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불' - 임영웅 연출 , 국립극단
문예당 | 입력 : 2007/06/11 [19:15]
차범석 선생이 타계한 지 어느덧 1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지난 2005년 국립극단 '산불' 이후 불과 1년 후 선생은 세상과 작별했다. 이제 국립극단은 선생이 타계한 지 꼭 1년 만에 '산불'을 다시 무대에 올린다. 국립극단 특별공연 - 대표 레퍼토리 복원 및 재창조 작업 <2007년 국립극장 청소년예술제 참가작> 故 차범석 선생을 기리며 다시 불타오르는 2007 '산 불' Ⅰ. 공연 개요
차범석 선생 타계 1주기, 우리는 그 어른이 그립다
차범석 선생이 타계한 지 어느덧 1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지난 2005년 국립극단 <산불>
이후 불과 1년 후 선생은 세상과 작별했다. 이제 국립극단은 선생이 타계한 지 꼭 1년 만에
<산불>을 다시 무대에 올린다.
한국 사실주의 연극의 최고봉이라 칭송받는 차범석의 <산불>은 1962년 명동 국립극장에서
초연한 이후 여러 극단과 단체, 학교 등지에서 꾸준히 올라가는 명작 중의 명작이다.
2007년 국립극단 특별공연 <산불>은 한국연극의 거장 임영웅 선생이 다시 연출을 맡아
한국 사실주의 연극의 힘과 깊이를 2007년 우리들에게 다시 한번 일깨워 줄 것이다.
<산불>은 한국전쟁이 일어난 후 소백산맥의 한 두메 마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중심으로, 마을의 이장인 ‘양씨’와 이웃 ‘최씨’의 충돌로 극이 시작된다.
이 마을은 과부마을로서 마을에 남자라곤 노망난 김노인과 아이들이 전부다.
‘양씨’의 며느리인 ‘점례’는 이 마을에서는 드물게 유식자이자 아름답고 젊은
과부이고, ‘최씨’의 딸 ‘사월’은 어린 딸 하나를 둔 젊은 과부이다.
어느 눈 내리고 추운 밤, 점례의 부엌으로 부상당한 한 남자(규복)가 숨어들고, 점례는
규복을 뒷산 대밭에 숨겨준다. 규복에게 동정심을 품은 점례는 음식을 날라주며 규복과
사랑을 나누는데, 사월이 우연히 이 광경을 목격하게 되어, 세 사람 사이에 미묘한 관계가
형성된다. 욕망과 인간애 사이에서 여자들의 혼란은 커져만 간다.
<산불>은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물론이고 주인공들의 살아 있는 캐릭터로 인해 한국의
남자 배우라면 누구나 ‘규복’을 꿈꾸고, 여자 배우라면 ‘점례’나‘사월’을 꿈꾼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배우들에겐 꼭 한 번 해보고 싶은 역할로도 유명하다.
마을 이장 '양씨' 역엔 브라운관에서 이시대의 어머니상으로 사랑받는 탤런트이자
연극 <오구>로 유명한 강부자, 경찰에게 목숨을 빼앗긴 아들을 두고 양씨와 사사건건
붙는 '최씨' 역엔 국립극단의 중견 권복순, 양씨의 며느리이자 공산군을 몰래 숨겨주는
과부 '점례' 역엔 국립극단의 곽명화, 점례의 숨겨둔 남자를 찾아내어선 욕망을 풀어놓는
'사월' 역엔 역시 국립극단의 계미경이 맡았다.
또 양씨의 모자란 딸이지만 작품에서 가장 개성 있는 캐릭터로 알려진 '귀덕' 역엔
지난 2004년 국립극단의 <떼도적>에서 ‘아밀리아’역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고,
대학로에서 활발히 활동중인 객원 이은정, 과부촌으로 들어와 마을 여자들에게 일대
혼란을 안겨주는 '규복' 역엔 국립극단의 주역, 이상직이 맡았다 .
이밖에 김재건, 이혜경, 조은경, 서상원 등 국립극단 중진들이 극을 이끌어가는 든든한
조역으로 활약한다.
초연의 성공 이후, <산불>은 영화로도 두 번 제작되었으며 TV 드라마와 오페라,
뮤지컬 등 여러 장르로 제작되면서 명작만이 가능한 끊임없는 생명력을 자랑해왔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바로 올해에도 <산불>의 또 다른 형제가 태어난다는 것이다.
이번 7월 8일에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역사적인 초연을 올리는
뮤지컬 <댄싱 섀도우>. 차범석의 희곡 <산불>을 원작으로 하여 만들어진 이 뮤지컬은
관객들에게 두 작품을 비교하며 볼 수 있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공연명 : 국립극단 특별공연
․ 국립극단 대표 레퍼토리 복원 및 재창조 작업
<산불>
일 시 : 2007년 6월 22일(금)~29일(금)
평일 오후 7시30분/ 토요일 오후 4시, 7시30분/ 일요일 오후 4시
(*월요일 공연 없음)
장 소 :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관람료 : 으뜸석(3만원), 버금석(2만원)
예 매 : 02)2280-4115~6(국립극장 고객지원실) www.ntok.go.kr
*사랑티켓 참가작
*공연 할인 청소년 30% / 장애우 및 국가유공자 50% / 단체15인 이상 20%
staff cast
예 술 감 독 오 태 석 김 노 인 김 재 건
원 작 차 범 석 양 씨 강 부 자
연 출 임 영 웅 최 씨 권 복 순
무 대 미 술 박 동 우 점 례 곽 명 화
음 악 작 곡 김 기 영 사 월 계 미 경
의상 디자인 김 지 연 규 복 이 상 직
조명 디자인 박 정 수 귀 덕 이 은 정
분장 디자인 김 종 한 쌀 례 네 조 은 경
음 향 한 철 정 임 김마리아
조 연 출 김 진 만 병 영 댁 이 혜 경
구 음 이 아 미 원 태 서 상 원
기획 . 홍보 신 보 현 대 장 노 석 채 외
Ⅱ. 작품 소개
백년이 지나도 꺼지지 않을,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을 <산불>
1951년, 1ㆍ4후퇴를 전후했던 시절. 나는 극도의 정신적 혼란에 빠져있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현실에 대한 절망이자 허무의 절정이었다....(중략)...
