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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국립극단 이병훈 연출 ,연극 '맥베스' ,김소희 출연, 신선희 무대미술

오너라, 파멸이여! 꺼져라, 광기의 불꽃이여!

우미옥 기자 | 기사입력 2017/11/29 [02:14]

(재)국립극단 이병훈 연출 ,연극 '맥베스' ,김소희 출연, 신선희 무대미술

오너라, 파멸이여! 꺼져라, 광기의 불꽃이여!
우미옥 기자 | 입력 : 2017/11/29 [02:14]
▲ 국립극단 '맥베스'    


지금 국립극단의 셰익스피어를 만날 때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45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의 삶의 어딘가에 자리하고 있다. 사회가 거대해지고 혼란스러워 질수록 인간과 인간의 삶에 대한 본연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고 이 때 연극은 인간과 삶에 대한 가장 깊은 이야기를 해야만 한다. 영원히 살아있는 셰익스피어처럼 연극 또한 작게나마 어딘가에서 우리네 삶에 영향을 미친다. “the play is the thing” 이라는 햄릿의 대사처럼 연극이 바로 모든 것을 말해준다. 전 세계에서 단 하루도 그의 작품이 올라가지 않는 날이 없다고 할 만큼 셰익스피어는 지구 상 존재하는 모든 형식과 변형으로 작품화 되었다. 위대한 극작가 셰익스피어의 작품 세계는 인간과 삶의 무한한 변주곡이 아닐까.
 
2014년 국립극단에서 만나게 될 셰익스피어는 그 무한한 변주곡 중 가장 원형의 것, 본질을 탐구 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맥베스> 가장 강렬한 셰익스피어와의 만남
 
국립극단은 2014 국립극단 봄마당의 첫 작품으로 <맥베스>를 선택했다. <맥베스>는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가장 화려하면서도 강렬하며, 시적 리듬이 빼어난 작품으로 꼽힌다. 원작의 강렬함은 이병훈 연출가의 섬세하고 감각적인 손길이 더해져 더욱 깊어진다. 셰익스피어 작품 중에서도 가장 무대에 올리기 까다롭다고 하는 <리어왕>을 연출한 바 있는 이병훈 연출은 원작의 이야기를 충실히 보여주며 현대인의 욕망과 무의식을 투영해 <맥베스>의 현대성을 극대화 시킨다. 2014년 국립극단의 <맥베스>는 인간의 심리를 날카롭고 은밀하게 표현하며 현대인의 욕망을 매혹적으로 빚어내는 치명적인 마력의 무대가 될 것이다.

 
욕망의 표상 맥베스, 현대인의 차가운 자화상
 
성공가도를 달리던 장군 맥베스는 마녀의 달콤한 예언과 아내의 부추김에 빠져 왕을 살해하고, 모두를 죽이며 종국에는 자신마저 죽음으로 몰아간다. 선과 악의 두 세계에서 끊임없이 대립하고 고뇌하며 욕망의 끈을 놓지 못하는 맥베스의 모습에서 수렁에 빠진 현대인의 자화상을 발견하게 된다. 맥베스의 욕망이 드러나며 내면의 갈등이 시작될 때 극적 긴장감이 고조되며 관객들은 극 중 인물의 심리변화에 몰입하게 된다. 2014국립극단 <맥베스>는 맥베스 내면의 대립적인 갈등과 복잡한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인물들의 심리에 초점을 맞추어 섬세하면서도 눈을 뗄 수 없는 심리극을 선사한다. 작품은 굳이 시대와 배경을 명확한 현재로 가져오지 않아도 인물에 대한 은밀하고 밀착된 접근으로 인해 매우 현대적이고 동시대적인 느낌을 준다. 더 이상 죄악이 아닌 실현해야 할 가치로 변해 버린 욕망은 어떤 모습으로 인간의 영혼을 황폐하게 만드는가.

 

삶의 의미를 역설하는 비극의 아이러니
 
“아름다운 것은 추하고, 추한 것은 아름답다.”는 대사처럼 작품 속에서는 선과 악, 미와 추 대립되는 모든 가치가 엉켜있고, 전복되어 있다. 이는 보이는 것과 내적 진실은 엄연히 다른 것임을 말해준다. 고결한 인격을 가진 맥베스가 욕망에 빠져들고 점차 파멸로 이르게 되는 것과 반대로 욕망에 가득 차 있던 맥베스 부인은 반대로 자신이 가담한 죄에 대한 불안감에 공포에 휩싸인다. 인간의 본성은 인격의 완벽함과 관계없이 선을 추구하는 본성도 있지만 반대로 파괴의 열망 또한 갖고 있다.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의 갈등은 인간의 무력한 의지의 결과이며, 악행을 저지르면서 쾌감을 느끼는 것은 또한 인간의 본성이다. 악행을 통해 인간의 존재를 인식하고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은 사뭇 역설적이다. 크나큰 불행에 직면하게 될 때 자신의 진정한 행복이 무엇이었는지 알게 되듯 맥베스의 비극은 우리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며 삶을 재건하고 지속해야할 의미를 전한다.
 
우수에 찬 매력의 박해수, 완벽히 연극적 언어의 김소희
 
위태로운 레이디 맥베스 부인을 더 이상 완벽하게 표현해 낼 여배우는 없을 것이다. 관념적인 언어를 입체적으로 표현하고 소름끼치게 연기하는 김소희 배우가 레이디 맥베스로 분한다. 응축되어 있으면서도 강렬한 에너지를 내뿜는 박해수 배우는 맥베스를 연기한다. 거침없이 상승하는 단단한 배우와 최고의 찬사를 받고 있는 히로인의 만남이 생경하면서도 조화롭다. 두 배우의 터질 것 같은 에너지가 작품의 테마를 아우르는 무대와 만나 증폭된다. 무대는 마치 난간을 연상 시키듯 날카롭고 차가우면서도 위태로우며 거기에 빛과 영상, 금속성의 음향효과가 가미된다. 한국 무대 미술계의 대모 신선희 무대 미술가가 무대 미술을 맡아 현대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세계를 표현한다.
 
2014년 국립극단의 맥베스는 차갑고도 강렬하며, 위험하면서도 달콤한 세 마녀의 유혹처럼 거부할 수 없는 매혹적인 무대가 될 것이다.

[우미옥 기자] red@sisakorea.kr , red@lull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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