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반 베르크의 '보체크' Wozzeck
문예당 | 입력 : 2007/06/11 [21:02]
‘알반 베르크의 '보체크'로 현대 오페라는 시작된다. 음악의 새로운 세기를 연 도발적인 문제작! 기존의 조성 체계를 벗어나 무조적인 기법으로 쓴 최초의 오페라. 충격의 미학, 혼재된 시선 , 정제된 선과 색채 ,‘미니멀한 표현주의’ 국립오페라단(예술감독: 정은숙)은 20세기 현대 오페라의 시작을 알린 알반 베르크의
<보체크 Wozzeck>를 오는 6월, LG아트센터에서 한국 초연으로 올린다.
이번 공연은 국내에서 자주 공연되지 않는 희귀 레퍼토리를 소개하는 국립오페라단
‘마이 넥스트 오페라(My Next Opera)’의 첫 번째 무대다.
오페라 <보체크>는 독일의 대표 작가 게오르크 뷔히너(Georg Büchner)의
희곡 <보이체크>를 원작으로 작곡가 알반 베르크(Alban Berg)가 완성하여
1925년 독일 베를린 국립오페라(Berlin State Opera)에서 초연한 급진적인 현대 작품이다.
내용면에서는 자신의 정부를 살해한 군인이 의학적 소견만을 근거로 공개처형 당한 실화를
고발한 사회극이며, 형식면에서는 전형적인 표현주의 작품으로 특히, 기존의 조성 체계를
벗어나 무조적인 기법으로 쓴 최초의 오페라다.
드라마 구조와 음악적 전개가 완벽한 조화를 이뤄 기존의 오페라나 바그너의 악극보다도
한 단계 앞선 형태를 선보여 초연 이후 세계 음악사에 큰 반향을 일으키며 퍼져나갔다.
연극 <보이체크>로 국내 무대에 자주 올려졌으나 오페라로서는 처음이다.
지휘자 정치용은
‘현대 오페라, 그것도 익숙하지 않은 무조 음계를 사용한 음악을 감상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선입견을 버리고 장르의 특성을 이해한다면 색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가까운 영화의 예를 들자면, 멜로가 있다면 스릴러와
코메디 그리고 독립영화도 있다. 멜로가 사랑의 달콤함을 이야기한다면, 이번 작품은
삶의 또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이번 국립오페라단이 선보이는 <보체크>는 한 인간의 충격적 실화로 발기된 사회적 문제를
지금의 동시대적 관점에서 접근한다. 이는 200년 전의 사건이지만, 현재와 연결되는
주제적 특성을 살려 지금의 ‘소통 언어’로 투영하는 것이다.
권력과 자본이 만든 사회의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부속품처럼 존재하는 소시민이
비도덕적 상황에 노출되면서 파괴되는 과정을 최소의 재질만을 살린 미니멀리즘 양식의
표현주의로 선보인다.
사회를 들여다보는 오페라, 그러나 지극히 개인적인 공연으로 현재의 이야기를 털어낸다.
연출가 양정웅은
‘극이 현대 사회를 치환하고 있지만, 서사적인 해설이 아닌 이미지로 극을 이끌 것이다.
관객 개개인의 해석에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비유와 상징을 통해 시적으로
표현하고자 한다.’며 이미지적 연출에 대한 입장을 강조하며
‘<보체크>는 연극보다 더 연극적인 오페라다.
철학적이며 사회적인 작품이지만 또한 열린 구조를 통해 구현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어 어떤 작품보다 흥미롭다.’고 말했다.
또한 조형성이 강조된 무대는 알루미늄, 철판, 콘크리트로 겹겹의 아치를 이루고 상황에
따라 나무와 물 등 자연적 요소를 대비하여 극과 극의 충돌을 보인다.
