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리스트햄릿,Hamlet
문예당 | 입력 : 2008/02/28 [18:35]
세계가 사랑하는 영국의 셰익스피어(W. Shakespeare)의 고전이 독일 현대 연극과 오페라에서 가장 주목받는 차세대 연출가 옌스-다니엘 헤르초크의 틀을 과감히 부순 해석을 통해 한국 최고의 배우들의 놀라운 흡입력으로 새롭게 탄생한다. 국립극단 제 210회 정기공연 2008 세계명작무대 테러리스트햄릿,Hamlet 2007년에 이어 올해도 다양한 장르로 재해석되고 있는 <햄릿>,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국립극단 <햄릿> ■ 공연 소개 국립극단은 작년에 이어 2008년 첫 번째 무대이자, 제 210회 정기공연, 기획 시리즈 세계명작무대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희곡, 최근 들어 한국 무대에서 유난히 자주 무대에 오르고 있는 <햄릿>을 무대에 올린다. 이번 <햄릿>은 국립극단이 지난해 11월 한차례 국립극단의 기획 시리즈‘세계명작무대’로 무대에 올린 작품으로 그동안 공연된 <햄릿> 가운데 가장 혁신적이고 감각적인 무대연출로 주목을 받았다. 국립극단의 <햄릿>은 그동안 무수히 공연되었던 <햄릿>과는 다른 복수의 비극, 사랑의 비극, 정치 극이라는 다양한 해석 가운데에서도 <햄릿>에 대한 고정관념을 과감하게 뛰어넘는 독일의 주목받는 연출가 옌스-다니엘 헤르초크(Jens-Daniel Herzog)의 현대적인 재해석을 통해 무대에 올랐고, 국립극단 배우들의 열정적이고 깊이 있는 연기와 신선하고 활기 넘치는 객원 배우들의 앙상블이 호평 받아 이번 3월 재공연을 올린다. 이번 공연은 연출가 옌스-다니엘 헤르초크가 <햄릿> 재공연을 위해 다시 한번 한국을 방문해 국립극단과 호흡을 맞추게 된다. 세계 문학 속에서 항상 새로운 문제를 제공해주며 시간이 흐를수록 새로운 매력이 발견되는 작품 <햄릿>.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국립극단만의 <햄릿>으로 작년 공연보다 더욱 완성도 있는 무대로 관객들을 맞이하기를 기대한다.
◈ 공연명 : 국립극단 제210회 정기공연, 2008 세계명작무대 <햄릿,Hamlet>
◈ 일 시 : 2008년 3월 14일(금) ~ 23일(일) (10일 11회)
(평일 7:30pm, 토요일 3pm, 7:30pm, 일요일 3pm, 월요일 공연없음) ◈ 장 소 :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 주 최 : 국립극장
◈ 관람료 : 으뜸 5만원, 버금 3만원 ♥사랑티켓 참가작
◈ 예매 및 문의 : 02-2280-4115~6 (국립극장 고객지원센터)
◈ 인터넷 예매 : www.ntok.go.kr(국립극장 홈페이지)
■■ 작품 알아보기
가장 위대한 문호의 가장 위대한 희곡
1601년에 씌어진 셰익스피어의 <햄릿>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잘 알려진 작품이다.
발표 이후 끊임없이 공연되고 새로운 의미로 재해석되는 만큼 이 작품은
어느 시대에나 살아있는 현대적 의미를 제공한다.
<햄릿>은 부친을 잃고 어머니마저 숙부와 결혼해 버린 현실에 괴로워하며
우울증에 빠진 사색적인 한 인간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이 괴로움과 함께 단순히 가족이나 국가적 차원에서의 문제만이 아니라
인간의 존재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말하고 있다.
아버지의 죽음이 숙부의 음모였다는 망령의 음성으로 인해 고민하던 햄릿은
극 중 극의 계략을 꾸며 숙부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며 부친의 죽음의 진실을
알게 된다.