머언 43년 전의 일이다. 그런데 용케도 그 낡은 작품이 살아남아서 오늘의 관객과 마주앉게
되다니 새삼 감회가 무량하다. 내 나이 80고개에서 오늘의 관객과 만날 수 있으니 나는
정말 복이 많은 놈이다. 그것은 하나의 존재감이자 자부심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반세기 가까운 변혁의 소용돌이에서 연극도 많이 변했다.
나는 그 변해가는 것 자체에 대해서 언제부터인가 의문을 품게 되었다...(중략)...
언제 우리 연극계에 사실주의가 꽃피웠던가 생각해 봐야겠다.
외국 연출가 불러다놓고 만드는 사람들, 보는 관객도 그것이 정말 재미있다고 생각하는지?
부조리극, 표현주의극, 잔혹극, 서사극을 정말 알고들 표방하는 소린가?
이색적일지는 모르지만 성숙도도 역사의식도 개성도 없는 판을 짜놓고 지난 것을 모조리
폄하하거나 거부하고 자기가 알고 있는 얄팍한 잣대로 우리 연극을 옥죄려는 오만은
하루속히 씻어 내야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山불>은 새로운 시금석으로 도마에 올려놓고 재평가를 받아야 옳다.
정말 이 땅에 리얼리즘 연극은 한물갔는지 말이다. 2005년 <산불>에 붙이는 새로운 주석 - 차범석
<산불>이 오른 지 올해로 45년째이다. 故 차범석 선생은 국립극장으로부터 창작극 의뢰를
받고는 10년 간 품속에 간직하고 있던 이야기를 희곡으로 풀어냈다고 한다.
고향 목포에서 교편을 잡던 시절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보고 듣고 했던 이야기를 영암
월출산에다가 작가적인 상상력으로 옮겨 심은 것이 <산불>이라는 것.
저술 당시엔 정치적 ․ 성적 제압이 많던 시대라 <산불>은 남북 냉전 이데올로기라는
무거운 주제에 묶여 민족적 비극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러나 극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와 인간의 애욕과 갈등의 양상에
대한 세밀한 관찰과 묘사는 이 작품이 오늘날까지 생명력을 가질 수 있는 큰 이유가
되기도 한다.
6.25 전쟁이 터지자 두메산골에까지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남자란 남자는 모두 죽거나
떠나고 여자들만 남은 과부마을. 그 마을에 한 남자가 내려오면서 일어나는 과부 여인네들의
심리와 욕망은 주변 사건들과 맞물리면서 극적 완성도를 극대화시킨다.
탄탄한 이야기와 대사, 빈틈없는 캐릭터와 구성으로 <산불>은 ‘해방 이후 사실주의
희곡의 최고봉’이란 찬사를 들었고, 아직도 많은 신진 극작가들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고 있다.
은밀한 욕망, 절친한 두 여인의 갈등이 시작되다
<산불>을 지탱해 주는 가장 큰 갈등 구조는 과부인 ‘양씨’와 ‘최씨’ 집안의 갈등이다.
작품의 막이 열리면 ‘양씨’와 ‘최씨’가 각자의 비극적인 현실을 원망하면서 서로
싸우고 있는데 이러한 무대의 설정은 이 작품이 담고 있는 시간, 공간의 배경과 작품이
함축하고 있는 주제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그러나 이러한 두 집안의 갈등은 작품의 핵심적
사건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이 두 집안의 갈등은 작품의 큰 축으로 기능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사건의
핵심에서 벗어나 있다. ‘양씨’며느리 ‘점례’와 ‘최씨’딸 ‘사월’은 각각 남편을
전쟁 중에 잃은 과부이다.
따라서 이 작품은 과부 2대의 두 집안을 중심축으로 사건을 진행시킨다.
그러나 ‘점례’와 ‘사월’은 정작 자신의 남편이 상대의 남편의 이데올로기에 의해
희생당한 셈이지만 서로 싸우지 않는다. 단지 과부 신세만 한탄할 뿐이다.
이 점에서는 부모세대와 다르다. 말하자면 이 두 집안은 각각 구세대와 신세대 과부들 간의
갈등을 또한 중요하게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점례’와 ‘사월’의 우정은 산에서 도망친 ‘규복’에 의해 깨진다.
‘규복’이 점례의 도움으로 뒷산 대숲 속에 몸을 의지하며 사랑을 나누게 되고, 이 사실이
‘사월’에 의해 발각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사월’은 ‘규복’을 통해서 육체적인 쾌락을 맛보고자 ‘점례’의 비밀을 서로 공유한다.
<산불>의 핵심은 바로 이 삼각관계에 놓인다.
한 남자와 두 여자의 삼각관계는 한 여자의 행복과 다른 한 여자의 불행으로 끝나게
마련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세 인물 모두의 비극으로 끝맺는다.