무대·의상디자이너 임일진은
‘장식을 배제하고 각각의 재질을 그대로 살린 미니멀리즘을 통해 사건의 진실과 직면하게
했다. 마치 흑백사진 속에서 선명한 칼라를 발견한 듯 대비되는 이미지의 충돌을 통해
정서적 혼란을 극적으로 표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현대무용가 홍승엽(댄스씨어터온 대표)이 안무가로 합세하여 캐릭터의 움직임을
새롭게 뽑아내 언어화하는 작업을 통해 배역의 심리 상태를 대변한다.
이는 단순히 ‘무용’이 아니라 방향, 위치, 이동에 대한 본질적인 접근으로 기존 오페라
무대에서는 드문 시도다.
주목할 점은 지난 해 국립오페라단의 창작 오페라 <천생연분>에서 평단과 관객의 찬사를
동시에 자아낸 지휘(정치용), 연출(양정웅), 무대미술가(임일진)가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
과감한 스케일과 세밀한 전개가 바탕을 이룬 지휘자 정치용이 원곡의 4관 편성을
37인조의 독일 에버하르트 크로케(Eberhard Kloke) 버전으로 전환하여 TIMF앙상블을 이끈다.
연극, 오페라, 발레 등 장르를 넘나드는 호연으로 현재 국내에서 가장 바쁜 연출가
양정웅은 이미 ‘폴란드 단스크 셰익스피어 페스티벌’, ‘이집트 카이로실험연극제’,
‘영국 바비칸 센터’ 등 세계무대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번에는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관객과의 열린 소통의 무대를 제시한다.
이를 위해 선택된 디자이너는 단연 천생연분의 꿈의 공간을 만들어낸 임일진이다.
이미지가 극을 이끄는 이번 작품에서는 절제된 감성과 과학적 구도로 충격적인 공간을
미학적으로 완성한다.
폭력적인 사회 속 억압 받은 약자의 모습을 극적으로 표현해낼 ‘보체크’역에는
국립오페라단의 상근단원인 바리톤 오승용이 맡아 열연한다.
지난 3월 국립오페라단의 <아이다>에서 아모나스로 역으로 ‘드라마틱하면서도 격조 있는
음색으로 침묵하는 순간에서도 심금을 울리는 연기를 선보였다’는 평을 받았다.
이번 무대에서 독일을 중심으로 활동한 연기파 가수 김종화가 같은 역으로 경합을 벌인다.
이 외에 메조소프라노 김선정, 소프라노 이지은, 테너 이인학, 임제진, 베이스 함석헌,
김진추 등 차별화된 실력파 가수들이 합세하여 한국 초연의 감동을 더한다.
이번 공연은 무엇보다도 높은 예술성에도 불구하고 국내 무대에 소개되지 못한 오페라의
상연을 이끄는 새로운 기획에 초점이 있다.
국립오페라단은 오페라 <보체크>를 시작으로 해마다 선보일 이번 ‘마이 넥스트 오페라’
시리즈를 통해 기존의 이탈리아 오페라 위주의 한정적인 레퍼토리가 대부분인
국내 오페라 시장의 갈증 해소에 나선다. 이로써 폭 넓고 다양한 레퍼토리 확산과
시장의 선진화를 이끌 것이다.
내년에는 조르주 비제의 오페라 <진주조개잡이 Les Pecheurs de Perles>로 이어진다.
한국 초연
20세기 아방가르드 스타일
‘알반 베르크의 <보체크>로 현대 오페라는 시작된다’
희귀 레퍼토리를 소개하는 국립오페라단의 ‘마이 넥스트 오페라’ 첫 번째 무대는 단연 오페라 <보체크>다.
음악의 새로운 세기를 연 도발적인 문제작!
현대 음악은 어렵다는 선입견?
사고하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국내 오페라의 레퍼토리가 진화한다. 이탈리아의 베르디와 푸치니 위주의 한정적인 레퍼토리로 세계의 오페라 무대와 비교되던
국내 시장에 오페라 <보체크>는 기획 자체만으로도 반가운 희소식이다.