그러나 복수 할 절호의 기회가 왔는데도 머뭇거리면서 결행하지 못한 햄릿의 행동은
오늘날 까지도 논쟁의 표적이 되고 있다.
그 점에 대해서 사색적일 뿐 행동하지 못하는 우유부단한 햄릿의 성격적
무능설이 설명되기도 한다.
학자와 비평가들은 이 작품을 다양한 차원에서 접근했다.
덴마크의 왕자라는 그의 신분에 초점을 맞추어 권력의 문제와 공인으로서의 문제에
주안점을 둔다. 또한 정신분석학적 입장에서는 햄릿과 그의 어머니와의 관계에 관심을
갖고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맥락에서 파악하였다.
이처럼 햄릿이라는 인물의 성격은 영원히 풀 수 없는 문제를 남기고 있는데, 이 인물의
특징은 19세기 이해 저돌적이고 생각 없이 행동하는 돈키호테와 대조되어 문학사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2008년 3월 다시 한번 새로운 <햄릿>이 관객과 만나다
세계가 사랑하는 영국의 셰익스피어(W. Shakespeare)의 고전이 독일 현대 연극과
오페라에서 가장 주목받는 차세대 연출가 옌스-다니엘 헤르초크의 틀을 과감히 부순
해석을 통해 한국 최고의 배우들의 놀라운 흡입력으로 새롭게 탄생한다.
이미 작년에 올라갔던 공연에서 입증되었다시피 자신만의 젊고 실험적인 무대연출과
현대적인 시각, 원전에 입각해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치밀한 분석력, 배우들과의 뛰어난
호흡으로 관객들은 그동안 쉽게 경험할 수 없었던 국립극단만의 신선한 공연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2008년 세계명작무대이자 국립극단 제 210회 정기공연 <햄릿>은 신선함과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뛰어넘어 좀 더 보완된 완벽한 공연으로 관객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이미‘2006 셰익스피어 난장’과 2007년 <햄릿>으로 다수의 한국 팬을 갖게 된
옌스-다니엘 헤르초크는 다시 한번 한국 무대와 만나게 된 것에 기쁨을 나타냈고,
더불어 이제 세 번째 만남인 만큼 관객들이 좀 더 새롭고, 좀 더 성숙한
‘헤르초크 표’연극을 기대하는 만큼 책임감이 무겁다며 내심을 드러냈다.
더불어 한국 배우들의 안정감 있는 연기력과 배우들 간의 조화를 믿고 있고,
한-독 양국 참여 스태프들의 전문성과 뛰어난 협업에 의해 올해 <햄릿> 이
작년보다 더 놀라운 무대가 될 것이라며 관객과 언론, 평단 모두 기대해도
좋을 무대가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또한 등장 배우들도 <햄릿>을 위해 그간 끊임없는 노력을 해왔다.
국립극단 기존 배우들은 물론이고, 작년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되어 각자 활동을
하면서 이번 <햄릿> 무대를 기다려온 객원 배우들이 있다.
강윤종, 민대식, 김마리아, 고아라, 네 명의 객원 배우들은
작년 <햄릿> 공연을 통해 연극 관계자들의 눈에 띄여 여러 무대의 물망에 올라있고,
그 중 민대식(오스릭 역)은 현재 <죽도록 달린다>의 ‘왕’역으로 넘치는 에너지를
분출하며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국립극단 <겨울 해바라기>에서 트랜스젠더 역을 완벽히 소화했던 ‘서상원’이
강인하면서도 연약한‘햄릿’의 비극적인 모습으로 어떻게 변신할지 기대된다.
“추한 햄릿, 아름다운 햄릿, 낭만적인 햄릿 등 다양한 버전이 있었지만 이 작품에서는
이런 햄릿의 단면을 모두 담고 싶었다.
햄릿 속에 공존하는 다양한 모습을 포착하는 것이 셰익스피어가 말하고자 한
햄릿에 가장 가까울 거라고 생각했다.”
