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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계남의 마지막 '콘트라베이스'

문예당 | 기사입력 2013/06/28 [07:19]

명계남의 마지막 '콘트라베이스'

문예당 | 입력 : 2013/06/28 [07:19]



연극 연출가 성준현, 극단 아우라 대표가 본 모노드라마 명계남의 마지막 '콘트라베이스'.

'콘트라베이스'는 파트리크 쥐스킨트-한국에는 소설 '향수','좀머씨 이야기'로 더 잘 알려져 있다-의 첫번째 출세작인 희곡이다.

그리고 희곡이란 연극을 위한 것이며,연극은 관객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독백 보다는 관객과의 대화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 작품의 주인공은 소외된 존재이다.

<콘트라베이스>의 연주자에게도 세상은 환멸과 절망뿐인 곳이다.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가 세상과 관계를 맺으려 한다는 점이다.

이 작품은 "오케스트라의 악기들 가운데 다른 악기들 보다 월등하게 중요",한

"비록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지만(....)오케스트라를 구성하고 있는 다른 일반적인 것들에게 기준의 역할"을 하는 악기인, 그러나 거기에 걸맞은 대접은 받지 못하는,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는 한 연주자의 독백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니,차라리 그의 신세타령에 가깝다.(이것 또한 이 작품이 '대화적'일 수 밖에 없는 요인이다.우리가 신세 타령을 할 때는 상대가 있을 때이다. 혼자 있을 때 우리는,한숨이나 쉰다).


콘트라베이스라는 악기의 내력과 특성,오케스트라에서의 위치,연주자들의 어려움 등등 콘트라베이스에 관계된 거의 모든 것을 연주자의 입을 통해 들을 수 있다.

그러나,중요한 것은,그로 하여금 신세타령을 하게끔 한 것이 콘트라베이스 그 자체가 아니라 한 여가수라는 점이다.

오페라단의 단역 정도로 추정되는 20대의 세라라는 메조소프라노가 그의 사랑의 대상인데,정작 세라는 그의 존재조차 모른다.

더구나 세라는 나이가 많은 테너가수에게 식사 초대를 받아,쥐꼬리만한 월급을 받는 그로서는 감히 꿈도 꿀 수 없는, 비싼 생선요리를 먹는 일도 자주 있는 여자다(밥의 분배의 불평등과 성의 분배의 불평등은 비례하는 법이다).

그는 당연히 분노하지만,일반 사회보다 더 끔찍한 계급조직인 오케스트라에서 "최후의 쓰레기"같은 존재인 콘트라베이스 연주자인 처지로서는 어떻게도 해볼 수가 없는 것이다.


더욱 비극적인 것은,그가 자신의 존재를 세라에게 알릴 방법마저도 찾을 수가 없다는 점이다.

이것은 계급사회에서의 모든 프롤레타리아들의 비극의 한 단면이며,나아가서 사회 구성원 모두의 비극이다.

이 사회 구성원들은 어떤 계급에 속해 있건,'허구적 욕망'에 기대어 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내면에 진정성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러므로 이 사회에서 환멸과 절망밖에 느낄 수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연극의 콘트라베이스 연주자는 자신의 존재를 사랑하는 이에게 알릴 방법을 찾는다.

하지만 자신의 존재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을 차단 당한 연주자는 매우 충격적인 방법을 선택한다.그것은, 오케스트라라는 조직 내에서 보자면, 엄청난 범죄에 해당하는 그런 방법이다.

곧 수상(공연에서는 '대통령'으로 수정되었다)이 객석에 앉아 있는 중요한 연주회의 무대 위에서 큰 소리로 세라의 이름을 부르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는 오케스트라에서 파면 당하겠지만,세라는 영원히 그를 잊지 못하리라...

그러나 작가는 관객에게 열린 결말을 내놓는다.
콘트라베이스 연주자가 연주회장으로 떠나는 데서 막을 내려버리는 것이다....

이제 가 보겠읍니다. 연주회장으로 가서 소리를 지르겠습니다. 그럴 용기만 있다면 말입니다.여러분께서는 내일 신문에서 그것에 대한 기사를 읽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과연 그가,용기를 내어 , 큰 소리로 세라를 부를 수 있을까?
아마도 그는 그러지 못할 것이다. 그는 돈키호테 보다는 햄릿에 가깝기 때문이기도 하지만,체제가 그를 잘 길들여 놓았기 때문이다


공연에서는 시립오케스트라단의 영구직 공무원으로 묘사된다.
원작과 달리 이번 공연에서는 故노무현 前대통령사람으로 알려져 있는 배우 명계남의 모노드라마 답게 정치적 중의성이 강하게 드러난다.