이번 프로덕션은 국내 무대에 소개되지 않은 현대 작품이나 높은 예술성에도 불구하고
자주 공연되지 않은 작품의 공연을 이끄는 ‘마이 넥스트 오페라(My Next Opera)’의
첫 번째 시리즈다.
첫 무대는 단연 오페라의 현대를 열게 한 역사적인 <보체크>다. 1837년 발표한 게오르크
뷔히너(Georg Buchner)의 희곡을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보이체크>라는 제목의 연극으로는
몇 차례 한국에 올려졌으나 오페라로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오페라 <보체크>는 20세기 초반 근대, 현대 음악이 낭만파 음악의 형태를 벗어나
인상주의, 표현주의, 무조 음악, 12음 음악의 흐름으로 변화되는 과도기적 시점에 발표된
주요작품으로 새로운 음악의 활로를 개척하기 위한 예술가의 도전성이 급진적으로
강조되어있다.
무엇보다도 음악의 감정적인 면을 우선으로 하는 표현주의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양식은 거친 불협화음과 무조로 구성되어있다.
무조음악의 창시자 아놀드 쇤베르크(Arnold Schönberg)를 이어 현대적 음색을 오페라에
사용한 알반 베르크(Alban Berg) <보체크>의 한국 초연은 지난 50여년간 이어진
국내 오페라 역사상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며, 이후 폭 넓고 다양한 레퍼토리의 확산을
통한 시장의 선진화를 이끌어 낼 것이다.
2008년 ‘마이 넥스트 오페라’는 조르주 비제의 오페라
<진주조개잡이 Les Pecheurs de Perles>로 이어진다.
[작품-오페라 보체크]
억압받은 자의 시선
언어상실시대의 소통기호
‘저항할 수 없는 모든 이들에게’
나치에겐 ‘타락한 예술’로, 우리에겐 ‘천재적 예술’로 남은 작곡가 알반 베르크는
쇤베르크, 베베른과 함께 현대 음악사의 큰 축이다.
애인을 살해한 청년의 굴욕적 실화를 바탕으로
게오르크 뷔히너가 쓴 실존적 희곡 <보이체크>를 만난
베르크는 오페라 <보체크>로 또 한번 청년의 혼을 달랜다.
베르크가 예수의 입을 빌어 외친다.
불쌍한 아이들아, 모두 내게로 오라.
오페라 <보체크>는 독일의 작곡가 알반 베르크(Alban Berg)가 게오르크
뷔히너(Georg Büchner)의 희곡 <보이체크Woyzeck>를 원작으로 1925년에 독일 베를린
국립오페라에서 초연한 현대 오페라로 폭력적인 사회 속 억압 받는 약자의 모습을 세련된
표현과 격렬한 감정 표출로 승화한 파격적인 표현주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상관에게는 천대받고, 의사에게는 실험동물처럼 취급당하는 하급병사가,
누구와도 소통하지 못하는 세계에서 정숙하지 못한 아내를 죽이고 자기도 죽는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뷔히너에게 충격적인 극의 소재를 제공한 것은 1824년 독일에서 일어난 실제 살인 사건이다.
애인을 살해한 청년에 대한, 범죄 당시의 정신 의학적 수사는 그 청년을 감정한 한 의사의
‘정상’이라는 소견만으로 종결, 곧바로 공개 처형이 집행된다.
당시 의학을 공부하던 작가 뷔히너는 거대 사회 속 무지한 소시민의 이 같은 비극에 대해
청년의 이름을 딴 <보이체크>라는 희곡을 쓰게 된다.
작곡가 알반 베르크는 1914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연극 <보이체크>를 감상한 후 뷔히너의
충격에 동감하게 된다.