정통 연극 <산불> vs 뮤지컬 <댄싱 섀도우>
- <산불>, 뮤지컬 바람을 타고 더 거세게 번지다
(이 부분은 따로 제작된 자료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오는 7월, 예술의전당에서 뮤지컬 <댄싱 섀도우>가 초연된다. 차범석의 <산불>을 원작으로
하여 수년에 걸친 기획기간 끝에 드디어 무대에 선다. 희곡 <산불>의 뮤지컬 화에 대해
연극계는 의아해 했지만 사랑과 전쟁, 거대한 운명의 폭풍 속에 휘말려 가는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그린 <산불>이야말로 전 세계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우리의 이야기가
아닌가. 정통 사실주의 연극 <산불>이 진중하고 인간 본연의 욕망을 다룬 진중한
작품이라면, 뮤지컬 <댄싱섀도우>는 젊고 생동감있는 면을 추구한다.
<댄싱섀도우>는 차범석의 원작 <산불>이 가지고 있는 주제의식과 기본 플롯은 그대로
남겨둔 채 작품이 가지고 있는 시대적 한정성과 지역 색을 탈피하고,
“Modern Fairytale(현대적인 우화)”의 모티브를 핵심으로 시공에 구애받지 않는
보편성을 추구, 한국의 이야기가 세계의 이야기가 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가장 큰 변화는 원작 <산불>의 주요 소재 ‘산’의 의미를 거주하는 곳 이상의 의미로
증폭시킨 것. <댄싱 섀도우>에서의 산은 마을 사람들의 영혼의 안식처이자 근본이며
정신적인 지주로 보존해야할 절대 가치이다.
때문에 전쟁으로 인한 산불은 인간성과 절대 가치의 파괴로 전쟁의 흉폭함과 의미 없음을
강조한다.
두번째로 산불의 극중 인물들의 관계를 단순화 시켰다. 두 집안의 대결구도였던
산불의 원작을 숲을 수호하 는 인물과 도시를 동경하는 인물의 갈등으로 바꿨다.
Ⅲ. 줄거리
어느 추운 겨울밤, 여자들만 남은 산골 마을에 한 남자가 숨어 들어오는데…
1951년 추운 겨울, 소맥산맥 한 줄기에 없는 듯이 묻힌 두메산골. 남자들은 하나같이
국군과 빨치산의 틈바구니에서 희생되거나 길을 떠났고, 마을은 노망난 김노인과
아이들을 빼곤 졸지에 모두 여자들만 남은 과부촌이 되었다.
국군이 서울을 탈환하고 남한 일대에는 다시 평화와 재생의 물결이 일고 있으나 험준한
산악 지대인 이‘과부마을’에는 밤이면 공비들이 활개를 치는 그늘진 마을로, 여자들은
남자들을 대신해 공출과 야경에 시달린다. 그 와중에 이 마을에 이장을 맡고 있는
과부 양씨와 이웃에 사는 과부 최씨의 갈등. 양씨의 며느리 점례는 이 마을에서는 드물게
유식자이며 아름답고 젊은 과부이고, 최씨의 딸 사월이도 딸 하나를 둔 젊은 과부이다.
어느 눈 내리고 추운 밤, 점례의 부엌으로 부상당한 한 남자(규복)가 숨어들고, 점례는
규복을 마을 뒷산 대밭에 숨겨준다. 규복은 친구 따라 입산했다가 도망쳐 나온 전직 교사로
추위와 이데올로기에 상처받고 식욕과 성욕 등 모든 것에 허기진 남자. 규복에게 동정심을
품은 점례는 음식을 날라주며 규복과 사랑을 나누는데, 어느 날 점례와 규복의 밀회장면을
사월이 목격하게 된다. 과부 신세 2년이 지나 과부병에 걸리다시피 한 사월은 이들을
관계를 묵인해 주는 대신 규복을 점례와 나눠가지려 한다. 세 사람 사이에 미묘한 관계가
형성되고, 욕망과 인간애 사이에서 여자들의 혼란은 커져만 간다.
Ⅳ. 작가와 연출가 소개
우리 연극계의 두 거장, 차범석과 임영웅
한국 희곡사와 연극사의 산증인이라 할 수 있는 극작가 故 차범석(車凡錫)과 사실주의
연출의 일인자로 알려진 임영웅(林英雄․ 71). 두 사람은 극작가와 연출가로 2003년
산울림소극장에서 올린 <그 여자의 작은 행복론>과 뮤지컬 <처용>, 그리고 2005년도
국립극단의 <산불>로 궁합을 맞춰왔다.
그러나 2006년 6월, 차범석 선생이 타계했고, 이제 임영웅 선생이 <산불>을 다시 지키려
하고 있다. 2005년도에 국립극단 대표레퍼토리 복원 및 재창조작업으로 <산불>을 무대에
올린 것이 마지막이 된 셈이다.
한국 사실주의 연극의 견인차 역할로 평생을 현장에서 떠나지 않았던 우리 연극계의
두 거장, 故 차범석과 임영웅이 함께 만든 마지막 작품.
2007년의 <산불>은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
희곡_차범석(車凡錫)
1955년 <밀주>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등단한 이래 현재까지 한 번도 연극
현장을 벗어나지 않은 한국연극의 거장. 특히 1962년 발표한 <산불>은 ‘해방 이후
사실주의 희곡의 최고봉’이라는 평가를 들으며 영원한 고전이자 살아 있는 레퍼토리로
자리 잡고 있는 대표작.
향토적인 이야기에서 가난한 농촌풍경, 신구 갈등, 계급 갈등, 정치적 부조리 문제 등
전방위로 관심사를 드러내며 90여 편의 희곡을 발표했다. <산불>을 비롯해
<환상여행>, <학이여 사랑일레라>, <손탁호텔>, <활화산>, <꿈하늘>, <옥단어> 등
대표 희곡작과 무용극(저 하늘 저 북소리, 도미부인 등)도 많이 썼으며
TV 드라마 <전원일기>의 초대작가로도 유명하다.