"님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지면 저 막강한 음악감독도 단숨에 짤리죠"라든가, "대머리 전씨", "밀집모자 박씨"등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반독재 대사들이 교묘하게 뒤섞여 관객에게 전달된다.

특히 공연 전 배우 명계남이 직접 관객에게 소박하고 친근하게 프로그램북을 판매하는 모습은 연극행위와 더불어 특정인의 이미지를 느끼게 했으며,커튼 콜 후 벌어지는 이벤트에서는 노골적일 정도로 봉하마을 잔치가 된다.

공연전에 관객과의 벽을 무너뜨리는 극행위에서도 "영화나 TV에서는 불러주지않고..."라는 신변 발언을 통해 현체제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한다.

프랑스혁명이라는 원작의 역사적 팩트 인용이 절묘하게 배우의 연기를 통해 인식과 저항,변화로의 인지를 촉발시킨다.

원작이 갖는 연극적 대사와 이번 공연에서 배우 명계남이 추구하는 공연 목표의 절묘한 조화는 비유와 상징,은유 등 수사적 표현을 넘어 내공 가득한 배우 명계남의 연극 행위에 너무도 자연스럽게 묻어나온다.

현재 대한민국이 유지하고 있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어떤 가면을 쓰고 청중의 눈과 귀를 현혹시키는가에 대한 연극적 질문을 관객에게 던졌다면 이번 명계남의 연기는 성공에 가깝다고 본다.

연극에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는 시대는 아닌 듯 싶다.<콘트라베이스>에서 배우 명계남은 이렇게 외치는 듯 하다.

대통령이 관전하는 연주회장에서 콘트라베이스 연주자가 큰 소리로, 연주회장이 찌렁찌렁 울리도록 세라의 이름을 부르기를.

그가 아무리 큰 소리로 세라를 불러도 그녀의 마음을 잡을 수는 없겠지만,
그의 단순한 행위가 지금 그가 가지고 있는 것들 마저도 앗아가 버리고 말겠지만,
그의 목소리가 아무리 엄청나다 하더라도 이 자본의, 이 계급의 씨스템을 무너뜨릴 수는 없지만...

그렇지만,그렇지만 만일 그가 세라를 부르는 소리를 듣고 우리 모두가 누군가를,무엇인가를 소리쳐 부른다면,그럴 수만 있다면...

[편집자]
글쓴이 연극연출가 '성준현'은 서강대 영어영문과 출신으로 2003년 올해의 연극 베스트 5 '고곤의 선물'(피터 쉐퍼 작, 한국 초연), 2000년 올해의 연극 베스트 5 '애벌레' 등의 연출 작품으로 수상했던,  “작품성과 대중성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연극연출가”로 국내는 물론 유럽 연극매체에도 "우리시대 주목받는 연출가"로 소개된 유명 연출가이다. 현재 극단 아우라 대표를 맡아  마이클 프레인의  '기막히는 소동들'을 한국 초연으로 공연하였다.
lullu@sisakorea.kr , webmaster@lullu.net
◈ 공연개요
◈ 공 연 명 : 모노드라마 명계남의 마지막 <콘트라베이스>
◈ 공 연 일 : 2013년 6월 14일(금)~2013년 7월 14일(일)
             화~금 8시 / 토 3시,7시 / 일 2시,6시 / 월 쉼  
                  (단, 7월3일 수요일 오후 3시 공연있음)
◈ 공 연 장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
◈ 관 람 료 : 일반 40,000원 / 학생 30,000원

◈    작    : 파트리크 쥐스킨트(Patrick Sukind)
◈ 번    역 : 유혜자
◈ 연    출 : 김태수
◈ 출    연 : 명계남
◈ 스 태 프 :    무대감독 윤성만, 제작진행 홍승오,
                         회계책임 신정임, 무대디자인 천소영 김다정
                        조명디자인 이상근, 프로듀서 정유란
◈ 주     최 : 극단 이다
◈ 기     획 : ㈜문화아이콘
◈ 예     매 : 인터파크, 옥션티켓, YES24, 대학로티켓닷컴
◈ 문의전화 : 1666-5795
http://www.sisakorea.kr/sub_read.html?uid=15513

모노드라마 명계남의 마지막 '콘트라베이스', 파트리크 쥐스킨트 작,대학로 아트원씨어터  

배우 명계남, 연극 인생 2막을 열다.  
  



1973년 에드워드 올비 <동물원이야기>를 시작하여 배우로써의 삶이 40년. 어느덧 환갑을 넘긴 나이가 되었고 이제 ‘명계남’이란 세 글자를 모르는 이를 찾기는 어렵다. 그것은 엄청난 활동영역 덕분이기도 하다.


