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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매장

문.예.당 | 기사입력 2017/05/15 [17:58]

죽은 자의 매장

문.예.당 | 입력 : 2017/05/15 [17:58]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지요.

망각의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뿌리로 약간의 목숨을 남겨 주었습니다.

여름은 우리를 놀라게 했어요, 슈타른 버거호 너머로 와서

소나기를 뿌리고는, 우리는 주랑에 머물렀다가

햇빛이 나자 호프가르텐 공원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한 시간 동안 얘기했어요.

저는 러시아인이 아닙니다. 출생은 리투아니아지만

진짜 독일인입니다.

어려서 사촌 대공의 집에 머물렀을 때

설매를 태워 줬는데 겁이 났어요.

그는 말했죠. 마리, 마리 꼭 잡아.

그리곤 쏜살같이 내려갔지요.

산에 오면 자유로운 느낌이 드는군요.

밤에는 대개 책을 읽고 겨울엔 남쪽에 갑니다.

이 움켜잡는 뿌리는 무엇이며,

이 자갈더미에서 무슨 가지가 자라 나오는가?

사람의 아들아, 너는 말하기는커녕 짐작도 못하리라

네가 아는 것은 파괴된 우상 더미뿐

그곳엔 해가 쪼아대고 죽은 나무에는 쉼터도 없고

귀뚜라미도 위안을 주지 않고​

메마른 돌엔 물 소리도 없느니라.

단지 이 묽은 바위 아래 그늘이 있을 뿐.

이 붉은 바위 그늘로 들어오너라

그러면 너에게 아침 네 뒤를 따르는 그림자나

저녁에 너를 맞으러 일어서는 네 그림자와는 다른

그 무엇을 보여 주리라.

한 줌의 먼지 속에서 공포를 보여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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