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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안 잼 - 러시아 현대극의 진수!

문예당 | 기사입력 2009/05/03 [08:52]

러시안 잼 - 러시아 현대극의 진수!

문예당 | 입력 : 2009/05/03 [08:52]


연극 강국 폴란드를 대표하는 연출가 안제이 부빈과 러시아 현대 문학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만나

러시아 연극의 전통과 현대의 시대정신을 모두 담아낸다! 러시아 최고 권위의 황금 마스크상 작품상,

연출상, 무대 미술상 노미네이트! 대화를 하면서도 마치 독백을  하는 것 같은 '러시안 잼' 속

인물의 대사들은 가장 가까운 사이임에도 서로에게 진심으로 귀 기울이지 않고 이해하지 못하는

본질적으로 고독한 인간의 모습들을 드러낸다.


러시아 사찌르 극장, 안제이 부빈 연출의



  러시안 잼



폴란드 대표 연출가와 러시아 배우들이 열정과 관록으로 빚어낸 러시아 현대극의 진수!


# 공연 개요

♦ 일    시        2009.5.29(금) - 30(토) 총 3회, 금 8pm, 토 3pm & 7pm

♦ 주최/장소        LG아트센터(지하철 2호선 역삼역 7번 출구)

♦ 입 장 권        R석 60,000 / S석 50,000 / A석 30,000 won

♦ 문의/예매        (02) 2005-0114 www.lgart.com  


♦ 원    작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Ludmila Ulitskaya)

♦ 연    출        안제이 부빈 (Andrzej Bubien)

♦ 출    연        상트 페테르부르크 사찌르 극장 (Satire Theatre) 배우
        
♦ 공연시간        총 2시간 15분 (중간 휴식 없음)

                   * 본 공연은 러시아어로 공연되며 한국어 자막이 제공됩니다.

2009 러시아 최고 권위의 황금 마스크상

     작품상, 연출상, 무대 미술상 노미네이트!

연극 강국 폴란드를 대표하는 연출가 안제이 부빈과 러시아 현대 문학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만나

  러시아 연극의 전통과 현대의 시대정신을 모두 담아낸다!



연극 강국 폴란드를 대표하는 연출가와 러시아 현대 문학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만나 연극의 전통과

현대의 시대정신을 모두 담아낸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은 2007년 폴란드의 대표 연출가 안제이 부빈이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사찌르 극장에서

연출을 맡아 화제가 된 작품이다.

국내에는 이름마저 생소한 연출가 안제이 부빈은 폴란드를 대표하는 연출가로서 동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연극 페스티벌로 손꼽히는 폴란드 콘탁 페스티벌의 예술감독을 역임한 바 있다.


폴란드의 작은 성곽 도시 토룬에서 벌어지는 작은 연극 행사를 에이문타스 네크로슈스(Eimuntas

Nekrošius), 에우제니오 바르바(Eugenio Barba), 카마 긴카스(Kama Ginkas), 리마스 투미나스(Rimas

Tuminas), 오스카라스 코르슈노바스(Oskaras Korsunovas)와 같이 내로라하는 연출가들이 해마다

모여들어 최신작을 선보이는 막강한 축제로 키워낸 부빈은 도스토예프스키, 체호프를 비롯하여

다양한 유럽 문학을 새롭게 해석하여 평단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연출가이기도 하다.


2007년 러시아로 활동의 본거지를 옮긴 부빈은 새로운 작품이나 연출가를 발굴하는 데 있어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상트 페테르부르크 사찌르 극장의 상임 연출가를 맡으면서

연극 인생의 새로운 전환을 시도한다.



사찌르 극장에서 연출한 부빈의 <러시안 잼>은 러시아의 여성 작가 류드밀라 울리츠카야가

2005년 발표한 희곡 <러시안 마멀레이드 (Russian Marmalade)>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울리츠카야는 소비에트 연방 해체 이후 러시아 문학의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하는 중요한 작가들

중의 한 사람으로 현대 러시아 사회 내에서 개인의 삶과 가족의 문제를 지적이면서도 위트 있게

그려낸 작품들을 통해 러시아 내에서 가장 존경 받는 작가의 반열에 오른 인물이다.


울리츠카야는 러시아 정부가 수여하는 문학상을 비롯해 프랑스의 Medici상, 이탈리아의 Giuseppe

Acerbi상 등 굵직한 문학상을 휩쓸며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명성을 쌓고 있다.

러시아어로 쓰여진 그녀의 작품들은 영어뿐만 아니라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중국어 등 여러 주요 언어로 번역되어 출판되었고, 작품마다 수십만에서 백만 부에 이르는 판매고를

거둘 만큼 전세계적으로 탄탄한 독자층을 지니고 있다.


