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지경수, 장은선갤러리 초대전
지친 삶의 무게를 대리석 조각으로 빚어내다, 삶과 인생 그리고 미술과 예술
우미옥 기자 | 입력 : 2017/11/27 [04:02]
▲조각가 지경수 초대전, 장은선 갤러리, 현대인들,현대인들 65x35x150cm 대리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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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새를 통해 자연과 인간 삶의 조화를 느낄 수 있고, 현대 조각의 다양성을 엿보는 신작 20여 점을 선보이고 있는 '조각가 지경수 초대전'이 종로구 인사동에 위치한 '장은선 갤러리'에서 오는 10월 19일 (토) 까지 계속된다. 홍익대에서 공부한 후 조각의 본고장 이탈리아에서 다년 간 수학한 지경수의 나무형상과 기둥, 그리고 다듬어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대리석 부분으로 구성된 그의 조각들을 보면 우리 지친 삶의 무게를 자연의 조화와 질서로 복귀 하고자 하는 예술가의 숨결과 노력을 느낄 수 있다. 작가의 노력과 인고의 세월 속에 대리석에 내재된 자연의 형상을 소재의 원초적 생명적 특성과 현대적 다양한 기법으로 표현한 결과물들이 조각으로 탄생된 것이다. '조각가 지경수 초대전'이 열리고 있는 장은선 갤러리에서 작가를 만나 작품에 대해 들어봤다.
- 조각가 지경수 인터뷰 . 질문) 나무와 새를 주로 조각하신 이유는? 생명력 있는 자연을 표현하기 위해 나무만 있는 것보다는 새가 함께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새는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고 움직이기도 한다. 생명력을 부여시켰다.
질문) 대리석으로 작업하신 지는 얼마나 되었나? 1994년도 이태리에서부터 시작했다.처음에는 흙작업을 많이 했었다. 조각에서는 흙작업이 기본이니까.이태리에 가기 전에 한국에서는 설치작업을 주로 했었다.그곳에 가서는 다 버리고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했다.변화하는 과정이 많이 있었다.생각할 수 있는 시간도 필요했었다.이태리에 가서 생활한 7년이 저를 위해서는 꼭 필요했던 시간들이었다. 질문) 틀 모양 안에 나무가 있는데 틀이 뜻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무 하나만 있으면 굉장히 불안해 보여 부수적으로 배경으로 틀을 사용했다. 원 같은 경우에는 우주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구름이나 달이나 해 등이 우주 안에 있는 것이고, 바람부는 구름이 달빛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것을 표현했다.
질문) 누군가가 자기 것과 비슷하게 한다면 기분이 나쁘지 않나? (현재 '틀' 안에 '나무'가 있는 조각을 다른 작가들이 많이 차용한다) 물론 기분이 좋진 않다. 요즘에는 이런 식으로 작업 하는 작가들이 많지만 저랑 느낌이 다르다. 얼마 전 아트페어에 참가하지 않았는데 네 것이 있다고 해서 가보니 비슷한 작품이 있었다. 그 작가에게 좋은 영향을 주었다면 좋은 것이고... 처음에는 테라코타로 인간, 자화상 작업을 많이 했었다. 2년 있다가 돌 작업을 시작하면서 흙 느낌을 돌로 표현하는 작업을 했었다. 질문) 상고 나와서 미술 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경기 상고 선배들 중 유명한 조각가들이 많이 있다. 제가 다닐 때 만해도 일년에 홍대를 7~8명 씩 들어가곤 했었다. 상고 가서 미술은 그만이구나 생각했는데 미술반이 있길래 무조건 들어갔더니 회화가 아닌 디자인, 상업 미술을 하더라. 잘 따라가고 상도 받긴 했지만 1학년 말 쯤에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당시만 해도 부모님이 은행 들어가라고 해서 취업을 위해서 상고로 갔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선배가 하는 학원에서 청소하면서 몰래 미술 공부를 했다. 나중에 미대를 가겠다고 하니 부모님이 충격을 많이 받으셨다. 힘든 결정이었지만 지금 보니 잘 한 것 같다. 그때 친구들과 비교해 보면 이 나이쯤에는 정년으로 은퇴하지만 미술가는 그렇지 않다. 물론 나름대로 열심히 해야 하는 것도 있고, 이것도 한 때가 있긴 하다.
▲ calm a forest 30*25*86cm 대리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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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작품을 보면 하나는 갇혀 있고 하나는 풀려 있고 대비가 많은데? 틀이라는 개념 속에서 바깥쪽으로 자생하고 커나가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책에서 밖으로 나가고, 틀에서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표현했다. 막혀 있는 것과 반대로 자연의 느낌을 잡은 것이고, 최대한 돌의 표면을 살리려고 노력했다.
클래시드라 라고 모래시계를 뒤집어 놓은 것 안에 자연을 넣은 것을 표현한 것이다.기둥은 인간을 말하는 것으로, 신에게 접근하려고 하는 인간의 모습을 상징한다. 나무는 자연을 뜻한다.
질문) 조각하고 다른 재료를 결합할 생각은 없는지? 그럴 생각은 항상 있지만 시도는 안 하고 있다. 금속과 돌은 잘 안 어울리고, 너무 강하고 차갑고, 철은 녹이 생긴다. 브론즈 같은 것이랑 합칠 수는 있는데 생각은 하고 있다. 돌로 다듬어 만드는 것과 철을 합성하는 것은 서로 대비가 되어 다르다.