연출가 옌스-다니엘 헤르초크 연합뉴스 인터뷰 中
■■■ Staff 스태프
◉ 원작 : 윌리엄 셰익스피어
◉ 예술감독 : 오태석
◉ 연출 : 옌스-다니엘 헤르초크
◉ 번역 : 신정옥
◉ 무대, 의상 디자인 : 미리엄 부쉬
◉ 미술감독 : 천경순
◉ 드라마투르그, 대본구성 : 김미혜(한국), 요하네스 키얼스텐(독일) ◉ 음악, 음향 : 요아힘 스태픈하겐 ◉ 독일팀 제작협력 : 독일 올덴부르그 국립극장, 토마스 크라우스 ◉ 조연출, 통역 : 이단비
◉ 사진 : 정광진
◉ 연출보 : 유봉선
◉ 기획, 홍보 : 신보현
■■■■ Cast 배 역
◉ 햄릿 : 서상원 ◉ 클로디어스(왕) :김재건 ◉ 폴로니어스 : 서희승 ◉ 거트루드(왕비) :남유선
◉ 레어티즈 : 한윤춘 ◉ 오필리아 :고아라
◉ 로젠크란츠, 길던스턴 : 김진서, 강윤종 ◉ 오스릭 : 민대식 ◉ 배우 :김종구, 노석채, 김마리아
◉ 무덤지기 : 최상설 ◉ 유령 :오영수 ◉ 호레이쇼 : 이상직
■■■■■ 원 작 - 윌리엄 셰익스피어
셰익스피어는 1564년 4월 23일 영국의 워릭셔 지방의 스트랫퍼드 어폰 에이본에서
태어났다. 18세기 이래 영국에서는 ‘셰익스피어學’이라는 독립된 학문이
발전했다. 유복한 시민의 아들로 어린 시절을 보냈으나 13세 때 집안이 몰락하여
대학에는 진학하지 못했다.
1580년대 말 런던에서 배우생활을 하며 어깨 너머로 연극이나 문학에 대한 소질을 익혔다.
그 후 상연용 각본을 가필하는 극단 전속작가로 근무하다가 1590년부터 약 20년 동안
극작에 전념하여 모두 37편을 발표하며 극작가로서의 명성을 크게 떨쳤다.
1611년 <눈보라>를 끝으로 고향으로 은퇴하여 평화스런 여생을 보내다가
1616년 4월 23일 생을 마감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전기적인 사실의 많은 부분이 아직 불확실한 상태로 남아 있다.
그러기에 셰익스피어가 과연 실존한 인물이었는가,
그렇다면 그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37편에 걸친 주옥같은 작품들이 한 사람의 손에서 씌어진 것이 사실인가 등등
셰익스피어와 관련하여 의문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어떤 사람은 셰익스피어라는 인물이 사실은 엘리자베스 여왕이었다고 주장하며,
여왕이 초상과 셰익스피어의 초상을 확대경으로 정밀히 분석하여 수염을 빼고는
여왕의 모습과 같다고 말한다.
그가 실제로 존재한 인물임에 회의를 지닌 사람들은 그의 유골을 분석해 내서라도
자신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나 셰익스피어 무덤의 비문 때문에
주춤해 왔다. 셰익스피어의 실체가 문제가 되리라는 것을 알기라도 했는지,
그의 무덤이 다음과 같은 비문을 담고 있음은 흥미로운 일이다.
친구여, 부디 여기 담긴 흙먼지는 파내지 마시게!
이 묘석 돌들을 그냥 두는 자는 복을 받고,
내 뼈를 움직이는 자는 저주받을지어다.
■■■■■■연 출 가 - 옌스 다니엘 헤르초크
연출가 옌스 다니엘 헤르초크(Jens Daniel Herzog ․ 44)는 최근 들어 연극과 오페라 연출로
더욱 주목받고 있는 독일 현대 연극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연출가이다.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했으며, 취리히 샤우스필 하우스, 함부르크 탈리아 극장,
빈의 부르크테이터, 프랑크푸르트 샤우스필 하우스 등의 객원연출을 거쳐 2000년부터
2006년까지 만하임 국립극장 예술감독으로 일했다.
