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아내 김혜경씨가 9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과잉 의전' 등 논란에 대해 사과 기자회견을 하며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부부의 자택으로 배달된 음식값 지불에 경기도청 산하 최소 5개 국(局)·실(室)의 업무 예산이 동원된 정황이 드러났다. 코로나 방역대책, 노사협력 등에 써야 할 예산이 이 후보 음식값으로 전용(轉用)됐다는 의혹이다.
이재명 경기지사 시절 경기도 7급 공무원에 채용돼 이 후보 집안 심부름과 도청 법인카드 유용을 직접 수행했다고 지난달 폭로했던 A씨는 작년 4월 13일~10월 5일 자신이 결제·취소한 개인 카드 영수증 10장을 10일 추가 공개했다. 이를 포함한 A씨 카드 영수증을 본지가 경기도 각 부서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과 비교한 결과, 동일 사용처와 동일 금액의 ‘A씨 개인 결제·취소 → 법인카드 결제’ 사례가 6건 확인됐다. 법인카드 결제는 모두 개인 카드 취소 당일 이뤄졌다고 A씨는 밝혔다.
결제에 사용된 법인카드는 A씨가 상급자인 총무과 5급 공무원 배모씨로부터 받은 1장이었다. 그러나 그 카드 대금은 최소 5개 부서의 예산으로 집행됐다. 명목상 집행 내역은 ‘방역대책’ ‘노사협력’ ‘지역상생’ 등 다양한 용도였다. 예컨대 경기도 총무과는 작년 10월 6일 도청 소재지 수원이 아닌, 이 후보 자택 소재지인 성남의 J백숙집에서 지역상생협력을 위한 간담회에 12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돼있다.
하지만 A씨는 해당 지출 발생 하루 전 같은 식당에서 개인 카드로 같은 금액을 결제했다가 다음 날 취소했다. 결제 당일 A씨는 이 후보 집에 배달할 포장 닭백숙을 구매해 배씨 휴대전화로 ‘인증샷’까지 전송했고, “음식을 경비실에 맡겨두라”는 배씨 지시도 받았다.
A씨 결제 취소 당일 경기도가 재결제한 사례들에 대해 자금을 집행한 해당 국·실·과장들은 “내가 직접 쓴 돈이 아니며, 총무과 요청에 따라 예산을 내준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경기도 공정국은 5월 7일(이하 2021년) 수원 O초밥집에서 ‘불법 하도급 근절 방안 마련 관계자 의견 수렴 간담회’에 10만5000원 예산을 집행했다. A씨가 5월 4일 같은 금액을 결제했다가 취소한 날이었다. 이를 승인한 김지예 공정국장은 “예산 사용을 구체적으로 건건이 들여다보지는 않아 세세한 사항은 잘 모른다”고 했다.
노동정책과는 5월21일 성남 복요리집에서 열린 ‘노사협력 간담회’ 경비로 12만원을 지출했다. A씨는 같은 장소에서 사흘 전 개인카드로 12만원을 결제했고, 21일 취소했다. 당시 노동정책과장이었던 유성규씨는 현재 이 후보 선대위 노동정책팀장을 맡고 있었다. 그는 “총무과에 물어보라”고 했다.
예산 전용(轉用)이 배씨 윗선의 조직적인 묵인·방조하에 이뤄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문정희 당시 기획담당관은 “다른 부서에서 법인카드를 쓰고, 그 대금을 우리 예산에서 지급하겠다고 업무 연락을 보내올 때는 그쪽 부서장 결재를 거친 것이기 때문에, 이쪽에선 세세히 따져 묻지 않고 승인해준다”고 했다. 배씨 상급자였던 이의환 당시 총무과장은 올해 1월 이천시 부시장으로 영전했다.
A씨가 이날 공개한 영수증 10장의 건당 결제·취소액은 7만9000~12만원이었다. 결제처 10곳 가운데 7곳은 성남시 소재 식당이었다. 경기도청에서는 30km 안팎 떨어진 장소들이다.
A씨는 이들 거래에 대해 “내 개인 카드로 이 후보 집에 갖다줄 음식을 일단 먼저 결제했고, 나중에 법인카드 사용 가능 일시에 다시 해당 식당을 방문해 개인 결제를 취소하고 도청 법인카드로 재결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 측근은 “어제(9일) 김혜경씨가 사과 기자회견에서도 정확히 무엇에 대한 사과인지 밝히지 않는 것을 보고 추가 공개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본지는 A씨가 제공한 영수증 10장을 모두 검증하려 했지만, 불가능했다. 지방자치단체 회계관리 훈령은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을 ▲사용자 ▲일시(시각은 분 단위까지) ▲장소 ▲목적 ▲대상 인원 ▲금액 ▲결제 방법까지 공개하도록 규정하지만, 경기도청 내 어떤 부서도 비용을 누가 썼는지를 적시하지 않았고, 사용 일시에는 시각(時刻)은 빼놓고 공개했다. 또한 7개 이상의 부서·기관은 집행 내역을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경기도는 업무추진비 사용에 관한 상세 기록 확인 요청을 거부했다. 법령에 나온 자료 범위 내에 대한 본지의 공개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이 후보 측은 “수사와 감사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