공연이 끝난 후 극장을 나서면서 ‘이 사건을 음악으로도 남겨야 한다.’라는 굳은 다짐
후 드디어 1925년 베를린 국립오페라에서 뷔히너의 희곡을 바탕으로 베르크가 개작하고
곡을 붙여 오페라 <보체크>의 이름으로 세계 초연하게 된다.
(제목이 ‘보이체크’에서 ‘보체크’로 바뀐 것은 초고 당시 알아보기 힘든 뷔히너의
필체로 이후 출판을 거듭하면서 생긴 오류라는 설이 있다.)
알반 베르크는 오페라를 위해 뷔히너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미완성인 원작 <보이체크>를
보다 정교하게 정리했다. 기존 20여개의 장면을 15장으로 정리하고 각 막별로 5장을
연결하여 총 3막 15장의 과학적인 구조를 만들었다.
1막에서는 성격적인 기악곡 형식, 2막에서는 교향곡 형식, 3막에서는 즉흥곡 형식을
도입하여 빈틈없는 극의 전개와 음악적 구성으로 완벽한 오페라를 완성하였다.
이것은 일찍이 오페라의 혁명가 바그너조차도 도달하지 못했던 업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무조음악’과 ‘12음 기법’을 창안하여 세계 음악계의 흐름에 획기적인 반전을 가져온
아놀드 쇤베르크(Arnold Schönberg)와 안톤 베베른(Anton von Webern)과 함께
알반 베르크는 신빈악파로 불린다.
기존의 음계가 아닌 무조성의 방식을 따르는 최초의 대편성곡인 오페라 <보체크>가
완성되자 처음에 불가능하다며 반대했던 스승인 쇤베르크는 ‘진정한 음악극이 탄생했다.’
라며 극찬했다고 한다.
이 작품은 기존의 조성 체계를 벗어나 무조적인 기법으로 쓴 최초의 오페라다.
이는 근대, 현대 음악이 낭만파 음악의 형태를 벗어나게 되는 전환기의 주요한 획으로
기록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극의 전개와 음악적 구성이 일치하기 어려운 오페라의 한계를 극복하여
역사상 가장 완벽한 현대 오페라로 추앙받고 있다.
그러나 관객 입장에서는 그 역사적인 초연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음악은 어렵다’는
선입견이 지배적이다.
관객 접근성에 대해 지휘자 정치용은
‘사실 현대 오페라, 그것도 익숙하지 않은 무조 음계를 사용한 음악을 감상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어렵다는 선입견이 더욱 감상을 난해하게
하는 것일 수 있다. 선입견을 버리고 장르의 특성을 이해한다면 색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클래식 장르가 그렇듯 내용을 미리 숙지하고 감상의 채비를 하면 강한 표현 속에서도
음악과 내용에 친밀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하면서 이해를 위해 영화의 예를
들어 거듭 설명했다.
‘가까운 영화의 예를 들자면, 멜로가 있다면 스릴러와 코메디 그리고 독립영화도 있다.
멜로가 사랑의 달콤함을 이야기한다면, 이번 작품은 삶의 또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국립오페라단 프로덕션]
충격의 미학, 혼재된 시선
정제된 선과 색채
‘미니멀한 표현주의’
‘스타일’이 산다. 이미지가 극을 이끈다.
조형성이 강조된 무대는 겹겹의 아치가 분위기를 제압하고
재질을 살린 다양한 메소드가 폭발하는 표현주의를 대변한다.
장면 하나하나가 뭉크에서 피카소까지 각각의 그림이 된다.
[연출]
이번 공연은 줄거리나 내용보다 그를 바탕에 둔 본래의 의도를 따라야 하는데 감상의
포인트가 있다.
줄거리 상으로는 ‘3류 치정극’이지만, 그것이 쓰이게 된 계기(실화)와 진정한 의도는
200여년이 지난 지금의 우리 현실과도 만나는 ‘권력과 자본 그리고 도덕’에 대한 환기다.