취리히 샤우스필 하우스에서 그가 연출했던 <올레아니>는 베를린 연극제에 초청을 받았고,
<뉴욕, 뉴욕>은 뮌헨 세계 연극제 공식초청작이었다.
만하임 국립극장 2000/2001년 시즌부터는 연극 <돈 카를로스>, <타르튀프>, <햄릿>,
<깨어진 항아리>, <무죄>, <마리아 막달레나> 등의 작품을 연출했고,
오페라 <코지 판 투테>, <세라일의 유괴> 등을 올렸다.
2005년 4월에는 멘델스존 바르톨리의 <엘리아스>를 마인프 시립극장에서 초연했고,
2006년 1월에는 헨델의 <올란도>를 취리히 오페라하우스에서 초연하여 주목받았다.
독일 만하임 국립극장의 <오델로, 베니스의 무어인>은 2006년 5월, ‘2006 셰익스피어 난장’,
2007년 국립극단 세계명작무대 <햄릿>으로 한국 국립극장 무대에 올라 언론과 평단,
관객들에게 골고루 좋은 평가를 받아 다수의 한국 팬을 확보했다.
■■■■■■■ 줄 거 리
덴마크의 왕자인 햄릿은 얼마 전 갑자기 죽은 선왕과 왕비 거트루드의 아들이다.
왕비는 남편이 죽고 얼마 후 왕위를 물려받은 시동생 클로디어스와 결혼하는데
이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햄릿은 괴로워한다.
햄릿의 부친인 선왕의 망령이 등장하여 자신이 동생의 손에 살해되었음을 전해주고,
아들 햄릿에게 복수를 명한다. 그는 복수를 위해 미친 척 가장하고, 사랑하는 여인
오필리아에게도 냉랭하게 대한다.
한편 햄릿은 복수를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고민하며 그러한 자신을 자책한다.
햄릿은 사실을 알아내고자 배우를 이용해 클로디어스의 범죄와 유사한 작품을 공연한다.
자신의 범행 일체가 무대에 재현되는 것을 본 클로디어스가 연극을 중단시키고 화를 내며
나가버린다. 이를 본 햄릿은 망령의 말이 진실임을 확신한다.
햄릿은 커튼 뒤에 숨어 엿듣고 있던 오필리아의 아버지 폴로니어스를 숙부로 오인하여 죽이고
이에 충격을 받은 오필리아는 물에 빠져 죽는다. 이 일로 햄릿을 의심하게 된 클로디어스는
그를 영국으로 보내고 영국 왕에게 그를 죽여 달라고 부탁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다.
오필리아의 오빠 레어티즈는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귀국하고 왕은 햄릿에 대한 복수를
종용한다.
왕은 햄릿을 죽이기 위해 레어티즈와 공모하여 검술시합을 열어 햄릿에게 상처를 입히지만
햄릿을 그 칼을 빼앗아 레어티즈에게 치명상을 입히고 죽어가는 그의 입을 통해
왕의 음모를 알게 된다. 그러는 사이 왕비는 국왕이 햄릿에게 마시게 하기 위해
준비해 둔 독주를 마시고 숨이 끊어지며 햄릿 역시 국왕을 죽인 뒤 숨을 거둔다.
■■■■■■■■ 배역 소개
◉ 햄릿(서상원)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 이래서 분별력은 우리 모두를 겁쟁이로 만들지”
덴마크 왕자로서 선왕의 아들이며 현왕의 조카. 우유부단하며 이기적인,
때로는 낭만적이기도 한 그는 작품에서 진정한 자아를 찾아 고민한다.
◉ 클로디어스(김재건)
“그 놈이 열병처럼 내 핏속에서 발악하고 있으니,
이를 치료해야 하는 것이 영국 왕, 바로 너다”
덴마크의 왕. 햄릿의 숙부로 선왕을 독살한 뒤, 왕이 되어
형의 아내와 결혼한다.