안제이 부빈과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백여 년 전의 체호프에게 말을 걸다!

안제이 부빈에 의해 무대화된 울리츠카야의 베스트셀러 <러시안 잼>은 사회 변혁으로부터 소외된

러시아 인텔리겐차 가정에 밀어닥친 자본주의와 실용주의의 물결을 ‘먹을 수 없는 잼’에 비유한

작품으로 체호프의 대표작 <벚꽃 동산>과 <세 자매>의 상황과 인물들을 차용하여 21세기 현대

러시아의 이야기를 절묘하게 풀어놓고 있다.


“<러시안 잼>은 나와 안톤 체호프 사이의 대화라 할 수 있다. 나는 그의 부재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말하고 싶었다. 백 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은 모두 여전히 똑같은

   모습으로 있다는 걸 말이다.”
  - 원작자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체호프 이후에 (After Checkov)>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러시안 잼>은 막간극을 포함하여

전 3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뚜렷한 외적 사건이나 갈등 없이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통해 그들의

내면 세계를 객관적으로 표현하는 체호프의 극작술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과거와 현재가 충돌하는 한 가족의 풍경을 그려내고 있는 <러시안 잼>은, 체호프의 스타일과 전통을

지키면서도 그 안에 유머러스하고 날카로운 풍자를 담아낸 안제이 부빈의 연출력에 사찌르 극장

배우들의 훌륭한 앙상블이 더해져 ‘체호프 드라마의 현대적 변용’에 성공한 수작으로 평가 받았다.



점점 미화되고 이상시되는 코뮤니즘 시대의 과거, 속도전을 벌이듯 빨리 빨리 변화에 적응해야만

하는 현실, 암울할지 모르는 미래…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낡은 집, 체호프의 초상화가 높이

걸려있는 거실에서 레페힌 가(家)의 일원들은 현대 러시아 사회 속의 불안과 절망을 끊임없이

토로하며 현재의 시간을 몽상과 회상으로 보낸다.


이는 “체호프의 모든 인물들은 자신의 내적인 세계, 자신의 과거와 미래의 틈, 현실과 이상의 틈

속에서만 존재하고 꿈꾼다”는 어느 비평가의 말을 떠올리게 한다. 대화를 하면서도 마치 독백을

하는 것 같은 <러시안 잼> 속 인물의 대사들은 가장 가까운 사이임에도 서로에게 진심으로 귀

기울이지 않고 이해하지 못하는 본질적으로 고독한 인간의 모습들을 드러낸다.




“<러시안 잼> 속의 인물들은 모두 내면의 만족을 느끼지 못하고 삶의 상실감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 울리츠카야가 말했듯이 이 작품은 체호프가 창조해낸 아주 중요한 메소드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습니다. 바로 ‘독백 같은 대화(monologue-like dialogue)’말이지요. 누구도

   다른 누구에게 귀 기울이지 않습니다.

   모두가 자신에게만 의미있는 이야기를 늘어놓을 뿐이지요.”
– 안제이 부빈


“<러시안 잼>의 등장인물들을 구제해 주는 것을 불가능하다. 그들은 어쨌거나 죽게 될 것이다.

  현대 사회의 핵심 가치가 강화되면 강화될수록 그들은 사회에서 도태되거나 혹은 현실로부터

  끊임없이 고립되어 결국 죽게 될 것이다.”


        - Ekaterina Ometcinskaya,


늪지에 뜬 외로운 섬과 같은 무대,일상의 불협화음들이 빚어내는 혼란과 아이러니의 미학

러시아 현대 연극의 독특한 미장센을 엿본다!


금방이라도 꺼져 내릴 듯 위태롭게 세워진 물 위의 세트는 마치 고립된 늪지 속의 섬처럼 특유의

정취를 빚어내며 등장 인물들의 심리적인 공간을 형상화 해낸다.


이에 원작의 작가인 울리츠카야로부터 자신의 문학성을 가장 잘 살려냈다는 극찬을 받기도 한 이

작품은 이미 지난 해 골든 소피트상 무대미술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4월 열리는 러시아

공연예술계 최고 권위의 상인 2009년도 골든 마스크상에서 3개 부문(작품상, 연출상, 무대미술상)에

노미네이트 되어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러시안 잼>의 음향 역시 시각적인 부분 못지않게 독특한데 마치 이 작품을 ‘소리에 관한 연극’

이라고 일컬을 수 있을 만큼 작품 전반에 걸쳐 다양한 일상의 소리들로 가득 채우고 있다.