국립극단과는 <태양을 향하여>(61년, 시공관), <산불>(62년, 이진순 연출),
<환상여행>(72년, 이기하 연출), <활화산>(74년, 이해랑 연출),
<손탁호텔>(76년, 이해랑 연출), <학살의 숲>(77년, 이진순 연출),
<꿈하늘>(87, 김석만 연출), <안네 프랑크의 장미>(92년, 문고헌 연출),
<친구들>(99년, 임영웅 연출) 등 십여 편을 함께했다.
문예진흥원장을 거쳐 대한민국 예술원 회장을 역임했다.
2006년 6월 노환으로 타계한 차범석 선생. 그는‘차범석 희곡상’으로 다시 태어나
가난한 연극동네에 불어넣은 큰 어른의 따뜻한 입김처럼 돌아가신 후에도 지극한
연극사랑으로 연극인 후배들의 가슴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지난 5월 29일 차범석희곡상 첫 운영위원회가 열렸다. 연출가 임영웅·손진책,
극작가 윤대성, 배우 전무송·강부자, 연극 평론가 유민영,
황지우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하철경 미술협회 전 이사장 등이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이날 운영위에서는 매년 9월까지 장막 희곡을 접수해 고인의 생일인 11월 15일 무렵
시상하고, 이듬해 6월 6일(고인의 기일)을 전후해 공연하기로 결정했다.
차범석 선생은 작고하기 며칠 전 “내 이름을 건 희곡상을 만들었으면 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이처럼 “작가는 은퇴가 없다”며 조로(早老)를 경멸한 차범석은
별세 6개월 만에 차범석희곡상으로 다시 태어났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차범석 연극재단은 희곡상 운영 외에도 전집 출간, 연극제·
세미나 개최 등을 통해 “내 목적은 오로지 연극”이라고 했던 고인의 뜻을 이어간다.
또 목포에는 올해 차범석 기념관과 차범석 거리가 생길 예정이며, 국립극단의 <산불>은
올 7월21일부터 23일까지 3일간 차범석 기념관 개관기념공연으로 올라갈 예정이다.
연출_임영웅(林英雄)
1969년 극단 산울림을 창단하면서 한국 사실주의 연극의 대표자가 되었고, 1985년 소극장
산울림을 개관하면서 한국 소극장 연극의 중심에 섰다.
특히 산울림 소극장 개관작 이었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수많은 명배우와
기록들을 낳으면서 36년 동안 16번째 연출을 맡아 화제가 되었다.
국립극단과는 1968년 오태석 희곡의 <환절기>를 연출하면서 인연을 맺었고,
1972년 국립극장 부설 연기인양성소 소장으로 지내면서 많은 연기자들을 배출해
낸 선생님으로도 유명하다. 국립극단과는 <환상살인>(69년 정하연 작),
<인종자의 손>(70년, 전진호 작), <달집>(71년, 노경식 작), <북향묘>(76년),
<초립동>(77년, 한로단 작), <흑하>(78년, 노경식 작), <베케트>(79년, 장 아누이 작),
<북간도>(80년, 안수길 원작) <제3의신>(83년, 이청준 작),
<침묵의 바다>(87년, 노경식 작), <혈맥>(98년, 김영수 작) 등 10여 편의 연출을 맡았고,
극단 산울림의 <위기의 여자>, <딸에게 보내는 편지>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
등을 비롯해 100여 편의 작품을 연출했다. 현재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
Ⅴ. 주요 출연진 소개
욕망이 꿈틀대는 마을에 사는 인물들...
양씨 강부자 - 연극계의 오랜 안방마님 요즈음 연극판을 보면 TV에서 낯익은 배우들의 출연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이들은 대부분 드라마나 영화 등을 통해 대중성을 인정받은 배우들이다.
하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연극과 영화, 드라마를 넘나들며 연기력을 펼치는 중견배우들이
있는데, 바로 그 중심에 강부자가 있다.
연기인생 40여 년간 수많은 작품을 통해 관객과 시청자들을 울고 웃게 만들었던 그녀는
아직도 무대에 서는 것이 즐겁기만 하단다. 데뷔 초부터 간간히 연극무대에 섰지만,
극단 산울림의 임영웅 연출가와도 여러 작품을 함께 했고, 연희단 거리패의 이윤택
연출가와도 깊은 인연으로 수년간 연극무대에 섰다. 또한 강부자는 국립극단과도
인연이 깊다. 1964년 최현민 연출의 <만선>에 동네 아낙 역으로 출연한 후,
2005년 국립극단 대표 레퍼토리 복원 및 재창조 작품으로 올라간 임영웅
연출의 <산불>에서 양씨 역을 맡았다.
이번 2007년 특별공연 <산불>에서도 역시 양씨 역을 맡아 2005년 보다 더욱 밀도있는
연기를 선보일 것이다.
최씨 권복순 1982년 국립극단에 입단한 이후 <여자가>, <말괄량이 길들이기>, <태>,
<타이터스 앤드러니커스> 등에서 강렬한 역할을 주로 맡았다. 2004년 <뇌우>에서
주복원의 전처인 노시평 역을 맡았다.
백상예술대상 신인상, 한국연극협회 올해의 연극인상 등을 수상했다.
점례 곽명화 반듯한 외모와 차분한 목소리로 점례 역에 적격이란 평이다.
<맹진사댁 경사>에선 예쁜이 역으로, TV드라마 <연개소문>에서 진부인 역으로 출연해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였다. 중앙대 국악과 출신으로 가야금 연주와 정가 등 다양한
방면으로 재능이 있다.
