반감을 바탕으로 패러디한 코믹 풍자물이다. 그러나 세르반테스 원작의 2부내용을 토대로 만든 발레 작품에서의 돈키호테는 그저 조연일 뿐이다. 발레에서는 원작과 달리 현실적이고 세속적인 스페인 사람들이 등장하고, 돈키호테와 그의 충복 산초 판자 두 사람은 선술집 주인의 딸 키트리와 가난한 이발사 바실과의 사랑이야기의 들러리로 다루어진다.
<돈키호테>는 1740년 비엔나의 프란츠 힐퍼딩에 의해서 발레로 처음 제작되었고 1768년 장 조르지 노베르에 의해 재해석되는 등 오래된 역사를 지니고 있다. 그 중에서도 현재 공연되고 있는 <돈키호테>의 모태로는 1869년에 초연된 마리우스 프티파 버전을 손꼽을 수 있다. 프랑스 태생의 무용가이며 안무가인 프티파가 러시아에 초대되어 러시아 황실발레단의 마스터로 있을 때 만들어진 이 작품은 4막 8장으로 구성되었다.
그는 스페인 마드리드를 여행하면서 익힌 그 고장의 춤들을 작품 곳곳에 삽입하여 경쾌하고 코믹한 춤사위를 선보였고 루드비히 밍쿠스의 음악은 프티파가 안무한 스페인 춤을 돋보이게 하였다. 프티파는 간결하고 소박한 스타일의 내용을 좋아하는 러시아 관객들의 취향에 맞추기 위해서 재미있는 장면들을 작품에 포함시켰다. 돈키호테의 악몽 속에서 우습게 생긴 선인장처럼 정렬되어진 무용수들이 돈키호테를 따라다니는 장면, 돈키호테가 사랑하는 돌시네아로 착각하는 떠오르는 달이 큰 눈물방울을 뺨에 흘리면서 울고 웃는 장면, 광대가 새장을 들고 종달새를 잡으려는 장면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 작품은 1900년 알렉산드르 고르스키가 볼쇼이 발레단을 위해 개작하는 등 후속 작품의 원형으로 남게 되었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발레 <돈키호테>는 각 발레단의 레퍼토리로 끊임없이 무대에 올려졌는데 작품들 대부분이 러시아 버전을 바탕으로 재안무되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작품으로 손꼽히는 것은 1966년 비엔나 발레단이 초연했던 루돌프 누레에프 버전과 1978년 아메리카 발레단이 초연했던 미하일 바리쉬니코프 버전이다. 누레예프는 1973년 그의 발레작품을 영화로도 제작하였다. 특히 바리쉬니코프는 발레 <돈키호테>의 구성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기존의 작품들이 보여 주었던 선술집 장면과 집시 캠프 장면의 순서를 바꾸어 2막을 키트리와 바실이 그들의 결혼을 허락받기 위해서 키트리의 아버지를 속이는 것으로 끝냈다.
<돈키호테>를 색다르게 재해석하여 무대에 올린 안무가들도 있는데 니네뜨 드 발로와는 1950년 새들러스 웰즈 발레단을 위해 로베르토 게르하드가 작곡한 음악을 바탕으로 1막으로 구성된 작품을 안무하였고 뉴욕시티 발레단의 조지 발란신은 1965년 3막으로 구성된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그의 작품은 니콜라스 나보코브의 음악을 바탕으로 제작되었고 수잔 훼렐과 발란신 자신이 돌시네아역과 돈키호테역을 각각 맡았다.
< 돈키호테 >는 시작부터 끝까지 경쾌하면서도 화려한 춤들과 희극적인 마임이 끊임없이 펼쳐진다. 특히 키트리와 바실의 2인무는 남녀 무용수의 역할과 상관없이 뛰어난 점프와 빠른 회전을 매력적으로 보여준다. 역사적으로 명성을 날린 커플들이 많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루돌프 누레예프와 루셋 알도스, 미하일 바리시니코프와 젤시 커클랜드의 2인무는 장난기 많고 재치있는 바실과 말괄량이이면서 도발적인 키트리의 역할을 충분히 소화해냄과 동시에 뛰어난 테크닉을 보여준다.
