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윤 · 김민영 도예展 “이음 展” 전통을 잇고, 세대를 잇는 - 장은선갤러리
김혜경 기자 | 입력 : 2020/08/28 [13:18]
▲ 김용윤作 구선동설화 Ⅰ 275X275X240 분청토 화장토 재유 © 문화예술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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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윤 · 김민영 도예展
“이음 展”
전통을 잇고, 세대를 잇는
2020. 9. 2 (수) ~ 9. 12 (토)
장은선갤러리 (서울시 종로구 운니동 19번지)
www.galleryjang.com (02-730-3533)
김용윤, 김민영 작가는 부녀간이다. 대(代)를 이어서 장작가마로 구워내는 전통적인 작업을 하는 두 도예가는 분청사기의 아름다움을 현대적 감각으로 살려 그 맥을 이어왔다. 김용윤 선생은 흙의 본래 질감을 잘 살리면서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김민영 작가의 도자기는 무형의 흙을 통하여 점, 선, 면을 입혀 쓰임새 있는 완성품이 나올 때까지의 단조로움으로부터 시작되며, 단순하지만 넉넉한 원의 형태를 띤다.
원로 도예가 김용윤 선생은 홍대 출신으로 그의 작품은 든든한 양감을 조형의 기반으로 하고 있다. 가볍게 옮길 수 있고 무엇이든 담을 수 있는 항아리들은 든든한 양감으로 인정되며 무게의 중심이 내려앉아 마치 대지에 굳게 버티고 서있는 바위와 같다. 또한 표면에 설화적 표현들을 자연스럽게 각인하며 토속적인 소박함을 강조하며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한다. 김민영 작가의 작품은 어머니의 부엌을 떠올리게 한다. 아이들을 키우며 잊혔던 자신의 꿈을 돌보듯, 가족에 대한 마음과 자신을 도자기에 담는다. 단조로운 듯 완성되는 작품들을 보면 작가가 원하는 목표형상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과하지 않은 멋과 부재인지 여유인지 모를 여백의 미를 포함하여 홀로이든 무리에서이든 조화롭게 흡수되어 어울러지는 것이다.
가을의 향이 느껴지는 9월, 장작가마 속에서 흙이 도기로 거듭나며 소박하면서도
화강암처럼 단단하고 친근감 있는 작품 50여점을 장은선 갤러리에서 선보인다.
1950년생인 김용윤 선생은 홍익대 도예과 출신으로 국내 및 해외 개인전 20여회,
다수의 그룹전과 워크샵에 참여했다.
현재 서울대학교에 출강중이며 2013년 한국 예총 명인인증을 받았다
영국 빅토리아 알버트 뮤지엄, 우즈베키스탄 타쉬켄트 미술관 ,러시아 페름박물관
LA이민역사기념관, 성곡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있다.
김민영 작가는 서울 과학기술대학교 도자문화 디자인학과를 졸업했으며, 다수의 그룹전을 진행했다. 남양주 미술협회, 남양주 다산차회 회원이며 구선도방을 운영중이다.
평론
節制(절제)와 健康(건강)의 아름다움
崔健(최건) · 海剛陶磁美術館 學藝硏究室長(해강도자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우리 陶磁美(도자미)를 한 마디로 말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고요하면서도 깨끗하고 굳은 몸과 마음이 주는 아름다움, 바꿔 말하면 소박하거나 자연스럽고 건강하거나 하는 표현까지 포함하는 이러한 미적 특징은 주변 민족이나 다른 문화권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한국 陶磁美(도자미)의 특징이다. 중국·일본이나 서구의 도자기가 다채롭고 화려하다면 우리의 것은 간결하고, 그들의 조형이 웅장하고 정교하다면 한국 도자기는 端雅(단아)하다. 다채롭고 웅장한 것이 우리의 눈을 끌고 소리치며 주인이 되겠다고 고집한다면 간결하고 단아한 것은 우리의 몸에 봉사하는 일부가 되어 조용히 제자리를 지키려 한다.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강요하거나 아니면 앞에서 어른거려 도대체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하는 이가 있다면, 옆에서 항상 제 자리를 지키면서 힘을 주는 이도 있다. 사람을 그릇에 비유하고 그릇의 됨됨이를 사람의 됨됨이에 비유하는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김용윤兄(형)은 항상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경우이다. 兄(형)의 삶도 그렇고 兄(형)의 그릇도 그렇다. 삶이 劇的(극적)인 연출을 하지 않는 만큼 그릇도 무대 위의 도구 역할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이러한 말은 자칫 잘못하면 김兄(형)이 정체되어 있다거나 아니면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오해될 염려가 있다. 더구나 劇的(극적)인 탐색에 익숙해져 있는 눈으로 볼 때 오해의 폭은 더 커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김兄(형)이 그간에 쌓아온 수련과정을 보면 우리 곁에 듬직한 陶藝家(도예가)가 있다는 여유를 가져도 좋을 것이다.
