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룡시대 ! 다 이루리라 " 권지은 개인 展 / 장은선갤러리2024 용띠의 해, 권지은 교수의 화려한 용 채색화 전시회, 장은선 갤러리에서 두달 간 개최
2024년은 용의 해입니다. 용은 한국의 상징이자 민족의 정신입니다. 용은 힘과 용기, 풍요와 번영을 상징하며, 새해에도 좋은 일들이 가득하기를 기원하는 우리의 소망을 담고 있습니다.
이러한 용의 의미와 미학을 고려불화의 기법과 현대미술의 감각으로 표현한 작가가 있습니다. 바로 권지은 교수입니다.
권지은 교수는 동국대학교 예술대학에서 불교미술을 전공하였으며, 같은 학과 동 대학원을 졸업하였습니다. 개인전 10회,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대한민국불교미술대전에서 입선·장려상, 경향미술대전 전통예술분야 우수상, 일본 오사카 공모전 동상 등을 수상하는 등 다수의 수상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전통문화대 전통미술공예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꾸준히 작가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권지은 교수의 작품은 고려불화를 바탕으로 한 용 그림입니다. 고려불화는 한국불교미술의 대표적인 장르로, 선명하고 화려한 색채와 섬세하고 정교한 선묘로 불교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표현합니다. 권지은 교수는 이러한 고려불화의 정통성과 현대미술의 세련미를 결합하여 우리 시대의 꿈과 바람을 담아낸 용 채색화를 제작합니다.
권지은 교수의 용 채색화는 담박한 레이어를 5-7번 스미듯 얹어낸 권지은 교수만의 색조로 화려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을 전달합니다. 특히 장인 정신이 돋보이는 선묘는 최고 수준의 섬세한 정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작가의 용 그림은 푸른 용의 해 시작을 알리는 숭고하고도 장엄한 상징물이자 한국의 정수를 담은 하나의 예술작품으로서의 의미를 지닙니다.
이번 전시의 묘미는 운룡도(雲龍圖)가 모란과 만난 변주입니다. 꽃의 왕 ‘모란’이 동물의 왕 ‘용’과 만나 ‘동·식물의 에너지를 모두 갖춘 단 하나의 화룡(花龍)’으로 기능하는 작품으로 재탄생 시켰습니다. 작가는 한국불화의 미감을 계승하면서도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화룡(花龍)을 창조하며, 전통의 계승과 현대화의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합니다. 이제까지 보기 힘들었던 장엄하고도 화려한 색채의 용작품은 용의 변주를 통한 제재의 확장과 미적인 가치를 동시에 구현하려는 작가의 노력의 결실입니다.
도약의 한해를 시작하는 2024년 1월. 강한 기운과 활력이 넘치는 권지은 교수의 용 작품 25점을 장은선 갤러리에서 12년 만에 화려한 귀환을 선보입니다. 이번 전시회는 2024년 1월 5일부터 2월 28일까지 열립니다. 갑진년 힘차게 비상하는 청룡의 기운을 느끼고 싶다면, 장은선 갤러리를 방문해주세요.
권지은 평론 용의 변주, Layers of Dragon
안현정(미술평론가, 예술철학박사)
권지은의 채색화는 고려불화에 원형을 두고, 동시대 미술의 요구를 반영한 세련된 법고창신(法鼓創新)을 특징으로 한다. 용의 변주를 통한 제재의 확장은 2012년 장은선 갤러리 전시 이후, 담박한 레이어를 위해 실험한 ‘권지은 만의 장인창작(丈人創作)’의 결과물이다.
여기서 장인창작이라 함은 ‘공예적 기능의 채색화’를 바탕 하되, 그 기능이 최고치에 이르렀을 때 창출되는 ‘기운생동(氣韻生動)의 개성화’를 말한다. 스미듯 얹어낸 권지은 만의 색조는 5-7번 배접한 종이를 제각기 다르게 레이어링한 색채들의 조화미감으로 창출한 것이다.
최고 수준의 채색화는 ‘궁중화(宮中畵)’가 상쇄된 오늘의 현실에서 오로지 ‘불화의 영역’에서만 정통성을 계승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종교적 기능을 배제한 ‘장식과 감상에 기반한 벽사(闢邪)와 기복(祈福)’을 특징으로 삼는다. 이를 위해 작가는 자기 개성화와 보편성 사이에서 중화(中和)와 균형을 창작의 근간에 두었다.