지붕 위에서 비가 새는 소리, 물 위를 첨벙거리는 소리, 고양이 울음소리,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

전화 벨 소리, 시끄러운 라디오 소리, 차소리와 공사장 소음 등 이러한 다양한 소리들은 사회

전반에 걸쳐 불협화음으로 가득한 오늘날의 러시아의 모습을 효과적으로 표현해내고 있다.

<해외 언론 리뷰>

★★ <러시안 잼>은 완벽한 공허함(vacuum)에 관한 연극이다. 등장인물들은 늪지에서 증식한다.

      이 늪지 아래에는 모스크바의 지하철 터널 공사가 한창이다. 무대위에 아슬아슬하게 놓은

      널빤지 하나는 부서진 화장실로 연결되고, 다른 하나는 정원의 또 다른 화장실로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또 하나는 하수도 시설이 망가진 그들의 아파트가 있는 불가사의한 모스크바의

      세계로 연결된다. 등장인물들은 (현대 러시아인의) 삶으로 가득 차 있다. 사찌르 극장의

      배우들은 그러한 현대인들의 모습을 표현해 낼 수 있는 무궁무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Evgeny Sokolinsky, “Petersburg Chas Pik”, 2007


★★ 울리츠카야가 말하는 과거는 황금시대(Golden age)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녀가

     말하는 과거에는 오늘날 우리가 가져야만 하는, (지금 잊고 사는) 지혜와 조화로움이 있었던

     시대이다. 그리고 미래는 이러한 과거의 가치를 다시금 회복하느냐, 그대로 잃고 마느냐에

     달려있다. 사실, 이 공연의 모든 것은 바로 이것에 관한 것이다. <러시안 잼>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트릭과 익살로 가득하며 배우들은 복잡하게 얽힌 관계 속에서 자신에게 요구되는

     정확한 연기를 선보인다. 위트있게, 체홉적인 방법으로 그들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연기는 진정성을 느끼게 하며 동시에 아이러니컬하다

       J. Anikushin, “The journal "Business Today”

★★ 체홉적인 전통이 가져다 주는 유머는 매우 특색있는 <러시안 잼>으로 탄생하였다.

     상트 페테르부르크 사찌르 극장의 배우들이 연기하고 안제이 부빈이 연출한 'Confrontation'의

      첫 작품인 <러시안 잼>은 온 시간을 몽상과 회상으로 보내는 레페힌 가족들의 이야기를,

      그들의 오래된 집을 배경으로 풀어 놓고 있다. <벚꽃 동산>과 <세 자매>를 섞어 놓은데다가

      투르게네프의 모방이 있는 이 작품은 따뜻한 감성과 깊은 풍자로 똘똘 뭉친, 언어와 상황에

      대한 대단한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류드밀라 울리츠카야의 완성도 높은 작품을 훌륭한

       연기와 뛰어난 무대 장치로 풀어낸 완성도 높은 작품이다.

        Grzegorz Jozefczuk, , 2007



* 등장 인물

안드레이 이바노비치 레뻬힌 (듀자)

        67세의 연금생활자. 독신의 수학자로서 집안의 최연장자이다.

나탈리야 이바노브나 (나톡)

        60세로 안드레이의 여동생. 5개 국어를 구사하며 현재 며느리이기도 한 예브도키야

         칼루기나의 책을 번역하고 있다.

마리야 야코블레브나 (마카냐)        

        60세로 나탈리야의 시누이. 즉, 나탈리야의 죽은 남편인 니콜라이 드보랸킨의 여동생으로

         식객이면서 집안의 살림을 맡고 있다.

로스티슬라프 (로스칙)

        40세로 나탈리야의 장남.

예브도키야 칼루기나 (알라, 알료치카)        

        39세로 로스티슬라프의 아내. 현대 러시아 여성 작가이기도 하다.

바르바라 (바바, 바랴)        

        32세로 나탈리야의 첫째 딸. 신앙심이 깊다.

엘레나 (레랴, 레노치카)        

        30세로 나탈리야의 둘째 딸. 모스크바의 아파트는 세를 놓고 별장에 들어와 살고 있다.

콘스탄틴 (코스틱, 코칙)        

        엘레나의 남편이자 음악가.

리자        

        19세로 나탈리야의 막내 딸. 당뇨와 심장병을 앓은 전력이 있다.

세묜-졸로토이 루키        

        40세의 평범한 서민이자 수리공.

시놉시스

제 1 막

2002년 모스크바 시내로부터 떨어진 학술원 소유의 어느 마을에 위치한 별장. 조상 대대로 물려온

이 별장은 안드레이 이바노비치와 나탈리야 이바노브나 남매의 아버지인 이반 레뻬힌이 유산으로

남긴 것이다. 전쟁 통에 한 차례 부서졌다가 재건되었던 이 집은 이제 낡아서 허물어져 가고 있다.

