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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자 발레단 '삼륜자전거를 타고'

문예당 | 기사입력 2003/05/23 [00:14]

박인자 발레단 '삼륜자전거를 타고'

문예당 | 입력 : 2003/05/23 [00:14]


페르난도 아라발 희곡 「환도와 리스」와 「삼륜 자전거」를 텍스트로

아라발 시대의 악몽과 우리들이 처해있는 현실을 발레화했다.



박인자 발레 2003 『삼륜 자전거를 타고』


박인자 발레 2003

『삼륜 자전거를 타고』


일시 / 2003년 6월 24일(화) 오후 7시 30분

장소 / 문예회관 대극장

공연기획 MCT





1. 공연개요        

  
공연명        박인자 발레 2003 『삼륜 자전거를 타고』        
  
일시        2003년 6월 24일(화) 오후 7시 30분          

장소        문예회관 대극장          


주최
주관

후원        박인자 발레단

공연기획 MCT

서울시, 문화관광부          

입장권        S석 30,000원  A석 15,000원          

공연문의        2263-4680 (공연기획 MCT)          


staff        

안무 – 박인자

무대디자인 – 강경렬, 손호성

의상디자인 – 엄규선

음악 – 황병기, 강은구

영상기록 - 지화충

사진 - 최영모

홍보 및 진행 - 전홍기, 계윤미, 이지연

특별출연(마술) - 정은선(한국마술협회 회장)  
        
  
1. 홍보 주안점           

- 모던발레를 향한 끝임없는 탐구, 중진 발레리나 박인자 교수의 『삼륜 자전거를 타고』가

    초여름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한다.


- 페르난도 아라발의 희곡 「환도와 리스」를 새롭게 재해석한 발레작품

  『삼륜 자전거를 타고』는 우리 창작발레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게 된다.


- 사회적 폐허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사람과 아픔의 노래, 그리고 소시민들의 고통과 절망을

    그린 원작의 분위기와 힘께 또 다른 표현양식으로 우리시대의 춤 언어로 희화시킨 창작발레.


- 현재 미국 아리조나 발레단 주역무용수로 활동중인 권혁구가 일시 귀국한 박인자 발레단의

    주역무용수 정미란과 함께 주인공 환도와 리스 역으로 열연하며,

    캐릭터 발레리노로 활동하고 있는 중견 발레리노 이득효 (계원예고 무용부장)씨가

     끄리만도 역을,그리고 미국 유학에서 돌아온  허인정이 미타 역으로 객원출연하여

     화제를 모으고 있으며 최근 일반인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마술(정은선)과

        현장 바이올린 연주등이 이번 작품의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 신작『삼륜 자전거를 타고』와 함께 2002년 초연되어 화제를 모은

     오페라<나비부인을 재구성한 창작발레 <나비 부인>, 또한 명인 황병기선생의

        가야금 연주곡을 배경으로 한국적 정서가 한껏 돋보이는 <산조>가 함께 1부에서

       공연되어 한국 창작 발레의 다양한 표현양식을 한 무대에서 감상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다.

- 지난 2001년 <달 그림자>를 통해 창무예술원이 해마다 수여하는 올해의 작품상을 수상하면서

    공동작업의 저력을 과시한 바 있는 스탭 <무대미술(손호성), 의상디자인(엄규선),

    음악(강은구)>들이  박인자 교수의 신작 『삼륜 자전거를 타고』에 다시 합세하여

       작품의 완성도를 드높이게 된다.



2. 프로그램        

Ⅰ부
1.산조

     남색치마들이 파도무늬를 이룬다.

     사라지고 다시 맴도는 물방울들 속에

     적요(寂寥)가 안개강을 이룬다.

     맨 어깨를 드러낸 물방울들의 산조산책은

     맵시이자 그들의 마음의 치장이다.

     화려하지 않게 아주 소박하게

     그러나 저 눈부신 걸음들은…


2. 나비부인

    화려하고도 애처로움이 있는 음악으로 엮어진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 

부인 中 2막을 현대적인 분위기로 발레화한 것으로 나비부인의 몸종인

    스즈끼는 불상앞에서 나비부인을 위해 기원하는 장면부터 무대는 시작

    된다. 작품 나비부인은 나비부인이 남편 핀카톤을 그리는 심리적 상황과,

    등장인물들과의 극적장면을 현대발레로 표현하고자한 작품이다.



Ⅱ부  

삼륜 자전거를 타고


리스는 죽었다!

이 작품은 페르난도 아라발 희곡 「환도와 리스」와 「삼륜 자전거」를 텍스트로

아라발 시대의 악몽과 우리들이 처해있는 현실을 발레화했다.

