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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윤 개인전 - '당신이 지나간 자리' - 갤러리 도스

김혜경 기자 | 기사입력 2021/06/30 [19:15]

최정윤 개인전 - '당신이 지나간 자리' - 갤러리 도스

김혜경 기자 | 입력 : 2021/06/30 [19:15]

갤러리도스 기획 최정윤 '당신이 지나간 자리'

2021. 7. 7 (수) ~ 2021. 7. 13 (화)

 

▲ 최정윤 개인전 - '당신이 지나간 자리' - 갤러리 도스  © 문화예술의전당

 

전시개요 

■ 전 시 명: 갤러리 도스 갤러리도스 기획 최정윤 ‘당신이 지나간 자리’

■ 전시장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7길 37 갤러리 도스

■ 전시기간: 2021. 7. 7 (수) ~ 2021. 7. 13 (화) 

 

흐린 얼룩을 새기다

 

갤러리도스 큐레이터 김치현

 

  헤아릴 수 없는 관계와 시간을 담고 있던 육신에서 불꽃이 사라지고 껍데기를 남긴다. 그 자취마저 누군가에게 기억된다면 사소한 행운이겠지만 땅에서 난 생물이 흙으로 돌아갈 시간이 가까워 질 때면 망각의 무게가 정신보다 무겁게 내려앉는다. 대부분을 가져가는 죽음이 그대로 남겨두는 유일한 몸뚱어리는 그 속을 값지게 채우던 시간의 무정한 바람 앞에서 녹아내리고 바스라진다. 최정윤은 삶과 죽음이 조용히 서로의 순서를 지키며 교차하는 치열한 모습을 차분한 분위기로 그려낸다. 쉽게 지워지고 부서지는 재료로 제작된 작품은 작가가 그린 형상이 품은 삶과 죽음의 모습을 닮아있다. 

 

 사람의 입장에서 깊이 있는 감정의 몰입이 가능한 죽음이란 무엇보다도 사람의 죽음이라고 무심코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단순히 종이 같다는 이유나 알고 지내던 관계 사이에서 일어나는 죽음은 자신의 의지로 어찌 할 수 없는 생명의 잔인한 법칙을 받아들이는데 딱히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새로운 생명을 맞이하는 두려움과 달리 낯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직접 마주하기 꺼려진다. 수치화된 통계의 모습을 한 죽음은 냉철하게 읽어내기 쉽지만 자신과 닮고 애착이 담겼던 얼굴의 눈감은 상태는 감내하기 힘들다. 작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렵지 않게 호감을 가질 수 있는 어린 사슴이나 작은 새의 모습을 그렸다. 하지만 단순히 친근한 동물의 이미지를 이유로 작품에 다가서도록 화면을 관객에게 쉽게 개방하지 않는다. 

 

 작품으로 등장하는 형상의 공통점은 무언가 결핍된 채로 탄생했거나 생존의 과정에서 소실된 상태이기도 하며 도리어 과하게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어떠한 힘이 개입되었기에 작품에 그려진 이미지들이 그러한 모양을 지니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

 

작가는 작품을 관찰하는 이들에게 화면 속 세상의 사연이나 감추어진 이야기 따위를 함부로 유추할 만한 단서를 주지 않는다. 죽은 생명의 사체가 메말라 바스라지고 축적되어 생명의 양분이 되듯 순서를 헤아릴 수 없는 인간에게 무신경한 톱니바퀴의 한 부분일 따름이다. 숨을 거두고 경직되어 기괴하게 뒤틀린 자세를 취하고 있는 생물은 생명이 떠나고 남긴 깨어진 알의 껍데기에서 보이는 묵직한 가벼움처럼 덩그러니 늘어져있다. 대부분의 관객에게 화면 이상의 의미로 인식되지 않는 종이의 표면은 잘게 구겨져 있기에 재료가 지닌 연약한 물성이 강조되는 위태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나지막한 입김에도 젖고 흩날릴 것 같은 얇은 종이 위에는 미약한 바람에도 지워 질 것 같은 가는 선으로 새겨져있다. 

 

 유리에 묻은 지문이나 먼지는 그 투명한 벽을 세우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대단한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자국이 오래도록 많이 남아있음은 그것이 보존해야 하는 가치를 지녀서가 아니라 눈길조차 가지 않는 대상을 정리하는 행위마저 필요하다고 여겨지지 않는 무신경함 때문일 것이다. 마침내 필요해 의해 닦여 사라지는 그 얇고 가벼운 흔적은 잊어버리는 것이 어렵지 않지만 눈곱처럼 머지않아 다시 찾아옴을 분명히 알고 있는 불청객이다. 최정윤은 자극적이지 않은 이미지와 짙은 색을 사용하지 않음으로 예상하지 못한 어느 순간 시야에 흐린 얼룩을 드리우며 등장하는 죽음의 모습을 새긴다. 그 화면에는 덧없이 가볍고 보잘것없는 시간의 우스꽝스러움에 대한 희미한 미소가 서려있다.   

 

  © 문화예술의전당

해바라기, 25×16.5cm, 석고붕대에 채색, 2021

 

  © 문화예술의전당

흰 연기, 21×29.7cm, 트레이싱지에 잉크, 2021

 

  © 문화예술의전당

 

빛나는 껍질, 가변크기, 약10×9×7cm, 혼합매체, 2021

 

  © 문화예술의전당

자국, 42×30cm, 종이에 잉크, 2021

 

최정윤 

2013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B.F.A)

 

개인전

2021     당신이 지나간 자리, 갤러리도스,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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