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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胎) - 국립극단

문예당 | 기사입력 2007/08/18 [11:06]

태(胎) - 국립극단

문예당 | 입력 : 2007/08/18 [11:06]


정치극이며, 멜로드라마이고 역사극인 동시에 심리극 - 이 모든 극적 요소를 집약적으로

간직한 예술적 산물 인류문명의 보편성의 일면을 간직한 연극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가

가장 세계적인 작품으로 승화할 수 있다는 증거를 마련하고 그 표석을 세우는 작업                                          
        
  태(胎) Cord



▶  정치극이며, 멜로드라마이고 역사극인 동시에 심리극 - 이 모든 극적 요소를

      집약적으로 간직한 예술적 산물


▶  끝없는 재해석과 번안의 가능성이 활짝 열려있는, 그리고 수많은 도전자들을

      유혹하고 손짓하는 작품


▶  인류문명의 보편성의 일면을 간직한 연극

▶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가 가장 세계적인 작품으로 승화할 수 있다는 증거를

        마련하고 그 표석을 세우는 작업




“객석에서 저렇게 애를 써서 내가 이 시간에 있구나, 삼족을 멸하는 속에서 한

   생명이 숨을 쉬잖아요? 그게 나로구나 할 것 같아요.”  
                                      
       - 오태석 연출 YTN 인터뷰 中(2006.11.10) -


“권력자나 민초나 하나의 ‘태’에서 나온 것은 마찬가지, 소중하게 부여받은

   삶을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 한다는 점을 담고 싶었다.”

                                   - 오태석 연출 스포츠조선 인터뷰 中(2006.10.25) -


“혼을 다 쏟아. 그게 모태(母胎)의 힘이야” - 오태석 연출 한겨레 인터뷰 中2006.11.5)-




_공연 소개


<태(胎)>는 오태석 국립극단 예술감독의 대표작이자 2006년 국립극단 국가브랜드

공연으로 지정된 작품이다.

1974년 4월 동랑레퍼토리 극단에서 안민수 연출로 초연 당시 이 작품은 대단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그리하여 1976년 미국 뉴욕 라마마 극장(La MAMA E.T.C)의 초청공연과 1986년 아시안게임

초청공연, 1987년 일본 초청공연으로 NHK TV방송을 통해 일본 전역에 한국어로 방영될

만큼 한국연극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 작품이다.


여러 번의 재해석 과정을 거쳐 1997년 국립극단 제172회 공연으로 올려졌으며,  

2000년 국립극단 우수레퍼토리로 선정, 50주년 기념공연으로 올려졌다.

그리고 2006년 국립극장 국가브랜드공연으로 지정되어 지난 가을 달오름극장에서

1차년도 공연을 올렸다.


국립극단의 <태(胎)>는 익히 알려진 이야기인 계유정난으로 정권을 잡은

수양대군(세조)이 조카 단종의 왕위를 찬탈하는 사건을 중심으로 과연 죽음을 뛰어넘어

존속하는 ‘삶의 가치’는 무엇인지에 대한 절실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역사적인 사실과 인물들에다가 연극만이 가능한 다양한 효과를 첨가하여 다분히

한국적이고도 엄숙한 제의적인 느낌과, 한국의 모태(母胎)본능을 강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에 국립극단은 ‘2007 국립극장 국가브랜드 공연(2차)’ 이라는 슬로건 아래 한국적

정서를 물씬 품은 창의성과 예술성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공연작품으로 완성시켜

세계무대를 향해 힘차게 도약할 것이다.




_공연개요  
  
▶공연명 : 국가 브랜드 공연 <태(胎)>

▶일  시 : 2007년 9월 11일(화) ~ 9월 23일(일)

           평일 오후 7:30, 토 오후 4:00, 7:30, 공휴일/일 오후 4:00

           (월요일 공연 없음)

▶장  소 :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주  최 : 국립극장

▶관람료 : 으뜸 3만원, 버금 2만원   ♥사랑티켓 참가작

▶예매 및 문의 : 02-2280-4115~6 (국립극장 고객지원센터)

▶인터넷 예매 : www.ntok.go.kr(국립극장 홈페이지)



한국대표브랜드 연극, <태(胎)>
  
  국립극단이 야심차게 준비하는 국가브랜드 연극 <태(胎)>는 완벽한 앙상블로

한국전통의 현대화를 성공시킨 작품이었다. 한국인만이 만들 수 있는 작품,

국립극단만이 해 낼 수  있다는 사명 아래 세계로의 비상을 꿈꾸고 있다.