전기와 물이 자주 끊기고, 곳곳에는 판자가 썩어서 내려 앉았다. 집 주변을 둘러싼 일상적인 생활

소음 가운데 어딘가에서 고양이가 끝없이 울어댄다.


집안의 최연장자인 안드레이가 캄캄한 어둠 속에 술을 찾아 찬장을 뒤진다. 그 때 불면증에

시달리는 여동생 나탈리야가 들어와 아버지가 남긴 술병이 다 깨지도록 밤새 술을 마시는

안드레이를 만류한다.


이른 아침, 마리야 야코블레브나는 부활절 준비를 위해 계란을 사러 간 리자를 기다린다.

차를 몰고 나타난 리자. 마리야는 어린 여자애가 한밤 중에 혼자서 차를 몰고 다닌다며 딸을 그렇게

놔두는 나탈리야를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혼자서 계란 백 개를 들고 오던 리자는 판자에 걸려

넘어지고 그 바람에 계란은 모두 깨지고 만다.

마리야는 깨진 계란으로 어떻게든 부활절 케이크를 만들어 보려 애쓴다.


마치 수도사 같이 두건을 두른 첫째 딸 바르바라가 거실로 들어온다.

그녀의 손엔 쇠사슬이 들려있다. 변기의 물내리는 손잡이가 빠져버린 것이다.

이제 이들은 집안에 있는 화장실이 아니라 뒤뜰의 변소를 이용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둘째 딸 엘레나는 당장 수리공인 세묜을 데려 오겠다며 속옷 위에 외투만 걸치고 집을 나선다.
  

한편 마리야는 뭔가 불안하고도 떨리는 느낌을 떨쳐낼 수가 없다.

그 때 밤새 잠을 못 이룬나탈리야가 들어와 커피를 찾는다. 집안의 살림을 도맡고 있는 마리야는

우유값을 비롯해 여러 가지 지출 항목들을 놓고 나탈리야와 언쟁하게 된다.

나탈리야는 이 집안 사람들은 돈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면서 유일하게 벌이를 책임지고 있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한다.


전기가 또 나가고 콘스탄틴은 컴퓨터로 작업하던 음악 데이터를 날려버린다.

그 사이 엘레나가 수리공 세묜을 데려온다. 결국 수도를 잠궈버린 세묜은 이 집의 설비들은

더 이상 손을 쓰기 힘든 상태라며 다른 이웃 사람들처럼 별장을 팔아버리라고 한다.

바르바라, 엘레나, 리자, 이들 세 자매는 별장 생활을 지긋지긋하게 여기며 각자 다른 곳에 가서

사는 것을 꿈꾼다.


마리야는 집 주변 땅에서 계속 이상한 진동이 느껴진다고 한다.

코뮤니스트인 아버지 니콜라이의 영향을 받은 바르바라는 러시아의 한심스러운 현 상황과

구세대들의 죄악에 대해 열변을 쏟아낸다.

리자는 자신의 집안은 신세대일수록 더욱 퇴화되어 있는 것 같다며 자신을 비하한다.


세묜이 뒤뜰의 변소에 달 문을 들고 온다. 문은 중고임에도 100달러나 나가지만 보수가 더 큰 다른

작업들을 우선으로 하기에 바로 달아주기는 힘든 상황이다. 비가 내리고 지붕 곳곳에서 빗물이 새자

가족들은 대야를 들고 동분서주한다.

콘스탄틴은 끝없이 울어대는 고양이 무르카를 나무에서 내리려다 물리고 만다.


구급약이 없어 그를 진료소로 데려가려는 엘레나에게 리자는 그를 데려다 주는 대가로 자동차

연료값을 흥정한다. 나탈리야는 오빠 안드레이에게 지금 하고 있는 번역을 마치고 나면 자신의

가문과 혈통의 역사를 정리하고픈 소망을 이야기한다.

케이크 반죽을 망쳐버린 마리야는 책을 뒤져 조리법을 찾아낸다.


한때 ‘철의 지젤’이라 불리웠던 발레리나 안나 파블로브나가 안드레이에게 전화를 걸어 남편의

부고를 전한다.  안드레이는 그녀를 좋아했었지만 그녀는 그가 아닌 다른 남자들과 여러 차례

결혼을 했다. 안드레이는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검은색 정장을 찾는다.

진료소에서 돌아온 리자 일행은 콘스탄틴이 공수병 주사를 수십 대나 맞아야 한다고 얘기한다.



