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부조리하군 - 채윤일 연출
문예당 | 입력 : 2008/09/21 [14:28]
문화게릴라’ 이윤택과 '한국 최고의 연출가' 채윤일의 만남 “로마는 수치스런 황제를
가지고 있다 이런 황제는 없어져야 한다”어느 통치자의 엄청난 꿍꿍이“국가를 멸망시키자?!” 비웃고, 씹고, 희롱하고, 지껄여라! 속 터지는 정치판이 속 시원하게 뒤집힌다! 공연 개요
공연기간 : 2008년 9월 19일 ~ 10월 12일
공연장소 : 게릴라극장
공연시간: 평일: 8시/토요일: 4시, 7시/일, 공휴일: 4시
월요일 공연 없음 티켓가격: 일반 20,000원, 학생 15,000원 출연진:
황제 역을 연기하는 작가: 오동식 / 율려부인: 연보라 / 윤균: 윤정섭
보아: 이준정, 이보미 / 상인, 키 작은 사내: 주호수 / 티투스맘마(기병대장): 홍민수
국방장관: 김철영 / 비서실장: 김호윤 / 요리사: 조승희, 안진준 / 케자르 루프(상인): 고형준
흉상1: 하지은 / 흉상2: 이종민
스텝
연기지도: 김소희ㅣ무대: 김경수ㅣ조명디자인: 조인곤ㅣ의상: 김미숙ㅣ
타이포그라피: 조성희ㅣ특수분장: 문정아ㅣ조연출: 강병환ㅣ제작감독: 이자순
기획홍보: 김태주ㅣ디자인: 이윤주ㅣ 제작: 채윤희, 극단 쎄실, 게릴라극장ㅣ 홈페이지 www.stt1986.com
문의 게릴라극장(Tel. 763-1268)
2008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창작 및 표현활동 지원작
개판의 시대, 깽판의 미학
정말, 부조리하군
뒤렌마트·작/이윤택·번안, 재구성/ 채윤일·연출
비웃고, 씹고, 희롱하고, 지껄여라!
속 터지는 정치판이 속 시원하게 뒤집힌다!
정말 부조리하군 - 이윤택 작 ,채윤일 연출-개판의 시대, 깽판의 미학
https://youtu.be/vV5vmle7k-k
STORY
어느 통치자의 엄청난 꿍꿍이
“국가를 멸망시키자?!”
꿈 속에서 그 어딘가의 통치자가 된 작가. 나라가 멸망하고 있음을 알리기 위해
‘서기 476년 3월 서로마의 기병대장’이 그의 꿈 속에 도착하는 동시에, 재무장관은 국고를 가지고
해외로 도망가고, 국방장관은 전쟁이 났다고 난리법석이고, 비서실장은 전부 다 죽게 됐다고
우는 소리만 계속한다.
모두가 아우성치는 상황에서 그는, ‘나라의 멸망’을 선택하는데…
줄거리.............(를 위한 안내)
“세계를 멸망시키는 것, 그것이 나의 유일한 선택이다.”(마르그리뜨 뒤라스)는 불어권 작가의
소설책 뒤 표지 문구를 우연하게 읽은 작가는 동시에 배달된 조간신문을 읽다가 불어권 작가와
한국적 상황이 백 년이란 시간과 공간을 단숨에 뛰어 넘어 만나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는 잠자리에 드는데, 급기야 작가의 잠 속에 <서기 476년 3월 서로마의 기병대장 스푸리우스
티투스 맘마가 지쳐 다 죽게 된 말을 타고> 도착하면서 극은 시작된다.
그의 잠 속에 끊어지지 않고 끼어드는 연극은 <로물루스 대제>이고, 동시에 신문에서 읽은 지금 이곳
우리의 현실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연극 읽기와 세상 읽기가 뒤섞이고, 꿈과 현실이 교차되는
상상력의 교란 현상을 기록한 대본이다.