◉ 폴로니어스(서희승)
“경건한 용모와 신앙심 깊은 행동으로 악마의 본성에 사탕발림을 해주는 건
비난받을 일이지만, 세상에 흔한 일이다”
재상. 커튼 뒤에서 햄릿의 이야기를 엿듣다 죽임을 당한다.
◉ 거트루드(남유선)
“죄악의 본성이 그렇겠지만, 죄 진 내 마음에는 하찮은 일도 재앙의 서막 같아”
햄릿의 어머니. 선왕의 죽음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의 동생과 결혼한다.
◉ 오필리아(고아라)
“이제 그 향기가 사라졌으니 도로 받으세요. 사랑이 담긴 편지라도 보낸 사람의
진정이 사라지면 초라하게 된답니다”
햄릿을 사랑하는 재상의 딸로 부친의 죽음 이후 실성하여 물에 빠져 죽는다.
◉ 레어티즈(한윤춘)
“아예 칼끝에 독약을 칠하겠습니다. 그러면 가볍게 스치기만 해도 죽게 되지요”
폴로니어스의 아들. 부친의 복수를 위해 햄릿과 검술 시합 중 독이 묻어있는
칼에 찔려 죽는다.
◉ 호레이쇼(이상직)
“저 유령, 우리에겐 입을 굳게 다물었지만 왕자님껜 말문을 열지도 몰라”
햄릿의 막역한 친구로 선왕의 망령을 보고는 햄릿에게 알린다.
■■■■■■■■■ 관 객 평
지금까지 국내 무대에서 공연된 수 십 편의 <햄릿> 가운데 이번 작품은 가장 혁신적이고,
새로운 연극 중 하나이다. 위트를 곳곳에 집어넣어 자칫 지루해질 뻔한 극의 완급을
조절하면서 속도감 있게 극을 끌고 간 연출가의 역량이 돋보인다.연극평론가 ┃ 구히서
■■■■■■■■■■■ 평론
최고의 <햄릿>으로 재인식된 최고의 극단
김미도 (연극평론가, 서울산업대 교수) 「국립극단」은 참 묘한 집단이다.
연출가에 따라서 개개인의 표현력이나 집단적 앙상블도 너무 큰 편차를 보인다.
「국립극단」에 외국인 연출가가 초빙된 적은 많았지만 전체적으로 크게 성공한 적이 없었다.
외국인 연출가들은 연출개념이나 무대 디자인 면에서는 대체로 탁월하고 신선한 면모를
보여주었지만 배우들의 표현력을 크게 증폭시키지는 못했다.
오히려 국내연출가들이 맡은 공연보다 에너지가 더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사례는 예술의 전당이 기획하는 외국인 연출가들의 공연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곤 한다.
이는 결국 배우들과 ‘소통’의 문제일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연출 컨셉이 있어도 배우들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배우들과 적극적인 의기투합이 이루이지 않는다면 성공적인 공연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외국인 연출가를 초빙하는 경우에는 드라마트루그, 통역,
협력연출(또는 조연출) 등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근본적으로는 연출가 자신의 인성과 에너지와 통찰력이 가장 중요하며 여기에
내국인 조력자들이 얼마나 조직적으로 힘을 잘 보태느냐에 따라 공연의 성패는
크게 좌우되는 듯하다.
이번 <테러리스트 햄릿>은 「국립극단」이 해외 연출가와 협업한 공연 사상,
아니 국내에서 해외연출가와 협업한 모든 공연에 있어 가장 우수한 공연이었으며,
「국립극단」의 공연사 전체에 비추어 볼 때도 가장 빼어난 공연의 하나로
기록할 만하다.
연출자 다니엘 헤어초크는 지난 해 <오델로, 베니스의 무어인>에서보다도
이번에 더 도발적이고 파격적인 해석을 감행했다.
그것은 원작과 전혀 무관한 해석이 아니라 원작에 이미 내포되어 있는
해석의 여지들을 최대한 현대적으로, 폭력적으로, 원색적으로,
그리고 심리적으로 이끌어냈다.