70년대 이전에 陶磁分野(도자분야)에 入門(입문)한 대부분이 그렇듯이 도예가로서의 수련과정은 철저히 자기 안에서의 발견과 모색의 과정에서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 당시 陶磁分野(도자분야)의 경향은 사회일반의 民族主義史爟(민족주의사관)에서 비롯된 傳統文化(전통문화)의 現代化(현대화) - 즉, 韓國化(한국화) - 라는 큰 목표를 안고 있었지만 사회의 제반 현실에서 구체적인 방법도 목적도 설정할 수 없었던 陶磁觀不在(도자관부재)의 시대였다.
김兄(형)이 陶藝家(도예가)의 길로 나선 당시의 상황은 이러한 불확실성의 시대였다. 그가 대학을 졸업한 77년은 이미 粘土(점토)와 인연 맺은지 10년이 되는 해였다. 곧이어 전통도자생산장에서 製作(제작)의 與件(여건)을 체험하고 경기도 덕소를 지나 월문리 나지막한 구릉발치에 봉우리가마를 박고 본격적인 수련을 시작하게 된다.
서울을 벗어난 수련생활이 자기만의 삶을 위한 은둔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만이 아니다. 오히려 그는 자기세계의 큰 담을 허물며 끊임없는 현실세계와의 탐색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십수 차례의 국내외 그룹전과 공모전에 출품하고 후진에게 스스로의 체험을 나누는 일에도 관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항상 자기 통제와 균형 안에서 벗어나는 일 없이 수련의 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으며 대부분의 삶은 월문리 작업장 안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작업이었다.
월문리가마와 함께 이십오 년 간을 切除(절제)와 健康(건강)을 향한 修身(수신)의 道(도)와 工藝(공예)이 美(미)를 찾기 위한 훈련의 기간으로 삼았던 김兄(형)의 작품전에서 무엇보다 먼저 느껴지는 것은 겸손한 工藝家(공예가)로서의 자세였다. 더구나 그의 작품에서 재료에 익숙하려는 技術性(기술성), 기능에 진실하려는 專門性(전문성), 사회에 봉사하려는 道德性(도덕성)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오늘 우리의 도자공계가 처해 있는 상황에서부터 벗어나 새롭게 지향하여야 할 한 방법론을 읽는다는 의미로 여겨져서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그의 作品(작품)은 든든한 量感(양감)을 조형의 기반으로 하고 있다. 가볍게 옮길 수 있고 무엇이든 담을 수 있는 항아리들은 든든한 양감으로 인정되고 더구나 무게의 중심이 低部(저부)에 내려앉아 마치 대지에 굳게 버티고 서있는 바위와 같다. 그러나 구연부의 맺음은 기능성을 부여하기 위하여 두텁게 굴리거나 접어 붙이고 있지만 가시적인 윤곽은 무거워 보이는 양감을 가볍게 들어 올려주어 전체적인 무게감을 오히려 경쾌한 느낌을 주고 있다.
가능한 생략과 자제는 고요하고 건강한 도자를 위해 최소한 표현을 하려는 배려이며 사용자에게 사유의 여지를 남기려는 제작자의 도덕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하면 그의 작품의 면면은 철저한 프로정신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김용윤兄(형)에게 앞으로 주어진 소명은 兄(형)이 이제까지 이루어 온 삶과 그릇에 오랜 경륜과 인품을 담는 일이며 그 결과는 우리 사회에 헌신적으로 공헌하는 陶磁工藝(도자공예)로서 한 발짝 크게 내디디게 하는 힘이 되어 주는 것이다.
-평론-
그리움과 넉넉한 마음의 분청
김민영의 분청은 단순하지만 넉넉한 원의 형태를 띤다.
원은 누군가의 품이고, 그리움이고, 너그러움이다.
그녀는 원에 물을 담고, 추억을 담고, 마음을 담는다.
원은 자신을 내준다. 다름을 인정하고 다양함을 포용한다.
경계를 드러내지 않으며 합쳐지고 흩어지며, 저마다 알맞게 쓰인다.
그녀의 도자기는 어머니의 부엌을 떠올리게 한다.
아이들을 키우며 잊혔던 자신의 꿈을 돌보듯,
가족에 대한 마음과 자신을 도자기에 담는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어머니를 닮은 넉넉한 마음,
주변을 살뜰하게 챙기는 야무진 손 매무새는
수줍지만 너그럽고 넉넉했던 어머니의 마음과 닿아있다.
어느새 딸은 어머니를 닮아간다.
인터뷰어 서범상
▲ 김민영作 온전함Ⅱ320x320x5..270x270x5분청토 시노유 흑유 백매트 © 문화예술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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