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도스,길재영 ‘The Light of a Combined Substance ’展-‘감각의 대화’ 2020 상반기 기획공모전
권종민 기자| 입력 : 2020/03/23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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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재영', 나의 작업은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사랑을 실천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그 관계에서의 심리와 감정들로 소통하고자 이를 공간을 빗대어 시각화한다. 빛은 공간에 심미적인 성격을 만드는 존재로, 공간을 이루는 요소들을 묶는 비물질성으로 정신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러한 빛의 속성을 활용하여 공간의 구성요소들이 모호한 경계로 인해 섞이게 하였으며, 열린 구도로 화면이 확장되도록 유도하였다.
또한 경험하는 감정과 생각들을 연결하고 정리하여 대상을 파악하는 빛의 시지각 행위로, 내면의 심리와 감정이 반영된 공간 이미지가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풍경들은 실제 현실이면서도 감각적인 형태로 변형된 초월의 이미지이다. 이러한 심리적 내면의 공간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산점투시의 다시점을 응용하여 감각에 의한 다양한 시점을 한 화면에 표현하는 방식을 시도한다. 그뿐 아니라 대상의 흐름을 함축적으로 파악하여 선으로 재현하는 필획을 사용하였다. 선에서 면, 면에서 선으로 바뀌면서 시간과 공간을 연결해 나갔다. 동시성과 시간성이 들어간 체험적이고 유기적인 공간은 주객일치의 자연관에서 기인한 동양적인 개념의 공간이라고도 볼 수 있다. 여기에 색보다는 빛의 시지각을 표현하기 위한 엷은 착색 효과를 주고 여백을 바탕에 그대로 남겨두기도 하였다.
■ 전 시 명: ‘감각의 대화’ 2020 상반기 기획공모전 길재영 ‘The Light of a Combined Substance ’展
■ 전시장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7길 37 갤러리 도스 Tel. 02-737-4678
■ 전시기간: 2020. 3. 25 (수) ~ 2020. 3. 31 (화)
2. 전시내용
갤러리도스는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고자 일 년에 상반기, 하반기 두 번의 공모전을 기획하고 있다.
공모전에는 매번 새로운 주제가 정해지게 되며, 같은 주제를 가지고 각 작가들이 자신들의 작품세계를 참신하게 풀어내는 자리를 만들고자 한다.
2020년 상반기는 ‘감각의 대화’라는 주제를 가지고 조세미, 우지윤, 서지수, 설혜린, 심윤옥, 신민경, 길재영 총 7명의 작가를 선정하였으며, 2020년 1월 1일부터 2020년 3월 31일까지 각 작가의 개인전이 릴레이 형식으로 연이어 펼쳐지게 된다.
감각의 대화
인간의 대화는 말로 이루어진다. 우리는 말, 즉 언어를 통한 대화로 상호작용을 하며 이는 모두에게 통용되는 사회 관습적 체계 속에서 행해진다.
예술 또한 생각이나 감정을 전달하고 교류하는 하나의 매개체이다. 하지만 예술은 일반적 대화방식과 달리 어떠한 규칙이나 약속에 얽매어있지 않다. 작품을 통해 직관적인 느낌으로 전달되는 감각적 언어의 예술은 그 내용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닌 마음으로 느끼는 사뭇 다른 부류의 소통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논리성과 객관성에서 벗어나 오로지 자신의 감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예술가들은 주관적 표현의 결과물인 예술로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한다.
감각이 우선으로 살아있는 예술을 보며 관람객들은 말로써 다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의 동요를 느끼게 될 것이다. 갤러리 도스는 이번 공모전을 통해 예민한 감각으로 세상을 조금 더 본능적으로 느끼는 예술가들의 모습을 작품으로 보여줄 것이며 예술가들과 관람객들이 감각으로 대화하는 시간을 마련할 것이다.