상업극이 만연하면서 연극의 정체성, 순수성이 점점 사라져가는 이때 한국 전통 미학의

현대화, 세계화라는 욕구를 전반에 두고 국립극단이 국가 대표 극단이라는 주체성을

확립하며, 연극이 순수 예술임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만들 것이다.


‘태(胎)’는 생명의 끈이며 삶의 기반이다.

‘태’를 통해 생명이 창조되고, 삶이 이어진다. 그 단순한 생명의 창조와 삶의 계승에

얼마나 많은 목숨들이 버려지는지 상징적으로 그린 명작이 바로 오태석 연출의

‘태(胎)’이다.


장민호, 백성희 등 국보급 원로배우들과 넉넉히 연극 한편을 이끌어가는 주역급

배우들의 앙상블이 오태석 연출의 예술적 감각과 절묘하게 어울릴 것이다.

그리고 올해 국립극단에 새롭게 합류한 객원배우 8명이 가세하여 기존의 국립극단

단원들과의 신구(新舊) 앙상블이 기대된다.


  또한, 우리의 말과 국악기의 선율로 극적 효과를 뒷받침할 우리의 소리, 한국 전통의상을

미학적으로 승화시킨 종이옷(紙衣) 등을 통하여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이 될 것이다.




잃어버리면 안 되는 것, 지금 적어놓지 않으면 안 되는 것

  1950년 창단 이후 한국 현대연극사의 맥을 이어온 국립극단은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국가브랜드 연극 작품 선정에 고심하던 끝에, 한국 고유의 전통 미학과 생명의

고귀함을 느낄 수 있는 작품 <태(胎)>를 선택했다.


유신의 서슬이 퍼랬던 시절, 유신헌법에 반대하는 장준하와 백기완을 숙청하기 위해

내려진 소급계엄령에 평소 시위에 참가하지 않아 비겁자 소리를 듣던 연대 의대생들이

교내를 한바퀴 돌고 올라갔는데 이들이 그만 운이 없게도 처벌을 받게 되었다는 뉴스가

이 작품의 모태가 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미학에 기초한 서양연극이 한계에 온 지금 세계에서 한국적 연극이

주목받는 시대가 오고 있다. 생략과 직관, 의외성과 즉흥성을 갖춘 한국 연극이 힘을

발휘할 때가 왔다.

이제 한국연극이 세계 연극에 새로운 미학 문법을 보태줄 때이다.


‘잃어버리면 안 되는 것, 지금 적어놓지 않으면 안 되는 것,

이 바로 오태석 감독의 작품의 주제이다.

소중하게 부여받은 삶을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



  오태석 국립극단 예술감독의 말에 따르면 <태>는 “대통령을 낳은 자궁이 위대하다면

다른 사람을 낳은 자궁들도 위대하니 다른 사람의 생명이라고 소홀히 하면 안 된다”는

생각해서 쓴 작품이다.


1974년 초연된 이후 30여 년간 여러 차례 무대에 오르며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생명의

경외감을 깊은 울림으로 표현했다는 호평을 받았고, 결국 극작가 겸 연출가 오태석의

대표작이자 한국연극의 표본으로 자리매김했다.


<태(胎)>는 세조의 왕위 찬탈이라는 역사의 한 단면을 무대화시키는 단순한 역사극이

아니다. 권력을 가운데 놓고 죽이고 죽어야만 하는 피비린내 나는 인간의 숙명과,

그 와중에서도 핏줄을 이어가려는 위대한 생명의 힘을 그린다. 이 작품에서 세조는

폭군이나 국가의 미래를 위해 결단을 내린 현실 정치가라기 보다는 내면의 고통에

괴로워하는 인물이다.