HOT ISSUE
정말, 기대되는군!
‘문화게릴라’ 이윤택과 ‘한국 최고의 연출가’ 채윤일의 만남
언제나 화제의 중심에서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었던 작가 ‘이윤택’과 연출가 ‘채윤일’이 또 다시
문제작 한 편을 관객에게 던졌다! 당신이 올해 단 한 편의 연극을 선택한다면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공연이 바로 <정말, 부조리하군>이다!
정말, 황당하군!!
모든 예상을 뒤엎는 ‘황당한 정치극’
나라는 망해가는 데 닭 키우는 데만 열중한 통치자가 나타났다! 지금 대한민국 돌아가는 꼴에
속 터지는 당신, 정치판을 따끔하게 꾸짖는 속이 다 후련한 연극이 보고 싶다면!
모든 예상을 뒤엎는 황당한 정치극 <정말, 부조리하군> 속에 원하는 모든 것이 있다!
정말, 골 때리는군!!!
풍자의 극한을 달리는 현란한 캐릭터들
남자도 치마를 입어야 된다고 주장하는 치마 입은 남자 디자이너, 백두산 일대 관광단지에 이순신
동상을 파는 골동품상인, 캐나다로 이민 간 외환은행 팔아 넘긴 재무장관! 쉴새 없이 실소와 폭소를
터뜨리게 하는 현란한 캐릭터들 정말, 골 때린다!
작품설명
하나, ‘문화게릴라’ 이윤택과 ‘한국 최고의 연출가’ 채윤일의 만남
새로운 문제작의 탄생
삶과 죽음의 한판 굿판을 세련된 무대언어로 다듬은 1989년 <오구-죽음의 형식>, 강간사건을 통해
남성중심적 사회 속 여성문제를 바라본 1990년 <혀>, 그리고 권력의 부도덕과 허망함을 시적 무대로
표현한 1993년 <불의 가면-권력의 형식>에 이르기까지.
문화, 사회, 정치, 경제 등에 대한 두 사람의 해박한 해석과 시대를 앞서가는 충격적인 표현 양식은
작품성에 대한 신뢰와 인정을 더불어 사회적 이슈를 일으키고 무수한 논란을 제시했다.
작가로서의 이윤택과 연출가로서의 채윤일, 두 사람의 만남은 문화계는 물론 사회 전반에 걸쳐
언제나 화제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들이 손을 잡고 새로운 모습으로 세상에 내놓는 <정말, 부조리하군>은 작품이 담고 있는
현실적이면서도 정치적인 주제와 그것을 표현한 파격적인 무대언어로 이전 작품들 못지않게
또 한 편의 문제작으로 기록될 것이다.
둘, 연극의 사회성 재고, ‘정치극’의 부활
예술가의 시대적 소명을 실천한 가장 차별화된 무대
연극은 사회성을 가지고 그 성격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이 정치극이다. 국가가 창궐한 곳 어디든
국민들을 대변하여 그들의 목소리가 되어 주었던 것이 연극이며 그것은 정치극(政治劇)이라는
형식으로 개발되었다. 우리나라 역시 군사정권 시대에는 국민들의 자유와 민주와 인권을 위한
정치극들이 만발했으나 민주주의 사회가 도래한 이후 종적을 감췄다.
근래 한국연극은 개인사적인 일상과 언어유희와 소비주의적인 모습으로 변해갔다.
정치극의 부재(不在)는 곧 예술인들의 소멸, 동시에 예술성의 부재(不在)를 의미한다.
예술인으로서의 연극인들이 정치극의 부활을 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현 정권에 대한 따끔한 일침과 국민의 정서를 대변할 수 있는 정치극을 무대에 올리는
것이야말로 한국 연극인들의 시대적 소명이라 할 수 있다.
