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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도스 기획 정인혜 ‘겹으로 쌓인 기억 : 여름방학'展, 정인혜 개인전, Gallery DOS

이혜경 기자 | 기사입력 2020/08/06 [19:26]

갤러리 도스 기획 정인혜 ‘겹으로 쌓인 기억 : 여름방학'展, 정인혜 개인전, Gallery DOS

이혜경 기자 | 입력 : 2020/08/06 [19:26]

 몇 일동안 내리던 비가 맑게 개인 다음 날, 우연히 마주한 평상 위 망가져 버려진 우산은 수많은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초등학교 3학년 여름 방학때 베란다에 생긴 평상에 대한 기억, 평상에서 듣던 빗소리, 등굣길에 듣던 개구리 울음소리, 습한 교실의 냄새, 그리고 다음 날 베란다에 놓여 있던 젓은 신발에 대한 기억까지, 이러한 기억들은 본인의 무의식 속에 고스란히 잠재되어 있다. 

 

우리는 ‘기억’을 통하여 과거의 시간을 현재로 가져올 수 있다. 흐르는 시간 속 잊혀져버린 과거가 ‘기억’을 통해 현재와 동일 선상에 놓이게 된다. 본인은 현재의 시점에서 기억을 통해 과거의 상황, 풍경들을 떠올림으로써 작업을 시작하곤 한다. 무의식적으로 떠오르는 기억들과 의도적으로 애써 떠올리는 기억들을 탐구하며, 때로는 그러한 기억을 바탕으로 더 깊은 기억을 찾아 헤메기도 한다. 과거의 시간을 현재에 모아 재현해냄으로써 미래의 시간 또한 담아 일상을 바라본다. 이렇듯 ‘기억’은 본인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어서 머무르며 돌아볼 수 있는 정거장의 역할을 한다.

 

수없이 많은 단면들로 쌓여진 기억의 이미지들은 겹의 구조로 작품에서 표현된다. 겹은 작품에서 중요한 키워드로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 첫 번째 형식적 의미에서의 겹은 본인이 기억을 떠올려 여러 이미지가 하나로 겹쳐지는 표현이나 설치에 있어서의 방식이다. 주름으로 접혀진 공간 속 겹겹이 쌓인 기억을 이미지화해 재구성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만든다. 두 번째 표현적 기법에서의 겹이다. 희미한 기억 속 사물의 형상을 표현하기 위해 흙물을 한겹 한겹 발라 표현한다. 이러한 표현방식은 과거부터 현재의 함축적 시간을 의미한다. 

 

일상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 사물들은 소재가 되어 기억을 불러일으키고 작품으로 형상화된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일상의 사물들이 본인에게 감각적 기호로 작용하여 저장되어 있는 기억을 떠오르게 하고 그러한 기억들은 본인의 과거를 담는 의미 있는 사물로 다시 태어나게된다. 

 

이번 전시는 본인의 유년 시절부터 현재의 시간 속에서 여름날 기억의 시간을 펼쳐 형상화하였다. 유난히도 무더웠던 그해, 여름. 무더위에 지친 나의 하루를 어루만져주던 여름 단비가 내리던 날. 주름진 서랍 안 기억을 꺼내어 본다.   

 

 

‘흐름의 틈’

2020 하반기 기획공모전 작가

정인혜 ‘겹으로 쌓인 기억 : 여름방학’展

2020. 8. 12 (수) ~ 2020. 8. 18 (화)

 

전시개요 

■ 전 시 명: 갤러리 도스 기획 정인혜 ‘겹으로 쌓인 기억 : 여름방학'展

■ 전시장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7길 37 갤러리 도스

■ 전시기간: 2020. 8. 12 (수) ~ 2020. 8. 18 (화) 

▲ 갤러리 도스 기획 정인혜 ‘겹으로 쌓인 기억 : 여름방학'展, 정인혜 개인전, Gallery DOS  © 문화예술의전당

 

전시내용 

별거 아니기에 더 눈길을 끄는

갤러리도스 큐레이터 김치현

 

