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페퍼, 에어컨 그리고 고별사
문예당 | 입력 : 2011/03/23 [15:50]
일본 극단 첼피쉬의 '핫페퍼, 에어컨 그리고 고별사'는 일본 연극계를 평정하고 세계연극계에 새로운 공연 문법의 패러다임을 제시한 젊은 연출가 토시키 오카다의 작품이다. 토시키 오카다의 춤-연극은 관객과 새로운 리듬의 말과 신체, 선율적 풍경의 감각으로 만나려는 연극문법의 혁신적인 시도이다. 세계 연극계를 뒤흔든 일본 연극의 이단아 토시키 오카다 작/연출의 핫페퍼, 에이컨, 그리고 고별사관객 여러분은 각자 자기만의 토시키 오카다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어떤 이는 철저한 무의미의 연출가를 볼 것이며, 다른 이는 일본의 베케트를, 또 어떤 이는 끊임없는 변주를 곁들인 음악적 반복의 천재를 만나게 될 것이며, 또 다른 이는 은근히 웃기는 과장의 명수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토시키 오카다는 자신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자기정당화를 위해서, 계속 ‘연극이란 무엇인가’
‘영화에서는 불가능하지만 연극에서는 가능한 게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됐습니다.”
공연 개요
⦁일 시: 3월 24일 목 ~ 3월 26일 토 / 목, 금 20시, 토 15시
⦁관람료: 다솜티켓 6만원, 일반 4만원, 청소년 4만원
출연진
마코토 야자와, 마리 안도, 사호 이토, 케이 남바, 리키 타케다, 푸미 요쿠
토시키 오카다 워크숍 -<화술과 움직임의 관계에 대한 탐구>
3월 25, 27, 28, 29, 30일 13시 ~ 17시
국립극단 스튜디오 둘
관객과의 대화
일시: 3월 26일(토) 3시 공연 후
장소: 백성희장민호극장
출연진: 연출 토시키 오카다, 김남수 국립극단 학술출판 선임연구원, 장성희(연극평론가협회회원),
노이정(연극평론가협회회원), 기무라 노리꼬(통역)
일상적인 제스처가 무용이 되고, 일상적인 하루가 연극이 된다.
일본 극단 첼피쉬의 <핫페퍼, 에어컨 그리고 고별사>는
일본 연극계를 평정하고 세계연극계에 새로운 공연 문법의 패러다임을 제시한
젊은 연출가 토시키 오카다의 작품이다.
<핫페퍼, 에어컨, 그리고 고별사>는 2004년 초연되었던 <에어컨>을 확장한 작품으로,
세계 평단으로부터 “무용과 연극을 통합할 뿐만 아니라 두 장르의 잠재적 방법을 고루 사용하여
종국에는 그 둘을 모두 뛰어넘었다”는 극찬을 받았다.
또한 “결코 진정한 대화가 되지 못하는 무심하고 기계적인 언설과 강박적인 제스처는
공허한 사회,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암시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작품은 임시직 여직원의 해고를 둘러싸고 그녀를 위한 송별회 과정을
<핫페퍼>, <에어컨>, <고별사>라는 3개의 에피소드로 보여주고 있다.
인물들이 모인 표면적인 이유, 송별회의 준비는 매우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대화들로 흘러간다.
하지만 그 반복적인 대화가 만들어내는 리듬적인 행간에는 언급되지 않은 방식으로 나타나는 진실이 있고,
그 진실은 무의미한 언어와 분절된 춤이 만나는 순간순간의 지점에서
은밀하게 증폭되어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아니메, 에반게리온, 오타쿠, 프리터족, 히키코모리... 제로세대, 그들의 세상보기
“제로세대란 60년대 후반에서 70년대 사이에 태어나고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일본의 젊은 세대를 이르는 용어” -기무라 노리코-
‘제로세대’는 기본적으로 일본이 경제적 번영의 거품이 꺼지면서 그 후유증을 앓고 있는
소위 일본의 ‘88만원 세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로세대’의 문화는 그 이전 세대와는
차별화된 예술적, 심미적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 아니메, 에반게리온으로 대표되
이들의 독특한 팝 컬처는 오타쿠(일본 특유의 마니아 문화층) 기질과
히키코모리(방에 처박혀 고립된 생활양식)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사회적으로는 정규직 보다
비정규직이 익숙한 세대이다.
신세대 철학자 아즈마 히로키는 이러한 문화에 대해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여기서 ‘동물화한다’는 것은 새로움과 이질성을 지닌 채 사회적으로 의미화할 수 없이
유동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토시키 오카다 연출의 <핫페퍼, 에어컨, 그리고, 고별사>는 바로 그러한 ‘제로세대’의 일상과
그들의 불안정한 상황을 다루는 연극으로서 반복적이면서 리듬적인 운동의 편집에 중점을 두고 있다.