사월 계미경 앙칼진 목소리로 당돌하게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며 밀어붙이는 사월
역의 계미경. <브리타니쿠스>의 주니아, <문제적 인간 연산>에서 장녹수 역으로 깊은
인상을 주었고, 자기 색깔이 강한 역할을 잘 소화해 왔다.
아나운서 출신답게 정확한 발성과 울림이 강한 목소리가 장점이다.
규복 이상직 네로나 연산같이 순수와 광기 사이를 오가는 불안한 영혼을 몹시도 잘
표현해 왔다.
2001년 <브리타니쿠스>로 백상예술대상, 히서연극상, 주목받는 연기자상을 받았고,
2004년엔 히서연극상 본상을 받았다. 그리고 프랑스 연출가 에릭 비니에 연출의
<귀족놀이>의 주르댕 역을 맡아 호평을 받았다.
김노인 김재건 국립극단 연기인양성소를 거쳐 1973년 국립극단에 입단했다.
<꿈하늘>(87,신채호 역), <피고지고 피고지고>(93~01,천축 역), <사로잡힌 영혼>(91),
<태>(97,세조 역) 등에서 개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랑연극제 연기상(91),
백상예술대상 연기상(92)수상.
귀덕 이은정 1997년 양윤호 감독의 영화 <유리>에 출연해 그 해 백상예술대상
신인여우상을 수상했다. 2005년 국립극단의 <물보라>에서 화냥기와 순진무구를 함께 갖춘
각시 역으로 열연한 이은정은 이번 국립극단의 산불에서 탁월한 연기력을 요하는
배역인 귀덕 역을 맡아 귀추가 주목된다.
참고자료 1.
참 연극 人, 작품으로 영원을 살다 월간 미르 5월호 글. 김 향(연극평론가)
故차범석 선생 추모 1주년이 되었다.
선생의 고향인 목포와 서울에서 추모행사가 준비 중이다. 목포에서는 7월25일
‘차범석 기념관’이 개관될 예정이다. 이에 맞춰 국립극단은 7월에 목포에서 개관
축하공연을, 6월 20일부터 29일까지는 국립극장에서 <산불>을 공연 할 예정이다.
그리고 차범석 연극재단은 제1회 ‘차범석 희곡상’을 공모하여 고인을 기림과 동시에
한국 연극계의 창작극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모든 추모 행사가 내실 있고 성대하게 치러지길 바란다.
배고픈 연극을 극진히 사랑하다
‘2006년 6월6일 극작가 차범석 타계’는 연극계에 매우 갑작스럽고 안타까운 부음이었다.
차범석 선생은 1955년에 극작가로 등단해 팔순을 맞은 2003년에 여덟 번째 희곡집을
냈으며, 연극 활동 51년째인 2005년에는 사실주의극의 최고봉 <산불>(임영웅 연출)을
다시 올린, 연극계의 거봉이자 존경받는 원로였기 때문이다.
차범석 선생의 일생을 살펴보면, 그 분은 남들이 박수 칠 때 미련 없이 떠난 분이었다.
차 선생은 목포 천석꾼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남부러울 것 없이 남들이 경험하지 못했던
문화, 예술을 향유하며 성장했다. 이 시기 예술적인 감성을 키운 것이 극작활동에 많은
영향을 끼쳤으리라.
그러나 연극인의 길을 택했기에 칩에서 일절 도움을 받지 못한 채 평생을 지냈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연극을 하면서도 교사로, 방송국 연예부장 등으로 일하던 중
1980년 집필한 드라마 <전원일기>가 성공했다.
방송 극작가로 전업할 수 있었지만, 그는 배고픈 연극계로 돌아왔다.
잠깐의 외도가 성공해 남들이 박수칠 때에도 욕심내지 않고 자신의 본분, 즉 연극인으로
살아가겠다는 것이 선생의 삶의 자세였다.
당신이 선택한 것은 아니지만 돌아가실 때에도 아마 ‘관객들이 어떻게 기대하고
박수칠 때 떠나야지’또는‘왕성하게 일하던 중 떠나는 연극인이 되어 다행이다’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후배 연극인들에게 아주 많은 일들을 맡겨놓고 말이다.
사실주의극의 최고봉 <산불>로 그를 다시 불러내다
극작가 차범석은 50여 편이 넘는 희곡 속에서 특유의 극작술로 격동하는 한국 현대사를
형상화했다.
차범석이 ‘제작극회’에 뒤이어 ‘극단 산하’를 조직해 활동하던 시기는 일제 해방 뒤
6 ․ 25전쟁, 남북분단, 4 ․ 19혁명, 5 ․ 16쿠데타, 유신정권, 또 다른 군사정권과
5 ․ 18민주화운동으로 이어지는 격랑의 시기였다. 이 시기에 차범석은 ‘조야하고,
역사발전에 그리 중요하지 않은 듯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형상화한다.
노동자, 농민이 주체가 되는 이야기 보다는 상이군인, 전후의 부랑자, 야비한 정치인,
사업가, 성공한 여성들 등 다양한 계층의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들은 외양과 상관없이 육체적으로 또는 정신적으로 불구의 인생을 살아가며
고통을 호소하는 인물들이다.
<불모지>, <껍질이 깨지는 아픔 없이는>, <산불>, <갈매기떼>는 물론이고
애정물이라고 여겨지는 <공상도시>, <열대어>, <장미의 성>, <황상여행>에 이르기까지
등장인물들은 정치적인 억압과 근대산업사회의 폭력에 괴로워했다.
작가 자신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폭력적인 시대에, 그것도 강한 통제와 검열 아래서
사실적인 극작술로 근대 산업사회의 모순과 억압성을 비판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차범석은 희곡쓰기를 통해 사회와 소통하려는 몸부림을 계속했고 이러한 노력으로
역사철학적인 특유의 극작술이 구사되었다고 볼 수 있다.