  단종에 의해 죽어간 수백 명의 충신들과, 그들과 운명적으로 같이할 수밖에 없는

가족들의 죽음, 순천 박씨 가문을 잇기 위해 태어나자마자 대신 죽을 수밖에 없었던

종의 아이의 운명적 죽음이 전체적으로 어둡게 드리워지지만, 시할아버지(박중림)를

어전에서 죽여 가면서까지 자식을 낳고자 했던 손부와 미친 듯 “창지야~” 를 외치며

헤매고 다니는 여종의 절망에서 잉태한 자식을 향한 애정과 사랑, 핏줄 계승의 욕구 등

한국적 정서를 강렬하게 발산한다. 죽이고, 죽여야만 했던 비참한 역사적 사건 속에서

핏줄을 이어가야만 하는 한국인의 원형적인 생명의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거장 오태석의 숨결, 세계로 通하다

지난 2006년 국립극장 국가브랜드 사업으로 선정되어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 오태석의

<태胎>는 1차년도 공연 후 2007년 1월, 제9회 인도 국제 연극제 ‘브하랏 랑 마하사브’

(Bharat Rang Mahotsav)'에 초청되어 각각 뉴델리와 콜카타에서 공연되었고, 미국,

독일, 일본, 중국, 그리스 등 15개국과 함께 초청되어 국립극단의 <태(胎)>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국립극단의 <태(胎)>는 앞으로도 이러한 과정들을 거치면서 대한민국 문화예술의

우수성을 알려 다른 나라와의 지속적인 국가간 교류를 증진하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2006년 1차년도부터 2008년 3차년도까지 지속적인 보완작업과 완성도를 극대화시켜

국립극단의 <태(胎)>는 세계무대를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을 것이다.


_Staff 스태프  

◉ 원    작 : 오 태 석              ◉ 연    출 : 오 태 석

◉ 의상디자인 : 이 승 무            ◉ 조명 디자인 : 아이카와 마사아키
      
◉ 분장, 장신구 디자인 : 손 진 숙   ◉ 무대디자인 : 여 운 덕

◉ 음악 : 김 병 철                   ◉ 소품디자인 : 조 은 아


_Cast 배  역

◉ 신 숙 주 : 장 민 호

◉ 소현왕후 : 백 성 희

◉ 세 조(수양대군) : 김 재 건

◉ 박 중 림 : 문 영 수

◉ 종 부 : 이 승 옥

◉ 정 인 지 : 오 영 수

◉ 사육신 성삼문 : 최 상 설

◉ 금성대군 : 이 문 수

◉ 사육신 박팽년 : 최 운 교

◉ 사 관 : 우 상 전

◉ 정인지 사돈 현씨 : 서 희 승

◉ 혜빈 양씨 :  이 혜 경

◉ 현덕왕후 : 권 복 순

◉ 종 : 김 종 구

◉ 사육신 이개 : 이 영 호

◉ 왕 방 연 : 이 상 직

◉ 단 종 : 서 상 원

◉ 의경세자 : 김 진 서

◉ 정인지 둘째 며느리 : 남 유 선

◉ 왕방연 아우, 사육신 하위지 : 노 석 채

◉ 세 자(예종), 사육신 유응부 : 한 윤 춘

◉ 사육신 유성원 : 이 원 재

◉ 손 부 : 김 마 리 아

◉ 성삼문의 처 : 조 은 경

◉ 박팽년의 처 : 계 미 경

◉ 하위지의 처 : 곽 명 화

◉ 유성원의 처 : 이 은 희

◉ 코 러 스 : 민대식, 이은정, 손봉희, 양혜경, 강윤종, 고아라, 김호창




_작 가 / 연 출 가 - 오 태 석

현재 국립극단 예술감독. 1940년 충남 서천 아룽구지 출생. 연세대학교 철학과 졸업.

1968년 국립극장·경향신문 장막극 <환절기> 당선 이후, 김수근 문화상, 백상예술상,

동아연극상, 대산문학상, 연극평론가협회상, 연극협회상, 호암상 외 다수 수상.

1984년 극단 목화 레퍼토리 컴퍼니를 창단했고, 서울예대 극작과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오태석은 30여 년 간의 연극 인생에서 우리 것의 아름다움(전통성)을

고수해 오며 우리 연극문법과 연극이 이 시대에 할 수 있는 역할을 탐구해 왔다.