아라발은 그가 살았던 기형적인 스페인의 모든 관습 속에서 야기되는 전경과 신화를 무대화했다. 아라발의 희곡은 소시민들의 고통과 절망을 증언하는 최후의 푸닥거리였다. 다시말해 그들이 고통에서 도망치려는 마지막 수단이었다.「삼륜 자전거를 타고」 역시 우리가 환도가 되고, 가련하고 슬픈 리스가 되듯, 끄리만도가 되고 떠돌이들이 사회적 폐허에서 살아남은 자들이 사랑과 아픔을 노래한다. 「삼륜 자전거를 타고」에 나오는 인물들은 그러나 미지의 지명 ‘딸르’가 그러한 곳이듯 유토피아를 찾아 나선다.

희망을 버리지 않고...



3. 도움글        

성공적으로 결합한 에로티시즘과 悲劇美

박인자 발레단의 『달 그림자』는 올해 초연된 창작 작품중 수준작으로 기록될 만하다.

이 작품의 텍스트가 된 희곡<보이체크>는 24세에 요절한 천재 작가 게오르그 뷔히너의

작품으로 많은 연출가들에 의해 무대화 되었지만 연극계에서는 어려운 작품으로 정평이 나있다.

지난헤 내한했던 오를레앙 국립 무용단의 안무가 조셉 나주에 의해 공연되기도 했지만

춤이라기보다는 연극쪽에 가까운 독특한 연출이 주목을 끌었었다

따라서 <보이체크>가 발레 장르에 수용되어 국내에서 처음으로 춤 공연 된다는 것 자체는

이 작품이 갖는 복합적인 구조와 맞물려 주목의 대상이 될수 밖에 없었다.


안무가 박인자와 연출가 황두진은『달 그림자』를 통해 우선 과욕을 부리지 않았다.

원작의 뼈대를 이루는 중심 인물에 초점을 맞추고 그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갔다.

그 중심 인물들이 비교적 확실하게 자신의 캐릭터를 표출해냈고

이것이 결국 이 작품이 성공할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됐다.


음악, 무대장치, 의상, 컴퓨터그래픽등 스텝들의 역할 또한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드는데 작지 않은 힘이 됐다. 스톨리 텔링을 지양하고 주인공들의 연기를

춤을 중심으로 이미지화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들 각 부문 스텝들의 창조력은

주인공들과 심리상태와 상황에 따른 작품의 분위기를 상징화 시키는데 상당부분 기여했다.


안무가 박인자는 『달 그림자』에서 에로티시즘을 용감하게 표출하고 있다.


원작인 <보이체크>가 담고 있는 지식인들과 부유한 자들의 오만, 권력과 지식,

자본에 의해 황폐화되고 있는 현대인들의 향한 메시지가 읽혀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 강도는 에로티시즘에 비해서는 미약하다.

바로 이 지점도 『달 그림자』가 컨템포러리 발레로 성공할수 있었던 요인이다.

50분 정도의 춤 작품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 할 경우 생길 수 있는 산만함을 안무가는

미리 파악했는지도 모른다.


원작과 마찬가지로『달 그림자』에서도 무기력한 보이체크와 그의 아내마리,

그리고 마리를 농락하는 군악대장. 그리고 사악한 의사,

이들 4명의 인물들이 작품의 뼈대를 이룬다.

보이체크 역을 맡은 제임스 전의 연기와 춤은 이 작품의 중심에서 찬란하게 그 빛을 발한다.

돈 때문에 아내가 바람 피우는 것을 두고 볼 수밖에 없는 무력함과

결국 이를 보다 못해 아내를 죽이고 마는 심리적인 갈등과 변화의 과정을

그는 뛰어난 표현력과 움직임으로 표출해 냈다. 마리역을 맡은 정미란의

열연과 변신 역시 기억될만 했다.

단정한 외모에서 풍기는 인상에다 그동안 주로 순종적인 이미지의 역할을 도맡았던

정미란의 변신은 의외였다. 그녀에 의해 드러난 요염함과 퇴폐적인 미는

안무자가 요구한 에로티시즘을 전면에 부각시키는데 큰 힘이 되었다.


…………………………중략

발레 안무가가 부족한 한국 춤계의 현실에서 탄탄한 안무력과 세련된 감각으로

무장된 박인자의 존재는『달 그림자』를 통해 다시 한번 그 가치가 입증됐다.

올해 초연된 발레 작품 중에서 김긍수가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을 사용해

한국의 결혼모습을 유희적으로 표출한 소품『결혼』과 함께

이 작품은 주목할 만한 수준작임에 틀림없다.

또한 그동안 제작된 장편 컨템포러리 발레 작품 중에서도

그 선두에 설만큼 완성도가 높다. 잘 알려진 원작을 토대로 한 데다

예술적인 완성도를 생각할 때 우리나라 직업 발레단의

해외 공연 레파토리로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숨을 아껴 가면서 상처와 봉합

박인자 안무『달 그림자』는 <보이체크>가 텍스트이다.