대표작 <산불>은 전쟁이 시골 무지렁이 여인들에게까지 어떠한 폭력을 가하는지를 보여준
작품이다.
전쟁은 인간의 본성, 더 넓게는 자연의 질서를 파괴하며 실체 없는 특정 이데올로기를
강요한다. 이런 와중에 P부락 생명력의 원천인 대밭은 전쟁의 도구가 되고, 인간을
잉태하는 여인들 역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대밭이 붉게 타오르는 중에 김 노인이 ‘밥달라’고 외치고 여인들은
울부짖고 총소리와 불타는 소리가 고조되는”<산불>의 마지막 장면은 개별적인 삶이
보편적인 삶의 고통으로 전이되는 때다.
지금도 지구상 어디엔가는 전쟁이 계속 되고 있다. 특정국가나 개인이 자신들의
지배질서를 세우기 위해 자연을 훼손하고 무고한 이들을 희생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차범석의 <산불>을 통해 반성하게 되는 것이다.
특유의 극작술로 삶의 모순에 맞서다
이러한 작품의 세계를 보여주는 차범석은 서구의 사실주의 극작가들이나 한국연극계의
앞선 극작가들과는 다른 극작술로 삶의 모순에 맞선 연극인이다.
동료 연극인들에게는 물론 후배들에게, 관객들에게 삶의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을 몸소
보여준 듯하다.
진정한 고전은 도서관이나 박물관에 보관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과 공유됨으로써
빛을 발한다. 시대를 관통하는 정신과 가치를 지닌 그의 다양한 작품이 두루두루
여기저기서 공연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공연을 할 때에는 연극 특유의 ‘물질성’이 강조되어도 좋을 듯 하다.
이야기의 힘과 지각에 변화를 주는 물체들이 있다면 관객들이 상상력 가득하면서도
구체적인 삶의 연극을 경험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차범석 선생은 고인이 되셨지만, <산불>을 보고 우리의 삶을 성찰하고 시대를 고민하는
관객이 있는 한, 그는 영원히 박수갈채를 받는 연극인일 것이다.
참고자료 2.
국립극단 <산불>
참신한 미적 체험으로 활활 타오르다
월간 미르 6월호 글. 김남석(연극평론가)
ㆍ탄생 : 그 창작과 비화
<산불>은 한국 사실주의 희곡의 최고봉 중 하나로 꼽히는 작품이다. 또한 침체된
국립극장의 연극 열기를 한껏 고조시킨 작품이기도 하다.
개국하는 문화방송(MBC)에 몸을 담고 있어 한창 바쁠 무렵, 차범석은 국립중앙극장
측으로부터 장막극 희곡 집필을 의뢰받았다. 워낙 뜻밖의 제의였기에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며 수락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시간이었다. 방송국에 출근하며 작품을 써야 하기에 집필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그래서 회사 측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회사 부근 ‘수도여관’에 집필실을
구하고, 심부름하는 사람(신봉승)도 구하여 시간이 나는 대로 드나들며 집필해 나갔다.
하지만 어렵게 집필된 <산불>의 공연은 무기한 연기되었다.
차범석은 그날로 원고를 찾아다가 ‘보기 싫은 놈의 자식 놈을 골방에다 감금하는 심사’로
서랍 속에 넣어 두었다. 이렇게 사장될 줄 알았던 원고는 어느 날 다시 빛을 보게 되었다.
1962년 가을, 국립극장 측에서 다시 원고를 요구한 것이다.
차범석은 국립극장 측이 공연을 연기하게 된 원인을 나중에 알았다고 했다.
그것은 전속 극단 측의 사정 때문이었다. 등장인물 대부분이 여자였기에, 남자 배우들이
해야 할 일이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ㆍ역사 : 초연의 열기, 그리고 이어지는 재공연
<산불>은 1962년 12월25일부터 29일까지 명동 국립극장에서 이진순 연출로 초연되었다.
당시 출연한 배우들을 보면 명동 국립극장 시절의 신구 배우들이 조화를 이루었음을
알 수 있다.
양씨는 점례의 시어머니로 마을에서는 제법 사리분별을 할 줄 아는 여인이다.
양씨의 아들은 국방군이었기 때문에 빨치산이 점령한 마을에서 살 수 없어 도망친 상태.
양씨는 과부가 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며느리 점례를 데리고 시아버지를 모시며 살고 있다.
그러던 중 이 마을로 찾아든 규복으로 인해 한바탕 소란이 일어난다.
규복의 출현은 점례와 사월의 갈등으로 파생되고, 나아가 남한 세력과 북한 세력의 양자
사이에서 고통받는 당시 민중들의 참상으로 드러난다.
당시 양씨 역을 맡았던 백성희는 이 작품을 시골사람들이 아옹다옹하면서도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우리네 삶의 풍속도로 보고 있다. 작품의 중심 갈등을 이념적 문제라기보다는
인간애의 문제로 해석한 것이다.
이러한 입장은 연출자 이진순의 말에서도 확인된다. 그는 <산불>을 ‘흙냄새 나는 작품’
으로 파악했다.
토속성을 강조하기 위해 무대장치로부터 연출 계획에 이르기까지 역력히 신경을 썼다.
