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를 갖고 미국을 위협하는 북한 지도부가 남한에서 올라간 문화예술인들의 공연을 보고 감격의 눈물과 “우리는 하나다”란 생각을 가졌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많은 사람들은 두 가지 상이한 반응을 보낸다.
“평양의 밤은 뜨거웠고, 우린 하나이고 봄은 왔습니다”
“뭐시기? 봄이 왔다고? 추워죽겠는데 무슨 봄이야 어디서 봄이 왔다고 그래? 그따위 말은 날래 집어치우시구라우 , 평양이 뜨거웠다지만 뜨겁다고 해서 봄이 온 것은 아니무네”
그렇기는 하다. 뜨겁다고 봄이 왔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봄이 어느 사이 우리 곁에 가까이 왔음을 아니, 이미 와 있는지도 모르지만 “안 클카우?”
3월의 마지막 날을 지나치는 날 대학로 콘테츠그라운드에서 진행 한 창작뮤지컬 언더그라운드 프레스콜 하이라이트 시연과 배우들과 스텝진이 참여한 기자들과 질의응답 까지 마치고 극장을 나설 때 참 많은 생각을 갖고 극장을 떠나고 있었다. 한 동안 조금 멍하다고 했을까? 아니
조금 거창하게 황당해서 두 달 전 연재한 ‘한국 최초의 뮤지컬은 무엇무엇이 아니고 무엇 무엇이다’의 여파일련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건 그런 것이 차곡차곡 쌓여있다 뮤지컬 ‘언더그라운드’를 본 후 한 번에 분수처럼 솟구쳤고 한 번에 화산처럼 터져버렸는지 모르겠다.
뮤지컬은 이러저러한 것이다 란 정의가 나도 모르게 나도 갖고 있었고 그것을 벗어난 이 작품을 본 후 황당하다가 당황하다가 어느 사이 내 생각을 수정하며 차분하게 받아들이면서도 이 작품이 갖는 형식, 요소 , 음악적 완성도 , 참여배우들의 연기완숙도 등을 체크하며 나름대로 싸우고 있었다.
한국 최초의 뮤지컬은 무엇인가를 말할 때 우린 흔히 예그린 악단의 살짜기옵서에를 꼽는다.
그런데 취재과정에서 그것이 아니었고 그 보다 3개월 이전에 국립극장(명동에 있던 최초의 국립극장) 무대에서 외국 약품회사의 후원과 자금지원 및 당시 한국일보사의 후원과 30인조의 빵빵한 라이브 연주로 뮤지컬이란 장르를 프로그램으로 박고 올려진 작품이 있었다. 그 연출가는 여러분도 모두 잘 알고계시는 ‘행진’을 부른 가수 전인권의 큰형 전세권 연출가이다. 그런 것은 이미 제가 쓴 다른 기사에서 찾아보면 있으니 생략하지만, 아무튼 그 여파가 이 작품을 기화로 터진 것만은 틀림이 없을 것이다.
창작뮤지컬 언더그라운드는 현재 취재하지 않았다. 작.연출을 만나고 참여배우를 만나고 제작사를 만나고 연습과정에서 있었던 에피소드 등을 취재하고 등을 해야 작품에 대해 말할 수 있겠지만 , 단순히 80여 분 간 진행된 프레스콜 하이라이트 시연장면을 보고서도 기사를 써야 하는 처지라면 상황이기에 (라기 보다는 충격에 의해 자동반사적으로 이 공연을 생각하게 됩니다 라고 고백합니다),
창작 뮤지컬 언더그라운드는 보면서 머리를 스쳐간 작품이 먼저 극단 그림연극의 브레히트 작 ‘서푼짜리 오페라’ 였고, 이후 어느 배우의 대사에서 “그러면 안되잖아유” 하는 대사는 이윤택 연출로 본 일본 조용한 연극의 계승자 ‘히라타 오리자’의 작품을 연희단거리패 배우들이 연기했던 ‘서울1919’가 스쳐갔다. 아베코보의 조용한 연극을 계승한 히라타 오리자는 ‘서울 1919’에서 일본 쓰모선수 카이가타게 역의 곽병규 배우 대사,어감,성조가 닮았다.
공연을 촬영하는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던 생각은 ‘이것 창작인데 많은 부분을 타 작품 또는 현실 속에서 인구에 회자되는 유행어 들을 극에 끌고 오면서 생소화 효과와 함께 친근감을 동시에 잡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분명 처음 보는 공연임에도 낯설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브레히트가 요청한 이화, 거리두기, 낯설게하기 등으로 극 상황과 현실 속 프레임에 갇혀있는 본인 자신을 자꾸 비교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 브레히트적이란 수식어는 흔히 ‘기호들의 정치학을 지시한다. 이때 무대와 텍스트는 미학적이자 (재료나 무대예술을 고정시키는) 정치적인(실재를 수동적으로 모방하는 대신에 실재를 비판하는) 기호체계로 현실에 의미를 부여하려는 모든 연극종사자들의 실천적 작업이 드러나는 장소이다. 브레히트식 체계는- 반드라마적(서사적), 사실적 또는 변증법적(동화작용이나 소외효과 같은 상호모순적인 원리들의 결합) 양상을 강조하는 점에 비추어 볼 때 – 연출목록을 제시한다거나 하는 경직된 사상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 그것은 반대로 시대의 요구에 따라, 그 시대에 합당한 이념적 문맥 속에서 작품을 올리는 것을 허용한다. 그럼에도 많은 극단들과 젊은 작가들이 브레히트의 미학적 원칙들을 사용하여 현실을 역사적으로 만들려고 하지 않고, 브레히트식 ‘스타일’ - 이를테면 어떤 타입의 재료와 색채, 가난한 무대,거리를 둔 연기-을 무비판적으로 모방하는데 만족하고 있다는 점도 사실이다. 그로 인해 ‘브레히트식’이란 수식어에는 두 가지 의미가 부여되는데, 하나는 브레히트식 방식을 ”제대로 이어가고 있다“는 찬사를 보내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현대 연극과 이미 고전이 되어버린 ‘가엾은 브레히트’와의 불편한 관계를 강조하기 위해 모욕적이며 조롱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한국연극사에서 브레히트를 갖고 많은 작품들이 올려졌었다. 기억나는 것은 하이네 뮐러 작품이 조금 많이 있다. “난해하기는 해도 참 재미있게 봤다” 는 평이 식자들에 의해 많은 회자되고 지금도 기억 된다.