실체가 없는 상상의 동물 ‘용’을 자기만의 배색과 최고 수준의 선묘로 구성해 ‘우리 시대의 꿈과 바람을 담은 힘찬 에너지’로 재해석한 것이다.
전시 작품은 크게 ‘불화에서 추출한 상상의 용’, 최근 후쿠오카시립미술관 출품작에서 영감을 받은 <모란용봉도(牡丹龍鳳圖)>, 용과 불화가 결합한 <기룡관음도(騎龍觀音圖)>, 선한 이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기복하는 <반야용선도(般若龍船圖)> 등으로 확장되어 ‘고법의 현대적 창출을 이룬 채색화’의 화려한 귀환을 선보인다.
금박을 활용한 구름의 운용과 용의 율동은 금박중심의 기존 용그림과 비교/대조를 통해 ‘신/구 그림’의 총체적 확장을 보여줄 것이다.
위대한 전작들의 기운을 바탕한 권지은의 용의 변주들은 생동(生動)하는 에너지를 창출하면서, 동시대의 비례미와 세련된 형태미, 다층의 레이어를 연결한 선묘와 색채미감을 통해 ‘선명하면서도 부드러운 고려불화의 에너지를 현대화’시키는 유일무이한 작품들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용의 지혜, 치유와 공감의 에너지
용을 주인공으로 삼은 권지은의 도전은 화려한 장엄미를 바탕으로 한 2012년 전시에서 진화되어, 최상의 위치에 있던 용의 권위를 현실의 삶에 스미듯 연결한다.
“누구나 용이 될 수 있다.”는 공감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다. 운룡도(雲龍圖)는 용 그림 가운데에서도 우리나라뿐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에서 가장 사랑받는 소재였다. 제왕의 기운을 가진 ‘운룡도’를 갖게 되면 성공가도를 달리거나 어떤 시험도 통과하는 등용문을 표상했기 때문이다.
권지은의 운룡도는 자유롭게 세상을 유용하는 ‘운명이 곧 나의 뜻대로’라는 현재적 길상의 의미를 반영한다. 번쩍이는 금룡(金龍)의 에너지(전작들)는 용과 구름을 연결하는 세련된 선묘로 기능하면서, 최고의 재료와 완성된 색감들을 보좌하는 조화와 균형의 매개체로 전환되었다.
금은 중간에서 색을 중화시키면서 화려함을 잃지 않는 에너지를 보여준다. 6배접-7배접 사이에서 머금는 종이의 힘과 결합해 귀한 미감을 조성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공예적 기능의 채색화들은 장인 기반의 테크닉을 요한다. 용 그림의 경우 최후의 중요한 마무리에 ‘화룡점정(畵龍點睛)’이 비유되는데, 최고의 테크닉이 발휘되지 않으면 ‘상상 속 동물인 용의 실체화’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체본으로 모사된 현대의 용그림들이 생명력을 잃고 기능적 취미로 전락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용이 생명력(氣運)을 갖추기 위해서는 탁월한 개성화에 바탕한 ‘숨을 불어넣는 작가의 에너지(生動)’가 필수적이다. 최후의 중요한 부분을 마무리함으로써 완성되는 자세가 ‘화룡정점’이라면, 용을 그리는 일은 최고 수준의 난이도가 모든 과정에서 필요하다는 뜻이다.
실제 《수형기(水衡記)》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한다. 양(梁)나라의 장승요(張僧繇)가 금릉(金陵:南京)에 있는 안락사(安樂寺)에서 용 두 마리를 그렸는데 눈동자를 그리지 않았다.
사람들이 기이하게 생각하여 그 까닭을 묻자 “눈동자를 그리면 용이 날아가 버리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사람들이 그 말을 믿지 않자, 화가는 용 한 마리에 눈동자를 그려 넣었고 갑자기 천둥과 번개가 치며 용이 벽을 차고 하늘로 올라가 버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작가는 인터뷰에서 “용을 그리는 마음은 험난한 세상을 살아낸 우리 모두를 위한 헌사(辟邪)이자, 내 안에 잠든 가능성을 끝까지 깨워 만사형통하라(起福)는 의미를 담았다.”고 밝혔다.
고법과 현실인식을 가미한 새로운 에너지의 창출은 “본질을 상실한 오늘날의 채색화단”에 경종을 울리는 부분이다. 기본을 지키는 새로움은 또 다른 확산의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용은 실체가 없는 상상의 동물이기에, 작가가 해석한 자신만의 방식으로 접근해 생명력을 부여해야 한다. 권지은 만의 배색(配色)은 끊임없는 재료실험과 자기와의 싸움이다.
