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루와 지내는 시간은 내게 새로운 세상을 주었다”와 같이 반려동물을 키워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법한 대사들이 있다. 반려견 또는 반려동물과의 추억이 있는지 궁금하다.
저는 독신이고 혼자 사는데요, 이 원작이 출판되기 전부터 어린 고양이 네 마리와 살고 있었습니다. 당시 “이 아이들이 먼저 떠날 때 나는 견딜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던 중 원작을 만났습니다. 주인공처럼 앞을 향해 걸어가야 한다고 스스로 마음을 다지기도 했죠. 고양이들과의 추억은 셀 수 없이 많았고, “이 아이들이 죽었을 때”를 상상하자 인생관이나 사회에 대한 시각이 변하더라고요.
5.이별과 상실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8살 아이의 시선에서 그려져서 더 따뜻하게 느껴진 것 같다. 각색하고 연출하면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소녀와 개의 관계에 ‘거짓’이 없고, 소녀와 노인가 ‘친구’ 같이 보이도록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6.닛츠 치세의 첫 주연작이다. 그를 캐스팅하게 된 이유와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하다.
오디션을 4차까지 진행하면서 마지막에는 세 명으로 좁혀졌습니다. 세 명의 사야카가 있었고 모두 훌륭했죠. 세 명의 아이들이 실제 영화에 나오는 루와 만나게 했는데, 닛츠 치세는 오디션이란 걸 잊고 루와 즐겁게 놀더군요. 루에게 말을 걸고 대화를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로부터 치세는 일 년 반 동안 루와 함께 지냈어요. 또한, 사야카가 후세 할아버지와 친구처럼 지내는 모습을 상상해봤어요. 어른에게 처음엔 존댓말을 쓰지만 친해지면 바로 반말을 하는 모습이 자연스러운 아이가 좋을 것 같았죠.
7.아리무라 카스미의 내레이션이 인상적이다. 어떻게 아리무라 카스미를 캐스팅하게 되었는지?
촬영이 끝나고 편집도 다 한 뒤, 눈을 감고 영상을 상상하면서 유튜브 등을 통해 많은 여배우의 목소리만을 들었습니다. 아리무라 카스미 배우의 ‘주장’을 하지 않는 톤이 정말 좋았어요. 어린 사야카가 어른들에게 기대지 않고 스스로 극복하고 성장하는 것처럼요. 그리고 이 내레이션은 기본적으로 회상이기 때문에 과거형이지만, 때때로 당시의 소녀로 돌아가 현재형으로 말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런 부분도 ‘위화감’ 없이 표현해 준 것 같아요.
8.영화의 배경은 현재가 아닌 십여 년 전 과거이다. 기찻길도 그렇고, 그 시대의 모습을 담아내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했을 것 같은데?
지금 기찻길은 대부분 고가철도가 되어서 원작과 같은 장소는 없습니다. 바다에 면한 넓은 공터도 대부분 건물이 들어서서 좋은 장소가 없었어요. 도쿄에서 오사카까지 둘러보았지만 없더군요. 아쉽지만 공터와 바다는 따로 찍어서 합성하기로 했습니다. 구글맵으로 공터를 구석구석 찾아 헤매다가 도쿄 교외에서 넓은 공터를 발견했어요. 그 공터를 촬영하기 반년 전에 기찻길을 묻어서 자연스럽게 만들었죠.
9.배우들의 합이 모두 자연스러웠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닛츠 치세와 오이다 요시의 연기합이 놀라웠다. 77세의 나이 차를 극복한 연출의 비결이 있다면?
후세 할아버지에 관해서는 관객들이 선입견을 갖지 않도록 처음부터 일본에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를 찾고 있었습니다. 특히 어린 아이에게 존댓말을 쓰거나 “사야카 씨”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오이다 요시 배우는 프랑스에서 50년 이상 거주하신 분으로 실제로 닛츠 치세에게도 레이디 퍼스트 같은 대우를 하셨어요. 그런 부분이 두 사람의 관계를 독특하게 만든 것 같아요. 사야카와 후세는 필요 이상으로 서로에게 다가가지 않고 설교도 하지 않습니다. 다만 서로의 상황을 공감하고 같은 것을 보고 있죠. ‘같은 것을 소중히 여길 때 서로 기적을 일으킨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10.루와 루스는 어떻게 캐스팅하게 되었나? 루는 흰색 시바견, 루스는 믹스견으로 설정한 이유가 있을지?
원작 설정 그대로예요. 생후 3개월인 강아지를 발견해 루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루스는 유기견이었어요. 어렸을 때 산에 버려진 것을 동물보호단체가 거두었고, 이 작품의 동물훈련사가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있도록 교육했죠. 그 후에 입양되었어요. 그 인연으로 루스 역에 캐스팅했습니다. 두 개 모두 전문 동물 배우는 아니지만, 현장에서 서로 잘 지내더군요. 지금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둘 다 암컷이고 생년월이 같아요.
11.동물들과 함께 촬영하는 게 많이 까다로웠을 것 같다. 루의 경우, 후보로 대기하는 개를 준비하기도 했다고 들었는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지?
보통 촬영장에는 비슷한 개를 여러 마리 준비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았죠. 닛츠 치세에게 “어제의 루는 저 개였는데, 오늘의 루는 이 개야”라고 말할 수 없었어요. 일 년 이상 촬영해야 했고 촬영 경험이 없는 강아지는 제작 리스크가 크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둘의 관계에 ‘거짓’이 없으려면 루는 반드시 한 마리여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루의 기분에 많이 신경 썼어요. 매일 아침 치세의 집에 둘을 데리러 갔는데, 루도 저를 보면 촬영할 거라는 걸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싫으면 제 차에 타지 않겠죠. 그래서 촬영장을 즐거운 환경으로 만들었어요. 개를 좋아하는 스태프로 팀을 꾸렸는데 스태프들이 루를 너무 예뻐하면 닛츠 치세가 주인이라는 걸 잊을까 봐 이 부분도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12.싱어송라이터 KOTRINGO와 함께 작업하게 된 계기와 과정이 궁금하다.
후보에 오른 몇 분의 음원을 들어봤습니다. 사야카 캐릭터와 같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느낌의 코트링고 목소리와 창법에 끌렸어요. 삽입곡과 주제곡 두 곡을 만들어 주셨는데, 영화에 꼭 맞는 노래와 목소리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영화 버전을 만들어 주신 하라 마리히코의 곡도 정말 좋았어요. 하라 마리히코의 음악에서 코트링고의 주제곡으로 이어지는 엔딩에서 두 사람의 곡이 하나의 노래로 들리길 바랐어요. 어떻게 들으셨나요?
13.준비하고 있는 차기작이 있는지?
아직 정해진 것이 없습니다. 제가 보는 영화의 70%는 한국 영화예요. 한국 영화의 퀄리티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언젠가 한국의 스태프와 배우들과 함께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