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백신 부작용 피해보상 결과 정은경도 우려한 '증상'···10년간 11건 백신보상 받았다 , 중앙일보 단독, "공짜접종..재수 없으면...하늘나라로", 식견 높은 국민들 비아냥
경영희 기자| 입력 : 2020/10/27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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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엔자(독감) 백신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 가운데, 독감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이 생겨 정부의 보상을 받은 사례가 지난 10년 간 35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독감 백신의 중증 이상반응인 아나필락시스 쇼크, 길랭-바레증후군 보상 사례가 11건이었다. 아나필락시스 쇼크와 길랭-바레증후군은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질병관리청에서 입수한 ‘인플루엔자 백신 관련 예방접종피해보상심의위원회 심의 결과’에 따르면 독감 백신 접종 후 부작용이 생겨 정부에 보상을 신청한 건수는 2011~2020년 9월 154건이다. 이 중 35건은 백신 접종과 이상반응 간 인과관계가 인정돼 보상을 받았다. 118건은 기각됐고, 1건은 심의 중이다.
보상 사례 35건 중 길랭-바레증후군은 2012년 3건(동일인 추가보상 1건 포함), 2013ㆍ2014년 각각 2건, 2011ㆍ2015ㆍ2018년에 각각 1건 있었다. 아나필락시스 쇼크는 2013년 1건 있었다.
길랭-바레증후군은 눈과 입술 등 얼굴 근육이 쇠약해지거나 마비가 오는 희귀 질환으로, 발병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독감 백신 접종 후 2~3일 이후에 서서히 근력 마비 증상이 시작된다.
아나필락시스는 특정 식품이나 약물, 항생제 주사 등 원인 물질에 노출된 뒤 수분, 수 시간 이내에 전신에 일어나는 중증 알레르기 반응이다. 접종자의 특이 면역기질에 따라 나타난다. 호흡곤란, 혈압 저하 등 쇼크가 오기도 한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24일 브리핑에서 “인플루엔자 백신의 알려진 중증 이상반응은 아나필락시스와 길랭-바레증후군”이라며 “아나필락시스는 접종 받고 24시간 이내 사망할 수 있고, 길랭-바레증후군으로 인해서는 약 5%가 사망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은 올해 독감 예방접종 관련 아나필락시스나 길랭-바레증후군 같은 중증 이상반응은 없었다고 설명하면서 종전의 중증 반응은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
2012년 길랭-바레증후군 환자와 관련, 당시 예방접종피해보상심의위원회(이하 위원회)는 “백신을 접종한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였고, 이상반응이 출현한 시간적 순서에 근접성이 있으며, 어떤 다른 이유보다 백신에 의한 인과성이 인정되는 경우”라고 평가했다. 이 환자는 그 해 합병증이 발생해 피해보상을 추가로 청구했는데 이 역시 받아들여졌다.
위원회는 2013년 아나필락시스 쇼크 환자에 대해서는 “어떤 다른 이유보다 백신 접종에 의한 인과성이 인정되고, 이미 알려진 백신 이상반응으로 인정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정부가 만 62~69세를 대상으로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무료접종을 시작한 26일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서부지부에서 어르신들이 접종을 하고 있다. 뉴스1
이 외에 피해보상 사례로는 뇌척수염·기면증·모기질세포종(피부의 모낭 또는 그 주위 조직에서 발생하는 양성 종양)·지방괴사·두드러기·연조직염(급성 세균감염증) 등이다. 뇌척수염은 뇌와 척수에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4건 있었다. 기면증의 경우 1건 나왔는데 위원회는 “피해조사반 정밀조사 결과, 백신에 의한 기면증 발생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인플루엔자 생백신 접종 후 기면증 발생에 대한 보고가 일부 있고, 관련성을 기각할 만한 근거가 현재 없다”고 봤다.
예방접종 피해보상은 이상반응이 백신 접종과 연관성이 인정될 때 해당 환자의 관련 치료비 일체를 보상한다. 적게는 30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을 지급했다.
질병청은 24일 기준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후 사망자는 59명이며 조사가 완료된 46명은 백신과 인과관계가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독감 백신으로 인한 중증 이상반응 사례가 적지 않고, 최근 불안감이 큰 만큼 다양한 이상반응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올해 상온 노출, 침전물 백신 사태가 터졌고, 사망 사례가 늘면서 독감 백신에 대한 불신이 눈덩이처럼 커졌다”며 “사망 사례 관련해선 백신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오고 있지만 불안감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애초에 백신 부족분을 감안하더라도 문제가 된 백신을 전량 폐기했다면 불신이 이렇게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백신 접종 후 다양한 이상반응에 대해서도 충분히 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