  오늘의 만족을 채우는 얇은 기쁨은 매끄럽게 반짝이는 물건에서 비롯되지만 지난 시간을 되살리고 미소 짓게 해주는 깊은 행복은 낡은 물건의 먼지를 닦아냈을 때 드러나는 광택에 스며있다. 사람이 만들어낸 공산품은 특유의 단순한 편리와 저렴함으로 인해 삶의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지만 짧은 수명을 지니고 있기에 기능을 상실하면 볼품없는 모습으로 비하되기도 한다. 많은 문학에서 낡고 망가진 물건은 자연이 지닌 영원한 순환과 대비되는 덧없고 부정적인 현실과 자신에 대한 투영이었지만 정인혜는 그곳에서 지난 추억의 아지랑이 같은 소음과 향기를 떠올린다. 

 

 작품은 고유의 색을 대부분 상실한 채 무채색으로 표현되었다. 어린 시절을 흑백으로 기억하는 세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색이 흐려진 사물은 동시대의 시간성이 느껴지지 않도록 유도하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단순히 색 조정에서 그치지 않고 작품의 표면을 가득 채운 흙물의 붓 터치 효과는 소셜미디어와 스마트폰이 제공하는 빠르고 간편하게 처리된 모노톤 필터가 아닌 작가의 어린 시절을 함께한 켜켜이 쌓이고 반복된 사물의 기억을 연상케 한다. 표면을 가득 채운 질감에는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는 지금부터 과거의 어느 시점까지 누적된 시간성이 담겨있으며 자연스럽게 형성된 희뿌연 색감은 분명히 떠오르지만 생생했던 당시의 순간에 비해 안개처럼 모호한 사람의 기억이 지닌 한계와 그로인해 더 소중하고 뜻깊어지는 추억의 특성을 보여준다. 

 

 작품들은 일종의 조합을 지니며 군을 형성하고 있다. 서로 크게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사물의 나열은 과거 정물화에서 보이는 무작위적인 정물의 배치와 닮아있다. 성인이 된 작가의 어린 시절은 개인적인 경험인 동시에 90년대 초반의 가정과 학교 사이의 거리가 지닌 시시콜콜한 동시에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보통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카세트테이프가 들어가는 구식라디오와 향로처럼 생긴 연필꽂이 그리고 뻐꾸기시계처럼 당시에는 보편적이었지만 지금은 쓰이지 않는 물건들은 오래되었지만 아직도 형태가 변화하지 않은 생필품과 함께 당시를 특별하게 바라보는 작가의 오늘과 지난날의 평범한 순간을 연결한다. 

 

 작품은 단단하게 굳어졌지만 사물로부터 연상되는 추억이 지닌 습기와 향기를 잃지 않고 박제되어 있다. 작가가 빚어낸 사물을 통해 떠올리는 기억은 지금 청년층이라는 이름으로 대표되는 20대와 30대의 연령층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모습이지만 관객들이 연령대에 구분 없이 작품에 냄새와 소리가 없음에도 여러 감각을 동시에 생동감 있게 느낄 수 있는 이유는 시대를 막론하고 개인들이 지닌 소박한 추억의 모양과 무게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신중히 모은 흙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빚어진 도자기는 다시 유약의 과정과 가마니에서의 열을 견디고 선별되어 감상자의 눈앞에 설 수 있다. 정인혜의 작품은 앞서 이야기한 과정을 거치면서도 일반 관객이 쉽게 다가서기 힘든 고급 도자기가 아닌 편안하고 평범한 화면으로 채워진 일상속의 익숙한 물체의 모습을 하고 있기에 과거인 동시에 동시대성을 지니고 있다.

