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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도스 기획 - 백신혜 ‘자기화 된 풍경’展 - 백신혜 개인전, Gallery DOS,

김혜경 기자 | 기사입력 2020/05/14 [13:22]

갤러리 도스 기획 - 백신혜 ‘자기화 된 풍경’展 - 백신혜 개인전, Gallery DOS,

김혜경 기자 | 입력 : 2020/05/14 [13:22]

백신혜 작가는 감정적으로 감내하기 힘든 상황에 맞서기 보단 곁으로 타고 흐르도록 유도했다. 흔적을 깊게 새긴 거센 변화에 부딪혀 부러지지도 굽어지지도 않았기에 충격은 피부아래 스며들게 되었다. 지독했던 아픔은 체온과 인내의 압력에 의해 서서히 부스러지고 가루가 되어 몸 안에 엉겨 녹아들었다.

 

갤러리 도스 기획

백신혜 ‘자기화 된 풍경’展

2020. 5. 20 (수) ~ 2020. 5. 26 (화)

▲ 갤러리 도스 기획 - 백신혜 ‘자기화 된 풍경’展 - 백신혜 개인전, Gallery DOS,  © 문화예술의전당

 

전시내용 

 

우거진 틈사이로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김치현

 

  상처를 치료하려면 치유의 고통을 겪어야 한다. 몸 안에 박힌 가시를 뽑아내는 적극적 행위를 통한 치유도 있지만 안에 들어선 고통을 밖으로 꺼내기 위해 다시 마음을 절개할 자신이 없기에 그대로 안고 살아가야 할 수도 있다. 전자의 경우 예상치 못한 다른 아픔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고 후자의 경우 몸과 하나가 되어 점차 무뎌지지만 이따금씩 떠올라 고통스러운 기억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작가는 자신의 상처를 인정하고 누군가는 치부로 여길 수 있는 약점을 담담히 드러낸다. 타인의 시선에서는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은 상태이지만 당사자에게는 상처 입은 자신의 상태를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임으로 차근히 평온에 다가가는 길고 느린 과정일 수 있다.

 

 백신혜는 감정적으로 감내하기 힘든 상황에 맞서기 보단 곁으로 타고 흐르도록 유도했다. 흔적을 깊게 새긴 거센 변화에 부딪혀 부러지지도 굽어지지도 않았기에 충격은 피부아래 스며들게 되었다. 지독했던 아픔은 체온과 인내의 압력에 의해 서서히 부스러지고 가루가 되어 몸 안에 엉겨 녹아들었다.

 

캔버스 표면을 느리게 타고 흐르며 마티에르를 남기고 굳은 물감은 말라붙은 지 오래되지 않은 고름과 피처럼 거칠어 보이지만 표면이 충격을 받아 쪼개진다면 아직 연약하고 축축한 속을 유추할 수 있는 모양이다.

 

붓질은 작가의 신체구조를 작위적으로 거스르지 않고 팔이 움직이는 자연스러운 곡선을 따르며 새겨졌다.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탈색되고 빛바랜 듯 낮은 채도의 색감이 지배적이다. 색은 차갑고 매정하게 다가오기 보다는 작가가 상처 속에서 다른 유약한 부분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꺼낸 진주처럼 온기가 남아있는 색감이다.

 

다양한 속도와 두께로 칠해진 물감은 근처의 스트로크나 캔버스 표면의 결과 뒤섞이며 긁힌 피부의 딱지처럼 화면 곳곳에 자리 잡았다. 대부분의 작품은 실존하는 장소라기 보단 상처와 자기 자신이 개인적 감상이나 관념에 의해 투영된 풍경이다. 줄기가 엉킨 덤불처럼 보이는 형상은 개인에게 닥친 상처라는 경험이 지닌 복잡함처럼 다가오며 표면으로 드러나는 일부는 단순해보이지만 당사자와 주변 환경까지 연결되어 있는 아픔으로 인한 관계의 어려움을 연상시킨다.

