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사랑 개인전 '수상한 숲' , 갤러리도스
이혜경 기자 | 입력 : 2021/12/10 [03:21]
갤러리도스 기획 정사랑 '수상한 숲'
2021. 12. 15 (수) ~ 2021. 12. 21 (화)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7길 37 Tel. 02-737-4678
▲ 정사랑, 나무_acrylic on canvas_45.5×38cm_2021 © 문화예술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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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시개요
■ 전 시 명: 갤러리 도스 기획 정사랑 ‘수상한 숲’
■ 전시장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7길 37 갤러리 도스 제1전시관(B1)
■ 전시기간: 2021. 12. 15 (수) ~ 2021. 12. 21 (화)
2. 전시서문
기억하는 숲과 기억되는 숲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김혜린
숲은 인간을 향한 자유롭고 신비로운 시간과 에너지를 기억한다. 쏟아져 내리는 볕의 뜨거움을 식히는 아름드리나무의 그늘을 드리우기도 하고 앞을 분간할 수 없는 어슴푸레한 새벽의 밀실이 되는가 하면 밝아오는 여명처럼 탁 트인 소생의 공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숲의 내벽으로 발을 들이는 인간은 신화처럼 우아하고도 초월적인 공간을 꿈꾸기도 하고 두려워하면서도 심연처럼 아득한 그 깊이를 궁금해 하기도 하고 피부에 스치고 옷을 나부끼게 하는 친근한 풀과 바람의 감촉으로 간직되기를 바라기도 한다. 이처럼 숲이 언제든 변형이 가능한 포용적이고 포괄적인 에너지를 갖추고 있는 덕에 인간은 숲을 원하는 대로 생각하며 기억하고 표현할 수 있다.
원하는 대로 생각하고 기억하여 표현한다는 것은 사고의 재구성을 위한 요건이라고 볼 수 있다. 기억할 필요에 대한 강박이 사라지고 머릿속에 잔존해 있던 기존의 이미지에 대한 편견 내지 편협한 사고에도 얽매이지 않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어떠한 대상에 대한 이미지라는 것은 그 당시에 받은 강한 인상 내지 자극에 대한 각인과도 같아서 찰나의 강렬함만을 지니고 있을 확률이 높다. 굵은 선으로 속도감 있고 힘 있게 그려졌으나 세밀함이 간과된 그림처럼 말이다. 따라서 우리가 알고 있는, 보다 정확히 말하면 알고 있다고 믿는 이미지들은 과거를 지나오며 미약하고 희미해진 사실에 의존된 채로 허구에 가까운 성질을 지니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이에 사실이라고 생각해오던 것이 사실이 아닌 낯선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그 괴리감에 당황함이 끼쳐올 수도 있으나 도리어 호기심이나 즐거움으로 의식될 수도 있다. 후자의 경우가 바로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던 것들에게 특별함을 불어넣는 계기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그동안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른 모습에 어딘가 수상하게 느껴지지만 이상하지 않다. 오류를 범한 것이 아니므로 정정할 필요 없이 다시 보이고 다르게 보이는 그대로로 자연스럽게 인식하면 될 뿐이다. 왜곡되지 않았으므로 감각적으로나 지각적으로 이해하는 데에 무리도 없다. 따라서 정사랑은 이미지를 기억하는 이들과 기억되어 있는 이미지를 향해 물음을 던진다. 또렷하게 기억한다는 것이 과연 진실일 수 있는지 단지 기억한다고 믿거나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재고하게 만듦으로써 정확한 재현에 연연할 필요가 없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즉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바인 알고 있는 것을 새롭게 본다는 것은 수상함에 대한 인정이며 이를 통해 새로운 시각과의 적극적인 소통 의사를 밝히는 셈이다. 작가는 이 과정을 숲이라는 주제를 통해 구체화한다.
