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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실 개인전 'The First Touch'- 갤러리도스 , Gallery DOS

김혜경 기자 | 기사입력 2021/05/13 [17:59]

황은실 개인전 'The First Touch'- 갤러리도스 , Gallery DOS

김혜경 기자 | 입력 : 2021/05/13 [17:59]

여러 장의 사진 혹은 여러 개의 비디오로 담아질 수 없는 시각경험들은 어떻게 회화로 옮길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고민했다.

 

호크니가 말한 바와 같이 사진은 그것이 놓치고 있는 약간의 차이 때문에 세계로부터 크게 빗나간다. 내가 사진을 바탕으로 회화적 공간을 만들어낼 때 관심있는 것 역시 바로 사진의 그 ‘빗나가는 지점’이다. 사진은 공간이 아닌 그저 표면만을 바라보지만, “공간은 표면보다 훨씬 신비롭다.” 

 

내가 이미지에 매료되는 순간에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은 빛과 색이다. 빛은 그것이 아니었다면 드러나지 않았을 대상의 물성을 드러내며, 그로 인해 나는 순간을 조금 더 촉각적으로 지각할 수 있다. 색은 지나간 순간을 기억하는 주된 인상으로 작용한다. 색은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특정한 분위기를 만든다.

 

삶의 강렬한 순간, 일상의 아름다운 순간들은 스쳐 지나가는 인상을 만들어내는 속도감 있는 붓질들과 선명했다 사라지는 고정되지 않는 형태들, 가볍고 사랑스러운 색채들로 캔버스 위에 담긴다. - 작가의 말

 

갤러리도스 기획 황은실 'The First Touch'

   2021. 5. 19 (수) ~ 2021. 5. 25 (화)

 

▲ 황은실 개인전, Glimpse of the library_ oil on canvas_130.3x 97.0 cm_2020  © 문화예술의전당

 

전시개요 

■ 전 시 명: 갤러리 도스 갤러리도스 기획 황은실 ‘The first touch’

■ 전시장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7길 37 갤러리 도스 , Tel. 02-737-4678 

■ 전시기간: 2021. 5. 19 (수) ~ 2021. 5. 25 (화) 

 

잔상을 보듬다

갤러리도스 큐레이터 김치현

 

  본질이라 불리는 개념은 껍데기가 아니라고들 하지만 시각과 촉각에 크게 의존하여 세상을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어쩌면 대상의 표면이야말로 사사로운 이야기로 포장되지 않은 진정한 모습일 수 있다. 황은실의 작품에서 사물의 표면을 이루는 주된 원색은 높은 채도로 그려졌음에도 전체적으로 밝은 화면속의 환경과 어우러진다. 입체적인 설명이나 색의 종류가 생략되고 절제된 표현은 관객으로 하여금 화면속의 상황에 간편히 몰입하기보다 충분히 거리를 유지하도록 한다. 작품에 보이는 형상은 실제로 존재하는 사물을 그대로 복제한 것이 아닌 작가의 눈과 표현을 통해 편집된 가공물이며 잔상이다. 

 

 캔버스 표면을 스치듯 얇고 빠른 속도의 붓질로 칠해진 형상에서 작가가 작품을 제작할 당시 취한 몸의 움직임과 속도감이 드러난다. 물결의 불규칙적이고 끊임없는 움직임과 약한 바람에도 나부끼는 인물의 머리카락, 유리진열장을 통해 새나오는 차가운 빛의 산란은 매순간 변화하는 사진 밖 세상의 특징을 보여준다.

 

붓털의 끝자락이 물감의 점성으로 인해 갈라진 자국은 정지된 화면에 동적인 힘을 부여하며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의 시선이 주저하지 않고 형상을 더듬도록 유도한다. 짧은 시간단위로 변화하는 형상을 담기위한 신속한 묘사는 사물에 깃든 사연이나 온도를 재현하기보다 동시대 사람들이 소셜 미디어에서 이미지를 소비하는 방식과 닮아있다. 이처럼 작가가 일상적인 사물을 재현함에 있어 겉핥기의 방식을 취함은 작품의 깊이를 얄팍하게 만들기 위함이 아니다. 작가가 자신의 화면에 옮기려고 선정한 사물들의 공통된 특징은 얇고 부드러운 질감을 지니고 있거나 자극적이지 않은 온도를 지니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강도를 지닌 물체들은 섬세한 감각을 요구하지만 알아채는 순간부터 편안함을 준다. 