제 2 막

부활절 늦은 아침, 장남 로스티슬라프와 그의 아내 예브도키아 칼루기나가 별장에 들어선다.

이윽고 식구들이 모두 모이고 이들은 둘러앉아 부활절 음식을 함께 먹는다.

때마침 세묜이 문을 달려고 나타나고 이를 계기로 낡은 별장 문제가 재차 거론된다.

로스티슬라프는 모스크바 근교의 호화스런 새 별장으로 이사를 가자고 한다.


‘유럽식 리모델링’이라 일컬어진 로스티슬라프의 제안은 식구들 사이에 격렬한 논쟁을 불러

일으킨다. 그 와중에 모스크바로부터 걸려온 한 통의 전화. 엘레나가 세를 놓은 모스크바 아파트에

배수관이 터지면서 영국인 세입자가 나가버린 것이다.


아파트를 유럽식으로 고치지 않는 한 새로운 세입자는 구하기가 힘들다.

수입원이 줄어든 이들 가족에게 경제적인 위기가 닥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마을의 별장지를 전부 매입한 투자사는 결국 마을의 수도를 끊어버린다.

이런 상황에서 콘스탄틴의 상태가 급작스레 악화된다.


제 3 막

이제 집에는 전기도 수도도 다 끊겼다.

물은 생수를 사 마시거나 우물에서 길어다 쓰고 있고, 불은 등유 램프에 의존하는 형편이다.

집 주변에 일어나는 진동 역시 여전하다. 바르바라는 리자에게 엄마가 형편없이 적은 액수의 돈을

받으면서 끔찍한 번역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마리야는 러시아 황제가 제일 좋아했던 잼의 조리법을 찾아내 제조에 들어간다.

자매의 아버지가 개량한 ‘코뮤니즘의 새벽’이라는 품종의 구스베리로 만든 잼이다.

엘레나는 병에 붙일 라벨을 그리기로 한다. 이들은 이 러시아식 잼을 외국의 멋진 상점에 진열해

판매할 꿈에 부푼다. 한 병에 10달러씩만 받아도 상당한 수입을 거둘 것이고, 그 돈을 모으면

모스크바의 아파트를 유럽식으로 수리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침 집에 들른 세묜은 이웃 사람들이

모두 별장을 팔고 외국으로 떠났고, 마을에는 이들 가족만이 남아있다고 말한다.


집으로 돌아온 안드레이는 안나 파블로브나와 함께 스페인으로 떠나기로 했음을 알린다.

마리야, 엘레나, 바르바라 등은 잼 속에서 죽은 쥐가 발견되자 경악하고 잼을 어떻게 처분할

것인지 고민에 빠진다. 멀리서부터 불도저가 밀고 들어오는 소리가 크게 들려오고 로스티슬라프는

화물차와 함께 나타나 당장 새 별장으로 이사를 가야만 한다는 사실을 알린다.

이에 어리둥절해하는 식구들에게 세묜이 증여서를 내보인다.

안드레이가 그에게 집을 팔아버린 것이다.

일꾼들이 서둘러 이삿짐을 옮기는 가운데 집은 점점 더 큰 진동에 휩싸이더니 마침내 무너져버리고

만다. 로스티슬라프는 이들 집의 지하로 터널이 뚫리고 있으며 이들의 집터는 곧 지하철역으로

바뀔 예정임을 전한다. 혼란 속에 남은 이들 가족은 자신들의 조상이 살았었고, 자신들이 살아온

이 아름다운 동산이 결국 황야로 변해버렸음을 깨닫게 된다.


<연출 소개>

  안제이 부빈 (Andrezej Bubien, 1964~)



국내에서는 다소 낯선 이름의 연출가, 안제이 부빈은 1997년부터 2007년까지 10년 동안 폴란드 콘탁

페스티벌의 예술감독을 역임한 바 있는 폴란드의 대표 연출가이다.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폴란드 콘탁 페스티벌 (Kontact Festival)의 예술감독을 맡으며 폴란드

외곽의 작은 성곽도시 토룬을 세계적인 연극축제로 키워낸 부빈은 연극 연출가로서뿐 아니라

번역가, 연극이론가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07년에는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사찌르 극장(Satire Theatre on Vasilievsky

island)의 상임 프로듀서로 전격 발탁되며 이제는 폴란드뿐 아니라 러시아까지 그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실력파 연출가이다.