▲ 지경수 초대전,장은선 갤러리,조각 , 풍경-책, 23x8x37, 청동 , ~10월 19일 (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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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현대인' 작품은 어떤 생각으로 만드신건지 설명 부탁한다. 인간 탑이다. 맨 아래는 남자고, 입체적으로 뒤로 돌아가서 그 위에는 여자이다.결과적으로 한 인간, 위에 있는 한 인간이 모든 것을 지배한다는 개념으로 설정했다. 맨 위에 있는 발은 테라코타이다. 상단부에 있는 것은 자연, 대지 같은 것을 뜻한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다. 질문) 맨 위 발등에 있는 것은 종교적 특징을 갖는 표식 아닌가? 그런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다. 예수님의 상처 같은 것을 표시하기도 한다. 질문) 한 사람의 히스토리의 관계로 보인다. 기독교적 상징이 라는 것을 알수 있을 듯. 사람들은 없어진 것이 아니라 응축되고 압축된 것이다. 발, 하체가 인간에게는 중요지 않은가. 직립원인 등.. 발은 활동성을 말하는 것이다. 질문) 바티칸 성전에 사용된 돌을 사용했는데 쓰신 특별한 이유는? 이 돌에는 정 터치 같은 것이 표가 안난다. 색도 베이지색이다보니 잘 표시가 안 난다. 다른 돌로 했다면 허옇게 정 자국 나지만 그런 것이 표시 안 나는 것이 이 돌의 장점이다. 색감 역시 모든 조명을 잘 받는 무난한 색이 다. 그리고 연하면서도 단단한 돌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하나하나 맞춰 놓고 하는 것이 손이 많이 가는 작품이다. 항상 이런 작품을 해 보고 싶었다. 테라코타로 사람을 만들어 찌그러뜨려서 벽 쪽 같은 곳에 쓰레기처럼 설치해놓는 그런 개념으로 압축시킨 사람 같은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베니스에서 그런 식의 장이 주어진다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쉽지는 않았다. 질문) '현대인들'은 아베고보의 '마법의 분필'과도 비슷한 느낌이 든다. 이태리는 오페라나 성악 같은 장르도 매우 발달되고 유명한데 설치작업 하시면서 서로 교류가 있었나? 음악은 로마나 밀라노 쪽에 발달되어 있고, 피렌체 쪽은 미술 쪽이 발달되어 있다. 가끔 밀라노나 그런 쪽에 가면 성악 장르쪽 사람과 만나긴 했지만 특별한 연은 갖지 않았다. 제가 있던 지역에는 조각 하는 사람들만 모이다 보니 똑같은 직종이다 보니 트러블도 많이 나곤 했다. 추구하는 것도 같고 하다보니. 질문) 앞으로도 작업은 나무나 새 같은 쪽으로 계속 하실 건지? 하고 싶은 것은 이런 쪽으로 많이 하고 싶다. 일단 이것은 가마도 있어야 하는데 가마도 준비했고 하니까. 작업할 때는 이틀이나 삼일 동안 밥을 먹지 않고도 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생활을 해야 하니까 그렇게 하긴 쉽지 않아서 안타깝다.
▲ 지경수 초대전,장은선 갤러리,조각 , '현대인들' 앞에 선 조각가 지경수 , ~10월 19일 (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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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현대인' 작품을 특별히 좋아하는 다른 이유가 있나? 여태까지 큰 작품들도 해 보긴 했지만 이 작품은 쉽게 제 가까이 둘 수 있고, 크면 운반이 문제지만 이것은 하나씩 쌓아나가면서 제 스스로 움직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고, 덩어리감도 있고 해서 좋아한다. 나름대로 많이 생각 했던 것이다.
전에는 이 작품과 비슷한데 압축시켜 쌓던 테라코타가 있었는데 한국 오면서 2년 동안 다른 사람한테 맡겨놨는데 포장을 잘 못 해 놓고 관리를 잘 못해서 터지고 부서지고 동네사람들이 다 집어 가고 해서 다 잃어버렸다. 사진 밖에 자료가 밖에 남아있지 않아서 아쉽다. 작업하면서 흙을 만질 때가 가장 기분 좋았다. 저녁에 노란 백열등을 켠 부엌 같은 방에서 흙 작업 할 때가 참 좋았다.흙은 조각의 기본이다. 흙은 깍고 붙일 수 있어서 수정이 쉽다.
앞으로 조각 작업을 하면서 더욱 더 변화를 가지게 될 것이다. 제가 해오던 과정 속에서 계단 밟듯이 차분차분히 변화를 가질 것이다.
▲ 지경수 초대전,장은선 갤러리,조각 , '현대인들' 앞에 선 조각가 지경수 , ~10월 19일 (토) |
현재 한국현대조각회,한국미술협회,배재대학교 미술조형디자인과 겸임교수를 맡고 있는 조각가 지경수의 이번 장은선 갤러리 초대전시는 대리석이 갖는 따뜻함에 작가의 온기 총총한 시선이 정과 사포에 담겨 많은 시간 소중히 공들여 다듬은 작품들로 충만하다. 이번 전시는 나무를 통해 자연과 삶의 조화를 느낄 수 있고, 조각의 다양성을 엿보는 신작 20여 점을 선보인다.
장은선갤러리, 조각 '지경수 초대展_ 풍경 속으로'
2013년 10월 9일 (수) ~10월 19일 (토)
장은선 갤러리(서울 종로구 인사동10길 23-8) , 02 - 730 - 3533 [우미옥 기자] red@sisakorea.kr , red@lullu.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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