<정말, 부조리하군>은 연극의 사회성과 정치성의 부활이 절실함을 인식한 작가와 연출가가 함께
만든 무대이다. 때문에 근래 어떤 공연과도 차별되는 치열한 연극정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뚜렷한 주제의식이 살아 꿈틀대는 역동적이고 뜨거운 무대, 그것이 이번 작품을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셋, 정권에 대한 촌철살인적 풍자
중도통합과 프로파갠더 사이, 균형의 미학
<정말, 부조리하군>은 문제적 작가 뒤렌마트의 <로물루스 대제>를 원형에 두고 있다.
패러독스를 기본 정신으로 정치와 사회문제에 대한 통렬한 풍자, 적나라한 진실의 폭로 등
<로물루스 대제>는 정치극에 대한 갈망을 해소해주는데 매우 적절한 그릇이 된다.
또한 ‘국가의 멸망을 눈앞에 두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통치자’의 묘사는 다른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국가 정세와 묘하게 닮아 있다.
그러나 <정말, 부조리하군>은 작가 이윤택의 촌철살인적 풍자와 채윤일의 문학성 넘치는
무대 해석의 조화로 작품의 정치성에 앞서 연극이라는 예술 그 자체로 바라보도록 한다.
그리고 중도통합의 미온적 자세나 파당적 프로파갠더의 선동적 자세 사이에서의 균형을 잡아,
현 정치계와 통치자에 대한 옹호와 비난에 대한 해석과 판단은 관객의 몫으로 남겨둔다.
이는 일방적인 강요나 종용이 아닌 작품에 대한 열린 해석의 여지를 전달하여
오랜만에 관객과 평단, 여론간의 풍부한 논쟁의 장이 되고자 하는 의지라 할 수 있다.
넷,은유와 상징으로 점철된 독보적인 캐릭터
‘김소희’의 연기지도, 촉망 받는 배우들의 현란한 연기
‘황제 역을 연기하는 작가, 키 작은 사내, 서기 476년 서로마에서 온 기병대장
스푸리우스 티투스 맘마, 황제의 부인 율려, 황제의 딸 보아, 에드리안, 혹은 윤군,
골동품상인 아폴리온, 사업가 케자르 루프, 비서실장, 국방장관, 흉상, 요리사’
연극에 등장하는 현란한 캐릭터들의 향연은 <정말, 부조리하군>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그리고 쉴새 없이 실소와 폭소를 터뜨리게 한다.
이처럼 현란한 캐릭터를 창조하는 것은 배우들의 몫. 현 한국 연극계의 독보적인 여배우이자
연희단 거리패의 새로운 대표 김소희가 연기지도를 맡고 주목할만한 배우 오동식을 필두로
연희단 거리패의 촉망 받는 배우들이 출연, 독보적인 캐릭터들을 창의적으로 완성시켰다.
국가 정세와 국제 정세, 인류가 지구에 살게 된 이래 계속되는 역사의 소용돌이에 대한
해박함을 지닌 인물들의 상징과 은유는 유쾌한 풍자의 최고치를 경험하게 만들 것이다.
작가의 말
환멸의 시대를 넘어서-작가의 입장에서
번안•재구성 이윤택
채윤일 형으로부터 <로물루스 대제>를 번안 각색해 달라는 주문을 받았을 때부터, 나는 사실
무정부적 관점으로 번안 작업에 임했다. 이러한 나의 무정부적 관점이 채윤일 형이 느끼기에
상당히 불분명하고 애매모호한 작가적 관점이라고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채윤일 형 스스로 작가의 관점과 연출가의 관점이 상당히 달랐다고 토로한 바 있다.