부빈은 사찌르 극장에 부임한 이후, 세르비아 출신의 작가 Biljana Srbljanovic의

<메뚜기 (locust)>, 러시아의 베스트셀러 작가 Ludmila Ulitskaya의 <러시안 잼>을 연이어

성공시키며 러시아 연극계에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부빈이 상임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는 사찌르 극장은 1989년에 세워진, 러시아의 여러 극장들에

비하면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가진 편이나 오래된 극장들과는 분명히 차별화되는 ‘현대 러시아인의

삶을 조명하는’ 젊고 힘차고 에너지가 넘치는 새로운 감각의 작품들을 선보이며 러시아 현대

연극의 중요한 메카로 떠오르고 있는 극장이다.

안제이 부빈은 바로 이러한 사찌르 극장의 상임 프로듀서로서 그 변화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중이다.


2008년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대표하는 연극상인 골든 소피트상(Golden Sofit)에 <메뚜기>로 최고

연출상에 노미네이트된 부빈은 <러시안 잼>으로 무대 무술상을 수상하며 화려한 신고식을 치른 바

있다. 또한, 러시아 최고 권위의 황금마스크상에 <러시안 잼>으로 3개 부분에 노미네이트된(작품상,

연출상, 무대미술상) 부빈은 두말할 나위 없이 러시아 연극계를 넘어 유럽 연극계가 주목하고 있는

연출가임에 틀림없다.


1964년 아프리카 바마코에서 태어난 안제이 부빈은 폴란드 바르샤바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한 이후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St. Petersburg Institute of Theatre, Music and

Cinematography에서 수학하였다. 이 시기에 카프카, 브레히트, 뒤렌마트 등의 고전작품을 독특한

미장센과 새로운 연극 형식으로 풀어내며 두각을 나타낸 바 있는 부빈은 최근에는 현대극을 통한

배우들이 연기 메소드 실험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오스트로브스키의 <늑대와 양>, 체홉의 <바냐 아저씨>,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 있다.


<작가 소개>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Ludmila Ulitskaya 1943~)

러시아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러시아 내에서 가장 존경받는 작가로 손꼽히는

류드밀라 울리츠카야는 1990년대 초반, 등단과 함께 데뷔작으로 이미 열렬한 추종자들을 양산하며

화제를 불러일으킨 화제의 작가이다.


데뷔작인 가 유럽 각지로 번역, 출판될 만큼 러시아 내에서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사랑받고 있는 작가이다.


1943년, 러시아 연방국가 중 하나였던 바시키르토스탄에서 태어난 울리츠카야는 모스크바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하였다. 대학졸업 후 오랫동안 유전공학 연구소에서 일해온 그녀는 불혹이 넘긴

나이에 모스크바에 위치한 Jewish Drama Theatre에 드라마투르그로서 문학계의 커리어를 쌓기

시작한다. 1992년 “The New World” 잡지에 발표한 “Sonechka”가 발표와 동시에 문학계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부커상(Booker prize) 최종 명단에 오르는 한편, 같은 해 프랑스

메디치상(Medici Prize) ‘올해의 최고의 외국 소설상’, 이탈리아의 Giuseppe Acerbi상을

수상하면서 화려한 신고식을 치른 그녀는 2001년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모든 작가들의 열망인 부커상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된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독자와 비평가 모두로부터 높은 지지를 얻고 있는 그녀의 작품들은 최근에는

모스크바에서 가장 존중받는 무대 가운데 하나인 Moscow Chekhov Art Theatre를 비롯해

여러 극장에서 무대화되어 관객과 만나고 있다.

또한, , , , 등은

영화와 TV드라마로 제작된 그녀의 작품들이다.


러시아 리얼리즘 문학의 전통을 잇고 있는 울리츠카야의 우아한 문체와 그녀가 만들어 내는

독특한 캐릭터들은 격변하는 러시아의 역사와 개인의 상호관계를 촘촘히, 그리고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내에서 이민자로 살아가고 있는 러시아인들의 삶을 조명하는 작품을 발표하기도 한

울리츠카야는 의심의 여지 없이 러시아 현대문학의 현주소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매력적인 작가이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그녀의 작품이 번역된 적 없이, 관객들은 <러시안 잼>을 통해 울리츠카야와

처음으로 만나게 된다.