어떤 <햄릿>에서보다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노골적으로 관통하고 있으며
햄릿의 지성적인 면과 광적인 면을 장면마다 잘 구분하면서도 서로가
위배되지 않도록 표출해주었다. 특히 극중극의 연출에서 뿐 아니라 햄릿은
연극 전체에서 철저한 계산에 따라 다른 성격으로 ‘변신’하는 ‘
명배우’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달오름 극장이 이번처럼 개방적으로, 전방위적으로 활용된 예도 찾아보기 어렵다.
글로브 씨어터의 무대를 기본 개념으로 채택한 무대 디자인은 한편으로 관객들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백스테이지를 개방하고
객석 통로와 2층 객석으로 연결된 사다리까지 활용하여 행동반경을 최대한
확장시켰다. 집중과 분산을 반복적으로 활용하는 무대 개념은 극장 공간을
심리적으로 훨씬 넓게 인식하도록 만들었다.
이번 공연의 최대 성공 요인은 앞에서 언급한 대로 연출가의 에너지를
고스란히 받아내어 더욱 창의적으로 표출한 배우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특히 햄릿 역의 서상원은 그가 원래 지니고 있는 다소 껑충한 이미지를
박차고 나와 한편으로 전투적이면서도 한편으로 영리한, 너무 영리하여
심지어 교활해 보이는, 그러다 그 미칠 듯한 분노로 인해 결국 관객들의
연민과 사랑을 한 몸에 받는 햄릿을 매우 개성적으로 표출했다.
그에게서 그런 에너지를 이끌어낸 연출자에게, 자신의 에너지를 유감없이
작열시킨 서상원의 잠재력에 다시 한번 갈채를 보낸다.
레어티즈 역의 한윤춘도 이번 공연에서 가장 기억할만한 배우이다.
아마 국립극단 배우 중에 그냥 레어티즈를 떠올리라고 해도 한윤춘이
적역일 텐데 더구나 가죽 점퍼에 기관총을 들고 온 극장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그의 가공할만한 위력이 돋보였다.
가장 이색적으로 표출된 로젠크란츠와 길던스턴도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다.
국립극단의 앙상블은 어느 때보다 조화롭고 안정적이었지만 좀 더 욕심을
내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거투르드는 연출이 요구한 만큼 색정적이지
못했던 것 같다.
적어도 이 공연에서는 클로디어스의 권력욕보다 거투르드의 색욕이
햄릿에게 더 큰 정신적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햄릿의 광기를
받쳐줄 만큼 거투르드의 욕망이 충분히 발산되지 못했다.
그에 대한 화학작용이겠지만 클로디어스의 입장이 다소 어정쩡했던 것 같다.
김재건은 권력의 화신과 거투르드의 육체적 볼모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는 듯
보였다. 또 가장 주요한 인물인 호레이쇼는 연출자가 부여한 비중에 비해
‘이성적’ 카리스마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이번 연출에서 포틴브라스의 의미가 중요하게 부각되어 있는 만큼
호레이쇼가 객관적이고 지성적인 관찰자로서 강조될 필요가 있다.
연출자의 무대 개념이 기본적으로 남루함과 화려함의 부조화 속에
기묘한 분위기를 형성시킨다는 것은 알겠으나 의상의 컨셉은 끝내 잘
수긍이 가지 않았다.
특히 클로디어스의 촌스런 코발트 의상은 그의 이미지를 약화시키는데
일조하고 있었다.
거투르드의 전혀 섹시하지 않은 잠옷도 배우의 단점을 더 확대시키는 듯했다.
전체적으로 의상 개념을 무대 개념과 조율하며 재정비할 필요를 느낀다.
「국립극단」 배우들이 지닌 개개인의 잠재력과 놀라운 팀워크를 새삼 확인하며,
이들을 잘 컨트롤할 수 있는 연출자와 궁합이 잘 맞는 스태프들을 구성해주는
‘기획’의 능력이 「국립극단」 발전의 견인차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모처럼 「국립극단」의 포효에 경의를 표하며 이번 공연이 ‘이례적인’ 성공에
그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명실상부한 최고의 극단으로 도약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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