그러나 <로물루스 대제>는 뒤렌마트 작가 자신이 철저히 무정부적 허무주의자의 색채를 강하게 띠는
작가이므로 새삼스럽게 나의 관점이라고 말할 필요 조차 없는 일이었고, 나는 뒤렌마트의
이런 무정부적 입장을 친애하는 성향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지난 참여정부 시대 채윤일 형의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현실반영의 의사를
무시할 생각은 없었다. 연출가의 해석과 표현양식은 작가적 관점과 또 다른 독자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내가 구성한 번안대본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작가 스스로가 하룻밤 꿈 속의 통치자가 되어
속내에 품었던 말들을 속 시원하게 토해내는 것이었다. 마침 지난 시대 대통령 스스로가
권력자라기보다 역사현실에 민감한 인문주의자의 입장을 더 강하게 지닌 인물이었으므로
우호적이든 악의적이든 자연스럽게 비교 대상이 되었던 셈이다.
이제 <로물루스 대제>와 비교될 수 있는 현실 정치가, 혹은 국가 경영자는 사라졌다.
근본적이기 보다는 실용적이고, 인문적이라기 보다는 경제 테크노크라트적인 인물이 국가를
경영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래서 더욱 철 지난 인문주의자의 본질적이고 허무적인
언어가 그리워 진다. 이 환멸과 허무의 시대를 껴안고 희롱할 수 있는 자유,
이것이 연극의 또 하나의 영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침 채윤일 형이 재공연을 한다고 대본을 손질해 달라고 해서, 이번에는 작가의 입장을 은근히
더 밀어 넣고 싶은 유혹을 받는다.
작가가 하룻밤 꿈 속에서 황제가 되어 보지 말란 법은 없으니까......
연출의 말
작가가 꾼 황당한 꿈 -좌•우, 남•북을 뛰어넘어서
연출 채윤일(연극연출가/극단「쎄실」대표)
작가 서문
생각이 잠 속으로 끼어 들어와계속 흔들어 깨운다
하루 종일 알렉산더 광장 주변을 걸어 다니며 구입한 잡동사니들—먹을 거리, 새로 산 운동화,
19유로로 바겐세일 한 뱃살 빼는 운동기구, 역시 9유로로 바겐세일 해서 산 여배우 헬레나
바이겔 사진첩, 작곡가 쿠르트 바일 바이오그라피--을 들고 4층 계단을 오르내리다 보니 다리
관절은 아프고, 예전에 다친 오른쪽 발목은 시큰거리고, 몸은 그대로 침대에 무너져서 코를
고는 형국인데나의 생각은 코고는 소리까지 뚫고 들어와 두개골 뚜껑을 여는 것이다.
Was machen Sie in Deutshland? Ich lerne Deutsch
그리고 나는 속으로 웃는다. 인터뷰하는 독일여자도 웃는다.
이 나이에 독일어를 배워서 뭣하누?
차라리 지쳐 죽게 된 인문주의자의 긴급 피난! 이라는 말을 쓰고 싶은데 독일어는 생각나지 않고
서기 476년 3월 서로마의 기병대장 스푸리우스 티투스 맘마가 지쳐 다 죽게 된 말을 타고
내 잠 속에 도착한다. 그는 이-메일을 타고 전송된 아메리칸 씨어터의 젊은 편집자 레나의
서면 인터뷰를 끄집어 낸다.
당신의 작품에는 한국 지식인에 대한 비판이 많은데
정작 한국 지식인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분단을 넘어서.......
나는 짧게 답변을 생각하고 다시 잠이 드는데
갑자기 뒷골에 불침을 맞은 느낌을 받고 벌떡 일어나 앉는다.
내 손에 아슬아슬하게 끼어있는 담배가 내 뒤통수를 지지고 있는 중이었다.
내가 어느새 담배를 피워 물었지? 투덜거리며 일어나 방안을 서성거린다.
황폐하고 텅 빈 느낌
벽에는 낯선 흉상, 철 지난 티뷔, 그럴 듯하게 꽂아 놓은 책들, 부서질 듯 흔들거리는 나무의자와
탁자, 채윤일 형이 보내온 독일어권 극작가 뒤렌마트의 <로물루스 대제>,
공항에서 구입한 <로마쇠망사>, 그리고 낡은 노트북이 탁자 위에 놓여져 있다.