역사의식을 바탕으로 ‘전통의 현대화’를 추구하고 연극을 통한 메시지로 경종을 울리며

우리들이 잃어서는 안 될 부분들에 대해 끊임없이 진언하고 있다.


국립극단과는 <물보라>, <사추기>, <여자가>, <태>, <운상각>, <기생비생 춘향> 등

여러 작품으로 호흡을 맞춰왔다. 대표작 <로미오와 줄리엣>, <부자유친>,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 <백구야 껑충 나지마라>,

<백마강 달밤에>,  <태>, <천 년의 수인>, <분장실>, <용호상박> 등이 있다.



_주요 출연진 소개


◉ 신 숙 주 | 장 민 호


일차 금성대군만 쓰러뜨리면 단종은 사약을 받게돼.

연극 인생 60여 년. 현역배우 중 최고참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발성법을 따라잡는 배우가

아직 없다. 한국 현대연극과 국립극단의 역사가 곧 그의 역사다. 최근에는 국립극단의

<인생차압>, 예술의전당의 <보이체크>,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천년학> 등에 출연했다.

특히 1960년 서항석 연출의 <파우스트>에서 1998년 이윤택 연출의 <파우스트>에

이르기까지 파우스트 역을 4번이나 맡아 ‘파우스트 장’이란 별명이 있다.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 소헌왕후 | 백 성 희


내 목도 쳐라 - 내가 개 같은 자식을 내놨으니 사람 아니다.

내가 개다. 목을 쳐.



국립극단 원로단원이며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 한국연극계의 산증인으로 국립극장은 물론

대학로에서도 후배들과 함께 왕성한 공연활동 중인 영원한 현역이다. 2004년 연기인생

60주년 기념공연 <길>에 이어 2005년에는 고 이근삼 작가의 유작 <멧돼지와 꽃사슴>에서의

열연으로 2005년 동아연극상 특별상을 수상하였다.



◉ 세 조(수양대군) | 김 재 건


원컨대 아들을 낳도록 하여라. 대역신이 아니요 충신의 손이니라.

가거라. 아들을 낳거든 죽여 바치고 계집이거든 모녀가 연명해도 좋다.



극단 동랑레퍼토리를 거쳐 1974년부터 지금까지 국립극단에서 활동하고 있다.

<산불>, <물보라>, <꿈하늘>, <소>, <피고지고 피고지고>, <떼도적> 등에 출연했고,

<사로잡힌 영혼>으로 1991년 사랑의 연극잔치 남자조연상,

1992년 백상예술대상 남자연기상 등을 수상했다.



◉ 박 중 림 | 문 영 수

성삼문의 부친 성승이 일찍이 너를 배려하여 내 그를 말리었더니 오늘에 이르러

천추의 한이라.



한양대 연극영화학과 졸업. 1975년 국립극단에 입단한 이후 <징비록>, <인생차압>,

<천사여 고향을 보라>, <물보라>, <삭풍의 계절>, <오이디프스 왕> 등에 출연하며

특유의 중저음의 음색과  안정적인 연기가 인상적이다.


◉ 종 부 | 이 승 옥


니가 내 창지 가져갔지. 내 창지 내놔. 니가 개다.

나 데려가. 워리 - 나 물어가. 워리 -


동인극단과 KBS 성우 6기를 거쳐 국립극단에 입단했다.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

<리챠드3세>, <파우스트>, <인생차압>, <바냐 아저씨> 등에서 활약했다.

제3회 대한민국 연극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였다.

최근까지 대학로에서 <왕비 100년만의 외출하다>를 연출하는 등 연기 외에 많은

부분에서 활약 중이다.



◉ 종 | 김 종 구


만일 마님께서 아들을 보시거든 서로 바꿔서 길러 후제 -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1982년에 입단한 국립극단의 중견.

코믹함과 진지함을 동시에 겸비한 캐릭터의 소유자.

중앙대 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학구파 배우이다.

국립극단의 <법에는 법으로>, <마르고 닳도록>, <태>, <귀족놀이>, <떼도적> 등이 대표작.

현 국립극단 운영위원.


◉ 왕 방 연 | 이 상 직

금성 말고 단종을 치자. 단종이란 나무에 뻗은 가지가 하나둘이냐.