권력과 자본이 지배하는 사회라는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도덕을 가장한 비인간적인
폭력으로 절망하는 한 인간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돌아보게 하는데
이번 공연의 초점이 있다.
개인이 사회의 부속품처럼 존재하는 비극적 상황을 노출함으로써 시대를 초월한
혼돈의 인간상이 현재의 우리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연출가 양정웅은
‘이 작품은 철학적, 사회적, 급진적, 실험적이다. <보체크>는 연극보다 더 연극적인
오페라다. 파격적인 모든 표현을 모아도 부족할 만큼 충격적인 극이다.
그래서 관객에게는 어렵게 느껴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본질은 아주 가까이 있다.
바로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 다른 사람도 아닌 바로 자신의 이야기다.
그것을 구현하는 것이 이번 연출의 목표다. 사회에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가정에서도 소통할 수 없는 꽉 막힌 상황 속에서 극단으로 치닫는 한 인간의 비극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지금도 끝나지 않은 주제다.
이렇듯 극이 현대 사회를 치환(置換)하고 있지만, 서사적인 해설이 아닌 이미지로
극을 이끌 것이다. 관객 개개인의 해석에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비유와 상징을 통해
시적으로 표현하고자 한다.’며 특유의 이미지적 연출에 대한 입장을 강조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극 중에서 ‘보체크’ 위에 끊임없이 군림하며 위압적 상황을 연출하는
‘대위’는 자본을, 생체 실험 대상으로 지원하여 돈을 벌어보겠다는 ‘보체크’에게
특정한 음식만 먹게 하고 일련의 규칙을 정해 따르게 하는 등 비인간적인 행태를 자행하는
‘의사’는 권력을 상징한다고 설정했다.
그러나 설명적인 의상과 상황이 아닌 ‘시적’ 의미만 부여한다.
중요한 것은 ‘동시대성’이다.
1824년 뷔히너가 실존인물 ‘보이체크’의 실화에서 받은 충격과 1914년 베르크가
뷔히너의 연극 <보이체크>를 보면서 느낀 경악이 2007년 오늘을 사는 우리가 만난 오페라
<보체크>의 혼돈과 일치하게 하기 위해서 시간과 공간이 열린 ‘지금’의 언어로
말하고자 한다.
‘어떻게 저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에서 ‘어쩌면 내 얘기일지도 몰라’로 통합되는
과정에서 공감하면서도 받아들일 수 없는 충격적 실화가 공개된다.
[무대미술]
목표는 ‘표현’이다.
무대는 ‘이미지의 충돌과 소통하지 않는 메소드’로 가득하다.
가공하지 않은 최소의 재질만으로 완성되는 무대는 미술적인 의미에서의 미니멀리즘
(Minimalism)을 표방한다.
한마디로 ‘표현적 미니멀리즘’이다.
무대는 크게 사회적, 자연적, 개인적 공간으로 나뉜다.
세 공간의 극명한 시각적인 격차가 혼란으로 얼룩진 상황을 대변한다.
먼저 ‘사회적 공간’은 보체크가 처한 가학적 시스템을 보여주기 위해 삭막한 알루미늄,
철판, 콘크리트로 겹겹의 아치를 이루어 완성한다.
이 아치는 장면에 따라 유동적으로 움직이며 분위기를 형성한다.
여기에 마리와 보체크의 죽음 등의 묘사를 나무와 물로 표현하여 ‘자연적 공간’을
대비, 극과 극의 충돌을 보인다.
마지막으로 ‘개인적 공간’은 마리의 집이다.
사회에서도 자연으로부터도 쫓기는 보체크가 유일하게 머무는 곳이지만, 이곳조차도
소통할 수 없는 마리의 독자적인 공간으로 묘사된다.
무대 중앙의 회전 무대를 양분하여 집 안과 밖을 전환한다.