무대를 추상적으로 꾸미고, 새로운 연기술을 도입하고 ‘심리적 리얼리티’를 구축하려는
계획까지 세웠다. 두 채의 집이 있고 그 뒤로 대나무 숲이 자리 잡는 형태의 무대로
낙착되면서 이러한 계획은 실현되지 못했지만, 이 공연은 당시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작가는 공연의 성공 사례와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연극에 임하는 캐스트와 스태프가 한 덩어리로 뭉치는 정열만이 좋은 연극을 만들 수
있다는 너무나 당연한 진리를 연극 <산불>이 증명했다. (중략) 그(이진순-인용자)는
온갖 정열과 창의성을 기울이며 스파르타식 연습을 강행했다. 뿐만 아니라 연기자들도
새로운 출발이라는 다짐 아래 뭉쳤으나 박상익, 백성희, 나옥주, 이순, 진량 등
기성 연기자와 백수련, 노경자, 김금지, 박성대 등 신인들이 발탁되어 혼신의 힘을 기울인
게 연극 <산불>을 성공 무대로 올려놓은 관건이었다.
-차범석,「떠도는 산하」,형제문화, 1998, 264~265면
<산불>은 그 후로 빈번하게 재공연 되었다. 국립극장에서(2005년 연극, 1999년 오페라),
다른 극단에서 재공연 되었으며, 다른 장르로 변환되어 공연되기도 하였다.
최근 2005년에는 국립극장에서 임영웅 연출로 공연되어 호평을 받았다.
임영웅은 이미 두 차례나 이 작품을 연출했다. 첫 번째 연출은 1970년 서울에서
국제 팬클럽 대회가 열렸을 때다. 한국연극협회 주최로 명동 국립극장에서 공연했다.
두 번째 연출은 2005년 국립극장 공연이었다.
그 역시 <산불>은 “해방 후 우리 민족의 가장 큰 상처인 분단과 동족상잔을 배경으로
전쟁이나 이데올로기의 싸움이 인간을 무참히 망가뜨리는 상황 속에서 본능과 욕망에
몸부림치는 인간 군상을 그린”작품이라고 정의하고 있으며, 차범석의 대표작이자
한국 현대희곡의 정점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ㆍ최근 : 2005년 국립극단 <산불>공연의 의의
2005년 <산불>(5. 28~6. 4 달오름극장)이 국립극장 무대 위에 되살아났다.
<산불>은 우리나라 사실주의 연극의 대표작으로 손꼽히고 있고, 임영웅도 흔히 사실주의
연출가로 알려져 있는데, 이러한 외부 평가만을 놓고 본다면 임영웅과 이 작품은
궁합이 잘 맞는다고 할 수 있다. 또 국립극단의 연기가 사실주의 스타일을 선호한다고
할 때,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공연도 성공적이었다. 특히 세 가지 측면이 인상적이었다.
첫째, 절제 있는 연기력이었다.
배우들은 춥고 어둡고 답답한 시절의 아픔을 연기 속에 체화시켰다. 추워하고
안타까워하고 반목하고 두려워하는 감정이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둘째, 세트와 무대 효과였다. 국립극장 세트 중 눈에 띌 만큼 정교하고 아름다운
세트였는데, 무대 후면으로 상승하는 길과 그 옆에 놓인 두 집의 조화는 공연을 보는
내내 시선을 끌었다. 특히 이미지를 살린 눈 처리는 압권이었다.
세트위로 지나가는 비행기 소리와 멀리서 타오르는 대숲의 불길도 무대효과의 측면에서
모자람이 없었다. 배우의 연기는 최대한 절제되었고, 화려한 이미지(세트와 효과)가
배우의 연기를 감싸는 형국을 이루었다.
셋째는 의외로 여겨질 정도로 파격적이었던 막간 음악의 사용이다.
임영웅은 막과 막 사이에 구음에 가까운 노래를 삽입했다.
그 노래는 애절했고, 연기의 맥락도 자연스럽게 이어주었다. 임영웅을 작품/희곡 그대로
연출하는 연출가, 혹은 사실주의에만 능숙한 연출가로 속단했던 사람이라면, 이 부분에서
자신의 판단을 유보해야 했을 것이다. 임영웅은 대본에는 없었지만 막간음악을
요긴하게 살려냄으로써, 공연/작품의 해석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그는 <산불>의 현재성을 강화하고, 공연의 의외성을 제고시키는 데 이 음악이 큰 효과를
발휘했다고 판단해 오는 22일부터 29일까지 올라갈 공연에도 이 음악을 사용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ㆍ미래 : 2007년 웅숭깊어진 <산불>을 기대하며
임영웅은 꼼꼼한 연출가다. 어떤 작품을 공연하겠다고 마음먹으면,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작업에 임한다. 그가 중시하는 ‘적역(敵役)주의’는 이러한 사전계획의 일환이다.
그는 자신의 연출법에 맞는 배우를 찾아내 캐스팅하는 작업에 심혈을 기울인다.
양씨 역을 맡게 되는 강부자는 이러한 적역주의연출 방식의 성과다.
2007년 공연에서 다소 달라질 역할은 ‘규복’이다. 2005년과는 달리 이상직이 이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임영웅은 무대 배치와 동선을 확정해서 연출 작업에 임한다.
연출가에 따라서는 배우의 움직임과 성격을 살피면서 연습장에서 즉흥적으로 동선과
마임을 결정하는 경우도 많은데, 임영웅은 준비된 무대 평면도 위에 배우들의 움직임을 구
상하여 기록한 다음, 연습장에서 이를 숙지시키는 스타일의 연출법을 구사한다.
또한 한번 확정된 동선과 마임을 급작스럽게 변경시키지 않는다.
반복되는 연습을 통해 정해진 연출 디렉션(direction)을 배우들에게 체화시키는 연출법을
선호한다.
