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76의 연극 <엔드게임>(사무엘베케트 작, 기국서 연출)이 오는 9월 6일부터 22일까지 대학로 소극장 알과핵 무대에 오른다.
이번 연극 엔드게임은 극단 76의 2년만의 신작이다. 40년이 넘은 극단이지만 초심의 기분이라고 극단 대표인 기국서 연출은 설레는 마음을 표현한다. 최근 공연시장이 악화되면서 작은 단체들은 공공지원금이 없이 작품을 올리기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기국서 연출은 연극을 하겠다는 열정만으로 무대를 채울 수 있다면 그 에너지는 어디선가 샘솟을 것이라고 청년 연극인과도 같은 포부를 밝혔다.
이번 작품의 제작은 연극작품이전에 발표만으로도 여러 연극단체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행동이다. 극단이 가진 농익은 에너지와 배우들의 연기력 그리고 팀워크가 맞물려 관객들과의 유쾌한 소통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참여하는 배우로는 정재진, 이재희, 하성광, 김규도 네 명이다. 특히 정재진, 이재희, 하성광 배우는 수식어가 필요 없을 정도로 연극계에선 정평이 나있다. 김규도 배우는 기국서 연출이 특별히 주목한 배우중의 하나로 이번작품에서 세대 간의 조화와 여태껏 없었던 연기스타일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난해한 작품을 유쾌한 연출로 승화시키다 사무엘 베케트는 부조리극의 대표작가다. 하지만 대본이 무겁고 다소 난해해서 연출가들이 욕심을 내면서도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작가 중의 한명이기도 하다. 1957년에 발표한 이 작품은 베케트의 대표작품 ‘고도를 기다리며’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사무엘 베케트 작품은 시대가 흘러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가지며 현대의 고전이 되었다. 여러 가지 모순된 사회문제를 겪으며 하루하루 부조리한 현상을 몸소 체험하고 있는 현대인에게 자신과 사회를 돌아보게 만드는 강력한 그 무언가를 느끼게 하는 작품들이 많기 때문이다.
엔드게임은 유희의 종말이나 게임의 종말 등으로 번역되어왔으며 체스에서 막바지에 도달했을 때를 뜻하는 용어이기도 하다. 불어의 원제는 ‘Fin de partie’인데 ‘승부의 종말’이라고 번역되기도 하나 베케트 작가 자신이 영어제목으로 썼던 'End game' (엔드게임)이라는 단어를 이번작품의 제목으로 채택하였다. 원작의 번역은 오세곤 교수가 맡았으며 원작에서 느껴지는 어감과 다중적 의미를 대본에 최대한 풀어 적었다. 그로인해 배우들은 대본에 대해 다소 편하게 접근할 수 있었으며 연출역시 머릿속에 여러 가지 구상을 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부조리극 특히 사무엘 베케트의 작품은 어렵지만 여태껏 극단 76을 비롯한 여러 극단들의 작품을 본다면 그리 무겁게만 그리지 않았다. 극단 산울림의 대표작 ‘고도를 기다리며’도 긴 러닝타임이 전혀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만들어 수 십 년간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이번 엔드게임도 극단 76에서는 신작이지만 이미 수차례 베케트의 다른 작품을 발표했던 경험이 있기에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인다. 76단의 대표작인 ‘관객모독’ 역시 희곡이 가진 힘보다는 연출적인 재미를 증폭시켰기에 오랫동안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왔고 여전히 현재의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작품이다.
연극이 시작되고 5분만 지나면 모두가 몰두하게 될 작품이며 절대 심오하지 않고 단순하게 보고 즐길 수 있을 것이니 선입견을 버리고 편안하게 관람하길 바란다는 기국서 연출의 말에서 당부 섞인 자신감을 느낄 수 있다.