무대·의상디자이너 임일진은 ‘장식을 배제하고 각각의 재질을 그대로 살린 미니멀리즘을
통해 사건의 진실과 직면하게 했다. 여기에 마치 흑백사진 속에서 선명한 칼라를 발견한 듯
대비되는 이미지의 충돌을 통해 정서적 혼란을 극적으로 표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기본 재료가 되는 것은 ‘표현적 미니멀리즘’이다.
동시대를 표출하면서도 꿈꾸며 동경하는 또 다른 세계를 대조적으로 펼쳐내어 ‘사회를
들여다보는 오페라’를 완성한다.
[움직임]
현대무용가 홍승엽(댄스씨어터온 대표)이 안무를 맡았다. 지휘자가 소리를 끌어낸다면,
이번 공연의 안무가는 무대 위 곳곳의 움직임을 끌어낸다.
그동안 LG 아트센터와 공동으로 <아큐>, <섀도우 카페>, <두 개보다 많은 그림자> 등
다수의 무용극을 선보여 클래식계에 있어서 드물게 고정 마니아 관객을 보유하고 있는
홍승엽은 인간 내면의 다중적인 갈등구조를 진지하고도 예술성 넘치게 다루어 추상화된
현대적 감각을 통한 세련미를 널리 인정받은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무용가다.
시적 율동언어를 무용에 담는 안무가 홍승엽이 처음으로 오페라 무대에 승부수를 던졌다.
이번 작품에서는 캐릭터의 움직임을 새롭게 뽑아내 언어화하는 작업을 통해 배역의 심리
상태를 대변한다.
이는 단순히 ‘무용’이 아니라 몸의 움직임과 리듬, 신체자세에 대한 포괄적이며
심도 있는 해석이 될 것이며, 방향, 위치, 이동에 대한 본질적인 접근으로 기존 오페라
무대에서 보기 드문 시도를 선보인다.
그는 ‘무용수를 통해 안무하는 것 뿐 아니라 오페라 가수의 동선까지도 책임진다.
물론 가수들이 신체 움직임에 대한 훈련이 없었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오페라는 그 음악적 특성으로 움직임 자체가 이미 일련의 운율을 담고 있기 때문에
해볼만한 시도가 될 것이다.
과장된 연기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마임 같이 단순한 부분부터 출발한다.
이번 작품을 통해 무용이 언어화되어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라며 포부를 밝혔다.
연극 같은 오페라, 무용 같은 오페라, 더 나아가 오페라다운 오페라가 펼쳐진다. [HISTORY]
1824년
독일 라이프치히, 요한 크리스티안 보이체크
애인살해 혐의로 정신 감정을 의뢰했으나 정상이라는 의학적 소견으로 공개처형
1837년
실화를 바탕으로 작가 게오르크 뷔히너가
억압적인 사회에 대한 고발을 담은 희곡 <보이체크> 집필, 24세로 요절
1914년
작곡가 알반 베르크가 연극 <보이체크> 감상 후 오페라 작곡 결심
‘이 사건을 음악으로도 남겨야 한다!’
1922년
20세기 아방가르드 스타일
오페라 <보체크> 완성
1925년
세계 초연, 베를린 국립 오페라
2007년
한국 초연, 국립오페라단
초연 : 1925년 12월14일
독일 베를린 국립오페라(Berlin State Opera)
대본 : 게오르그 뷔히너(Georg Buchner) 의 미완의 희극 [보이체크 Woyzeck]를
베르크가 각색 1막
이른 아침. 보체크는 대위의 수염을 깎고 있다. 대위는 그가 도덕성이 결여되어 있다며
그를 비난한다. 보체크는 덕망 있게 산다는 것은 부자들에게나 쉬운 일이라고 대답한다.
넓은 들판에서 나무를 자르고 있는 보체크와 안드레스, 보체크에게 여러 가지 환각이
보인다.
집에 있는 마리는 창가에서 군악대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있다.
