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사냥- 임수택 연출,페터 투리니 작,김진배, 백선주 출연,Peter Turrini, Rozznjogd
문예당 | 입력 : 2007/02/25 [16:35]
“쥐사냥” 세 번째 공연은 물질문명의 모든 것이 미화되고 일방적인 가치관이 점령하고
있는 요즘 우리 사회의 풍토에서 총을 들이대고 싶은 마음에서 준비됐다.손쉽게 관객을
끌어오기 위해 비현실적인 내용으로 가득 찬 사이비 예술들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공연을 보면 사창가의 포주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극단로뎀 제21회 정기공연
쥐사냥 (Rozznjogd) ◈ 공연기간: 2007. 3. 8.(목) ~ 3. 31. (토)
◈ 공연장소: 시청앞 덕수궁 옆 제일화재 세실극장
◈ 공연시간: 화~토 4시, 8시/ 일4시(월요일 공연 쉼)
◈ 티켓가격 전석2만원(16세 이상관람가) 출연진: 김진배, 백선주
스텝
원 작 : 페터 투리니(Peter Turrini)
연 출 : 임수택
무대-정연광, 조명-차재영, 음악 및 음향-이동호, 그래픽디자인-장석규, 사진-이성균
조연출-김관동, 홍보,기획-김은주, 주최 극단 로뎀 문의 02-736-7600
쓰레기 속에서 벗고 춤추는 우리는 행복한 쥐사냥 꾼!!!
1. 기획 의도
◈ 쥐사냥이 제일화재 세실극장에 오르기 까지 극단 로뎀은 페미니즘 연극을 주로 공연하는
극단으로 알려져 왔으나 창단 공연 ‘넛츠’를 비롯하여 ‘겨울 사자들’
‘매쓰 어필’ ‘요나답’ ‘노랑꽃창포’ ‘느영 나영 풀멍 살게’ 등으로 이어지는
레파토리를 보면 상당히 문학적이며 문제의식이 강한 작품들을
훨씬 더 사랑했음을 알 수 있다.
2년여의 공백을 끊고 새로운 각오로 시작하면서 ‘쥐사냥’을 선택한 이유 또한
독일에서 초연 이후 비평가들의 끊임없는 논란의 대상이 되었음을 비쳐볼 때
주제 의식이 강열했던 극단 로뎀의 일련의 작품들과 그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겠다.
이 작품 ‘쥐사냥’은 초연 작품이 아니다.
더구나 다른 극단에서 두 번 씩이나(2001년, 2004년) 올렸던 작품을 주로 초연 작품
쪽에 비중을 두었던 극단 로뎀에서 공연한다는 것은 상당히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극단 로뎀의 주 관객 층이 3,40대의 중년, 특히 여성이었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20대 두 배우가 등장하는 젊은이들의 이 연극은 극단 로뎀의 연극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극단 로뎀에서 이 연극을 선택한 이유는 이 연극의 작품성과 역동성 때문이었다.
뒤에 따로 설명이 있겠지만 이 연극이 관객에게 주는 메세지는 아주 단순하면서도
어렵지 않다. 하지만 주제는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들만큼 충격적이다.
또한 극단 로뎀은 앞으로 정말 좋은 작품이라면 초연이니 우리 것이니 하는
쓸데없는 자존심이나 고집을 버리겠다는 결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직 관객의 감동을 원한다.
관객들에게 황홀한 몰입을 줄 수 있다면 연극 외적인 어떤 이유도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 작품 ‘쥐사냥’은 그래서 무대 위에 올려진다.
2. 작품 줄거리
공장에서 일하는 남자는 미래에 대한 아무 희망도 없다.
정비소에서는 작업반장이 주는 스트레스뿐이고 문 밖을 나서면 거리 마다 마주치는
짭새들도 이유 없이 싫다.
오토바이 부품들을 모아 자기만의 오토바이를 완성하고 흥분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결국은
다른 사람들의 오토바이와 별로 다를 것도 없고 오토바이를 타고 달려 보기도 하지만
그것도 그 때뿐, 아무런 자유도 가져다 주지 않는다는 사실에 절망한다.
그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고 싶고 사회 속에서 홀로이고 싶다.
그래서 찾아낸 곳이 쓰레기 매립장. 썩은 냄새와 쥐새끼들로 가득하지만 그에게는 유일하게 숨 쉴 수 있는 공간인지도 모른다.
더구나 그곳에서는 쥐새끼들을 향해 총을 쏘아댈 수 있다.
