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보 박태원' 소설 속 1930년대 청계천변 서민 삶 전시- 「천변풍경」 특별전 5.4.~7.1. 청계천박물관 기획전시실
이혜경 기자| 입력 : 2018/05/05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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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사박물관 분관 청계천박물관(관장 사종민)은 「천변풍경(川邊風景)」 특별전을 5월4일(금)부터 7월1일(일)까지 청계천박물관 기획전시실(1층)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구보(仇甫) 박태원의 소설 <천변풍경>(1936년 作)을 소재로 소설의 배경이자 창작 시기였던 1930년대 도시로서의 면모를 막 갖추어 가던 서울 한복판 청계천변을 보금자리 삼아 살아가던 서민들의 삶과 문화를 소개한다.
구보 박태원은 서울을 주제로 한 작품 중 문학적 의미를 가진 첫 번째 작품인 소설 <천변풍경>을 집필한 작가이다. 1930년대 이상, 이태준, 김기림 등과 함께 다양한 실험정신과 새로운 창작기법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모더니즘 문학 전개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 근대를 대표하는 문인이다.
소설『천변풍경』은 1936년 《조광朝光》에 ‘천변풍경川邊風景’이라는 제목으로, 1937년에 ‘속 천변풍경續川邊風景’이라는 제목으로 연재되었다. 이후 장편으로 개작되어 1938년 박문서관에서『천변풍경』단행본이 출간되됐다. 청계천변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을 그리고 있는 소설로, 50절의 이야기 속에는 약 70여 명에 달하는 등장인물들의 일상사가 빨래터와 이발소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천변풍경>은 문학사적으로는 물론 일상사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중심으로 한 역사, 실제로 과거를 살았던 사람들의 삶이 중심이 된 역사이다. 이 소설을 통해 1930년대 후반 서울 청계천 주변을 살았음직한 아주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박태원이 평범한 이들의 삶의 방식과 일상에 대해 그리고 하층계급의 여성의 현실에 관심을 기울였다는 점이다. 박태원은 서울 토박이로, 청계천변 약국집의 아들이었다. 그는 자기 동네 사람들의 모습과 그곳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 속속들이 잘 알고 있었고, 그것이 작품 속에 자연스럽게 반영되었다.
1930년대 서울(경성京城) 그리고 청계천
문학은 사회의 반영이며, 시대의 산물이라고 이야기한다. 구보 박태원은 섬세한 묘사와 특유의 생동감 넘치는 문체로 1930년대 도시 서울(경성京城), 청계천변에서 빚어지는 세태 만상을 다채로운 등장인물들의 삶을 통해 보여준다. 전통사회에서 근대적 도시로 이행하는 과정의 세태가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구보 박태원은 1936년 잡지《조광》에 ‘천변풍경’을 연재하기 시작한다. 그가 이 소설을 집필하던 무렵 청계천변에는 빨래터, 한약국, 포목전 등 조선시대 이래 전통적인 시설들과 이발소, 하숙집, 카페, 식당 등 근대적인 시설들이 공존하고 있었다.
경성의 환경과 위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계천을 복개하자는 주장은 1920년대부터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복개 계획이 구체화 된 것은 1934년「대경성계획」수립과 이에 따른 1936년 경성 부역府域이 확대되면서 부터이다. 1935년 경성부는 청계천을 전면 복개하여 도로로 만들고 그 위에 고가철도를 놓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구상은 재정문제로 인해 실현되지는 못했다.
문학적 상상력이 가득한 전시 공간
소설을 통한 문학적 감동, 유물(사물)을 통한 기억과 추억 전달
소설 속 에피소드 중 이발소, 빨래터, 평화카페, 장마 풍경 등 주요 장면을 선택해 유물, 사진,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입체적으로 전시한다.
전시는 크게 작가의 방, 천변에서 만난 사람들, 그 후 청계천(1930년대 이후 변화)으로 나누어져 있다. 소설의 주요 무대인 이발소, 한약국집, 평화다방, 빨래터가 연출되어 있다.
전시실 입구에는 소설의 ‘제1절 빨래터’를 오토마타(autumata : 작동 모형)로 제작해 관객이 직접 버튼을 눌러 작동시키면 빨래방망이를 두드리며 세탁을 하는 여인들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제23절 장마 풍경’을 영상으로 재해석한 미디어아트를 설치했다. 장마로 불어난 청계천의 세찬 물살을 따라 떠내려가는 세간살이를 장대로 건져 올리는 것은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였다고 한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와 청계천의 물길이 7분에 한 번씩 전시장 안으로 흐른다.
뿐만 아니라 구보 박태원의 친필엽서, 인지도장, 결혼식 방명록 등 유품과 소설 <천변풍경>과 관련한 모든 자료를 선보인다. 「천변풍경」과 「속천변풍경」이 수록되었던 잡지《조광》과 1938년 단행본으로 발간된『천변풍경』초판본, 해방 후 1947년 발간된『천변풍경』재판본이 전시된다. 이것과 함께 현재 국·내외에서 발간 중인『천변풍경』의 다양한 판본을 전시한다. 관람객을 위한 도서를 비치하여, 전시를 보며 소설의 내용을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전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관람 시간은 평일, 토․일․공휴일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이다. 공휴일을 제외한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문의 ☎02-2286-3410)
전시 개막식에는 구보 박태원의 유족(장남 박일영 등)이 참석한다. 장남 박일영씨는 회고록『소설가 구보씨의 일생』(2016년)을 출간했다. 아들이 전하는 아버지 박태원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