나는 노트북을 열고 뒤렌마트 작 <로물루스 대제>를 고쳐 읽는다.
2006.11.27 2006. 12.3 초고 끝냄
위의 글은 작가가 독일에 머물면서 초고와 함께 보내왔던 ‘작가메모’다.
<정말, 부조리하군>은 독일 작가 뒤렌마트의<로물루스 대제>를 번안, 재구성한 작품이다.
‘로물루스 대제’는 게르만의 침공 와중에서도 한가하게 닭이나 키우고 역사 공부에나 매달렸다는
서로마제국의 마지막 황제다.
작가는 뒤렌마트의 <로물루스 대제>와 오늘 우리의 정치적 상황을 뒤죽박죽 뒤섞어서 현실의
부조리함을 황당극으로 풀어낸다.
그러니까 제목 <정말, 부조리하군>은 <정말, 골 때리는군> 또는 <정말, 황당하군> 아니면
<정말, 엉뚱하군>이라고 바꿔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연극은 잠 든 작가의 꿈 속으로 서기 476년 서로마제국의 기병대장 스푸리우스 티투스 맘마가
지친 말을 타고 들어서면서 시작된다.꿈 속에서 황제가 된 작가는 무능한 데다가 제국을 지키고자
하는 의욕조차 없는 철저한 허무주의자로 묘사되고 있다.
극 속 ‘로물루스 대제’와 지난 참여정부시대의 통치자와 언행이 겹쳐 보이면서 비교 또는
풍자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이것이 이 연극의 주제는 아니다.
좌와 우, 남과 북을 뛰어 넘어 보려는 것이 작가의 꿈이다.
‘분단을 넘어서...’
나의 꿈이기도 하다.
지난 해 초연의 문제점들을 수정하고 보완하기 위해 작가와 의견 일치를 보았고 올해 역시
밀양에서의 합숙 연습을 택했다. 배우들을 대거 교체했다.
그 바쁜 와중에서도 작품을 수정하여준 작가, 불화살처럼 내려 꽂히는 밀양의 불볕 더위 속에서
합숙연습을 감내하여 준 배우들, 적극적으로 연습에 협조하여준 김소희 씨를 비롯해서
밀양연극촌 식구들에게 감사 드린다.
원작자&원작 소개
원작자: 프리드리히 뒤렌마트(Friedrich Drenmatt, 1921~1990)
스위스 태생. 신학, 독문학, 자연과학을 공부하고, 스케치화가, 동판조각가, 연극비평가 등으로
활동하다가 극작가로 전향했다. 전통적 비극을 부정하고 부조리극을 추구, 희극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으로 비극을 전달할 수 있다는 취지 아래, ‘오늘날 가능한 것은 희극뿐’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유명하다.
관객의 충격이나 부정적 반응과 관계없이 괴상한 과장, 통렬한 풍자, 적나라한 진실의 폭로,
비뚤어진 사회와 정신을 역설적으로 제시했다.
<로물루스 대제>(1952) <미시시피씨의 결혼>(1952) <천사 바빌론에 오다>(1953)
<노부인의 방문>(1956)<물리학자들>(1962) 등 문제작들을 발표했다.
우울한 희극, 명랑한 비극 - '로물루스 대제'에 관하여-
<로물루스 대제>는 서기 476년, 게르만족의 대공세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서로마 제국의 마지막 황제 ‘로물루스 대제’라는 역사 속 실존인물을 모델로 작가의 상상력을
가미한 작품이다. 역설과 패러디, 풍자와 반전의 묘미가 압권인 ‘비역사적 역사 희극’으로
1949년 스위스 바젤극장에서 초연되어 뒤렌마트에게 극작가로서의 명성을 안겨주었다.