동시대와 호흡하는 극단, 76이라는 이름의 역사성 극단 76은 이름 자체가 연극계의 브랜드라 할 수 있다. 76년에 창단하여 올해로 43주년을 맞았기 때문이다. 연극계에서 40년 이상 극단을 유지해오며 여전히 신작을 발표하고 있는 단체는 손에 꼽을 정도다. 역사성과 동시대의 관객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빛을 내고 있는 것이다. 그간 대표이자 상임연출가로서 극단을 꾸려온 기국서 연출은 지난 40여년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우리시대에 연극이 필요한 이유하나 때문에 극단을 지속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기국서는 연극의 연극성을 중시하는 연출가다. 그러기에 그렇기에 사변적이며 해석적이기 보다는 배우의 에너지와 유쾌한 해석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이번 엔드게임에서도 기국서 연출의 숨은 ‘장난끼’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또한, 9월 21일(토) 오후 1시30분에는 알과핵 소극장에서 세미나 형식의 ‘베케트 VS 베케트’가 진행된다. 이번 행사는 ‘작은 베케트전’ 이라는 이름으로 극단 76의 <엔드게임>과 극단 노을의 <오! 행복한 나날들> 두 작품이 무대에 오르며 마련된 행사이다. 각각 알과핵 소극장(9/6~9/22)과 노을 소극장(9/18~9/29)에서 공연되는 중에 ‘베케트 VS 베케트’를 주제로 펼쳐지며, 연극평론가 백승무의 사회로 기국서 연출, 오세곤 교수, 양기찬 교수, 공연과 이론을 위한 모임의 금보현이 참여한다.
연극 <엔드게임>의 티켓은 인터파크에서 예매 가능하며, 공연문의는 070-7664-8648 / 070-7705-3590으로 하면 된다.
시놉시스 쓰레기통에 유폐된 늙은 부부, 하반신마비의 주인공, 그리고 절뚝거리는 하인이 벙커와 같은 장소에서 비스킷 몇 조각으로 삶을 영위한다. 오도 가도 못하는 그들은 시간의 권태를 이기기 위해 계속해서 관념적인, 가학적인 유희를 만들어낸다. 주인공은 얼핏 작가인 듯한 느낌을 주지만 자신의 고통 속에 침잠하여 하인을 괴롭히고, 하인은 언젠가는 이 상황에서 탈출하기를 꿈꾸지만 실행하지 못하고, 두 노인부부는 끝없이 추억 속으로 숨지만 서로 따뜻하게 위로한다. 그러나 그 모두의 미래는 계속 절망적이다.
유희가 지속될수록 점점 더 암울한 세계관만 남게 되고 마는데......
그러다 문득 황폐한 세계 가운데서 <살아있는 소년>을 발견하게 되는데 하인은 거기에서 마지막 희망을 붙잡고자 한다. 그러나 주인공은 그 기대마저 무너뜨린다. 마침내 하인은 그곳을 떠나려는 차림새로 나타난다.
작가 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t, 1906-1989)
20세기 중반 아일랜드 출신의 작가 사무엘 베케트는 영어와 프랑스어로 집필한 희곡들로 잘 알려져 있다.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의 성공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게 되며, 1969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외 대표작으로는 <몰로이(Molloy)>, <말론은 죽다(Malone meurt)>, <승부의 끝(Fin de partie)>, <행복한 나날들(Oh! Les beaux jours)> 등이 있다.
두 차례의 지구촌 대전쟁 이후 형성된 사람들의 세계관을 반영하듯 문학, 예술에 부조리라는 사조가 형성되었는데 그 대표적인 작가가 사무엘 베케트일 것이다. 그의 작품들은 거의 전부가 <폐허>를 다루며 죽어가는 인간군상을 내세운다. 그러면서도 몇 개의 장편연극들이 현대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세계 각지에서 공연되는 이유는 아마도 강렬한 <연극성>과 더불어, 연출가의 각색이 없더라도 희극 혹은 비극적 연출이 가능하다는 특징 때문일 것이다.
이번 작업에서는 <휴머니즘>을 전달하고자 했다. 등장인물들의 연기에서라기보다, 다 보고난 후 관객들의 관점에서 느껴지기를 기대하는 것으로....
오늘날 한국의 연극무대가 대체로 일상적 리얼리즘이나 시사적 문제의식을 다룬다면, 이 작품은 인간실존을 정면으로 생각하게 하는 이른바 <연극성>을 내세우고 싶다는 욕심도 함께 하면서.
극단 76 극단 <76단>은 76년 창단이후 40년간 다양한 연극 작품을 통해 시대의 문제와 고민을 올곧이 무대와 함께 하며 극단 대표인 배우 기주봉과 예술감독 기국서가 함께하며 76단만의 연극적 실험을 통해 존재하였다. 극단 76단은 연극이 사람들에게 오락 이상의 어떤 무엇을 준다는 사실을 굳게 믿고 있으며 예술의 총체적 장이라는 목표를 갖고 있다. 처음과 같이 그리고 지금에도 반란과 불온, 자유와 상아탑을 꿈꿀 것이며 진정한 꿈을 꾸는 자는 결코 헛된 꿈을 꾸지 않는다는 것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