이러한 평소 스타일을 참조했을 때, 이번 <산불> 재공연의 연출 방향이나 공연목표는
2005년 공연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럴 경우, 우리는 더욱 섬세해진 연출 스타일과 한결 익숙해진 배우들의 연기를 감상 할
수 있게 된다. 큰 변화가 아닌 작은 변화를 발견하는 기쁨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처음 공연을 보는 이들에게는 독특한 미학을 풍기는 한국 사실주의 작품의
아름다움과, 임영웅이 추구하는 ‘인간에 대한 성찰’, 그리고 국립극장 배우들의
오랜 앙상블이 곁들여진 단아한 연극 한 편이 될 것이다.
그것은 연극이 힘을 잃고 있는 이 시대에 참신한 미적 체험이 아닐 수 없다.
국립극단의 한층 웅숭깊어진 <산불>을 기대해 본다.
--- 기자간담회 내용 요약정리-------(연출)
기자 질문 : 연출 선생님께서 이번에도 크게 달라지는 게 없다고 하셨는데, 그래도
굳이 따지자면 어떤 것들이 바뀌었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임영웅 :
연출의 입장에서는 그런 부분을 이야기 한다는 게 적절하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잘 만들고는 하지만, 막상 막이 올라가면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나오기도 하니까 요.
‘규복’처럼 배역이 바뀐 사람도 있고, ‘사월’처럼 결혼하고 나서 작품을 다시
하게 되는 거니까 당연히 진일보하게 되는 것이지요.
2년 전에도 그런 마음으로 만들었는데, 62년 초연 때, 그런 시기에 공연을 했다는
것이 너무나 기적같았습니다. 이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당시 검열하는 분 들이
작품을 잘못 이해하는 바람에 <산불>을 반공극으로 오해하곤 했었습니다.
70년도에 내가 국립극장에서 <산불>을 연출 할 때 나는 내 자신도 잘 알고
있다는 착각을 발견하고 차 선생님이 정말 극을 잘 쓰셨구나,
리얼리즘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희곡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이 교과서와도 같은 작품을 꼭 읽기 바랍니다.
난 작품 손질을 잘 하지 않습니다. 최선을 다해 작가가 쓴 대로,
작가의 의도대로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 한 줄도 가감 없이 했던 게 바로 2년 전 <산불>입니다.
이번에도 가감 없이 할 생각입니다.
<산불>은 차 선생님이 10년 동안 간직한 이야기를 풀어놓은 이야기입니다.
정말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는 수작이죠. 2년 전에도 했던 거니까
이번엔 완성도가 높 지 않을까 합니다. 또한 이번에는 무대 매커니즘이
개량 되서 좀 더 훌륭한 효과 를 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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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드핑거 >양조위, 유덕화의 20년 만의 재회! <무간도> 제작진의 홍콩 느와르 < 골드핑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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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소현 개인전 ‘두려움의 탄생’展 , 갤러리 도스 기획 최소현 ‘두려움의 탄생’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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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 뱅크시 벽화 우표 발행, '업어치기 한판, 승리는 우크라니아에!' 소망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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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현주의 연극의 정수 < 절대신호> 한국초연 작, 박지호 귀국 최초의 출연작품,朴志湖出演, 解放以後中国劇作家最初紹介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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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로트 뮤지컬 차차차 - 이번엔 트로트 뮤지컬이닷! 씹어라! , 테크노 뽕짝 부터 전통 트로트 까지,미친듯이 놀아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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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예술의전당, 연극클럽'무서운관객들' 합동 시월 소풍 - 신청 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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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한국 최고의 연출가 채윤일 연출, 김소희, 이승헌, 김하영, 강호석 등 최고의 정통 연극 배우 총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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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드베르크 변주곡 -연극을 카피하는 연극이 아니라 삶을 창조하는 연극." - 이기도 연출,극단 인혁, 박용수, 김중기, 최원석, 김혜민, 황연희, 최근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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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 , 김미숙, 김소희, 이승헌, 장재호, 최영, 추은경, 곽지숙, 임정도, 오성택, 양홍석 ,정연진, 김하영, 신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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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햄릿, 연희단거리패, 이윤택 연출, 국립극장 공연,지현준,김소희,장재호,한갑수,이승헌,박선주,변혜경,김광룡,김낙균,최홍준,심완보,류경희,이윤택,조인곤,김미숙,정동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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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테네시 윌리암스 작,채윤일 연출 , 이채경 번역,미쓰미 신이치 음악, 김소희,이승헌,김하영,강하석,김아라나,박근홍,황지나,이건희,블랑쉐,스텐리,스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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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단 신주쿠양산박 - 김수진 연출의 "해바라기의 관", 유미리 원작, 당신은 날 사랑합니까~? "한글만 알고 한문 모르는 세대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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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케트, 정일성 그리고 장두이… "진짜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사무엘 베케트의 부조리극 - 게임의 종말, END GAME, 게임의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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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솔로이스츠(WE Soloists) 제29회 정기연주회: 프랑스 선율과 캔버스 위의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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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그녀의 봄' , 백척간두의 위태로운 이 시기에 나는 왜 이 공연을 다시 보는가? 최원석, 윤상화,신덕호,최광일,채국희,정승길,조은영,조주현,김상천 출연, 김학선 작.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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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렌즈 남성합창단, 20주년 기념연주회에서 가을의 선율을 울리다 , ‘Friends Male Chor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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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사꽃 지면 송화 날리고,박용수,우미화,정인겸,엄혜란,조주현,최정화,극단 이루,손기호 작.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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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캐치 미 이프 유 캔', Musical 'catch me if you c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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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최초 창작뮤지컬은 가수 전인권 형 전세권 연출의 '카니발 수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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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헤드윅', 여자가 연기하는 남자, 헤드윅 남편 '이츠학'역 조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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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Z,코즈,길성원,뮤지컬 배우 길성원,세종문화회관 정오의 예술무대 -2005년 공연 실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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