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제목은 그 영화에 대한 첫인상을 결정하기에, 영화의 제목을 정하는 데에 영화 관련 스텝들은 작품의 기획 단계부터 배급까지 그야말로 관객을 처음 만나는 그날까지 사력을 기울인다. 제목이 영화를 잘 설명하면서도 특별한 의미가 담길 수 있게끔 노력하는 것. <갈매기>의 김미조 감독도 영화를 제작하며 같은 고민을 했다. 2021년 가장 압도적인 올해의 여성영화 <갈매기>측은 영화 개봉을 맞아 제목을 특별히 <갈매기>로 설정한 이유 세 가지에 대해서 공개했다.
제목의 첫 번째 의미는 안톤 체홉의 동명 희곡에서 따왔다는 것이다. 김미조 감독은 “안톤 체홉의 희곡 [갈매기]를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 제가 장편영화를 찍게 된다면 괴수영화를 찍더라도 무조건 <갈매기>로 하겠다고 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영화의 주요 공간인 수산시장을 빛나는 앙상블과 생활 연기로 채우며 극적 몰입감을 높이는 동료 시장 상인들 역의 배우들은 실제로 오래 호흡을 맞춰온 대학로 ‘안톤체홉극단’ 소속 단원들이다. 감독의 개인적인 오랜 선호뿐만 아니라 출연 배우들의 소속 극단의 이름이 겹치는 이와 같은 신기한 우연은 영화의 제목이 <갈매기> 일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상황을 보여준다.
제목의 두 번째 의미는 갈매기의 영단어 ‘Gull’에서도 찾을 수 있다. 김미조 감독은 “갈매기의 영어 스펠링인 Gull이 소녀를 뜻하는 Girl과 비슷하다고 느껴서 더욱 이 제목에 대한 애착을 고백한 바 있다. 그런데 실제 영미권에서 유학하는 친구에게 물어보니, 두 단어의 발음은 전혀 다르다고 하더라. 하지만 여전히 제 마음 속에는 이 영화가 ‘오복’ 이라는 한 소녀의 이야기니까 연결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목의 세 번째 의미는 주인공과 닮은 조류 갈매기의 특성과 관련된 것이다. 김미조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다 보니 복이 많은 삶을 사는 것 같은 한 여성 ‘오복’이 결국 복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아이러니가 육지를 떠나지 못하는 갈매기의 아이러니와 비슷하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 ‘오복’의 이름은 다섯 가지 복을 지녔다는 뜻을 갖고 있지만, 영화는 가족과 동료에게 외면 받은 ‘오복’의 복이 없는 처지를 보여준다. 훨훨 날아갈 수 있는 날개가 있지만 결국 육지로 돌아오고 마는 갈매기와도 같은 ‘오복’의 처지를 영화의 제목인 <갈매기>로 나타내고 싶었다는 후문이다.
영화가 던질 수 있는 가장 깊이 있는 질문을 제기할 영화 <갈매기>는 신예 김미조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 대상을 수상하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일평생 스스로를 챙겨본 적 없는 엄마 ‘오복’이 험한 사건을 당한 후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세상의 편견에 맞서 진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과정을 담았다.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 대상뿐만 아니라 제68회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제28회 함부르크영화제, 제36회 바르샤바국제영화제 등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에 진출하며 주목받았다.
제목에 숨겨진 뜻 세 가지를 공개한 2021년 가장 압도적인 올해의 여성영화 <갈매기>는 7월 28일 개봉해 전국 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