제1막 “로마는 수치스런 황제를 가지고 있다”,
제2막 “이런 황제는 없어져야 한다”,
제3막 “게르만이 쳐들어오면, 그들을 들어오게 하라”,
제4막 “이로써 로마 제국은 끝났다”로 이루어진 이 작품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서기 476년 3월 15일 아침, 서로마 제국의 마지막 황제 로물루스가 머물고 있는 남부 캄파니아
황제의 별장에 기병대장 스푸리우스 티투스 맘마가 게르만족이 쳐들어온다는 소식을 가지고 도착한다.
이틀 밤과 낮을 쉬지 않고 달려온 그는 게르만족의 진군을 계속해서 알리지만 황제는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병사들은 도망 가고 국고는 비었지만 황제는 국가를 방비하는데 관심이 없다.
오직 양계 사육에만 정열적으로 임한다.
로마의 위대한 인물들의 이름을 가진 닭들이 알을 얼마나 잘 낳는지 살피고 또 그 알들을 먹는 것
이외에 하는 일이 없다. 한편 오직 자신만이 게르만족을 돈으로 매수하여 로마를 구할 수 있다는
바지공장 주인 케자르 루프는 로마를 구해주는 조건으로 황제의 딸인 레아 공주와의 결혼을 원한다.
모든 사람들이 로마의 멸망을 막기 위해 결혼을 종용하지만 로물루스 황제는 무력으로 유지한
로마가 망하더라도 사랑 없는 결혼은 절대 허락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에 로마는 게르만족의 손으로 넘어간다.」
조국을 구해야 한다는 신하의 고언에 “우리가 국가를 위해서 수백 년을 희생해 왔으니 이젠 국가가
우리를 위해서 희생할 차례”라고 말하며 “제국을 멸망시키는 것, 그것이 나의 유일한
정치적 선택”이라 주장했던 ‘로물루스 대제’.
<로물루스 대제>는 그의 행위가 결국 물질만능주의에 찌든 로마를 구원한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는
주장과 함께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최고의 통치 행위’일 수 있음을 우화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이어 로마제국의 멸망이라는 명백한 역사적 비극과 제국의 멸망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통치자라는 아이러니함을 통해 국가적인 양심이란 무엇이며 국가의 대표는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를 심도 있게 제기한다.
이런 기발한 착상과 역설, 일반적인 애국심에 대한 조롱과 통렬한 사회풍자는 비극과 희극의
유기적인 공존을 완성시켰고, 이후 뒤렌마트 일련의 작품들을 우울한 희극,
명랑한 비극이라 일컬어지게 만든 초석이 되었다.
뒤렌마트를 희비극의 정착자라 일컫고 <로물루스 대제>를 희비극의 전형이라 손꼽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 있다.
극단소개 극단「쎄실」
1976년 창단한 극단「쎄실」은
정하연의 <이상의 날개>, 정성주의 <장생가>,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이현화의 <안개> <누구세요> <산씻김> <카덴자> <불가불가>,
이윤택의 <오구-죽음의 형식>, <혀> <불의 가면-권력의 형식>,
이강백의 <영월행 일기> <오, 맙소사!> <진땀흘리기> 등 주로 창작극에 관심을 가져온 극단이다.
국내 활동은 물론 1991년 <카덴자>(이현화•作/채윤일•演出)로 일본 동경 '타이니
엘리스 페스티발'에 참가하였고 1998년에는 역시 이현화의 <산씻김>으로 ‘세계연극 페스티발’
공식 초청돼 스위스 4개 도시(라시드뽕, 제네바, 취리히, 벨린쵸나)를 순회공연하여
유럽에 우리 창작극을 소개한 바 있다.
이현화의 <불가불가>로 1987년 <서울 연극제>와 88년 <서울 국제 연극제>에 참가하여
"한국 백상예술대상-대상, 작품상, 희곡상", "동아연극상-작품상"을 수상하였고,
이강백의 <영월행 일기>는 1995년 제19회 서울연극제에서 희곡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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