‘네로’나 ‘연산’과 같이 순수와 광기 사이를 오가는 불안한 영혼을 잘 표현해 내는

국립극단의 주역으로 2001년 <브리타니쿠스>로 백상예술대상, 히서 연극상 주목받는

연기자상, 2004년 히서 연극상 본상을 수상하였다.

이윤택 연출 <문제적 인간-연산>에서‘연산’역을, 2004년, 2006년 <귀족놀이>의

‘주르댕’역을 맡아 호평을 받았다.

2007년 <산불>에서는 이데올로기에 고통 받는 ‘규복’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 단 종 | 서 상 원


보시오 숙부. 내 몸도 토막내주오.

토막 난 어미에게서 나온 육신 토막으로 닮게 하여주오.



극단 미추 출신으로 이제는 국립극단의 주역배우. 입단 후 개성 있고 선 굵은 역할을

주로 맡아왔는데, 연극 <집>의‘망나니 사위’역, <뇌우>에서 양어머니와의 금지된

불륜과 사봉에 대한 사랑 때문에 괴로워하는‘주평’역,

<떼도적>의 비열한 도적 ‘슈피겔 베르크’역 등을 탁월하게 소화했다.


◉ 손 부 | 김 마 리 아

천지개벽을 하고 나으리가 내 뱃속으로 들어온다 하여도 이 아이한테는 손 못대오.


동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서울예술단에서 활동했다. 연극 <헤다가블레르>,

<코카서스 백묵원>과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크리스마스 캐롤>, <여름밤의 꿈>,

<시집가는 날>, 가무악 <창산별곡> 등에서 다양한 재능을 보여주었다.


_작품의 줄거리

단종을 폐위하고 세조가 권좌에 오른다. 박중림의 손부는 세조에게 출산을 허락해 달라고

요구하자 세조는 아들을 낳으면 죽이고, 딸일 경우는 살려주겠노라고 약속한다.

손부 는 아들을 낳았으나 종의 자식과 바꿔치기하여 마침내 아들을 살리고야 만다.


신숙주는 후일의 화근을 없애려고 금성대군에게 왕방연을 보낸다.

왕방연은 고심 끝에 어명을 사칭하여 단종에게 사약을 내려 죽이려하나, 오히려 단종에게

죽임을 당하고, 의경세자와 왕방연을 죽인 단종은 끝내 신숙주에게 죽임을 당한다.

종이 예종에게 바꿔치기한 박팽년의 손자를 밝히고, 이에 예종은 하늘의 뜻이 사람의

의지와 다름을 깨닫고서 그를 살려주고 일산(壹珊)이라 이름 지어준다.



참고글 (미르지 2006년 11월)

한국 현대연극을 상징하는 깊이와 넓이
                                    
                    글 - 안치운(호서대 연극영화과 교수, 연극평론가)


  현대 연극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기억이라는 형식을 통하여 변형되고, 활성화되는

   현상이다.


오태석의 연극은 기억의 연극이다.

지나간 현실에 완벽하게 조응하는 기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기억이 기억을 특징 지우는 부재와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등장인물들의 기억은 연극처럼, 글처럼 무한히 넓고 변형된 공간의 연속이다.

사물과 세상은 희곡의 글, 연극의 안으로 들어올 때 변용과 왜곡을 경험한다.

역사가 과거의 재현이라면, 기억은 과거의 변형에 가깝다.

모든 존재는 차이와 이것들에 의해서 본재할 수 있다.


  연극이 존재하려면 희곡은 기억에 의한 사물과 세상의 사이, 그 차이를 반복해야 한다.

대개 기억은 획득, 보존, 변형, 표현이라는 이 네 악장이 조화를 이루는 향연과 같다.

이와 같은 기억에 의한 변용과 왜곡은 정상을, 있는 그대로를 옮기는 것이 아니라 달리

하기이다.

동시에 이러한 절차들은  기억해야 하는 이유, 기억하는 내용, 기억하기위한 방법,

기억한 다음에 해야 할 바들을 명시하고 있다.


희곡 속 인물들의 과거는 변하기에 늘 새롭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에서 가술한 것처럼, 기억은 모방의 대상이 되는 셈이고,

희곡은 기억의 모방된 오브제와 같다. 연극이란, 희곡이란 글쓰기는 허구이다.