안민수가 연출했었고(70년대) 작년에 조셉 나주도 내한 공연을 가졌다.

모던발레로는 처음이다.


『달 그림자』(문화 예술진흥원 창작 활성화 지원) 전막을 보고 나서야

박인자의 역량을 새삼 느낀다. 박인자는 프로그램 글에 ‘장면 전환’을 내세웠다,

긴 이야기를 한 시간으로 단축하기 위해서는 수긍이 간다.

뉴욕대학시절 게오르그 뷔히너를 전공한 황두진 연출이 춤무대의 결실을 보았고,

<달 그림자> 남간과 창, 보이체크 마지막 씬을 장식하는

삼각대 8궤 무대미술(손호성)은 스트로폴 변형인데 압권이다.


스트로폴 대형문이 열리고 닫힐 때 무대 전면 무늬 푸른 색조 역시

이 작품의 비극미를 상징하는데 일조했다.

그러나 박인자 안무는 주인공들 보이체크(제임스 전)

마리(정미란) 군악대장(김형남) 간교한 의사(전순욱 객원)에게만 맞추지 않았다.

사라방드 단원들 춤이 돋보였다. 베레모를 쓴 군인들로 최우석등 남성무용수들도

사라방드 단원들과 호흡을 맞췄다. 공연예술 제 춤과 테크놀로지로

내한한 올가 큐메거의 리얼타임 회화도 푸른 막에 선이 명멸하는,

보이체크 절규 그림자를 남긴 시각적 기여였다. 올가 큐메거

작업은 쌍방향 컴퓨터 위주로 무용수 몸과 물체의 투사되는 컴퓨터 페인팅이었다.

그작업은 즉흥이긴 하지만 춤 상황을 몸과 더불어 시각화 한다.

제임스전은 보이체크역을 열연한 만한 인물이다.

이번 공연에서 낮은 자세로 임했다. <까멜리아 레이디> 혹은

<아소님하> 높고 당당한 자세 대신 땅밑으로 기었다.

완두콩으로 연명하는 실험용 인간이자 예쁜 아내 마리를 군악대장에게

뺏긴 복수의 화신이었던 것이다.

정미란이 마리역을 특히 그가 잠옷을 걸치고 비탄에 젖었을 때

그전의 <가을 저녁의 시> 소녀상이 아니었다.

몸의 뼈마디, 드러나는 허벅지까지,

군악대장과 강제로 다리를 벌릴 때 그 숨막히는 연민과 애소,

동물적인 받아들임을 정미란답지 않게 춤췄다.

저녁나절 보이체크를 만나기 전에 정미란의 방황의 솔로는

허리춤에 감춘 슬픔과 비탄과 욕정의 느믈거림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정미란은 『달 그림자』로 다시 태어났다.

김형남이 마리를 가두고 채찍질하며 2인무 역시 충격 살포제였다.

김형남도 군악대장 역을 맡을만한 인물이다.


문신원, 이주영, 이경화 등 흰 드레스 6인무도 (밤의 천사역들) 엄규선 의상은

정사로 얼룩진 혼외간음을 정화시킨 아름다운 막간이다.

말을 거는 것들을 수 없이
지나쳤지만
네 미소 물방울도 처음이다. (정형종 시)

흰옷(드레스) 여섯 물방울들은 마리의 더러워진 속옷을 씻겨주었다.

스트로폴 문안에서 쏟아지는 군무는 <보이체크>비극을

그 발랄한 팔 다리들이 무마했다.

원작에서 군악대장과 마리의 아연은 춤에서 보이체크와 마리에 치중되었다.

교활한 의사역 전순욱은 간사한 대신 거만했다.

정미란 슈미즈 위로 가슴선 덥개 구실을 한 붉은 스카프는 숄처럼 버려져 짓밟혔을 때

간음만큼 퇴폐적으로 숨을 이어갔다.

정미란의 몸부림이 스트로폴 벽 아래 내던져졌다.

이 그림은 박인자의 시각이다. 박인자는 <가만히 흐르는 눈물>에서

붉은 스카프로 온몸을 꿰맸었다. 결국 스카프는 땅에 버려졌고

정미란의 가슴 가리개도 떨어진 천조각 상처였다.

아름다운 것은 상처를 남긴다. 봉합되지 않는다.

(보이체크의 죽음처럼) 박인자 안무 『달 그림자』는

여러 개의 상처를 봉합한 장면전환의 묘(妙)였다.

박인자는 숨을 아껴가면서 거친 숨 속에 우리 인생을 담았다.

하반기 가작으로 나는『달 그림자』를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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