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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이종희 초대展 "잠재의식의 풍경 part 2",장은선 갤러리

장은선갤러리, 10월 23일(수) - 11월 2일(토)

우미옥 기자 | 기사입력 2017/11/27 [03:43]

전시, 이종희 초대展 "잠재의식의 풍경 part 2",장은선 갤러리

장은선갤러리, 10월 23일(수) - 11월 2일(토)
우미옥 기자 | 입력 : 2017/11/27 [03:43]

조각가 이종희선생은 인간의 삶 속에서의 기능을 다 해버리고 도구로서의 죽음을 맞이한 오브제들을 수거하여 염하듯이 거푸집 안에 넣고 시멘트를 부어 박제 시켜 작업 한다. 예술작품을 일상의 생활과 연계시킴으로서 사물의 새로운 인식을 통하여 인간과 자연, 그리고 모든 사물과의 참된 공존의 가치를 모색하고자 한다.  
 

▲ Memorized woods, 300cm(H) cement, variable    

  
이종희 선생의 작업에서 오브제의 선택은 인간의 도구적 이성의 회의에서 비롯된다. 현대는 문명의 급속한 발전에 힘입어 물질적 풍요로움을 맛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풍요로움을 성취해 나가는 과정에 있어서 모든 자연과 사물들은 인간의 도구적 욕망의 대상으로 전락해 버린다. 
   
제 터에 잘 살고 있는 것들을 인간은 발명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종의 도구로 탈바꿈 시켜 버린다. 그리고는 그 기능이 다하면 아무 미련 없이 폐기처분 한다. 제 기능을 다한 도구들과 같은 오브제들을 모아 거푸집 안에 넣고 시멘트를 부어 박제 시키는데 며칠간의 시간을 거쳐 인간의 모든 손때와 기억들을 지워 버리는 것이다.
 
폼페이 유적처럼 시멘트 몰타르에 화석이 된 덩어리는 거대한 다이아몬드 톱날로 절단하여 숨겨졌던 속살과 빈 공간이 드로잉의 상태로 드러나게 된다. 도구로서의 기억은 박제시켜 버리고 사물로서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도구적 가치를 전복시켜 새로운 존재 가치에 대한 다양성을 획득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종희 작가의 견고하면서도 섬세하고, 장엄함 또한 느낄 수 있는 신작 20여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조각가 이종희 선생은 홍익대학교 조소과 졸업 및 동 대학원 졸업하였으며, 5 회의 개인전과 청주국제 공예비엔날레 , ASIA 호텔 아트 페어에 참여하였고 그 외에도 다양한 단체전 및 초대전 전시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까지 꾸준한 작업활동을 해오고 있다.
 

▲ The Landscape of The Subconscious, 170x27x27cm cement, toys    


 
버려진 에너지의 박제(剝製)된 아름다움 
경민
 
차갑고 거친 시멘트, 단단함과 육중함, 그리고 그 속에 등장하는 고송(古松)들의 모습은 어떤 고지식한 조각가의 모습을 예견케한다. 마치 가벼운 현대 조각들에 반항이라도 하듯 작가는 태초의 조각가처럼 가장 무거운 돌과 가장 자연에 가까운 나무를 조각의 소재로 택했다. 나무와 시멘트는 마치 한 몸이었던 것처럼 잘 어우러진다. 실재로 작가는 멋진 나무를 구하기 위해 전국을 수소문하며 버려지는 멋진 고송을 찾아다닌다. 그 나무들은 전봉준 선생의 고창 생가이기도 했고, 소격동 기무사에서 버려진 나무이기도 했다. 각자의 히스토리를 지니고 있는 버려진 고목들인 것이다.
 
이종희는 버려진 사물에 대한 애정이 깊다. 그중에서도 특히, 어렸을 적부터 나무와 가까이 자란 때문인지 버려진 나무에 대한 애정은 더 하다. 버려진 사물에 대한 애정은 기본적으로 사물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다. 내가 쓴 물건이든 남이 쓴 물건이든, 오랜 세월 누군가에게 사용된 물건에서는 어떤 이의 삶, 그 삶의 에너지가 녹아 있다고 생각한다. 기름때 잔뜩 묻은 자동차 엔진에서 오랜 작업의 고단함, 소진된 에너지의 아름다움을 발견한다고 하니, 그에게 그 자동차의 기름때는 마치 어느 늙은이의 아름다운 주름과도 같은 것일 게다. 늙은이의 주름 속에 세월이 흔적이 녹아 있듯, 누군가에 의해 오래 사용된 물건에는 그 물건과 사람이 함께 했던 시간들, 그 에너지들이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미술에서 버려진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가들은 많다. 특히 최근의 따뜻한 자본주의, 나눔의 열풍 때문인지 버려진 물건, 나눠 쓰고, 바꿔 쓰기 프로젝트 등이 다양한 예술의 형태로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조각가 이종희는 자신과 닮은 가장 육중한 조각의 형태로 버려진 사물에 대해 해석한다. 그리고 조각가답게 그 버려진 사물이 지닌 소진된 ‘에너지’에 집중한다. 버려진 사물들에 여운처럼 남아있는 에너지는 파편화되어 시멘트 돌 속에 압축되고 박제된다. 작가는 다 소진된 거친 에너지들의 아름다움을 차마 사라지게 놓아두지 못하고, 가장 차가워 보이는 시멘트 속에 가두어 카타르시스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다.
 
소진된 에너지, 그리고 그 에너지를 박제한다는 것은 곧 생명과 죽음을 의미한다. 생명과 죽음은 아주 오랜 기간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소재였다. 에너지의 박제는 마치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의 박제된 생명체를, 그 멈추어 버린 에너지는 중국 쓰춴성 지진으로 부서진 기차를 전시장에 가져왔던 장후안(Zhang Huan)의 작업을 떠오르게 한다. 그러나 조각가로써의 정공법을 택한 이종희는 그 에너지를 시멘트와 나무로 박제시켜 거친 아름다움으로 재탄생시킨다. 그는 에너지의 박제된 아름다움에 자신의 에너지, 즉 육체노동과 숙련된 조각가의 기술을 가미하여 정통 조각가다운 방법으로 그 아름다움을 돌 속에 멈추어 있게 한다.
 

▲ The Forest to be Remembered. 240x240x20cm cement    


[우미옥 기자] red@sisakorea.kr  , red@lull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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