기억에 의한 연극과 희곡은 사물과 현상과 같지 않다. 그것을 허구, 이론적 실재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고정시키지 않고 사라지게 한다. 사라지게 하기 때문에 실제의 사물과

세상은 더 크고 그 존재의 양은 증가하게 된다.


의식 속에 들어온 기억은 모두 과거형이다.

과거로서 기억은 인물들이 현재속에 감응한 형태로 다시 살아나며, 과거의 모든 것이

아니라 선택된 것들이 현재 속에서 다시 짜 맞추어진 것들이다.

그러므로 기억하는 것은 원래대로의 온전한 것이 아니라 착상, 배열, 표현, 암기와 같은

절차를 지니며, 최종적으로 행해지는 조각난 파편들이다.

희곡 속 인물들의 과거가 늘 “새로운 이유는 삶이 지속되듯 꾸준하게 변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기억하는 인물들에 있어서 필수적인 것은 시간경험이다.

희곡을 구성하는 서술적 정체성인 기억하는 인물들에 의해서 희곡은 인간의 시간을

보여주게 된다.

희곡은 인물들이 지닌 개인적 기억이 문화적 기억으로 옮겨가는 장소와 같다.


  비극의 핵심에는 기억의 문제가 있다.

비극은 기억의 운명, 기억의 자유를 다루고 있다.

어둠의 역사에는 늘 억울하게 죽은 이들이 있다. 이 희곡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떠나는

이들과 머물러있는 이들로 구별되어진다. 기억과 같은 희곡의 장소란 떠도는 이들이

머물러있는 이들을 만나는 장소이며, 떠도는 이들이 길 위에서 맞닥뜨리는 곳이기도 하다.


떠돌이란 희곡 속 인물들의 상황, 죽음에 관한 인물들의 의도를 담아내는 한 형식이다.

그리고 떠돎과 같은 기억의 형식은 희곡이 쓰인 시대, 공연되고 있는 시대의 인물들의

상황을 가늠하게 한다. 희곡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이들은 대부분 떠도는 이들이다.

삶이 황폐해질수록 떠도는 이들은 늘어나고, 기억은 강화되기도 하고, 시간과 더불어

변형되기도 하고, 소멸되기도 한다.

그런 이유로 한국연극을 세계화하려는 국립극단이 기억의 형식을 지닌 오태석의

작품으로 출발하는 것은 매우 타당하다고 보인다.



고통받고 있는 이들과 사랑 그리고 희망에 대한 기억들     

  <태>는 한국연극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가장 많이 공연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희곡으로나 공연으로나 한국의 현대연극을 상징하는 깊이와 넓이를 지녔다.

나는 그것을 무엇보다도 작품이 고통받고 있는 이들에 대한 기억, 사랑과 희망에 관한

기억들을 통째로 보여주고 있는데서 찾는다.

오태석의 <태>에는 역사의 아픔을 지닌 채 죽어 떠도는 이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모두 역사에 존재했던 실명의 존재들이며, 작가에 의해 덧붙여진 익명의

존재들이다. 그러니까 그들은 과거를 살고 있는 오늘의 인물들이다.


  이 희곡에서, 외부에서 오는 필연적인 사건 혹은 그것에 의한 변화는 인물들의

존재근거를 박탈한다. 자신의 존재가 사라지는 것을 보거나 기억할 때, 인물들의 내적

독백은 시작되고 지속된다.


충일했던 삶의 현존은 기억밖에 없다.

기억은 삶의 근거가 박탈된 상황에서 유일하게 인물들을 존재하게 하는 힘이다.

흔적이 인물들이 남긴 발자국이라면, 인물들의 기억은 그 발자국을 찾는 과정이다.

기억은 인물들이 추구하는 유일한 진리가 된다.

절망이 극대화되면 남는 것은 삶이 적절하게 제자리로 되돌아가는 것뿐이다.


죽은 조상이 현존하지 않는 인물들이라면, 살아남은 자손은 현존의 잠재적인 구성인이

된다. 그리하여 기억은 간절하기 이를 데 없는 탄원이되, 결코 교환하거나 양도할 수

없는 에너지와 같다.


등장인물들이 역사에 존재했던 실명과 작가가 만들어낸 익명의 사이에 존재하는 것은

사실과 허구의 차이가 없다는 것을 뜻한다.