사냥에서 오는 카타르시스가 있고 나만의 영역이 생긴 것이다.
그에게 여자가 생겼을 때 그는 여자를 자기의 영역으로 데리고 온다.
그리고 여자에게 자기의 세계를 이해시키려고 노력한다.
‘쓰레기가 쌓이면 흙을 한 꺼풀 씌우고 그 위에 집들을 지을거야. 아파트들 말이야!’
그들은 점차 자신들이 갖고 있는 것들도 쓰레기와 다를 것이 없음을 깨달아간다.
그리고 그것을 버릴 때 점차 자유로울 수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갖고 있는 모든 것을 쓰레기 더미 속에 던져 버린다.
핸드백, 지갑, 목걸이, 귀걸이, 시계....
그리고 입고 있던 옷들까지도 하나하나 벗어버리기 시작한다.
완전히 발가벗었을 때 그들은 완전한 자유인이 된다.
남자와 여자의 구분 따위는 이미 무의미하다.
그들은 인간이며 쥐새끼이며 자연이다.
그들은 춤춘다, 발가벗은 몸으로.
완전한 자유!
그러나 그 들만의 자유가 오래 지속될 수는 없다.
쓰레기 매립장이라고 해서 이 사회와 완전히 분리된 다른 세계일 수는 없다.
사람들이 찾지 않는다 해서 분리된 것은 아니다.
그것은 또 하나의 사회였다. 사회는 그들의 몸짓을, 자유를 용납하지 않는다.
자유함을 노래하며 춤추는 그들 뒤로 거대한 쓰레기차가 다가온다.
그리고 지쳐 쓰러진 그들 위로 산 같은 쓰레기를 쏟아 붓는다.
3. 작가 페터 투리니(Peter Turrini)와 작품
오스트리아 출신의 작가 패터 투리니(Peter Turrini 1944- )는 강렬하면서도 충격적이고
실험적인 작가로 알려져 왔다.
그의 작품들은 돼지 도살(1972) 끝내주는 날(1973) 유아 살해(1973) 등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것처럼 도전적이고 섬짓하며 도발적이다.
특히 그의 처녀작 쥐사냥(1971년)이 비인의 민중 극장(Volks theater)에서 공연되었을 때,
노골적인 언어와 공격적인 주제로 인해 비평가들의 가장 많은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고
관객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으며 ‘불편한 향토 작가’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작품의 치밀한 구성과 처음부터 숨 돌릴 틈 없이 관객을 몰아붙이는 긴장감,
강렬한 메세지로 인해 그는 ‘실험적 언어의 천재적 마술사’라는 칭호를 받으며
현대 오스트리아의 대표적인 극작가로 인정받기에 이른다.
쥐사냥은 패터 투리니의 처녀작이자 최고의 대표작이다.
문명에 대한 역겨움과 세상에 대한 경멸을 충격적으로 그려내면서도
그 가운데 사랑에 대한 동경과 자유에 대한 꿈을 솔직하게 보여줌으로 해서
절망적 비극 속에서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결코 버리지 않는다.
독일과 브로드웨이는 물론 일본 등 세계의 곳곳에서 공연된 이 작품은
서울에서는 2001년(크리스치안 슈파첵과 임수택 공동연출)과
2004년(임수택 연출) 2차례에 걸쳐 공연된바 있다.
4. 연출 임수택
임수택, 과천한마당축제 예술감독
괴테는 예술이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한 가장 좋은 수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현실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좋은 수단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나는 이 말을 예술을 빙자하여 현실을 도피하는 부류에 대한 비판과 함께 예술이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제시하여야 한다는 충고로 해석한다.
어떤 경우든 현실에서 도피하는 것은 순간적으로 달콤한 맛을 줄지 모르지만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못되기 때문이다.
손쉽게 관객을 끌어오기 위해 비현실적인 내용으로 가득 찬 사이비 예술들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공연을 보면 사창가의 포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거리에서 소녀들을 유혹하는 예쁜 팬시상품 같기도 한다.
관객이 많다는 것이 공연의 질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소설 “해리 포터”가 좋은 소설인가 하는 문제는 베스트셀러라는 점과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
예술사는 현실을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마주하고 치열하게 부딪힌 작품들을
고전의 반열에 올려놓고 있다.
페터 투리니의 “쥐사냥”은 아주 공격적이고 거친 작품이다.
작품배경도 쓰레기장이다.
관객은 종종 쓰레기장의 쥐처럼 취급되고 총알 세례를 받는다.