토시키 오카다 본인 스스로는 헤이타 오리자의 “구어 연극”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고 말하는데, 그는
“일본의 사무엘 베케트”나 “일본의 토마스 베른하르트”로 불려져도 무방할 정도이다.
디테일 부근을 끊임없이 맴도는 대사의 힘과 리듬, 언어와 신체적 움직임가 마주치면서 발생하는
특이한 자장, 분절된 장면들의 영화적 배치 등을 통해 그는 무의미한 세계의 내막을 보여주면서도
단순히 부조리한 것이 아닌 리드미컬한 어떤 진실을 추구하고 있다.
그래서 그가 안무한 과장된 움직임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고, 철저히 계산된
강한 조명의 분절된 색감은 일본 망가의 한컷 한컷을 시각적으로 설치하는 듯하다.
요컨대, 토시키 오카다는 이 작품을 통해 ‘제로세대’가 열광하는 문화적 가치와
그들의 무미건조한 일상의 대척점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어긋남을 두 개의 불화하는 리듬을 대위법적으로 절묘하게 마주하게 하는 것이
토시키 오카다 연출을 음악적이라고 보는 이유이고, 피나 바우쉬 이후의 춤-연극의 방향을
그에게서 찾으며 그를 세계 연극계의 젊은 거장으로 대접하는 이유이다.
연극문법의 패러다임 Shift! 이제 치명적 도약과 변화를 이야기하자
<핫페퍼...>만큼이나 세계 연극계의 뜨거운 감자, 일본 연출가 토시키 오카다는
더 이상 고전적인 연극 문법으로 현대의 삶을 논할 수 없다고 말한다.
차가운 눈으로 현대의 일상성을 조각조각 분절하고, 음악적이면서 건축적인 방식으로 새롭게 편집한다.
그 연출과 안무 그리고 편집에서 우리는 특이한 예외 상태를 추구하는 예술의 종합을 발견한다.
토시키 오카다는 “그것이 바로 ‘연극’”이라고 주장한다.
즉 극과 극이 만나는 지점, 그 지점이 폭발하는 연극적 에너지가 바로 연극의 정체다.
토시키 오카다의 춤-연극은 관객과 새로운 리듬의 말과 신체, 선율적 풍경의 감각으로 만나려는
연극문법의 혁신적인 시도이다.
춤과 연극이라는 두 개의 상이한 장르간의 간극을 억지로 좁히기 보다는 이 간격에서 둘을 불화시킴으로써
오히려 예상치 못한 마주침을 엮어내는 것이다.
마치 광학망원경으로 모래알을 아주 가까이에서 보는 듯한 현기증을 느끼게 되지만, 이와 동시에
전율이 온몸으로 파고든다.
이는 춤을 추게 하는 리듬감의 폭발이고, 대화를 이어가게 하는 율동의 출현이다.
시놉시스
이 작품은 “핫페퍼(Hot Pepper)”, “에어컨(Air Conditioner)”, 그리고 “고별사(Farewell Speech)”라는
짧은 3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배경은 회사의 사무실.
작품의 줄거리는 한 임시직 여직원이 구조조정으로 인해 해고된 상황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 작품은 임시직 직원들의 동시대적인 드라마라고 볼 수 있다.
“핫페퍼”에서는 계약이 곧 끝날 것이라는 소식을 들은 동료 에리카의 송별회를 위해서
임시직 직원들이 유명한 쿠폰 잡지 ‘핫페퍼’를 보며 적당한 식당을 찾아본다.
“에어컨”은 두 명의 정규직원들의 대화를 보여준다.
이 남자직원과 여자직원은 에리카가 해고되어 임시직원들 사이에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는
상황과 멀찌감치 떨어져있다.
씬이 진행되는 동안 여자직원은 에어컨 온도가 너무 낮게 설정되어 있다고 불평을 하고,
남자직원은 여직원의 불평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한다.
“고별사”는 에리카의 마지막 날 퇴근 5분전 그녀의 고별사를 극적으로 재현하였다.
그녀는 자기 주변에 모인 전 직원들 앞에서 고별사를 한다.
첼피쉬&토시키 오카다
토시키 오카다는 1997년 극단 첼피쉬를 창단하여 모든 작품의 극작, 연출을 맡고 있다.
영역과 장르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그의 작품들은 연극계, 현대무용계 뿐만 아니라
시각예술 및 문학계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2007년 소설집 The End of the Special Time We Were Allowed를 발표, 오에 겐자부로 상 수상했고
2005년 요코하마 문화예술상을 수상했다.
자신의 연극 작품을 백남준아트센터, 시카고 현대미술관, 도쿄 트리엔날레, 오사카 국립미술관,
미네아폴리스 워커아트센터, 도쿄 모리미술관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서 공연하는 등
장르를 초월하여 활발한 국제적 활동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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