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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도스 기획, 김채린 개인전 '찾을 수 없는 섬'

김혜경 기자 | 기사입력 2022/04/29 [15:00]

갤러리도스 기획, 김채린 개인전 '찾을 수 없는 섬'

김혜경 기자 | 입력 : 2022/04/29 [15:00]

갤러리도스 기획 김채린 '찾을 수 없는 섬'

2022. 5. 4 (수) ~ 2022. 5. 10 (화)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7길 37  Tel. 02-737-4678  

 

▲ 갤러리도스 기획, 김채린 개인전 '찾을 수 없는 섬'  © 문화예술의전당

 

1. 전시개요 

 

■ 전 시 명: 갤러리 도스 기획 김채린 ‘찾을 수 없는 섬’

 

■ 전시장소: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7길 37 갤러리 도스 제1전시관(B1)

 

■ 전시기간: 2022. 5. 4 (수) ~ 2022. 5. 10 (화)

 

2. 전시서문

 

  당신의 매일을 위하여

          김혜린 /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현대는 소란하지만 현대인은 침묵한다. 소란은 침묵을 야기할 수밖에 없는데 여기서의 침묵은 숭고하지 않다. 침묵 속에는 불안이 잔류해 있으며 불안의 도치가 침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침묵하는 인간은 배회한다. 발달의 가속화를 밟은 파리의 시가지를 담은 화면이 사람들이 텅 빈 발걸음을 보여주었듯, 현대인은 이미 그 예정되고 예견되어 버린 미래를 다시금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인간에게 삶이란 저마다의 호흡으로 한 발짝씩 내딛으며 길을 걷는 것과도 같으나 자신이 세상을 바꾸는 변화의 주체라고 확신하고 자부하는 인간은 방향도 목적도 없는 발걸음을 떼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 앞에는 이에 대해 반추하고 성찰할 때가 놓이게 되었다.

 

  인간이 주도하는 변화는 빠를 수밖에 없다. 인간을 둘러싼 지금 이 사회에서는 속도감과 성과가 중시되고 있을뿐더러 현대인들에게 변화라는 것은 필수적인 것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이 필수적인 것을 사수하기 위해서 우리는 더 치열하게 빠른 변화를 강구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변화를 위한 변화에도 매진하고 있게 되어 버렸다. 현 상황의 개선에 대한 개혁적 의지나 목표라기보다는 변화를 보여주기 위한 변화에도 길들여지고 만 것이다. 변화라는 것은 공장에서 다품종 대량생산되는 상품처럼 취급되고 소비되는 것으로 전락해 버렸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에 인간은 재기발랄하게 변화를 추구한다거나 꾀한다기보다는 변화를 유지하는 것에 가까워져 가는 것일지도 도른다. 유지한다는 것은 애써 연명한다는 것에 가깝고 여기에는 무목적성이 깃들어 있다. 인간은 공장제 변화를 생산하는 일종의 노동자로서, 생기 넘치는 삶을 영위하고 향유한다기보다 삶을 노동하는 것과 같은 양상을 보이게 되었다. 그리고 이 삶을 노동한다는 지리멸렬함은 마음도 몸도 내비추고 내맡길 곳을 쉽사리 허락하지 않는다.

 

  변화라는 틀에 갇힌 노동자로서의 역할은 주어진 할당량에 대한 의무와 인센티브에 대한 강박을 지니게끔 한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해야만 하며 지속 그 자체에 대한 의무 또한 저버려서는 안 된다. 그렇게 쉼 없이 자신의 것에만 열중하면서도 경쟁의 끈을 놓지도 못한다. 누구의 변화가 더 좋아 보이는지 서로를 바쁘게 곁눈질하면서도 입은 침묵한다. 정면을 보지 못하는 시선과 다물어진 입에는 당연히 불안이 도사릴 수밖에 없고 불안은 점점 더 큰 불안을 낳는다. 인간은 불안을 은닉하기 위해 무관심으로 연막을 치지만 의도적으로 일관된 무관심은 도리어 첨예한 관심을 역설하는 것과 같다. 무관심은 스스로를 지우고 잊게 한다. 자신의 존재적 가치를 배경으로 희미하게 처리되지만 견제하는 타인은 대상이자 목적으로 도드라지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무관심을 통해 서로를 견제하는 것 이도 역시 어느 곳 하나에도 어느 것 하나조차 쉴 수 없음을 보여준다.