잘 보이지 않아도 기억에 남는 순간들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김치현
예술가가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아 그려내는 사물과 풍경은 타인의 눈에는 박제된 시간처럼 멈춰져 있기도 하다. 과거의 순간을 차갑게 재구성하기 보다는 그 당시에 개인이 느꼈던 감정들과 지난 이야기를 다시금 화면에 재현하는 과정에서 새로이 발생하는 감정이 물감처럼 혼합되어 있다. 이러한 개인적인 이야기가 담긴 작품은 관객에게 있어 어렴풋이 긍정적인 에너지를 품고 있는 내용이라고 전달되지만 이미지에 적극 공감하고 화면속의 세계에 다가서기에는 모호한 미지의 영역이기도 하다. 이러한 현상에서 단순하고 소박한 순간도 개개인에게 진정으로 편안히 다가오기 위해서 까다로운 조건이 있는 이유를 고민해 볼 수 있다. 동시대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저마다의 일상이라 불리는 사건들은 온전히 개인적이라고 불리기에는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우리로 하여금 과거를 기억하게 하는 것은 수치화된 시간과 좌표가 아닌 함께했던 소중한 이와의 사건과 감정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길재영의 그림은 정지되고 접근 불가능한 단절된 세계가 아니다. 또한 드라마틱하고 거창한 순간과 장소를 선보이지도 않는다. 평범하고 대단치 않은 장소와 순간이며 빈자리가 있는 풍경이기도 하다. 여기서 빈자리란 관람자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며 유동적이고 형태가 정해지지 않은 살아있는 세계의 성질이다. 화면 속의 풍경은 구체적이지만 동시에 어느 곳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장소의 일부를 보여준다. 이는 작품을 감상하는 관객의 체험이 아니더라도 공감하며 쉽게 다가 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풍경 속에 보이는 인물들 역시 세밀하게 그려졌지만 인물의 정체와 행위는 구체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저마다의 목적을 향해 이동하며 무심하게 스쳐지나간다. 이렇게 특정지어지지 않고 보편적인 이미지가 주는 분위기는 작품에 사용된 투명한 재료들의 중첩이 만들어내는 가벼운 무게감과 더불어 아이러니 하게도 화면을 더욱 사실적으로 느껴지게 한다.
작가는 표현에 있어서 자신이 그린 인물의 표정, 행동이나 장소가 제공하는 시각적 정보를 넘어서서 관객으로 하여금 거리에서 들리는 특별하지 않은 소음이나 굳이 인식하지 않았던 숨을 쉴 때 들어온 공기의 냄새와 온도까지도 재구성하도록 유도한다. 수성재료와 색연필로 그려진 이미지에서 사람의 신체구조와 속도감이 그대로 느껴지는 수많은 획들의 중첩이 느껴진다. 때로는 희미하게 보이는 표현은 언제든지 보기 편한 디지털화면으로 이루어진 사진첩이 아닌 오랜만에 우연히 꺼내보게 된 비닐사이에 끼워져 있는 인화된 사진처럼 선명하지는 않지만 더 깊고 오래가는 울림을 지니고 있다.
작가가 그려낸 광경은 주인공 없이 조연들로만 이루어진 무대처럼 가득 채워진 장면이 아니다. 관객은 작품을 감상하며 놀이공원에서 아이들이 얼굴을 집어넣는 포토존처럼 화면 속에 자신이나 지인의 모습을 넣을 수 있다. 이는 각자의 경험과 기억이 어우러지며 공감대를 형성할 때 비로소 완성되는 이미지이기도 하다. 길재영은 이번 전시를 통해 소셜 미디어와 행복 보여주기에 강박적으로 취하고 지쳐있는 오늘날의 관객에게 진정한 행복은 손바닥 위의 작은 화면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잠깐 스쳐 지나갈지언정 자신의 눈으로 보고 만질 수 있는 현실이었음을 되새기게 한다.
superposition 2.14, 116.8x91.0cm, acrylic on waterproof, 2020
3.작가노트
본인의 작업은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사랑을 실천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그 관계에서의 심리와 감정들로 소통하고자 이를 공간을 빗대어 시각화한다. 빛은 공간에 심미적인 성격을 만드는 존재로, 공간을 이루는 요소들을 묶는 비물질성으로 정신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러한 빛의 속성을 활용하여 공간의 구성요소들이 모호한 경계로 인해 섞이게 하였으며, 열린 구도로 화면이 확장되도록 유도하였다.
또한 경험하는 감정과 생각들을 연결하고 정리하여 대상을 파악하는 빛의 시지각 행위로, 내면의 심리와 감정이 반영된 공간 이미지가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풍경들은 실제 현실이면서도 감각적인 형태로 변형된 초월의 이미지이다. 이러한 심리적 내면의 공간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산점투시의 다시점을 응용하여 감각에 의한 다양한 시점을 한 화면에 표현하는 방식을 시도한다.
그뿐 아니라 대상의 흐름을 함축적으로 파악하여 선으로 재현하는 필획을 사용하였다. 선에서 면, 면에서 선으로 바뀌면서 시간과 공간을 연결해 나갔다. 동시성과 시간성이 들어간 체험적이고 유기적인 공간은 주객일치의 자연관에서 기인한 동양적인 개념의 공간이라고도 볼 수 있다. 여기에 색보다는 빛의 시지각을 표현하기 위한 엷은 착색 효과를 주고 여백을 바탕에 그대로 남겨두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