숲은 자유롭고 신비로우며 포용적인 에너지로 가득 찬 공간이기에 소통을 표현함에 있어서 매우 적합한 캔버스 역할을 한다. 숲이 연상시키는 분위기의 스펙트럼은 사려 깊어서 커다란 화면일지라도 공백에 대한 두려움과 아득함보다는 채우고 메울 것에 대한 기대와 설렘을 떠올리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는 숲을 이루는 숲과 숲 안의 숲, 숲 바깥의 숲들 즉 기억의 내부와 외부를 불러오고 재조합되고 상상되는 숲의 이미지들을 구현한다. 깔끔하고 완급조절이 잘된 선과 산뜻하고 선명하며 유쾌한 색채로 미감을 형성하고 무엇보다 적절한 위트를 섞어 화면을 산만하지 않게 주도한다. 또한 대상과 이미지에 대해 기억과 생각의 연쇄적인 작용으로 은유될 수도 있는 사슬을 통해 단순하고 평면적인 수용에 그치지 않도록 한다.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생각하거나 미처 자각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돌아볼 줄 아는 사람은 넉넉한 숲처럼 여유롭다. 소소하고 시시콜콜한 것들을 소소하고 시시콜콜하게 이야기할 줄 알고 즐거워할 수 있는 이는 소통하고 상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다. 정사랑은 누구의 기억 속에나 잠재되어 있는 친근한 소재에 적당한 위트를 결합시켜 소통할 창구를 구축한다. 특별한 복선이나 장치 없이 단지 이미지가 이미지만으로도 화면을 장악하며 화두를 제시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이를 극대화시키고자 한다. 완벽한 재현이 아니라 이미지를 이미지로 있게 하면서 그것을 수용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소통을 이끌어내려는 시도를 한다.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시각으로 작업에 임하는 것이다. 때문에 숲을 보는 시각으로 숲처럼 포용하고 상상하고 상상되는 작가의 모든 노력은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 정사랑, 노랑사슬_acrylic on canvas_30x30cm_2021 © 문화예술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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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작가노트
종종 숲 냄새를 잊게 되는 탁빛의 도시에서 지내다 보면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나무가 어떻게 생겼더라. 그 냄새는, 그 색깔은' 같은. 이 연쇄적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나의 머릿속에 너무나 당연하게 나무처럼 생긴 나무 한 그루가 덩그러니 보인다. 그리곤 잊고 지내다가 우연히 밖에서 나무를 의식해 오래 서서 보게 되면 내 생각 속 나무와 매우 다르게 생김에 흥미를 느끼곤 한다. 생각 속의 나무는 확대하기가 어렵고 잎사귀의 자세한 잎맥, 나뭇가지의 결 등을 찾기 힘들다. 단지 이미지에 의존하여 만들어진 추상적이면서도 모호한 형상이기 때문이다. 나무 뿐 아니라 주변에 늘 실재했지만 내가 무신경 했던 모든 것들이 그렇다.
이 같은 생각속의 '이미지' 들은 작업에 큰 모티브가 되었는데 내가 그리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는 이가 단번에 떠올린다면, 캔버스에 마음대로 표현해도 상관이 없게 되는 것이다. 사실적인 표현 없이 색상과 꼬불거리는 선만으로도 자연물 등을 그릴 수 있기 때문에 나무라고 떠올리면 그것이 나무가 되고 숲이라고 떠올리면 그것이 숲이 된다. 정확한 재현에 얽매이지 않고도 많은 형상들을 그려낼 수 있는 것이 작업을 이어가는 큰 원동력이다. 입체감도, 때로는 원근감도 없이 만들어진 공간 속에 사물 등을 배치하여 화면을 구성하고 때때로는 개체로 그 작은 사물 등을 반복해 그려낼 때도 있다. 사람들은 그들의 주변에 있던 것들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을까? 가령 대상이 매일 보던 사람일지라도.
주위를 잘 둘러보자. 이미 알고 있는 것도 새롭게 보이는 때가 있는 법.
▲ 정사랑, 도넛튜브!_acrylic on canvas_112.1x145.5cm_2021 © 문화예술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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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사랑, 목화_acrylic on canvas_45.5x37.9cm_2021 © 문화예술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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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사랑, 칼라콘_acrylic on canvas_112x112cm_2021 © 문화예술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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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사랑, 파랑사슬_acrylic on canvas_30x30cm_2021 © 문화예술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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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작가약력
정사랑
세종대학교 회화과 졸업
세종대학교 대학원 서양화학과 졸업예정
개인전
2021 질서,무질서 展 (H 컨템포러리 갤러리, 분당구)
단체전
2017 일삼사展 (서정아트센터, 마포구)
2017 전국대학공모 展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갤러리)
2018 나의작은세계展 (카페통,종로구)
2019 꿈을 마주치다 展 (갤러리 일호, 종로구)
2019 재미있게 사는 방법 展 (감성다방, 광진구)
▲ 정사랑, 푸른 숲뭉치_acrylic on canvas_116.8×91cm_2021 © 문화예술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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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사랑, 플라밍고튜브_acrylic on canvas_112.1x145.5cm_2021 © 문화예술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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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사랑 개인전 '수상한 숲' , 갤러리도스 © 문화예술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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