 

 얼핏 무신경한 듯 보이는 가볍고 경쾌한 붓질은 물감의 물리적 성질을 최소화하여 칠해졌음에도 대상이 지닌 질감을 잃어버리지 않고 필요한 만큼만 구체적으로 재현하고 있다. 대상이 존재했던 당시의 현장에 있지 않았다면 오롯이 파악할 수 없는 이야기가 필연적으로 지니게 되는 군더더기들이 빠져나간 상태이다. 사연이 제거되고 남은 자리가 만들어낸 여유로 인해 관객은 화면속의 사물을 읽으며 자신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작품에 끼워 맞추기보다 평면으로 정제된 형상 자체에 집중하게 된다. 그렇기에 작품의 얇은 두께에도 불구하고 관객은 작가가 관찰한 대상을 손끝으로 부드럽게 만져보듯 촉각적인 감상을 할 수 있다.

 

 황은실은 동시대 사람들이 사소한 일상을 기록 할 때 간편하게 사용하는 작은 화면의 테두리를 빌려 속도감이 느껴지는 그림을 그린다. 하지만 유화라는 방식은 표현과 별개로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자신이 바라보는 대상이 지닌 시시각각 변화하는 특성을 담아내기 위해 캔버스를 향한 작가의 움직임은 신중하고 차분히 계산되어있다. 플라스틱 버튼을 누르는 가벼운 손짓은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소중하고 인상 깊은 짧은 순간을 영원히 남길 수 있을 것이라는 최면을 건다.

 

지나간 시간과 기억에 남겨진 잔상에 대한 갈증은 매순간 과거가 되고 있는 별 볼일 없는 지금을 소중하게 만드는 이유이다. 황은실은 회화라는 느린 장르를 통해 역설적으로 동시대 사람들이 손끝으로 빠르게 넘겨버리는 수많은 일상 속 이미지들이 남긴 흔적을 비로소 천천히 감상하게 되는 휴식의 자리를 마련한다.     

 

▲ 황은실 개인전, Jane_ oil on canvas_ 72.7x 60.6 cm_2021  © 문화예술의전당

 

작가노트

여러 장의 사진 혹은 여러 개의 비디오로 담아질 수 없는 시각경험들은 어떻게 회화로 옮길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고민했다.

 

호크니가 말한 바와 같이 사진은 그것이 놓치고 있는 약간의 차이 때문에 세계로부터 크게 빗나간다. 내가 사진을 바탕으로 회화적 공간을 만들어낼 때 관심있는 것 역시 바로 사진의 그 ‘빗나가는 지점’이다. 사진은 공간이 아닌 그저 표면만을 바라보지만, “공간은 표면보다 훨씬 신비롭다.” 

 

내가 이미지에 매료되는 순간에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은 빛과 색이다. 빛은 그것이 아니었다면 드러나지 않았을 대상의 물성을 드러내며, 그로 인해 나는 순간을 조금 더 촉각적으로 지각할 수 있다. 색은 지나간 순간을 기억하는 주된 인상으로 작용한다. 색은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특정한 분위기를 만든다.

 

삶의 강렬한 순간, 일상의 아름다운 순간들은 스쳐 지나가는 인상을 만들어내는 속도감 있는 붓질들과 선명했다 사라지는 고정되지 않는 형태들, 가볍고 사랑스러운 색채들로 캔버스 위에 담긴다. 

 

▲ 황은실 개인전, Catch_ oil on canvas_53.0x 45.5 cm_ 2021  © 문화예술의전당

 

황은실

2021 이화여자대학교 석사 재학

2019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 전공 학사

2014 서울예술고등학교 졸업

 

개인전 

2021 The First Touch, 갤러리도스, 서울

2018 단채널 비디오, 세운상가 space 15th, 서울

 

그룹전

2020 국제미술대학 우수졸업작품전, 인사동덕아트갤러리, 서울

▲ 황은실 개인전 'The First Touch'- 갤러리도스 , Gallery DOS  © 문화예술의전당

황은실 개인전 'The First Touch'-  갤러리도스 , Gallery D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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