 

시련이 지나간 마음은 손길이 끊긴지 오래된 숲속의 길처럼 사람들의 원활한 통행에 지장을 주는 덤불로 무성해져 있다. 길의 진가를 알아주었으면 하지만 먼저 다가가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꺼려지는 속내는 보이고 들리는 언어로 소통하려 하기 보다는 모두가 서로에 대한 신중하고 섬세한 이해의 눈길로 살펴보아야 비로소 발견할 수 있다.

 

 휴식과 치유를 위한 머무름이 쉽게 허락되지 않는 세상을 살아가는 동시대 사람들은 저마다 크기와 깊이가 다른 상처를 지니고 있지만 남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포장하고 태연한 척하기 마련이다. 백신혜는 자신이 겪은 고통을 드라마틱하게 가공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차분하고 당당히 선보인다.

 

작품들은 밝고 미소 짓게 하는 원인에서 비롯된 에너지로 그려지진 않았지만 상처라는 보통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기에 어렵지 않게 공감하고 작가의 가슴 안에 발을 디딜 수 있다. 꾸밈없이 적나라하게 다가오는 이미지를 보며 관객들은 스스로 진흙탕과 가시밭을 걷는 모습조차 눈을 돌리지 않고 수용하며 사랑함으로써 힘든 시기에 필요한 진정으로 굳센 자존감이란 무엇인지 되새기게 한다. 

 

▲ 육체화된 풍경(300호) 각 162.2x130.3cm Oil on canvas 2020  © 문화예술의전당

육체화된 풍경(300호) 각 162.2x130.3cm Oil on canvas 2020

  

작가약력

2017 단국대학교 조형예술학과 서양화전공 졸업, 박사 

2010 단국대학교 회화학과 서양화전공 졸업, 석사

2008 단국대학교 예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학사

 

개인전

2020 Intimate landscape, 갤러리 도스, 서울

2018 Self-censorship landscape, 토포하우스, 서울

2014 TACTILE LANDSCAPE, 그림손 갤러리, 서울

2013 '촉감이 있는 풍경', Gallery ㄱ, 파주

2012 DMC Gallery 기획 초대 개인전, DMC 갤러리, 서울

2012 ‘A Room of One's Own', 임 아트갤러리, 수원

 

2인전

2011 기억의 빈틈, 노암갤러리, 서울

 

그룹전

2019 단연: 다섯 번째 계절, 용인 포은아트 갤러리, 용인

2018 징후가 보이다 전, 역삼 1 문화센터 1 갤러리, 서울

2017 소리나는 그림 전, KOREA DAILY ART CENTER, LA 

2017 징후가 보이다 전, 경기도립 물향기수목원 내 기획전시실, 오산

2012 단국대학교 서양화전공 박사과정 그룹전, 토포하우스, 서울

2011 한-두바이교류 한국문화주간 한국 현대미술초대전, 두바이

2010 On the Bounce, 스페이스15번지, 서울

2010 도배展, Open Space DOOR, 서울

2008 단꿈展, 덕원갤러리, 서울

외 다수

 

▲ 무한 회귀 90.6x72.5cm Oil on canvas 2020  © 문화예술의전당

 

무한 회귀 90.6x72.5cm Oil on canvas 2020

 

▲ 규정지을 수 없는 존재 53x64.8cm Oil on canvas 2020  © 문화예술의전당

규정지을 수 없는 존재 53x64.8cm Oil on canvas 2020

 

▲ 변모하는 존재 130.3x162.2cm Oil on canvas 2020  © 문화예술의전당

 

변모하는 존재 130.3x162.2cm Oil on canvas 2020 

 

▲ 본질적 존재 90.7x116.8cm Oil on canvas 2020   © 문화예술의전당

 

본질적 존재 90.7x116.8cm Oil on canvas 2020

 

▲ 삶의 잔상 90.7x116.8cm Oil on canvas 2019   © 문화예술의전당

 

삶의 잔상 90.7x116.8cm Oil on canvas 2019

 

 

전시개요 

 

■ 전 시 명: 갤러리 도스 기획 백신혜 ‘자기화 된 풍경’展

 

■ 전시장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7길 37 갤러리 도스 ,Tel. 02-737-4678  

 

■ 전시기간: 2020. 5. 20 (수) ~ 2020. 5. 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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