군악대장이 그녀에게 신호를 보내면 마리는 창문을 닫아 버리고 아이에게 자장가를 불러
준다. 보체크가 돌아와 낮에 있었던 이야기를 하자 마리는 불안해진다.
돈을 조금 더 벌기 위해서 보체크는 의사의 생체 실험 대상이 되어 끈질긴 실험에 시달린다.
의사는 편안한 보금자리의 대가라며 그를 위협한다.
한편, 군악대장이 마리 앞에서 보란 듯이 재고 있다. 마리는 그를 밀쳐내지만
결국은 집에 받아들인다.
2막
마리는 군악대장이 선물한 귀고리를 해 보고 흡족해 한다.
보체크가 귀고리에 대해서 따져 묻고는 그녀에게 급료를 주고 가버린다.
길에서 의사와 대위가 보체크를 불러 세운 후 마리의 부정을 놀려대고, 보체크는 마리에게
달려가 그녀에게서 외도의 증거를 찾으려고 한다. 그리고 그녀를 때리려고 손을 든다.
그녀가 맞을 바에야 차라리 칼에 찔리는 것이 낫다며 소리를 지르자 그는 아연실색해 멈춰
선다.
여관에서 보체크는 군악대장과 춤을 추는 마리를 쳐다보고 있다.
한 미치광이가 그에게 다가가 피 냄새가 난다고 말한다. 또한 병영에서 보체크가 환각에
사로잡혀 신음 소리를 낸다.
술에 취한 군악대장이 보체크를 약 올려 두 사람은 격투를 한다.
3막
마리가 성서에 나오는 막달라 마리아 이야기를 읽고 있다.
보체크가 마리를 호수가 근처로 데리고 온다.
그녀에게 키스를 한 후에 그녀의 목을 칼로 찌른다.
여관에서 보체크가 술을 마시고 춤을 춘다.
마르그레트가 보체크의 손에 묻은 피를 보게 되고, 보체크는 도망친다.
호수가로 돌아온 보체크는 칼을 물 속에 던져 버리고 몸에 피가 묻었다고 생각한 채
물 속으로 들어가 익사한다.
마리의 집 앞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다.
그 중에 한 아이가 마리의 아들에게 엄마가 죽었다고 말한다.
아이는 놀이를 계속한다.
예술감독: 정은숙 지휘: 정치용 연출: 양정웅 합창지도: 나영수, 고성진
보체크 Wozzeck : 오승용, 김종화
마리 Marie : 김선정, 이지은
군악대장 Tambourmajor : 임제진, 김경여
대위 Hauptmann : 이인학, 황태율
의사 Doktor : 함석헌, 김진추
안드레스 Andres : 박 웅
마그레트 Margret: 박희라
도제직공 1 : 정동열
도제직공 2 : 강성찬
백치 : 최상배
병사 : 이준재
국립오페라합창단
TIMF 앙상블
[제작, 출연진]
적역 캐스팅, 적격 앙상블
다시 모인 오페라 드림팀
국립오페라단 <천생연분>의 갈채를 모은 지휘, 연출, 무대미술가가 다시 뭉쳤다.
그들의 드라마가 또다시 펼쳐진다.
과감한 스케일과 세밀한 전개가 바탕을 이룬 지휘자 정치용이 이끄는 원곡의 4관 편성을
37인조로 전환한 TIMF앙상블의 변신이 주목할 만하다.
영국 에딘버러, 폴란드 단스크, 이집트 실험연극제 등 세계가 인정한 연출가 양정웅은
이미지와 미장센이 조화를 이룬 세련된 무대를 다시 한번 선보일 것이다.
미술감독 임일진은 절제된 감성과 과학적인 구도로 강렬한 메시지를 전한다.
여기에 바리톤 오승용, 김종화, 메조소프라노 김선정, 소프라노 이지은 등 차별화된
실력파 가수들이 한국 초연의 감동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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