무엇보다 두 주인공은 문명세계의 모든 것을 쓰레기로 규정한다.
그리고 이것들이 우리의 본질을 뒤덮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한 다음 자기가 가지고 있는
모든 물건들을 버리기 시작한다.
국가라는 사회조직도 부정된다. “대한민국~ 만세!”가 아니라
그와 정반대의 구호를 외친다. 붉은 악마들이 보면 기절초풍할 일이다.
“쥐사냥” 세 번째 공연은 물질문명의 모든 것이 미화되고 일방적인 가치관이 점령하고
있는 요즘 우리 사회의 풍토에서 총을 들이대고 싶은 마음에서 준비됐다.
5. Cast
◈ 남자역 : 김진배
출연작 : 넛츠(2005), 매장된 아이(2006)
◈ 여자역 : 백선주
출연작 : 메데이아 콤플렉스, 아버지의 자장가, 가출소녀 우주 여행기, 매장된 아이,
크로커스, 감질난 가족
6. 극단 로뎀과 제일화재 세실극장
“연극을 통한 세상과의 소통은 여전히 아름다운 일이다.”
◈ 극단 로뎀은
1988년 10월 31일 창단하여 정통 리얼리즘 형식의 품격 높은 공연을 올려온 연극 전문 공연
단체입니다.
19년 동안 20회의 정기 공연은 예술성과 품위를 추구하는 극단 로뎀 의 고집 때문입니다.
극단 로뎀은 <요나답>,<겨울사자들>,<우리의 브로드웨이 마마>, <매쓰어필>, <넛츠>,
<느영나영 풀멍살게>등 뛰어난 문제작들로 문학성과 작품성을 인정 받았으며,
<나, 여자예요!>, <우리의 브로드웨이 마마>, <셜리 발렌타인>,
<우리가 애인을 꿈꾸는 이유>와 같은 페미니즘적인 작품들로는 전회 매진을 기록할 만큼
관객의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창단 20주년을 앞두고 더욱 젊고, 새로워진 극단 로뎀의 행보를 주목 해 주시기 바랍니다.
◈ 제일화재 세실극장은
1976년 개관하여 제1회~제4회 대한민국 연극제가 열리기도 한 연극계의 산실로
1998년 폐관 위기에 놓이게 되자, 극단 로뎀의 하상길 대표가 1999년 인수하여
개 보수를 통한 연극 전용 공연장으로 재개관하였다.
IMF로 어려운 시기에도 불구하고, 문화를 사랑하는 기업 제일화재의 임대료 지원으로
순수한 파트너쉽을 결성. 극장 이름을 제일화재 세실극장으로 바꾸고, 현재까지 좋은
공연을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다.
7. 지난 공연 평…
“철저히 육화된 인물을 통해 치밀한 전개의 필연적인 결과를 보여준다.”(김미도/평론가, 객석 6월호)
황폐한 현실 속으로 관객 빨아들인 풍자극.
두 배우는 인물들의 심리적 변화과정을 섬세하게 따라가며 차분하게 분위기를
고조시켜나간다. 그들이 모두 나체가 되어 무대 위에서 날뛸 때도 전혀 충격적이지
않은 것은 그만큼 철저히 육화된 인물들을 통해 치밀한 전개의 필연적인 결과를
보여준 때문이다. “쓰레기더미가 피워내는 충격적인 의미들” (김유미/평론가, 월간 객석 6월호)
쓰레기더미가 피워내는 충격적인 의미들 그들이 쓰레기들로부터 벗어나고자 했던 몸부림의
결과는 상상 이상으로 무대에서 빛을 발한다.
“한없는 자유를 향한 몸부림을 온몸을 굴리며 보여주는 퍼포먼스 같은 마지막 5분간의
충격이 관객들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긴다.” (김명환 기자, 조선일보 2001년5월10일)
“문명의 폐해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일상 꼬집어” (박소영 기자, 중앙일보 5월 2일)
문명의 폐해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일상을 적나라하게 그려 문명사회에서 소외되고 있는
인간의 본성을 표현했다.
“인간을 기계부품으로 내모는 일상, 유명 브렌드에의 집착 등 자본주의의 역기능이
선명히 드러난다.” (장병욱 기자, 한국일보 4월 19일)
도시문명이란 결국 쓰레기. 투리니 원작 <쥐사냥> 현대 소비자본주의를 비판 인간을
기계부품으로 내모는 일상, 유명 브랜드에의 집착 등 자본주의의 역기능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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