 

  변화조차 생산한다고 하지만 그러한 변화적 삶에는 결코 쉼으로의 변화는 없다. 김채린의 작품은 쉴 수 있는 자아도 공간도 잃어버린 사회적 현상을 돌아보게끔 한다. 그리고우리가 어디를 보고 있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자각하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가 불완전하고 불안한 존재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무언가를 계속적으로 해야 한다는 강박증과 신경증은 피로를 쌓이게 하고 피로감에 찌든 인간은 온전하게 스스로를 인식할 수가 없다. 집단적인 불안은 선명한 시야의 확보를 방해한다. 하지만 군중이 틀린 것이 아니라 군중 속의 주체임을 인식하지 못함이 오답이라는 결론을 도출해낸 순간에 즉 불안에 대한 수동적 해석으로부터 탈피하여 인간이기에 불안할 수밖에 없다는 능동성을 부여한 순간에 인간은 비로소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불안의 능동적 해석에는 오래 전 오래된 미래가 예견되었듯 예술이라는 이름을 띤 아름다운 화면들이 준거한다. 

 

  김채린이 구현해 낸 화면에는 유동성이 잠재한다. 움직임이 지나간 자리가 보전되어 있고 잠시 소거되었을 뿐인 소리들이 녹음되어 있고 방향과 목적이 없을 것 같은 순간에조차 분명하게 존재하는 수평선이 있다. 우연적 순간들이 고르게 퍼져 있으며 시공간과 조화를 이룰 준비 또한 되어 있다. 그리고 작가가 포착해낸 이러한 정경들은 마치 휴양지의 추억을 연상시키는 오색찬란하고 선명한 색감들과 조우한다. 생동감 넘치게 살아 있는 색채들과 그것들로 물든 유쾌한 발상들을 통해 우리는 마치 기적과도 같은 찰나를 현상한다. 무기력에 젖은 채로 자칫 놓칠 수도 있었던 눈앞의 것들은 따스하고도 환상적이며 달콤한 쉴 곳과 쉴 것들로의 몰입을 제공한다. 단지 수용적이지 않고 무한히 감각적으로 존재감을 뿜어내는 이 변화들을 통해 당신은 무리 속에서도 꼿꼿하게 자기 자신으로 등장하는 삶, 즉 스스로를 내비추고 내맡길 수 있는 편안하고도 명징한 시간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작가는 선연하게 빛날 당신의 내일과 그 내일이 그려낼 매일을 응원하고자 한다.

 

▲ 김채린,Find an Island, mixed media, 2022  © 문화예술의전당

 

▲ 김채린, Keep playing!_1, 80.3x80.3cm, acrylic and oil on canvas, 2022  © 문화예술의전당

 

3. 작가노트 

   <An Island that can’t be found>

        찾을 수 없는 섬

 

작업의 최대 관심사는 현대인으로 현재 살아가는 인간에 주목한다. 그 중에서도 현대인들 이 어디에 위치하는가를 통해 현대인의 특징을 파악하고자 한다. 우리의 특성은 아주 개개인적인 부분도 있지만, 우리가 살아가고 삶을 진행시키고 있는 ‘곳'에 의해 꽤 많은 부분이 정의 당한다. 지그문트 바우먼이 <액체근대>에서 말한 것 같이 현대 사회는 고체와 같이 견고한 것이 아닌 액체처럼 계속해서 변화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 속에서 현대인들은 끊임없이 이동하는 존재가 되어 왔다. 우리는 얼마든지 변화를 맞이할 수 있도록 견고하지 않은 피상적 상태로 존재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장소 역시 전통적이고 영원히 변하지 않는 공간이 아닌, 가변적이고 언제든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통과장소와 같은 정류장이 되었다. 이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마치 레고들이 끼워 맞춰져 존재하듯 정체성을 유동적으로 변화시키며 살아간다.