▲     © 파트리크 쥐스킨트 작,명계남 모노 드라마 콘트라베이스

일반회사원에서부터 대표이사까지, 연극, 영화, 드라마 그리고 사회집단의 구석구석까지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이 엄청난 에너지의 근원은 어디 일까. 그것은 연극이다.

배우 명계남은 언제나 연극을 갈망하고 연극을 통해 에너지를 쌓으며 연극하는 동안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 말한다. 그런 그의 첫 선택은 언제나 연극<콘트라베이스>였다.

올해 그는 두 세편의 연극을 더 올릴 계획이다. 9월에는 오태영 작가의 신작 ‘1번. 혹은 전설의 고향’, 겨울에는 이윤택 연출과 함께 ‘파우스트’.를 준비한다.
모든 연극에 앞서 그는<콘트라베이스>인 것이다.

광고회사 카피라이터, 이벤트 플래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삶을 살다가 10년만에 올린 무대도 <콘트라베이스>였고, 2006년에도 <콘트라베이스>를 통해 대학로와 호흡했다.

그리고 2013년 6월, 모두가 원했지만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그의 무대를 <명계남의 마지막 콘트라베이스>로 대학로에서 만나게 된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이 작품을 연기하는 배우, 화려한 주목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소외되어 버린 콘트라베이스 연주자의 사랑을 스스로의 삶이라 칭하는 배우 명계남.

매 공연 음악과 인생의 깊이를 추적하고 매 순간 파란을 일으켰기에 40년 연기 인생의 2막을 펼치는 신호탄은 벌써부터 연극계와 관객을 들뜨고 설레이게 한다.


가장 크지만 가장 낮은 소리, 그 울림이 우리이다.
오케스트라 연주회에서 가장 구석 저편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는 악기. 그럼에도 그 몸집에 비하여 스포트라이트는 거의 받지 못하는 악기가 ‘콘트라베이스’이다.

작품은 이러한 오케스트라의 모습을 우리 사회와 연결하고 콘트라베이스 주자의 마음을 이 시대 소시민의 모습으로 대변하고 있다.

사회 구성원 중 가장 거대한 비중을 차지함에도 목소리 한번 크게 내는 것이 어려운 우리의 삶은 콘트라베이스의 낮은 울림과도 같다. 1995년 배우 명계남에 의해 국내 초연 된 이래 여전히 작품이 애틋함으로 다가오는 것은 아직도 달라지지 않은 소시민의 낮은 울림 때문일 것이다.

다가 갈 수 없는 사랑, 애절한 러브 스토리
연주가 끝날 때 까지 두 손의 굳은 살이 찢어져 피가 흐를 때 까지 연주하지만 자신만을 위한 갈채 한 번 기다리지 않는 콘트라베이스 주자. 그러나 결코 연주자로서의 신세타령을 하기 위해 무대에 서는 것은 아니다. 온 마음과 열정을 다해 메조소프라노 가수 ‘사라’를 사랑하고 있으나, 정작 그녀는 이 콘트라베이스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다.

자신의 존재를 알릴 방법조차 없는 주인공은 철저한 계급조직으로 이루어져 있는 오케스트라 조직구조 안에서의 콘트라베이스라는 위치가 더더욱 처절하게 다가온다.

그런 콘트라베이스 주자가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을 생각해 낸다.
비록 자신은 오케스트라라는 계급사회에서 파면을 당하더라도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겠다며 연주회장으로 걸음을 옮기는 연주자. 그의 사랑은 과연 전달 되었을까?

◈ 공연개요
◈ 공 연 명 : 모노드라마 명계남의 마지막 <콘트라베이스>
◈ 공 연 일 : 2013년 6월 14일(금)~2013년 7월 14일(일)
             화~금 8시 / 토 3시,7시 / 일 2시,6시 / 월 쉼  
                  (단, 7월3일 수요일 오후 3시 공연있음)
◈ 공 연 장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
◈ 관 람 료 : 일반 40,000원 / 학생 30,000원

◈    작    : 파트리크 쥐스킨트(Patrick Sukind)
◈ 번    역 : 유혜자
◈ 연    출 : 김태수
◈ 출    연 : 명계남
◈ 스 태 프 :    무대감독 윤성만, 제작진행 홍승오,
                         회계책임 신정임, 무대디자인 천소영 김다정
                        조명디자인 이상근, 프로듀서 정유란
◈ 주     최 : 극단 이다
◈ 기     획 : ㈜문화아이콘
◈ 예     매 : 인터파크, 옥션티켓, YES24, 대학로티켓닷컴
◈ 문의전화 : 1666-5795
rarainy@sisakorea.kr , black@lull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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