** 주요 작품

- 1995 Sonechka

- 1996 Medea and Her Children

- 1997 The Funeral Party

- 2001 Kukotsky Case

- 2002 Girls

- 2003 Women’s Lies

- 2003 Sincerely yours, Shurik

- 2003 Childhood Forty Nine

- 2004 Trilogy for children vol.1

- 2004 Trilogy for children vol.2

- 2005 Trilogy for children vol.3

- 2005 Russian Marmelade

- 2005 All Our Lord’s Men

- 2006 Daniel Stein, Translator


** 수상경력

- National Literary Prize BIG BOOK (2007, Russia) for the novel "Daniel Stein, Translator"

- National Olympia Prize of Russian Academy of Business (2007, Russia)

- Penne Prize (2006, Italy) for the novel "Kukotsky Case"

- National Literature Prize for "Sincerely yours, Shurik" (2005, China)

- Best writer of the Year Ivanushka Prize (2004, Russia)

- Novel of the Year Prize (2004, Russia) for the novel "Sincerely yours, Shurik"

- Russian Booker Prize (2002, Russia) for the novel "Kukotsky Case"

- Giuseppe Acerbi Award (1998, Italy) for her novel Medea and her childeren

- Medici Prize (1998, France)

- Penne Prize (1997, Italy)


<국내 리뷰> - 객석 4월호

Saint Petersburg  상트페테르부르크 사티르 극장 ‘러시안 잼’

  체홉 마니아를 위한 종합 선물세트

                             글 이승억(게르첸대 박사)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사티르 극장은 20년이 채 안 된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현재 러시아

연극계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소극장 중 하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2007년 극장의 수석

연출가로 부임한 안제이 부빈이 있다. 폴란드 출신의 안제이 부빈은 극장에 부임하자마자 곧바로

‘메뚜기’와 ‘러시안 잼’을 성공적으로 상연함으로써 러시아 연극계에 일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며 극장의 위상을 완전히 바꾸어버렸다.

특히 5월에 한국 공연이 예정되어 있는 ‘러시안 잼’(5월 29•30일, LG아트센터)은 2007년 폴란드

국제 연극 페스티벌과 2008년 황금소피트에서 여러 부문에 수상 및 노미네이션된 작품이다.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올 4월 중순에 개최되는 러시아 최고의 예술축제 황금마스크상에 최우수

작품상•최우수 연출가상•최우수 무대미술상 후보에 올라 당대 최고의 연출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우리는 10년 후 러시아 연극의 거성으로 우뚝 솟을 연출가와 극단의 공연을 미리 만나는

행운을 누리게 될지 모른다.  




‘러시안 잼’은 현대 러시아 문단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인 루드밀라 울리츠카야의 작품이다.

2002년을 배경으로 모스크바 근교 시골마을에 사는 레표힌 일가의 이야기를 통해 자본주의와

실용주의에 적응하지 못하고 여전히 과거를 살고 있는 현대 러시아인들의 삶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가 흥미로운 것은 부제가 ‘체홉 이후(After Chekhov)’라는 점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체홉 드라마들의 현대적 변용이라는 점이다.


이미 국내에도 많은 독자층을 가지고 있는 체홉의 작품 중 ‘바냐 아저씨’ ‘세 자매’

‘벚꽃동산’의 등장인물들과 주요 사건들을 21세기적 러시아 상황에 맞게 재구성하여 체홉의 여러

작품들이 하나의 드라마로 압축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19세기 말 20세기 초, 급격한 사회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삶의 중심에서

밀려나갔던 체홉 주인공들의 서글픈 운명은 100년이 지난 21세기 러시아에서도 똑같은 형태로

반복된다. 과거의 영예와 추억 속에만 젖어 살다가 변화의 물결을 감지하지 못하고 자신의 영지를

경매에 내놓을 수밖에 없었던 ‘벚꽃동산’의 라네프스카야처럼 ‘러시안 잼’의 레표힌 일가의

영지도 재개발이라는 명목 아래 팔려버린다.


25년간 매형인 세레브랴코프를 위해 죽도록 일한 ‘바냐 아저씨’의 바냐처럼 19살 때부터 가족들을

위해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한 나탈리야와 소비에트 시절 저명한 학자였던 그의 오라비 안드레이의

삶은 궁핍한 현대 러시아 연금 생활자들의 자화상을 보여준다.

현실적 삶의 감각 없이 모스크바로 가기만을 원하는 ‘세 자매’의 세 자매처럼 나탈리야의

세 딸들은 자신들의 상황을 직시하지 못하고 이곳을 벗어나 파리나 런던으로 가기만을 원한다.

한편 ‘세 자매’의 오빠인 안드레이가 점점 소시민으로 몰락하는 반면에 ‘러시안 잼’에서

세 자매의 오빠인 로스틸로프는 영악하게 자본주의에 편승하여 거부가 된 이른바

‘노브이 루스키(신 러시아인)’의 상징이다. 그는 ‘바냐 아저씨’의 세레브랴코프가 바냐의

영지를 팔아 별장 임대업을 하자고 제안한 것처럼 가족들의 삶의 터전을 팔아 최신식 별장으로

만들자고 제안한다.