 

작가는 이러한 현대인을 ‘불안한 존재'로 바라본다. 항상 변화하고 이동하는 존재에게 불안함은 불가피하다. 이에 더해 현대 사회는 끊임없이 성과를 내야하는 시스템으로 진행되기에 현대인들은 ‘가치’를 얻기 위해 거대한 시스템 속의 부품처럼 계속해서 일하는 상태에 놓인다. 그렇기에 우리는 쉬지 못한다. 현대 사회에서 ‘쉼’이란 피상적 개념이 되어버린 것이다. 작업을 통해 작가는 우리가 불안한 삶을 영위하려고 유목적 삶을 살게 된 것인가에 대해 비판적 의문을 던진다. 우리가 진정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성과주의 사회에서 그저 하나의 영혼 없는 부품처럼 존재하지 않기 위한 기준점이 어디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성찰한다. 이번 전시의 대표작< 찾을 수 없는 곳 >은 이러한 사회 속에 살아가는 동상 같은 현대인들을 표현한 작업이다. 마치 버려진 전시장 같기도 한 이 곳에서 동상들을 높은 단상에 올라간 전시상태로 존재한다. 아무런 존재도 없고, 시선도 없는 이 장소에서도 현대인들은 높은 단상 위에 꼿꼿하게 전시되어 있다. 어떤 장소에 있더라도 현대인들은 쉽게 단상에서 내려오지 못한다. 우리는 자연스러운 상태가 아닌 항상 보이기 위한 상태로 존재한다. 작업에 사용된 색감들은 우리가 현실에서 아주 짧게 마주하는 순간에 기반한다. 하루 중 아주 잠시 볼 수 있는 노을의 색감, 휴양지에 가서 볼 수 있는 트로피컬하고 비비드한 색감 등은 디스토피아적 현실에서 잠시동안 만나게 되는 유토피아를 상징한다.

 

이렇게 작가가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인간으로 현재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이다. 현대인들이 노력의 신화로 포장된 성과주의의 삶에서 잃어버린 가치들에 대해 반추하는 작업들을 통해 이러한 삶 속에서 지친 존재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다. 계속해서 쉬지 못하는 상태에 놓인 현대인들은 항상 피곤하다. SNS의 시대가 시작되면서 우리들은 더더욱 24시간 자신을 노출시키고 타인을 관음하며, 더 피곤한 존재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현대인의 불안감 또한 증폭된다. 자신이 실패자가 된 것은 아닌지, 가치 없음의 존재가 되지는 않을지 항상 불안해하며 타인에 시선을 던지고 비교한다. 전시를 통해 우리가 느끼는 불안함을 온전히 인지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평소에는 '계속 무엇을 하는 상태'로 인해 느린 호흡과 시선으로 우리의 불안을 직시하기 어렵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함께 있는 것 같지 않고, 다른 공간에 있을 때도 항상 타인을 감시해야만 하는 현대 사회의 시스템은 현대인들을 감정 없는 동상처럼 만들었다. 현재 상황을 똑바로 바라본다는 것은 문제를 정확히 인지할 수 있는 시작점이자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다. 작가는 작업을 하는 과정을 통해 이러한 부정성을 똑바로 바라보고 인지하려고 노력했다. 전시를 보는 시간 동안 잠시 달리는 상태에서 멈춰서 우리가 느끼는 불안과 같은 부정적 감정들은 온전히 바라보았으면 한다.

 

▲ 김채린, Next to the road, 40.9x53.0cm, mixed media, 2022  © 문화예술의전당

 

▲ 김채린  © 문화예술의전당

 

4. 작가약력 

 김채린 

   KIM CHERIN

 

Educational History

 

2021. Ewha Woman’s University Graduation, Korea

 

      BFA. Painting / BA. History of Art (Double Major)

 

2016. Sunhwa Art High School Graduation

 

2014. Sunhwa Art School Graduation

 

Exhibitions

 

05/2022 <An Island that can’t be found>, Solo Exhibition, Gallery DOS, Seoul

 

03/2022 <Find an Island>, Solo Exhibition, Gallery Farbeyond, Seoul 

 

06/2021 <VAGUE>, Group Exhibition, Space Bincan, Seoul

 

11/2019 <Be careful not to go extinct, too>, Graduation Exhibition, Ewha Woman’s University, Seoul

 

12/2018 <3-D>, Group Exhibition, New Gallery Studio, Seoul

 

05/2018 <MayDay>, Group Exhibition, Ewha Woman’s University, Seoul

▲ 김채린, 찾을 수 없는 곳, 112.1x145.5cm, acrylic on canvas, 2021  © 문화예술의전당

 

▲ 김채린, Rest Stop, 73x 92cm, acrylic on canvas, 2021  © 문화예술의전당

 

▲ 김채린,Find an Island, mixed media, 2022     ©문화예술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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