그림은 시간 흐를수록 선명한 색조와 귀한 빛을 내뿜는다. 화학재료가 아닌 천연재료(돌가루)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동아시아의 오방색은 ‘한국적인 에너지’와 결합했을 때 독특한 시선을 갖는다. 자기 개성화와 보편성을 획득한 중화된 균형은 이번 전시에서 작가가 보여주고 싶은 가장 중요한 가치이다.
고려불화의 미감과 만난 ‘용의 레이어’
우리는 흔히 고려불화를 빛과 바람의 그림이라고 말한다. 스미듯 연결한 배채법의 감성을 작품 전체로 연결한 권지은의 작품들은 <기룡관음도>에서 최고미감을 발휘한다.
이른바 용두관음(龍頭觀音), 보살형존상(菩薩形尊像)이 용의 등 위에 서서 바다 위를 날면서 마귀를 물리치는 형상이다. 기룡보살도(騎龍菩薩圖) 속 용두관음(龍頭觀音)은 33관음의 한 분으로, 용을 딛고 구름 위나 바다 위를 나는 관음을 말한다.
화려하나 과하지 않은 보관(寶冠), 수월관음도에서 관찰되는 우아한 사라(명주실로 짠 비단), 바람이 불면 차랑차랑 흔들릴 것 같은 관음보살의 매무새는 섬세하고 화려한 고려불화의 에너지를 오늘로 이어지게 한다.
뺨과 턱은 둥글고 풍만하게 표현돼 있으면서도 근엄하기보다 친근한 인상을 주며, 우리 시대에 충실한 비례미를 가미해 ‘현대화된 보살로의 전이’를 성취한다.
이 작품의 매력은 용의 표피가 촘촘한 선묘로 연결돼 상상과 현실을 상징적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작가의 해석과 만난 ‘구도-비례미-형태미-색채-선묘’ 등은 전성기 불화미감을 인지하기 위해 두 번이나 찾은 “후쿠오카박물관에 나온 폭 2.5m 높이 4.2m의 압도적 고려 불화”와의 교감에서 더욱 확고해진 느낌이다.
불화의 선은 사소한 선이라도 5번 이상 그어야 완성될 만큼 선묘에 에너지가 담겨야 한다. <반야용선도> 역시 용과 불화가 결합된 유일무이한 그림으로, 일련의 사건들 속에서 안타깝게 세상을 등진 아이들과 선한 이들을 향한 ‘벽사와 기복’의 헌사(獻辭)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번 전시의 묘미는 운룡도(雲龍圖)가 모란과 만난 변주이다. 구름 속에서 승천하는 쌍룡을 직접 사생한 모란도와 결합한 작품으로, 후쿠오카미술관에서 발견한 최고 기량의 모란도에 대한 감화를 담은 작품이다.
작가는 인터뷰에서 “정원에서 직접 모란을 키우며 사생한 작품들은 다른 그림을 모방하며 그린 것과 다른 ‘생생한 생명력’을 갖는다. 직접 모란을 키우며 그린 경험 때문인지, 수백 년 전 화가의 모란도 역시 사생(寫生) 모란이라는 점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꽃의 왕 ‘모란’이 동물의 왕 ‘용’과 만났을 때, ‘동·식물을 에너지를 모두 갖춘 단 하나의 화룡(花龍)’으로 기능하게 되는 것이다.
회화적으로 해석하면 모란은 구름과 같이 공간을 분할하고 위계를 정리하며 조화와 균형을 가르친다. 부처가 ‘상상인물화’라면, 권지은의 화룡(花龍)은 구름(상상)과 모란(사생)의 교차 속에서 새로운 생명력을 갖는 ‘상상 현실화’로 재탄생한다.
사생과 상상이 섞였다는 사실은 실제 모란을 키우면서 그려낸 사생 정신을 깨달아야만 아는 지점이다. 작가는 한국불화의 전통을 계승과 창조의 조화 속에서 찾는다.
상상을 강력한 리얼리티로 전환한 권지은의 변주는 벽사와 길상, 권위와 염원을 우리 삶에 부여함으로써 전통의 계승과 현대화의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한다. ‘한국불화의 현대화’를 거창하거나 멀리 있는 가치가 아닌 ‘현실인식과 기본에 충실한 가치’ 속에서 발견해 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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