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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퀴즈 플레이 Squeeze Play

문예당 | 기사입력 2003/10/06 [13:38]

스퀴즈 플레이 Squeeze Play

문예당 | 입력 : 2003/10/06 [13:38]


스퀴즈 플레이 Squeeze Play  

옮긴이 :김석희

출판사 : 열린책들


사립탐정 맥스 클라인은 정계진출을 앞두고 협박편지를 받은 예전 메이저리그 스타 플레이어

조지 채프먼으로부터 사건을 의뢰받는다.

- 폴 벤자민이란 가명으로 출판됐던 소설.



* 책속으로

"꿈속에서 나는 나 혼자뿐인 도시를 보았다.

내 목소리에 깃든 기이하고 파괴적인 힘 때문에 사람들은 모두 사라져 버렸다.

내가 누군가에게 말을 걸 때마다 상대가 사라지곤 했다.

내가 입만 열면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사라져 버렸다.

내가 다가가면 사람들은 나를 피해 달아나지만,

그들의 등뒤에 대고 그건 내 탓이 아니라고 소리를 지르면

그들도 안개처럼 홀연히 사라져 버리곤 했다.

그래서 결국은 아무도 남지 않았다.

나는 이 세상의 마지막 인간이 되었다."



"<어머니의 자궁 속에는 우리가 잉태되었을 때부터 우리와 함께 자라는 수의가 있다.

우리는 그 수의에 싸인 채 세상에 나온다.

우리는 무덤을 찾으러 나오기 때문이다.>

이 구절을 나는 이런 뜻으로 새겼다.

우리는 죽음의 감시 아래서 살고 있다.

무슨 짓을 해도 거기서 벗어날 수는 없다.

속담에 이르듯이 우리는 죽음을 만나는게 아니라,

죽음은 애초부터 우리 안에 있고, 우리가 어딜 가든 우리와 동행한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인 나에게는 이치에 맞았다.

달아날 길은 없다. 나는 그것을 깨달았다."



"마침내 모든 사실이 분명해진 것은 바로 그 지하철에서였다.

야릇한 기억의 단편 하나가 내 마음에 박히자,

내가 지난 나흘 동안 줄곧 바라보았던 벽에서 헐거워진 돌멩이 몇 개가 떨어져 나왔다.

그리고 그 구멍을 통해 갑자기 벽너머에 있는 햇빛이 보였다.

나는 너무 에둘러서 거기에 도달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그것을 아라차리지도 못했다.

세계를 한 바퀴 돌아서 제자리로 돌아온 뒤에야 출발점이 바로 목적지였다는 사실을

깨달은 셈이었다.

나는 경건한 진실과 포괄적인 해답을 찾아 과감하게 여행을 떠났지만,

정말로 중요한 것은 모두 겉보기에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들뿐 - 웃기는 택시 운전사의 말,

야구 경기의 허를 찌르는 작전 - 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내가 지금까지 애썼던 중요한 정보는 알고 보니 모두 시시한 세부에 불과했다.

내가 배워야 할 교훈은 공짜로 주어졌다.

택시 운전사 J.다니엘스는 사물이 때로는 겉보기와 똑같을 수도 있다는 것을 입증해 주었고,

이중 스퀴즈 플레이는 번트가 때로는 홈런보다 강력할 수도 있다는 것을 입증해 주었다.

이 메시지를 해독하여 채프먼 사건의 메타포로서 올바로 이해하기까지는 잠시 시간이 걸렸다.

나는 진실을 알고 싶었다.

냉혹한 진실만을 알고 싶었다.

그리고 이제 나는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사실 - 진실은 그것을 보기 위한 상상력이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제 더 이상은 앞으로 나갈 필요가 없었다.

잠자리에 들 때쯤이면 모든 게 끝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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