이렇듯 레표힌 가족들을 통해 보여지는 신구세대의 갈등, 사회주의적 사고방식과 자본주의

사고방식의 충돌과 혼돈의 문제는 21세기 러시아가 풀어야 할 큰 숙제 중의 하나이다.


‘러시안 잼’의 이중성

‘체홉의 아이들’이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러시아 극작가들 중에는 유난히 체홉의 극작법에

영향을 받은 작가들이 많지만, 울리츠카야처럼 직접적으로 체홉의 작품을 인용한 경우는 거의 없다.

울리츠카야는 등장인물들 간 소통의 부재, 이른바 체홉식의 ‘독백적 대화’ 기법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였고, 그 결과 ‘러시안 잼’의 등장인물들은 체홉의 주인공들처럼 누구도 서로의 말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만 한다. 그리고 여기에서 우리는 세대와 사상 간의 갈등으로 인해

소통이 단절된 오늘날 러시아의 모습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영지를 팔기를 거부한 레표힌 가족이 선택한 생계 수단은 벚나무 과실을 따서 잼을 만드는 것이다.

전통과 자연이 개발이라는 명목 아래 훼손되는 것이 싫어 영지를 팔기 거부한 그들이 먹고살기 위해

‘자연적인’ 것에서 ‘인공적인’ 것을 만드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만든 잼에 쥐가 빠져버려 그마저 쓸모없게 되고, 결국 영지는 팔리게 되며 그 자리엔

지하철역과 유흥 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이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러시안 잼’은 이렇듯 변화를 거부하고 자신들의 전통과 가치를 지켜내고

싶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스스로 그것들을 훼손하여 삶을 유지해야만 하는 모순적이며 이중적인

의미를 지닌다.

연출가 부빈이 “레표힌 가족의 이야기는 우리 가족의 상황과 유사하다”고 밝힌 것과

극중 바르바라가 던지는 대사, “이것은 영지의 운명에 관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운명에 관한

것이다”란 말은 결코 우연히 나온 것이 아니다.


물이 새는 노아의 방주

공연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원작에는 없는 독특한 무대장치다. 무대에는 물이 가득 차 있어

그 위에 자리 잡은 레표힌 일가의 응접실은 마치 섬처럼 물에 떠 있는 인상을 준다.

응접실 주위에 놓인, 불안해보이는 몇 개의 다리들을 통해 등장인물들은 등퇴장을 반복한다.

낡은 가구들, 단수와 단전이 반복되어 버려진 듯한 느낌을 주는 집의 분위기는 19세기 러시아인들의

삶을 연상케 하며 ‘과거’를 살고 있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연극에서 등장인물들의 심리적 공간에 가장 관심을 기울인다는 부빈은 피날레에서 레표힌 일가의

심리적 상태를 의미심장하게 전달한다. 집이 팔리자 인부들이 들어와 집안의 모든 가구들을

들어내고 마지막으로 다리들을 모두 제거해버려 응접실만 덩그러니 물 위에 떠 있는 섬 같은

형태를 취하게 된다. 그리고 남겨진 레표힌 가족들은 홀로 외딴 섬에 버려진 것처럼 외부와 접촉도

할 수 없고 어디로도 떠날 수 없게 된다.

무대감독 드미트리예코바는 이것을 마치 ‘물이 새고 있는 노아의 방주’와 같다고 표현했다.

비가 그치면 구원을 받게 되는 노아의 가족들과는 달리, 변화의 물결에 적응하지 못하고 출구도

없이 점점 가라앉고 있는 레표힌 가족들의 운명은 21세기 러시아인들의 슬픈 자화상이다.


또 다른 100년 후에는

피날레에서 모든 무대 장치들이 제거된 후에도 1막부터 무대 정면에 걸린 채 잔잔하게 미소 짓고

있는 체홉의 초상화는 그대로 남아있다. 100여 년 전 체홉은 자신의 드라마를 보며 한숨짓고 울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나는 당신들을 울리려고 드라마를 쓰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단지 우리들이

얼마나 어리석은 삶을 살고 있는지 돌아보길 원할 뿐입니다”라고 말하였다.


‘세 자매’에서 베르쉬닌은 200년이 지난 후 인간의 삶은 행복해질 거라고 주장하지만 투젠바흐는

천만 년이 지나도 인간의 삶은 변하지 않고 똑같은 문제로 괴로워하고 힘들어할 거라 이야기한다.

100년 후 레표힌 일가로 대표되는 러시아인들뿐만 아니라 오늘의 대한민국도 비슷한 문제로

힘들어하며 울고 있다. 또다시 100년이 흐르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될까.

체홉은 그 답을 알고 있기에 저렇게 미소 짓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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