지난 5월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가 세계 유명 작가들이 선정한 사상 최고의 소설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노르웨이 연구소는 세계 50여개국 출신 유명작가 100명에게 세계 문학사상 가장 훌륭하고 중심적인 문학작품 10개를 추천하도록 하였는데, 그 결과 돈키호테가 셰익스피어,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등의 작품을 제치고 50% 이상의 득표를 차지하였다. 이처럼 훌륭한 작품을 발레로 접하게 되는 것은 매우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제 1장 돈키호테의 서재 용감한 기사의 무용담을 너무 많이 읽은 나머지 자기 자신을 기사라고 믿게 된 ‘돈키호테’. 그는 환상의 여인 ‘둘시네아’를 찾아 세상의 위험으로부터 용감하게 그녀를 구해 내겠다고 작정하고 시종 ‘산초판자’를 세상 밖으로 모험의 길을 떠난다.
제 2장 스페인 바르셀로나 광장 가난한 이발사 ‘바질’은 선술집 주인 ‘로렌조’의 새침하고 사랑스러운 딸 ‘키트리’를 보고 첫 눈에 반한다. ‘로렌조’는 가난한 ‘바질’이 못마땅하여 ‘키트리’에게 멍청한 부자귀족 ‘가마슈’와 결혼시키려 한다. 이 때 ‘돈키호테’가 나타나 ‘키트리’를 ‘둘시네아’로 착각하여 춤을 신청하고 ‘바질’을 질투한다. 마을 사람들이 소란을 벌이는 사이 ‘키트리’와 ‘바질’은 몰래 광장 저편으로 도망친다.
【제 2 막】
제 1장 집시의 야영지 집시들은 ‘키트리’와 연인 ‘바질’을 위해서 춤을 춘다. 곧이어 ‘돈키호테’가 나타나고 야영지 주변에 있는 풍차를 보고 ‘둘시네아’를 공격하기 위해 오는 적군의 기사로 착각한 돈키호테가 풍차를 향해 덤벼들자 갑자기 주위가 아수라장이 된다.
제 2장 돈키호테의 꿈 꿈속에서 요정의 나라에 다다른 ‘돈키호테’는 요정들과 함께 춤을 춘다. 요정들 속에서 ‘돈키호테’는 ‘둘시네아’의 모습을 한 ‘키트리’를 만난다.
제 3장 집시의 야영지 ‘키트리’와 ‘바질’이 사라진 것을 안 ‘로렌조’와 ‘가마슈’는 그들을 찾아 집시 야영지로 들어가고, ‘산초판자’는 ‘로렌조’에게 엉뚱한 방향을 가르쳐 주어 길을 헤매도록 만든다.
【제 3 막】
제 1장 선술집 ‘바질’은 ‘키트리’와 결혼을 못한다면 자살하겠다고 말하며 단도로 자신의 가슴을 찌르고 쓰러진다. ‘키트리’는 ‘바질’이 죽은 줄 알고 슬픔에 빠지지만 이내 거짓연기임을 눈치채고, ‘돈키호테’에게 ‘바질’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 주도록 아버지를 설득해 달라고 부탁한다. 이를 불쌍하게 여긴 ‘돈키호테’는 ‘로렌조’에게 두 사람의 결혼을 허락하도록 명령한다. 마지못해 ‘로렌조’가 허락하자마자 ‘바질’이 벌떡 일어나고 자신들의 작전이 성공한 것을 기뻐한다.
제 2장 결혼식
‘키트리’와 ‘바질’의 친구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두사람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모여 들고 ‘에스파다’와 ‘메르세데스’의 매혹적인 춤에 이어 마을 남녀들이 스페인의 민속춤인 판당고 춤을 춘다. 마침내 ‘키트리’가 연인인 ‘둘시네아’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방랑의 기사 ‘돈키호테’는 환상의 연인을 찾아 다시 새로운 모험의 길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