 

  © 문화예술의전당

 

작가약력

2019 홍익대학교 대학원 도예학과 수료

2016 목원대학교 도자디자인학과 졸업

 

개인전

2020 겹으로 쌓인 기억 : 여름방학, 갤러리도스, 서울

 

그룹전

2020 서울도자아트페어&디자인아트페어2020 

2019 공예트렌드페어 창작공방관

2019 <아시아 국제도자 교류전>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김해,한국

2018 <아시아 현대 도예전>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서울,한국

2017 <MISSING LINK>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서울,한국

2017 <아시아 현대 도예전> 아이시현도자미술관, 세토,일본

 

레지던시

 2020 신당창작아케이드11기 입주작가

 2019 겨울국제도자아트캠프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2017 알프레드여름학교, 미국

수상

 2020 서울도자아트페어신진작가 공모전 선정

 2019 프란츠 라이징스타 프로젝트 어워드, 대만

 2015  충남미술대전 공예부분 특선

 2015  전국 대학생 물레 경진대회 특별상

 2015  충청남도 산업디자인 대전 특선

 2015  여류 도예가회 도예 공모전 우수상 

 2015  대한민국 미술대전 현대공예 입선

 

 

작가노트

 

겹으로 쌓인 기억 : 여름방학

 

 정인혜

 

 몇 일동안 내리던 비가 맑게 개인 다음 날, 우연히 마주한 평상 위 망가져 버려진 우산은 수많은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초등학교 3학년 여름 방학때 베란다에 생긴 평상에 대한 기억, 평상에서 듣던 빗소리, 등굣길에 듣던 개구리 울음소리, 습한 교실의 냄새, 그리고 다음 날 베란다에 놓여 있던 젓은 신발에 대한 기억까지, 이러한 기억들은 본인의 무의식 속에 고스란히 잠재되어 있다. 

 

우리는 ‘기억’을 통하여 과거의 시간을 현재로 가져올 수 있다. 흐르는 시간 속 잊혀져버린 과거가 ‘기억’을 통해 현재와 동일 선상에 놓이게 된다. 본인은 현재의 시점에서 기억을 통해 과거의 상황, 풍경들을 떠올림으로써 작업을 시작하곤 한다. 무의식적으로 떠오르는 기억들과 의도적으로 애써 떠올리는 기억들을 탐구하며, 때로는 그러한 기억을 바탕으로 더 깊은 기억을 찾아 헤메기도 한다. 과거의 시간을 현재에 모아 재현해냄으로써 미래의 시간 또한 담아 일상을 바라본다. 이렇듯 ‘기억’은 본인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어서 머무르며 돌아볼 수 있는 정거장의 역할을 한다.

 

수없이 많은 단면들로 쌓여진 기억의 이미지들은 겹의 구조로 작품에서 표현된다. 겹은 작품에서 중요한 키워드로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 첫 번째 형식적 의미에서의 겹은 본인이 기억을 떠올려 여러 이미지가 하나로 겹쳐지는 표현이나 설치에 있어서의 방식이다. 주름으로 접혀진 공간 속 겹겹이 쌓인 기억을 이미지화해 재구성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만든다. 두 번째 표현적 기법에서의 겹이다. 희미한 기억 속 사물의 형상을 표현하기 위해 흙물을 한겹 한겹 발라 표현한다. 이러한 표현방식은 과거부터 현재의 함축적 시간을 의미한다. 

 

일상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 사물들은 소재가 되어 기억을 불러일으키고 작품으로 형상화된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일상의 사물들이 본인에게 감각적 기호로 작용하여 저장되어 있는 기억을 떠오르게 하고 그러한 기억들은 본인의 과거를 담는 의미 있는 사물로 다시 태어나게된다. 

 

이번 전시는 본인의 유년 시절부터 현재의 시간 속에서 여름날 기억의 시간을 펼쳐 형상화하였다. 유난히도 무더웠던 그해, 여름. 무더위에 지친 나의 하루를 어루만져주던 여름 단비가 내리던 날. 주름진 서랍 안 기억을 꺼내어 본다.   

  © 문화예술의전당

  © 문화예술의전당

  © 문화예술의전당

  © 문화예술의전당

갤러리 도스 기획 정인혜 ‘겹으로 쌓인 기억 : 여름방학'展, 정인혜 개인전, Gallery D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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