본 작품 뮤지컬 언더그라운드는 한 발 더 나갔다. 아예 하느님이 되기로 작가이자 연출은 작정했고 치밀한 계산을 갖고 연극과 현실을 양팔무게를 사용해서 적당히 비율을 맞추고, 관객들의 재미와 흥미 보여 줄 꺼리의 비위도 맞추고 브레히트가 된 것이다.
흉내 낸 것이 아니라 브레히트가 와서 공연한 것 같다.
그런데도 필자에게는 뮤지컬의 정의에서 과연 이 작품이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인가에 관한 물음에는 아직 해답이 없다.
한국 최초의 뮤지컬은 무엇인가에서 전제조건이었던 뮤지컬의 형식과 양식에는 부합된다.
부합되면 됐지 뭘 또 생각하슈 하면 할 수 없지만 뭔가 정말, 약간, 아주 조금, 쬐금. 아쉬운 것이 있기는 하다.
아무튼 그런 이야기는 학자들끼리 많이 싸우시고요. -(오해하시지 마세요. 지금 쌈 하는 걸로 주제를 잡고 이야기 하고 있잖아유~“)
또 배우 혁주를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 오해하지마시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고, 대화조차 한 적이 없다. 순전히 공연 중 내용과 배역을 갖고 이야기 하는 것이다. (미투 주의? 미투!)
뮤지컬 배우 혁주 시장 역으로 열연하고 있다
분장을 지운 후 뮤지컬 배우 혁주 "같은 사람 맞습네까?"
▲ 프레스콜 당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할 때 질문에 귀 기울이는 모습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봄이 왔습니까? 아직 오지 않았습니까?
뮤지컬 언더그라운드에서 쌈하는 사람은 ‘봄’과 ‘메이컵’ 시장이다. ‘싸일런스’와 ‘스위트프링글스’는 일단 방관자로 출발하여 이 싸움에 동참하긴 한다.( 스위트프링글스가 결말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련지는 공연을 끝까지 보지 않았기에 알 수 없다. 하이라이트 시연에서는 ‘봄’에 의해 꼬임(?)을 당해(순진한 남자 하나 또 보내는군- 영구 생각) 메이컵 시장에게 대항하는 정어리 편에 서는 것으로 표현된다. ‘싸일런스’ 역시 ‘봄’에 의해 ‘마음 속의 소리를 들어봐요 어쩌고 저쩌고 드러와 들어와~에 홀딱 넘어가 변절자가 되지만 추락해서 죽는지 어쩐지 생사는 모르지만 거기까지가 하이라이트 부분이어서 이 이상의 진행은 모르겠습니다)
‘봄’은 봄 대로 뚜렷한 신념이 있다. 그래서 ‘봄이 왔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메이컵 시장으로 분장한 혁주 뮤지컬 배우도 지지 않는다.
뚜렷한 자기주장과 제3자가 이해하고 수긍할 수 있는 시장으로써 이 시(市)를 지키고 보존하고 발전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는 주장을 목에 울대가 시소 타며 핏대를 세워 최고점에 올라설 때 까지 굽히지 않고 주장하며 자기가 가진 권위와 권능을 이용해서 ‘봄’을 제압하려 한다.
“제압과 항거”가 ‘봄’을 중간에 두고 서로 다툰다.
봄이 왔어요. 봄은 왔어요.
봄이 어디 왔어요? 봄이 보이나여? 보여줘봐요? 봄은 아직도 오지 않았어요.
고도는 왔나요? 고도도 오지 않았잖아욧 매일 소년을 보내고는 내일은 온데요 했지만 어디 왔나요? 그렇게 말한다면 기독교가 말하는 하나님은 왔나요 (에이 그 이야기는 하지말죠 네.)
아무튼 봄이라는 하나의 것을 갖고 한 분은 왔다고 하고 , 다른 분은 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Yes or No, 흑과 백, 적과 동지, 남과 님, 문과 곰, ...등등
아무튼 이 작품은 여러 가지 관점에서 현대인에게 관극이 필요한 작품입니다. 우선 당신이 갖고 있는 어떤 갇혀있는 또는 굳어있는 사고에 대한 터닝 포인트를 제공할 수 있는 공연입니다.
여러분이 갖고 있는 공연과 뮤지컬에 대한 정의와 환상을 깨면서도 동시에 만족과 충족시켜줄 테니까요. 이렇게 말하면 공연을 다 보지도 않았으면서..하는 필자의 히브리스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으시겠지만.
혁주 배우의 자기 정당화 또는 자기 주장을 들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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