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돈 조반니’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의 한국판 버전이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막을 올렸다.
한복 입고 갓 쓰고 청바지에 빨간 가죽잠바를 걸친 현대 한국 사람이 이태리 언어로 금방이라도 깨져 무너져 내릴 위태한 기와장 무대 위에서 노래를 한다. 내용에 귀 기울여 살펴보면 동네 불한당이 “치마 두른 여자라면 다 좋아 다 내꺼야 말리지마 승자독식이야! " 식이다. 세기의 남자 돈 주앙을 모델로 했음에 기인한다.
공연 내용은 돈 지오반니 라는 양반이 동네처녀 바람나게 만들었는데 정작 울고 부는 약혼남은 뒷전에 두고 약혼녀는 온통 “나쁜 남자”생각에 빠졌더라. 그래서 기자는 “그 이유가 무얼까?“ 하는 의문점을 갖고 공연에 귀 기울여 집중한다.
이번 공연은 사단법인 라벨라오페라단 창단 10주년 기념작으로 11월 17일(금) 부터 19일(일)까지 3일간 4회 공연으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랐다.
모차르트가 생전 가장 사랑했다고 전해지는 오페라 “돈 지오반니”는 이태리의 시인이며 극작가로 활동한 로렌초 다 폰테의 대본으로,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가 1787년에 작곡했고, 그 해 10월 29일 프라하의 에스타테츠 극장에서 초연되었으며 2막으로 되어 있다.
‘돈 지오반니’는 주인공의 이름으로 매우 방탕한 귀족으로 통상 드라마틱 바리톤이 그 역을 노래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국내 순수 실력파 바리톤 김종표와 독일 킬 극장의 주역 솔리스트로 활동한 바리톤 우경식이 열연했다.
사변적 지식인 돈 옥타비아 역: 테너 이현재
통상적으로 오페라 “돈 지오반니”는 “완전히 비극적이지도 않고 완전히 희극적 이지도 않다”라는 평을 받고 있다.
유쾌하고, 우스꽝스럽고 익살맞은 희극적 상황인 것은 맞지만 ‘뉘우치라는 훈계에 그럴 수 없다고 네 번 째 까지 거절한 주인공’의 최후 등에 있어서 완전히 희극적이라 말할 수 없다.
또한 비극의 고전적 개념으로서 ‘갈등과 순간’, 고전 비극의 갈등으로써 항상 인간과 보다 상위의 도덕적 혹은 종교적 원칙의 대립으로 프로타고니스트들이 존재하고, 화해, 운명, 자유와 희생, 비극적 결함 등이 보여지지만 극의 상당부분이 희극적인 것은 또한 비극적인 결론이 아니다.
객석의 관객이 오페라 ‘돈 지오반니’를 보고 들으며 느끼는 감정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네 번째 거절에 회개의 시간은 끝났다며 돈 조반니를 꺼지지 않은 지옥의 불길 속으로 데려가는 결론은 “시원하다”고 할 수 있거나, “정말 불쌍하다”고 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이 남겨진 ‘감정의 열린 결말’이다.
객석의 관객이 오롯이 갖고 갈 몫이다.
▲ 라벨라오페라단 창단 10주년기념 오페라 돈 조반니 포스터
미리 정해진 극 줄거리와 대사를 연기와 노래로 표출해야하는 출연진에게 배역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함께, 대사와 줄거리에 배역이 갖는 감정까지 객석으로 전달하기 위해선, 각고의 노력과 많은 연습과 훈련이 필요했을 것이다.
특히 인물의 대립적 성격과 구조를 파악하고 관객들에게 이미 알려져 있고 문학적 전통에 의해 고정된 신체적 심리적 도덕적 특성들을 소유한 관례적 등장인물들인 유형 혹은 유형적인 인물 연기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할 것이다.
라벨라오페라단의 ‘돈 지오반니’ 공연의 연출은 “자신만의 섬세하고 감각적인 연출을 선보이는 대한민국 대표오페라 연출가” 정선영이 맡았다. 연출인 정선영은 라벨라오페라단과 2013년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로 첫 인연을 맺었고 이 작품으로 대한민국오페라대상 금상을 수상하는 영광도 함께 누렸다.
이번 공연에 대해 정선영 연출가는 ‘본능에 자유로워 거리낄 것이 없는 돈 지오반니 자체보다, 그의 출몰로 인해 비로소 드러나는 다른 사람들의 내적 외적 갈등에 초점을 두고 본능과 규제의 충돌과 위선 속에 살아가는 불행한 우리의 삶을 그린다“며, “내일은 오늘보다 진보하며 자유로워지길 간절히 바라지만 어쩌면 우리가 갑갑한 어제의 틀 속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질문을 던진다”며 연출의도를 밝혔다.
공연 프리뷰와 같은 드레스 리허설, 프레스 리허설 공연을 보며 갖는 의문은 하나 더 늘어났다.
그것은 연출의 의도와 같아 ‘주인공 보다 더 주인공 같은 조연의 역할이 감칠맛 나다’는 것이다.
특히 기자가 프레스 리허설에서 본 프리뷰 공연에서 두각을 나타낸 배역은 체를리나 역의 한은혜 소프라노이다.
기사에 삽입된 동영상으로 ‘의도되지 않은 실수’로 두 번 소개되어있지만 소프라노 한은혜의 체를리나 역 소화는 공연 보는 맛과 멋을 상승시킨다. 그녀의 연기, 목소리는 ‘유형’ 또는 ‘유형적인 인물’에서 "생생히 살아 숨 쉬는 연기와 목소리“로,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반전 포인트를 제공하는 것이다.
체를리나의 아리아 ‘Vedrai carino - 불쌍한 당신’에서 소프라노 한은혜의 진가는 보석보다 더 빛나는 하늘의 별을 보는 듯하다.
몇 년 전 러시아의 세계적인 유명 연출이 한국에서 공연한 적이 있었다. 연출진은 물론 조명과 음향 , 무대 스텝까지 모두 러시아 사람들로 채워졌지만 배우는 한국 배우들을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해 무대에 올렸다. 그 결과로 한국관객들의 공연관람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 환호와 찬사로 장안의 화제를 낳은 적이 있었다. 모든 공연이 끝나 그 연출가와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있어 질문했었다.
‘이번 공연에서 연기한 한국배우들에게 연출로써 아쉬운 점은 무엇이었는가?“를 물었다.
대답은 아주 단순했다. “모놀로그는 되지만 대화는 되지 않았다”였다.
단 한사람의 담화를 뜻하는 ‘독백’은 잘하는데 정작 공연에 필요한 ‘대화’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화상대에게 대답을 듣기위해 던지는 대화가 안 되니 ‘독백’이라는 언술적 교환이 부재한 모놀로그 연기만 된다고 하는 것이다. 즉, 혼자는 아주 잘하는데 하모니가 부족하단 점을 아프게 지적했다.
체를리나 역 소프라노 한은혜, 마제또 역 바리톤 오세원, '불쌍한 당신'
그런데 라벨라오페라단 창단 10 주년 기념 오페라 ‘돈 지오반니’공연에서 체를리나 역의 소프라노 한은혜 와 마제또 역의 바리톤 오세원의 연기와 목소리는 분명 관객과 연출, 동료들에게 주목과 호평을 받았을 빛나는 살아있는 생생한 연기이다. (삽입 된 동영상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