한편으로는 역사적 사실을 통하여 희곡이 역사를 재현하여 묻겠다는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연극적 허구로 세상과 거리를 두면서 어제의 일이 현재의 일이기도

하다는 보편성을 확대하겠다는 뜻이다.


연극속의 인물들은   미래가 아니라 과거로 돌아간다.

미래로 가기보다는 옛길을 따라 과거로 향할수록 느낌이 더 많아진다.

기억과 같은 과거로 가는 길은 느리게 갈수록 맛이 난다. 단지 숫자로 적혀진 목적지를

단박에 가는 것보다 기억의 길을 따라 그 과정을 즐기며 가는 것이 <태>를 보고 읽는

참맛이다.


  역사읽기는 과거와의 만남, 즉 기억과의 만남을 뜻한다.

<태>의 공간인 역사의 현장으로 떠나기 위해서는 선조적인 역사의 흐름으로부터 벗어날

필요가 있다.

오늘과 장래는 항상 우리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읽기는 현재로부터의 자유를 뜻한다.

오늘, 여기로부터 벗어날 때 과거 역사의 현장으로 떠나는 이는 자연의 품과 같은

기억에 안기게 된다.

이 작품이 명실공히 한국연극을 대표하는 작품이 될 만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예술적 장치는 기억과 정체성에, 논리와 어법은 오늘로  

  오태석의 연극은 농경사회에서 일하는 이들을 위한 연극은 아니다.

작가는 기억과 멀리 떨어져 있는 소비사회에 사는 이드에게 망각의 재난을 보여주기

위해서 충격적인 농경사회의 사회적 정황과 과거역사의 정치적 조건들을 연극의 주제로

삼는다.

그의 희곡과 연극의 원자재는 과거의 아픈 역사와 농경사회에서 수입해 온 것들이다.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춘풍의 처>, <어미>, <자전거>, <부자유친>,

<백마강 달밤에>,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등이 그러한 예에 속한다.

과거에 대한 기억의 형식은 대개 망자추모, 송덕, 역사적 기억 등이다.


  농경사회가 주류를 이루었던 과거는 장인이 지닌 전문성이 주목받았던 시대였다.

오태석은 역사적 기억을 통하여 연극작품을 만들어내는 농경사회의 장인과 같다.

그의 희곡이 지니는 인물과 이야기는 장인적 기술에 기인한다.


희곡과 마찬가지로 연극공연에서도 그가 지닌 예술적 장치에 관객들은 포박당한다.

그의 연극의 핵심은 예술적 장치를 기억과 정체성에 초점을 맞추고, 오늘의 논리와

어법으로 푸는 데 있다.


왜냐하면 “연극적 상상력은 역사적 사실로부터 오기도 하고, 그것과의 차이로부터

더 부풀려지기도 하기 때문이며, 작가는 기억이라는 ”허구의 안으로 역사적 사실을

끌어들이는데, 허구의 공간은 역사적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달리

의심하기“ 때문이다.


즉 기억속에서 사실이 부풀려진다. 이처럼 기억공간인 “허구는 사실을 껴안고,

그것들의 실재에 대하여 회의한다. 그 결과 역사적 사실은 허구안에서 비로소

자신의 궁극적 실재를 확인하고 극복할 수 있게 된다.”


공연 <태>는 오태석이 스스로에게서 빌려오는 악몽

  <태>는 역사적 기억을 앞세우고, 그 뒤에 등장인물의 체험적 회상에 대한 개인적

정체성이 자리 잡고 있는 아주 짧은 희곡이다. 무대공간은 형장, 강원도 영월,

궁, 어전, 들판으로 나누어져 있고, 군더더기가 없다. 좁은 공간,

간략한 이야기로 구성된 <태>에서 무대의 연기와 연출이 이렇다 저렇다 하는

절대적 원칙들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의 희곡과 연극은 종래의 연극이 지니고 있는 인식론적 장애물과는 관계가 없는 듯

보인다.

그의 연극이 지닌 어법과 논리는 단순하지 않다. 그의 희곡작품을 읽고,

공연을 보고 있노라면 희곡을 쓰고 연출한 그의 상상력이 기억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저절로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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